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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세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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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나는 방문 앞으로 다가온 엘레노어의 기척에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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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은 평안했나,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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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잘 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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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긋 웃으며 인사하는 엘레노어에게 대충 대답했다. 사실 잠은 한숨도 못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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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에게서 느껴지는 이 특징적인 기척이 자꾸만 신경 쓰여서, 그 조사에 매진하느라 밤을 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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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딱히 알아낸 것은 없었다. 애초에 나는 마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너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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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에서 엘레노어에게 마력 운용을 배우며 터득한 배경 지식이 있긴 하지만, 바꿔 말하면 결국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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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가 알려주는 지식과 요령은 대부분 너무 추상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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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간밤에는 오랜만에 오픈 커뮤니티를 뒤져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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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 운용과 마력 감지 스킬은 마법사 계열 클래스라면 하나쯤 갖추고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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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잘 찾아보면 내 궁금증을 풀어줄 정보나 공략글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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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찬용#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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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마력감응 이거 뭐하는 스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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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으면 좋다고 하는데 걍 스킬퀘 선행용임? 어케 쓰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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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력감응 높으면 스킬 연비 좋아짐, 필수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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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그런 설명 안써있는데 확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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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설명은 안적혀있는데 법딱이면 다 알고있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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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60렙 불쟁이인데 앞에 마력이라고 붙은 스킬은 높아서 손해볼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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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정확한 성능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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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그건 모르겠고 아무튼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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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사 스킬퀘 선행용 맞음 그거없으면 스킬 반도 못배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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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감응을 비롯한 마력계 패시브 스킬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도전자는 정말 아무도 없다시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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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을 운용하는 기본 원리는 물론이요, 스킬을 터득하고 있으면서도 사용법을 제대로 모르는 놈들이 대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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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벨 공략파 도전자나 랭커급 도전자들도 중요도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아는 건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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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마력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듯 보이는 자칭 ‘정통파 메이지’ 라는 도전자들이 있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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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들도 서로 하는 말이 죄다 안 맞는데다가, 커뮤니티에서는 완전히 사이비 취급이라 신뢰도가 너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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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따로 알아낸 것 없이, 그냥 커뮤니티 눈팅만 하다가 밤만 샌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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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잔것 맞나? 조금 피곤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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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일을 생각하며 고민에 빠져 있자, 엘레노어가 불쑥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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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니까, 그냥 어제 좀 무리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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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말하며 엘레노어에게서 받았던 펜던트를 꺼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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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썼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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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에게 제한적인 마력 강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7층 퀘스트의 최종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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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효과는 단연코 절륜하지만, 그에 걸맞은 부작용도 존재한다. 신체에 그만한 부하가 걸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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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이 피곤해 보인다면, 그건 전적으로 이 펜던트 때문이다. 하룻밤 새는 것쯤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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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이제 보니 그렇구나. 내장된 마력이 떨어진 걸 보니 꽤 최근에 썼나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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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는 펜던트를 곁눈질하는 것만으로 내장된 마력의 양을 정확히 파악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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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 인물 중에서 마력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건 역시 엘레노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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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끼고 있는 기척의 정체를, 엘레노어 본인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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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와 간략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나는 곧바로 생각하던 것을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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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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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NPC니 뭐니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냥 유독 너의 기척만 크게 느껴진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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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마력의 보유량 때문에 차이가 난다기에는, 좀 이상할 정도로 기척이 강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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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짐작이 안 가는군. 추측해 보자면, 그대의 감지능력이 편향적으로 발달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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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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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 일이긴 하지만, 종종 특정한 사물을 잘 감지하는 방향으로 능력이 발달하는 경우가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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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는 그렇게 말하며 몇 가지 예시를 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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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거리 투사체를 유독 잘 감지하는 경우라던가, 생물체의 기척을 유독 잘 감지하는 경우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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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특정한 개인만을 유독 잘 감지하는 경우는 자신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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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는 그냥 익숙한 기척이라 그런 게 아니냐고 되물었지만, 나는 당연히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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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도 모르겠군.