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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종족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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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수천 년 이상을 암약하고 있었을 흑막이 스스로 정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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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단순하다, 정체를 드러내도 아무 상관 없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다면, 어째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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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저 녀석은 이 순간에 정체를 드러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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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측해 보자면, 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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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입을 완전히 막아버릴 자신이 있거나, 정체가 들켜도 상관이 없을 만큼 목표가 코앞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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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녀석의 정체는 알지만, 녀석의 진짜 목적은 전혀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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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하이엘프 왕이 모두 저 녀석 하나였다면, 왜 녀석은 다크엘프와 평화 협정을 맺으려 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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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결혼을 통한 평화 협정이 어그러지고, 수십 년이 지난 뒤에 다짜고짜 전쟁을 선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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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연명이 목적이라면, 굳이 세계수를 장악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다. 엘프는 원래 영생하는 종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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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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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던트를 사용해 마력강화를 발동했다. 어쨌든 저 녀석이 흑막이라면 여기서 처치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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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쥐고 앞으로 돌진하려던 순간, 세계수가 다시 한번 마력을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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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발은 그대로 멈추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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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적인 방해 효과를 받은 게 아니다. 그렇다고 공포나 두려움 때문에 발이 멈춘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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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머리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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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느껴지고 있던 해일 같던 마력량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는 전력 차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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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지 전혀 생각이 안 나서, 순간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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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저게 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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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엘프 왕의 머리 위에 떠오른 콘솔의 색깔이, 새까맣다 못해 조그만 블랙홀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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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저 모양의 구멍이 허공에 뚫려 있는 것 같다. 너무 어두워서 눈이 착시를 일으키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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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있는 검이 그냥 나무토막처럼 느껴지고, 갑옷과 방패는 종잇장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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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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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 어깨에 닿은 손의 감촉, 나는 재빨리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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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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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격은 허공을 갈랐다. 순식간에 내 뒤편으로 이동했던 놈은 다시 왕좌로 돌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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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뭐야, 순간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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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강화를 사용한 내 반응속도를 능가하는 전조 없는 이동기라고? 말이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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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네가 그렇게 긴장하고 있나, 이름 모를 인간족 검사. 내 목적은 너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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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의 마력을 등에 업은 하이엘프 왕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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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아름다운 그림자여. 네 왕관을 내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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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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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마지막 한 조각만 있으면……너희를 해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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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이번에도 순식간에 이동해, 엘레노어의 앞에 나타났다. 나는 다시 검을 휘둘렀지만,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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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를 장악하는 데 필요한 장치는 셋, 그 마지막이 왕관이다. 너희는 그것만 내놓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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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드러낸 이유가 이거였나. 왕관을 가진 엘레노어가 자신 앞에 떡하니 나타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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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그게 목적이라면 결혼으로 평화 협정을 맺는 게 가장 쉬웠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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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어그러지자 힘으로 빼앗기 위한 전쟁을 일으킨 거고- 아니, 그건 좀 타이밍이 이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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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일으키려면 진작에 일으켰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애초에, 이만한 힘이 있으면 굳이 전쟁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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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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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그런 거구나. 처음부터 이만한 힘을 갖고 있던 게 아니었어. 백 년에 걸쳐서 얻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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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저 녀석이 쌓아올린 힘이 아니다. 백 년을 들여서 세계수의 힘을 다룰 수 있게 된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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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구태여 이 방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한 것도, 당연히 이유가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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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듣고 순순히 왕관을 내줄 것 같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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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과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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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가 손을 휘두르자, 그림자의 가시가 튀어나와 하이엘프 왕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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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어주지 않을 줄 알았지. 하지만 너희의 의사 따위는 상관없음을- 왜 깨닫지 못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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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동으로 가시를 피해낸 왕은 세계수의 마력을 끌어모았다. 요란한 마법진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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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행사를 해야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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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막막했던 적이, 제대로 힘을 쓰려고 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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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견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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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이 어설픈 녀석을 이길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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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타고 있던 메르세데스도 마력강화를 발동하고, 엘레노어도 그림자를 끌어올려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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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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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엘프 왕의 손에서 만들어진 마법진이 발광하는 구체를 만들어 사방팔방으로 흩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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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와이번이 있던 지하 던전을 연상시키는 공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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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 하나하나가 내 마나 총량만큼의 힘을 품고 있지만, 그 정밀함이나 밀집도는 그렇게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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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광! 