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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레이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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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에서 시작하는 진영 퀘스트는 진행 방식에 따라 20층대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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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진영 퀘스트가 중심이 되는 층은 9층까지만이다. 그 이후로는 드문드문 연관된 퀘스트가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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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비유하자면, 후일담이나 팬서비스 수준으로 엘프나 인간 진영이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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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세계관’이 엄밀하게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커뮤니티 도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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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 꼬락서니를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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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를 집어삼키고, 말 그대로 세상을 멸망시킬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거대한 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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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극소수의 엘프 NPC가 등장하는 층의 황폐한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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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9층의 세계관은 다른 층까지 이어진다. 저 뱀 때문에 한 번 멸망한 다음의 세계라는 설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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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어떻게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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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그림자 마법을 사용해 뱀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우리는, 멍하니 무너져가는 성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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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엘레노어도 갑작스레 벌어진 참사에 말을 잇지 못했으나, 가장 동요하고 있는 것은 역시 메르세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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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히 여기던 왕자는 몸을 빼앗겨 버렸고, 고향은 실시간으로 거대한 괴물에게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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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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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안타까운 것은, 메르세데스에게는 이 참상을 막을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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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는 추방당하기 전까지 하이엘프 왕의 곁을 계속해서 지키고 있었으며, 그의 변화를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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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에 대한 지식이 조금이라도 깊게 있었다면, 이 지경까지 오기 전에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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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메르세데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혼자 힘겨워하다, 끝내 추방당하고 기회를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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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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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파괴되는 성을 지켜보던 메르세데스가, 결연한 표정으로 검을 집어들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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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어디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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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나는 곧바로 녀석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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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추방당한 신세지만, 나는 하이엘프의 제1기사다. 우리의 도시가 무너지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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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두고 보면 뭐 어쩔건데, 네가 봐도 저긴 이미 그르지 않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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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도……해야만 하는 일이다. 내겐 버려둘 수 없는 의무가 있어. 도와달라고는 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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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같으면 신경도 안 썼겠지만, 이번에는 가게 둘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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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지역이 소멸하고, 나는 에픽 퀘스트를 완료하지 않으면 다음 층으로 올라갈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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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에픽 퀘스트에 멸망 엔딩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면, 나는 저 뱀을 처치해야만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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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대를 결성하십시오. 현재 서버의 참여 가능 도전자 :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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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저 뱀이 공격대를 편성해 싸워야 하는 월드 보스고, 이 빌어처먹을 탑에는 나 혼자밖에 없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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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9층 도전자의 평균 스펙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으나, 저런 걸 혼자 쓰러트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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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50인의 공격대를 편성해야만 하는 적, 그걸 나 혼자 쓰러트리려면 평범한 도전자보다 100배쯤은 세야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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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정도로 강하지 않다. 메르세데스 같은 강력한 아군을 잃으면 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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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기로 달려가서 혼자 뒤지는 게 네 의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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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르세데스에게 말했다. 이런 말을 내 입으로 해도 괜찮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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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을 구하고 싶어서 가는 거라면 안 말려, 말리기는 무슨- 도와줄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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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꼬락서니로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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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가 날아간 것도 아니고, 내장 좀 갈린 건 포션 때려 부으면 어떻게든 돼. 좀만 있으면 다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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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전쟁은 더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진영을 불문하고 하나라도 아군을 늘려야 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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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도 80 이상의 NPC를 파티원으로 넣을 수 있다는 건, 아마 이런 걸 의도한 설정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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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 도와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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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가 더해진다고 될 일도 아니기에, 나는 엘레노어에게도 물었다. 