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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시련의 탑 9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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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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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즈가 전환된 나무 골렘이 괴성을 내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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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굉장한 크기였던 골렘은 이제 그 키만 해도 6미터를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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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혼신 스킬과 마력강화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지금의 내겐 크게 의미가 없는 덩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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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번에 골렘의 머리 위로 도약해서, 날아드는 나무뿌리 공격을 모두 무시하고 보스룸의 천장을 박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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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으로 강화된 각력으로 몸을 날려, 수직으로 떨어지며 힘차게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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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드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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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의 몸에서 무수한 나무뿌리가 솟아나며 사선을 가로막았지만, 내 검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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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과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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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갯불이 튀며 골렘의 몸체가 거칠게 양단되고, 핵이 없는 탓에 재생도 하지 못하는 골렘은 그대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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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으로 갈라진 골렘이 쓰러지고, 잠시간의 딜레이와 함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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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시련의 탑 8층을 최초로 클리어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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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메시지는 언제나처럼 요란하게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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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어 보상 : ‘경험치’, ‘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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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의 탑 9층 전이문을 활성화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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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클리어 보상 : ‘나뭇잎 귀고리’ 를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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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기여도 보상 : ‘낙엽 팔찌’, ‘경험치’ 를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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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일격 보상 : ‘고목나무 활’ 을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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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클리어 보상과 최후의 일격 보상은 서로 똑같았고, 귀고리와 팔찌엔 둘 다 마법사 착용 제한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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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은 대강 쓸 줄도 알고 착용 제한도 없었지만, 원거리 공격이 필요하면 그냥 쇠구슬을 던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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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보스라서 그런가, 보상이 필드 보스보다도 실속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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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도전자가 없어서 경매장에 올릴 수도 없고, 액세서리 종류라서 방패막이용으로 쓸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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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제 와서 이런 걸로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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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상점에다 팔아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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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를 닫고, 9층으로 향하는 전이문을 활성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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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의 배경 역시 7층과 8층에서부터 그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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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은 아직 삼대 세력이 충돌을 일으키기 전, 8층은 삼대 세력이 본격적으로 마찰을 빚기 시작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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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9층은 삼대 세력간에 기어이 전쟁이 터진 시간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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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전이문을 넘어서 도착한 엘프들의 대산림은 예전에 보던 것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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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무의 숫자가 크게 줄었다. 벌목된 게 아니라,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꺾이고 부러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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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불길 속에서 불타고 박살 나며 이런 꼴이 된 거겠지. 일단 다크엘프 마을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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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퀘 9층 전역 지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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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넘어갔던 8층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제대로 커뮤니티에서 9층 지도를 찾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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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감각을 헤집어놓는 안개에 가로막히면 어쩌나 했지만, 다행히 평범하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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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크엘프 마을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 나는 크게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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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엘프 마을은 더 이상 마을이라고 보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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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높이 벽을 쌓고, 감시탑과 경비용 골렘을 잔뜩 배치했다. 거기에 지형도 뭔가 바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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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미 마을이 아니라 요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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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스크린샷으로 본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큰데, 에픽 퀘스트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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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성전에 대한 지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얼핏 봐도 난공불락으로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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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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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의 겉모습을 천천히 살피고 있자, 성벽 위에서 누군가 크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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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쏘겠다! 너는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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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여주었다. 아마 마을의 다크엘프 중에서 내 얼굴을 모르는 이는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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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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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위의 다크엘프는 활시위를 붙잡은 채, 인상 쓰며 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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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몇 번 표정을 바꾸었다. 거리가 멀어서 정확히 무슨 표정을 짓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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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얼핏 보기에, 마지막에 지은 표정은 분명 무언가를 결심한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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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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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를 향해 화살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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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7층에서 리즈멜을 통해 다크엘프의 검술을 습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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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검술은 분명 훌륭했다. 하지만 다크엘프도 근본은 엘프, 이들의 가장 뛰어난 기술은 결국 궁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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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도 검술을 배우고 나면, 겸사겸사 궁술까지 익혀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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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다크엘프들이 가르쳐 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냥 배울 수 없는 기술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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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 친화력을 태생적으로 타고나듯, 엘프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활을 다룰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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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가르쳐 주려 한다고 해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배우고 싶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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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을 무시하는 명중률과, 이치를 무시하는 궤도를 갖는 엘프의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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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력감지를 개화하고 초월적인 감각을 손에 넣은 내 앞에서는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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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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쏜살같이 날아오던 화살을 잡아챘다. 