콰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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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력강화의 힘에 더해 [혼신]스킬을 발동해,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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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도 그림자를 이용한 이동 기술로, 메르세데스는 그냥 무식한 속도로 회피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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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구체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쏘아진다. 이것만 피하다가 체력이 다 떨어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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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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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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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힘을 빡 넣고, [혼신]스킬로 내구 스탯을 높이고, 마지막으로 [철벽]까지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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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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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드는 구체를 피하지 않고 몸으로 받아버렸다. 폭발의 영향으로 전신이 찌릿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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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다중 내성을 뚫는 공격력, 거기에 폭발 지점에서 마력 폭풍이 휘몰아쳐 속을 진탕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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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내장만 따로 빼서 원심분리기에 돌리는 것 같다. 목으로 울컥 피가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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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상을 감수하는 것으로, 마법 공격을 뚫고 상대와 거리를 좁히는 것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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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의 마력은 별의 지맥에서 끌어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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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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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가볍게 배리어를 생성해 내 검을 막아내며, 무어라 떠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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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나무가 그렇듯이, 땅의 힘을 빼앗아 자신이 성장하는 것이지. 그렇기에 그 힘은 절대로 무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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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엘프 왕의 눈이 빛나고, 괴상한 열선이 나를 향해 쏘아졌다. 나는 재빨리 방패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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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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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열선은 방패를 아무렇지 않게 관통해, 내 팔과 가슴팍을 꿰뚫고 그 자리를 열기로 지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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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지맥도 언젠가는 고갈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별은 벌써 밑천을 드러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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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리는 하이엘프 왕을 향해 거대한 그림자의 도끼가 내리쳐졌다. 엘레노어의 공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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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왕은 이번에도 순간이동을 사용해 가볍게 피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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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해두겠지만, 이 말을 내 힘에 끝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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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왕의 배후를 노리고 메르세데스가 검을 휘둘렀지만, 마찬가지로 빗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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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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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션을 들이키며 들고 있던 검을 집어던졌다. 내 주특기를 펼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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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당연히 빗나갔지만, 이미 내 손에는 새로 창이 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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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도 빗나가고, 이어서 도끼를 휘둘러도 막히고, 방패를 던져도 빗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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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라라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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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인벤토리 안의 물건들을 쏟아내며 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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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이 막히는 건 상관없다. 빗나가는 것도 상관없다. 상처를 입는 것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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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요란하게 날뛰어도 통하는 공격은 하나도 없고, 상처가 벌어지며 피가 흐를 뿐이지만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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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간힘을 써서 덤벼들수록, 저 멍청한 녀석은 나를 얕잡아 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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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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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낸 무기들이 산산이 조각나서 흩날린다. 하이엘프 왕이 귀찮다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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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을 재촉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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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마력이 모인 손아귀가 다가오는 것을 보며, 나는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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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부숴! 여기서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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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와 엘레노어는 내 외침에 곧바로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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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선을 끄는 사이에 두 사람의 움직임은 많이 자유로워진 상태였다. 하이엘프 왕은 뒤늦게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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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은 우리가 이 방에 들어온 뒤에야 문을 닫고, 다 이겼다는 듯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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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녀석의 힘은 세계수에 의존하고 있다, 다른 존재의 힘을 아무런 제약 없이 행사할 수는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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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면, 본인이 전장에 나가서 죄다 쓸어버리고 엘레노어의 왕관을 빼앗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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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추측해 볼 수 있는 제약은- 세계수와 연결된 왕좌가 있는 이 방 안에서만 힘을 쓸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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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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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엘프 왕은 공간이동을 사용해, 도주하려는 엘레노어의 앞을 가로막았다. 내 추측이 맞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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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 바깥에선 세계수의 힘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거다. 그러니 저렇게 급하게 막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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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쩌나, 사실 내 노림수는 탈출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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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면서 시선을 끌고, 탈출하라고 외쳤기 때문에- 당연히 그게 노림수라고 생각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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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에 취해서 상대를 얕보다가 엿 먹는 거, 그게 니들 종족 특성인가 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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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닝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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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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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 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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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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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할 수 있는 버프 스킬을 모두 사용하고, 수없이 던져대던 무기 중 하나를 붙잡아 다시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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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에게 무식하게 달려들었던 이유도, 탈출하라고 외친 이유도, 모두 이걸 노리고 있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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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던져진 무기가 노리는 것은, 세계수와 연결된 하이엘프의 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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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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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으로 내던진 한 자루 창이 왕좌를 산산조각내는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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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하이엘프의 아버지이자 왕이라고 했나, 확실히 그런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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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힘을 갖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실력은- 그 왕자 놈이랑 다를 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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