아마 엘레노어라면 흔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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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대가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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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줄 줄 알았는데, 어쩐지 좀 떫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두 눈에 별빛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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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표정은 아무래도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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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야말로 엘레노어가 원하는 전쟁을 종식시키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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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서 월드 보스에 관한 정보를 있는 대로 긁어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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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 이상 규모의 공격대가 필요한 대규모 레이드, 난이도는 출현 층수에 따라 다르나 대체로 매우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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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어 시 확정으로 에픽 등급의 보상을 드롭, 보상은 아이템이나 에픽 등급 전직서 등이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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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 S급 헌터인 제라드 그레이엄이 보유한 [용살자]라는 에픽 클래스가 월드 보스 레이드로 얻은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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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요한 점으로, 월드 보스는 출현 직후의 개시 패턴이 종료되면 잠시 휴식 상태에 들어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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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눈앞에는 저 뱀의 재활동까지 남은 시간이 카운트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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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건 시스템의 안배로 주어진 공격대 결성을 위한 시간일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유효하게 활용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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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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똬리를 튼 거대한 뱀 근처에서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가시덩굴 괴물을 베어버리고, 무너진 건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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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석재 덩어리를 힘으로 밀어서 치우고, 그 밑에 깔려 있던 엘프를 일으킨 뒤 포션을 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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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낸 엘프는 그대로 엘레노어가 설치한 그림자 워프 포인트로 옮겨, 마을로 호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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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이 짓거리를 몇 시간이나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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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된 기분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무기를 쓴다는 것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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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끝이 없어서 더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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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스폰되는 가시덩굴 괴물을 썰어버리며 나는 계속해서 파괴된 도시를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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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면 상태에 들어간 월드 보스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잡몹들은 내게 훌륭한 포션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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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이놈들도 만만치 않은 전투력을 자랑하지만, 내 스펙 앞에서는 그저 그런 잡몹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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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여러 스킬과 무기의 옵션으로 잡몹을 잡을수록 HP와 MP를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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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거의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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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쪽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던 메르세데스가 합류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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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과 인접한 지역이라 피해가 컸어, 살아남은 이들이 무척 적었다……이쪽은 어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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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대충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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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런가, 예상하고 있었지만……남은 이들이라도 구할 수 있었던 것에 기뻐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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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마땅히 답해줄 방법이 없는 말이었다. 다만 조용히 포션 한 병을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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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와 MP를 무한대로 회복할 수 있는 건 나 뿐, 메르세데스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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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네가 아니었으면 이만한 숫자를 구할 수는 없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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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준 포션을 받아들며, 메르세데스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뭐, 내가 구조에 큰 몫을 한 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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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구조된 인원을 받아준 건 엘레노어와 다크엘프들이기 때문에, 그에 비하면 대수로운 수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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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메르세데스가 느끼는 건 또 다르겠지. 어쨌든 내가 말을 꺼내서 실행할 수 있었던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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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서는 레이드에 참여할 아군을 하나라도 늘리기 위한 일이었을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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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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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압적인 엘프의 태도를 바꿔놓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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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월드 보스의 출현으로 하이엘프 세력은 완전히 와해하였고, 소수 난민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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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피해를 당한 것은 하이엘프만이 아니었다. 마침 도시를 공격하려고 준비 중이던 왕국군 진영도 큰 피해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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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를 입지 않은 것은 다크엘프 진영뿐, 하지만 세상을 먹어치우겠다고 선언한 뱀이 다음으로 향할 목표는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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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엘프를 쓸어버렸으니, 다음에는 다크엘프의 차례겠지. 그다음에는 남은 인간 세력을 쓸어버릴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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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쨌든, 유일하게 피해를 당하지 않은 다크엘프 진영은 현재- 난민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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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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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된 하이엘프와 마찬가지로 구조된 소수의 왕국군 병사들이 만신창이가 되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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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엘프들은 그나마 같은 엘프종 사이라서, 상대적으로 경계가 심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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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왕국군 병사들은 상황을 조금도 모르고 휩쓸렸다 구조된 상황이다 보니, 유독 날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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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인간을 좋아하는 다크엘프들은 난데없이 받게 된 인간 난민들을 향해 어마어마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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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전쟁의 기억 때문에 인간이라고 무조건 호의적으로 대하지는 않는다지만, 기본적인 습성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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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엘프들에겐 화재 현장에서 꼬질꼬질한 새끼고양이 무리를 구조해 온 꼴이니까, 이 정도면 잘 참고 있는 거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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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이런 불편한 대치를 원해서 이들을 구조해 온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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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보스의 활동 정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든 이들을 규합해서 전력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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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가 잘 해줘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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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협력을 요청하기 위해 왕국군 본진에 전령을 보내두었다. 곧 이 자리에서 삼대 세력의 정상회담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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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설득해 아군으로 만드는 건, 말재주라고는 쥐뿔도 없는 내겐 불가능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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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은 깔아뒀으니, 이젠 기대를 걸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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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월드 보스 레이드 팁 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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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나는 집단지성의 힘을 빌려, 레이드 전략을 구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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