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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0 KiB

  1. 시련의 탑 9층

-오오오오……!

페이즈가 전환된 나무 골렘이 괴성을 내지른다.

처음부터 굉장한 크기였던 골렘은 이제 그 키만 해도 6미터를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혼신 스킬과 마력강화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지금의 내겐 크게 의미가 없는 덩치다.

단번에 골렘의 머리 위로 도약해서, 날아드는 나무뿌리 공격을 모두 무시하고 보스룸의 천장을 박찼다.

이중으로 강화된 각력으로 몸을 날려, 수직으로 떨어지며 힘차게 검을 휘둘렀다.

-드드드득!

골렘의 몸에서 무수한 나무뿌리가 솟아나며 사선을 가로막았지만, 내 검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콰과곽!

번갯불이 튀며 골렘의 몸체가 거칠게 양단되고, 핵이 없는 탓에 재생도 하지 못하는 골렘은 그대로 무너졌다.

양쪽으로 갈라진 골렘이 쓰러지고, 잠시간의 딜레이와 함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시련의 탑 8층을 최초로 클리어하셨습니다.]

시스템 메시지는 언제나처럼 요란하게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클리어 보상 : ‘경험치’, ‘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시련의 탑 9층 전이문을 활성화하실 수 있습니다.]

[최초 클리어 보상 : ‘나뭇잎 귀고리’ 를 획득하셨습니다.]

[최대 기여도 보상 : ‘낙엽 팔찌’, ‘경험치’ 를 획득하셨습니다.]

[최후의 일격 보상 : ‘고목나무 활’ 을 획득하셨습니다.]

최초 클리어 보상과 최후의 일격 보상은 서로 똑같았고, 귀고리와 팔찌엔 둘 다 마법사 착용 제한이 걸려 있었다.

활은 대강 쓸 줄도 알고 착용 제한도 없었지만, 원거리 공격이 필요하면 그냥 쇠구슬을 던지면 된다.

쉬운 보스라서 그런가, 보상이 필드 보스보다도 실속이 없다.

다른 도전자가 없어서 경매장에 올릴 수도 없고, 액세서리 종류라서 방패막이용으로 쓸 수도 없다.

뭐, 이제 와서 이런 걸로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중에 상점에다 팔아야겠네.”

인벤토리를 닫고, 9층으로 향하는 전이문을 활성화했다.

**

9층의 배경 역시 7층과 8층에서부터 그대로 이어진다.

7층은 아직 삼대 세력이 충돌을 일으키기 전, 8층은 삼대 세력이 본격적으로 마찰을 빚기 시작한 후.

그리고 이번 9층은 삼대 세력간에 기어이 전쟁이 터진 시간대다.

그래서인지, 전이문을 넘어서 도착한 엘프들의 대산림은 예전에 보던 것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일단 나무의 숫자가 크게 줄었다. 벌목된 게 아니라,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꺾이고 부러진 모습이었다.

전쟁의 불길 속에서 불타고 박살 나며 이런 꼴이 된 거겠지. 일단 다크엘프 마을로 가자.

[엘프퀘 9층 전역 지도.jpg]

급하게 넘어갔던 8층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제대로 커뮤니티에서 9층 지도를 찾아놓았다.

이번에도 감각을 헤집어놓는 안개에 가로막히면 어쩌나 했지만, 다행히 평범하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다크엘프 마을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 나는 크게 놀랐다.

다크엘프 마을은 더 이상 마을이라고 보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돌로 높이 벽을 쌓고, 감시탑과 경비용 골렘을 잔뜩 배치했다. 거기에 지형도 뭔가 바뀐 것 같다.

이건 이미 마을이 아니라 요새다.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스크린샷으로 본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큰데, 에픽 퀘스트 때문인가?

내가 공성전에 대한 지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얼핏 봐도 난공불락으로 보이는데.

“거기, 누구냐!”

요새의 겉모습을 천천히 살피고 있자, 성벽 위에서 누군가 크게 소리쳤다.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쏘겠다! 너는 누구냐!”

나는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여주었다. 아마 마을의 다크엘프 중에서 내 얼굴을 모르는 이는 없을 거다.

“나야.”

성벽 위의 다크엘프는 활시위를 붙잡은 채, 인상 쓰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몇 번 표정을 바꾸었다. 거리가 멀어서 정확히 무슨 표정을 짓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얼핏 보기에, 마지막에 지은 표정은 분명 무언가를 결심한 것처럼 보였다.

-퓽!

그리고 나를 향해 화살이 날아왔다.

**

나는 7층에서 리즈멜을 통해 다크엘프의 검술을 습득했다.

그 검술은 분명 훌륭했다. 하지만 다크엘프도 근본은 엘프, 이들의 가장 뛰어난 기술은 결국 궁술이었다.

그래서 나도 검술을 배우고 나면, 겸사겸사 궁술까지 익혀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다크엘프들이 가르쳐 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냥 배울 수 없는 기술이어서.

마력 친화력을 태생적으로 타고나듯, 엘프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활을 다룰 줄 알았다.

그건 가르쳐 주려 한다고 해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배우고 싶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상식을 무시하는 명중률과, 이치를 무시하는 궤도를 갖는 엘프의 화살.