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그대가 나를 특별히 여겨서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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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한 목소리를 내며, 엘레노어의 꾸물거리는 손이 내 허벅지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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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또 시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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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한 곳으로 기어오르는 손을 쳐내고, 생각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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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의 말대로, 내가 특정한 무언가를 강하게 감지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엘레노어만이 가진 무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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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NPC들에게는 존재하지 않고, 엘레노어만 갖고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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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아이템을 가진 것도 아니고, 다크엘프 왕가의 혈통에 전해지는 특별한 기질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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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있었다면 7층에서 다크엘프의 여왕을 봤을 때 똑같이 느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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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정말로 나이트 엘프의 비술로 감각을 공유한 적이 있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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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거라면 엘레노어가 모르고 있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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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에서 갑자기 기척이 사라졌던 일도 설명이 안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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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잠깐, 하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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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NPC와 달리 엘레노어만이 가진 것, 최상급 엘리트 NPC로서의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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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걸 감지하고 있는 거라면 모두 설명이 된다. 7층에서 갑자기 기척이 사라졌던 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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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아를 물리적으로 느낀다는 게 말이 되는 건가? 나는 대체 뭘 느끼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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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를 NPC답지 않게 만드는 것, NPC에게 인간과 같은 자아를 부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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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라지는 순간 동시에 자아를 상실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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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내 머릿속에는 매우 추상적인 한 가지 개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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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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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방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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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퀘스트의 주축이 되는 3대 세력은 8층에서 꾸준히 충돌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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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지적 분쟁이 계속되어, 언젠가 전쟁이 터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불안정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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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다크엘프 진영의 최주요 인사이자 전투원 중 하나인 엘레노어는 이런저런 일로 바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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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그대와 좀 더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좀처럼 시간이 나질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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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엘레노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말을 남기고 내 곁을 떠났다. 아직 퀘스트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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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워하는 엘레노어에게 인사하고, 나도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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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감지하고 있는 것이 상대방의 영혼이고, 엘레노어의 강렬한 자아와 기척이 영혼에서 비롯한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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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라면……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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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그걸 알았다고 해서 딱히 뭐가 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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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럴 시간에 그냥 퀘스트 진도나 빼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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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어쩐지 이번만큼은 좀이 쑤셔서 참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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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아온 곳은 7층에서도 종종 방문했던 장소- 다크엘프 에르웬의 대장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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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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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혀 있는 대장간의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절그럭절그럭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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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문이 열리고, 커다란 가슴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키의 다크엘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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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이렇게 재촉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 늙은이를 얼마나 괴롭힐 셈이……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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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갑옷과 검을 들고 나온 에르웬은 나를 보자마자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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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뭐냐, 내가 드디어 늙어서 헛것을 보는 건가. 너 내가 아는 인간족 맞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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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거 보면 알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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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들어 줬던……아니, 이게 왜 이렇게 깔끔한 거냐. 어디 장식해 뒀다가 꺼내 온 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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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웬은 내가 내민 팔목보호대를 보고 어처구니없다는 듯 한숨 쉬었다. 뭐, 그럴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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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웬의 시점에선 20년 전에 만들어준 장비를 아직 새것처럼 갖고 있는 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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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좀 아껴서 쓰라고 잔소리하긴 했다만, 말을 잘 들어도 너무 잘 듣는구나. 안 그러게 생겨가지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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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중지하며 아껴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새것이어서 그런 것뿐이지만, 굳이 오해를 정정할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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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책망하듯 말하고 있지만 은근히 기쁜 눈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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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언제 또 여기까지 온 거냐. 바쁜 몸이라고 들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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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이 좀 있어서. 당분간 머물다 갈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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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엘레노어에게 인사는 했느냐? 그 애가 아주 좋아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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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웬은 오랜만에 고향 집에 온 손주를 대하듯 이것저것 물으며, 자연스럽게 나를 안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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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간 안은 20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에도 크게 바뀌지 않은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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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크엘프 대장장이의 나이를 생각하면 20년쯤이야 긴 시간도 아닐 테니, 이상한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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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줄 수 있는 게 차밖에 없어서 어쩌나, 오는 줄 알았으면 과자라도 놓아두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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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그것보다 물어볼 게 있어서 온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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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인사나 하러 온 건 아닌 줄 알았지. 오냐, 뭐든 물어 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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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웬은 쉽게 만날 수 없는 여왕을 제외하면 다크엘프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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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이 주제의 질문을 하기에도 가장 알맞은 상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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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얽혀 있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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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에 대해서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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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들의 혼을 순환시켜 영생을 부여하는 신비한 나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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