반쯤 본능에 따라 잡아놓고도 이게 뭔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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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크엘프가 나한테 화살을 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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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진행 중이라 예민해져 있는 건 이해하지만, 내 얼굴과 견장의 마크를 못 알아보는 건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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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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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연히 나를 모르는 극소수의 다크엘프가 보초로 배치되어 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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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쿵,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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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를 지키고 있는 골렘들이 움직인다. 무거운 발소리를 내며 내 쪽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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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라, 성벽에 있던 다크엘프 병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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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아무래도 보통 상황이 아닌 것 같다. 확실하게 나를 적으로 인식한 모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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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희 나 몰라? 벌써 까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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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어서 그렇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화살 세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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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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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드는 화실을 마력감지와 직감에 의존해 받아치고 막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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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한편으로 골렘들이 나를 향해 접근하고 있다. 이거 부숴도 되는 건가, 나중에 지장이 생기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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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을 상대할 때 좋은 둔기를 인벤토리에서 꺼내고, 긴장을 끌어올리며 대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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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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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골렘은 내게 접근만 하고는, 공격하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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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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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위의 다크엘프들도 조금씩 웅성거리고 있었다. 나를 뒤늦게 알아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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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쪽으로 다시 다가가자, 다크엘프들은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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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라, 움직이면 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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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모르니까 일단 시키는 대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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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순순히 멈추자, 다크엘프들은 저들끼리 쑥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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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후, 다크엘프 한 명이 폴짝 성벽에서 뛰어내려 내 앞에 착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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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차림으로 검 두 자루를 들고 나타난 것은, 8층 때와 또 살짝 달라진 모습의 리즈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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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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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멜은 내게 들고 나온 수련검을 던졌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고, 일단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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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나를 못 알아보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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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으로 내리그어진 검을 그대로 맞받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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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막혔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찔러드는 공격에, 검을 맞대며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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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검로를 향해 힘을 실으며, 서로의 목을 겨누기 위한 근거리에서의 힘 싸움. 우위를 점하기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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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 스킬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근력을 증폭시키면 그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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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손에 살짝 힘을 빼고, 균형이 무너지지 않게끔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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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리즈멜의 빈손이 검신을 부여잡고 위로 젖히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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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 동작에 맞추어 검신 끝을 잡으며 힘 싸움에 대응하고, 동시에 몸을 옆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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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검신 끝을 쥔 손을 주축으로 자세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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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을 잡고, 검의 폼멜 부분을 둔기로 삼아 머리를 노리는 타격기. 여기서 처음 배운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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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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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멜은 변칙적인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방어하며, 검을 고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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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을 처음 가르쳐 줬을 때, 함께 가르쳐 주었던 대응 수단과 반격기를 그대로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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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움직이는 리즈멜의 동작이 조금 느려졌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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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한 뒤로는 정찰대 임무에서 한발 물러났다고 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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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전투에 맞지 않는 차림을 한 걸 보면, 오랜만에 검을 들고 나온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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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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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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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진 리즈멜의 검기를 받아내며, 빈틈을 찔러 검을 멀리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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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놓친 리즈멜은 당황하지 않고, 그대로 손을 툭툭 털며 얕게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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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너는 너무 변한 게 없잖아, 애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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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멜은 그렇게 말하며 성벽 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를 겨누던 활이 모두 거두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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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무슨 상황이었는지 알겠다. 7층에서 8층 사이엔 20년의 세월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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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8층과 9층 사이의 시간 차이는 얼마나 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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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조차 바꿔가며 쌓아올린 저 굳건한 요새가 몇 년 정도로 만들어질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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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엘프들이 나를 알아보고도, 망설이다 활을 쐈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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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이나 지났는데, 어떻게 예전 모습 그대로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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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는 엘프에게도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백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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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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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부딪힌 검에는 분명히 시간이 묻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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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NPC에게 존재하는 배경 설정 따위라고 치부하기 힘들 정도의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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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층은 시작부터 만만하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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