하지만 마력감지를 개화하고 초월적인 감각을 손에 넣은 내 앞에서는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다.

-턱.

쏜살같이 날아오던 화살을 잡아챘다. 반쯤 본능에 따라 잡아놓고도 이게 뭔가 싶었다.

왜 다크엘프가 나한테 화살을 쏘지?

전쟁이 진행 중이라 예민해져 있는 건 이해하지만, 내 얼굴과 견장의 마크를 못 알아보는 건 아닐 텐데.

“뭔데.”

정말 우연히 나를 모르는 극소수의 다크엘프가 보초로 배치되어 있던 걸까?

-쿵, 쿵, 쿵!

요새를 지키고 있는 골렘들이 움직인다. 무거운 발소리를 내며 내 쪽으로 다가온다.

그뿐만이 아니라, 성벽에 있던 다크엘프 병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들었다.

이거 아무래도 보통 상황이 아닌 것 같다. 확실하게 나를 적으로 인식한 모양인데.

“야, 너희 나 몰라? 벌써 까먹었어?”

어이가 없어서 그렇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화살 세례였다.

-티디딩!

날아드는 화실을 마력감지와 직감에 의존해 받아치고 막아 냈다.

그런 한편으로 골렘들이 나를 향해 접근하고 있다. 이거 부숴도 되는 건가, 나중에 지장이 생기진 않겠지.

골렘을 상대할 때 좋은 둔기를 인벤토리에서 꺼내고, 긴장을 끌어올리며 대치했다.

-우웅……

그러나 골렘은 내게 접근만 하고는, 공격하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건 또 뭐지.

성벽 위의 다크엘프들도 조금씩 웅성거리고 있었다. 나를 뒤늦게 알아본 건가?

성벽 쪽으로 다시 다가가자, 다크엘프들은 소리쳤다.

“멈춰라, 움직이면 쏘겠다!”

상황을 모르니까 일단 시키는 대로 멈췄다.

내가 순순히 멈추자, 다크엘프들은 저들끼리 쑥덕거렸다.

그리고 얼마 후, 다크엘프 한 명이 폴짝 성벽에서 뛰어내려 내 앞에 착지했다.

가벼운 차림으로 검 두 자루를 들고 나타난 것은, 8층 때와 또 살짝 달라진 모습의 리즈멜이었다.

“들어라.”

리즈멜은 내게 들고 나온 수련검을 던졌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고, 일단 자세를 취했다.

아무래도 나를 못 알아보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

사선으로 내리그어진 검을 그대로 맞받아친다.

한 번 막혔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찔러드는 공격에, 검을 맞대며 밀어붙였다.

다양한 검로를 향해 힘을 실으며, 서로의 목을 겨누기 위한 근거리에서의 힘 싸움. 우위를 점하기는 쉽다.

[혼신] 스킬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근력을 증폭시키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손에 살짝 힘을 빼고, 균형이 무너지지 않게끔 유지한다.

그러던 중, 리즈멜의 빈손이 검신을 부여잡고 위로 젖히려 들었다.

나도 그 동작에 맞추어 검신 끝을 잡으며 힘 싸움에 대응하고, 동시에 몸을 옆으로 옮겼다.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검신 끝을 쥔 손을 주축으로 자세를 바꾼다.

검신을 잡고, 검의 폼멜 부분을 둔기로 삼아 머리를 노리는 타격기. 여기서 처음 배운 기술이다.

-카강!

리즈멜은 변칙적인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방어하며, 검을 고쳐 쥐었다.

이 기술을 처음 가르쳐 줬을 때, 함께 가르쳐 주었던 대응 수단과 반격기를 그대로 선보이고 있다.

그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움직이는 리즈멜의 동작이 조금 느려졌다는 점.

결혼을 한 뒤로는 정찰대 임무에서 한발 물러났다고 했었나.

지금도 전투에 맞지 않는 차림을 한 걸 보면, 오랜만에 검을 들고 나온 것이리라.

“예전 같지 않네.”

-카앙!

무뎌진 리즈멜의 검기를 받아내며, 빈틈을 찔러 검을 멀리 쳐냈다.

검을 놓친 리즈멜은 당황하지 않고, 그대로 손을 툭툭 털며 얕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는 너는 너무 변한 게 없잖아, 애송아.”

리즈멜은 그렇게 말하며 성벽 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를 겨누던 활이 모두 거두어졌다.

이제야 무슨 상황이었는지 알겠다. 7층에서 8층 사이엔 20년의 세월 차이가 있었다.

그렇다면 8층과 9층 사이의 시간 차이는 얼마나 날 것인가.

지형조차 바꿔가며 쌓아올린 저 굳건한 요새가 몇 년 정도로 만들어질 것 같지는 않다.

다크엘프들이 나를 알아보고도, 망설이다 활을 쐈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백 년이나 지났는데, 어떻게 예전 모습 그대로인 거야?”

장수하는 엘프에게도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백 년.

“어이가 없다, 정말.”

맞부딪힌 검에는 분명히 시간이 묻어나 있었다.

그저 NPC에게 존재하는 배경 설정 따위라고 치부하기 힘들 정도의 시간이.

이번 층은 시작부터 만만하지 않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