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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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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계수

다음 날, 나는 방문 앞으로 다가온 엘레노어의 기척에 눈을 떴다.

“간밤은 평안했나, 그대.”

“어어, 잘 잤어.”

생긋 웃으며 인사하는 엘레노어에게 대충 대답했다. 사실 잠은 한숨도 못 잤다.

엘레노어에게서 느껴지는 이 특징적인 기척이 자꾸만 신경 쓰여서, 그 조사에 매진하느라 밤을 새고 말았다.

물론 딱히 알아낸 것은 없었다. 애초에 나는 마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너무 부족했다.

7층에서 엘레노어에게 마력 운용을 배우며 터득한 배경 지식이 있긴 하지만, 바꿔 말하면 결국 그것뿐이다.

엘레노어가 알려주는 지식과 요령은 대부분 너무 추상적이니까.

그래서 간밤에는 오랜만에 오픈 커뮤니티를 뒤져 봤다.

마력 운용과 마력 감지 스킬은 마법사 계열 클래스라면 하나쯤 갖추고 있는 법.

그래서 잘 찾아보면 내 궁금증을 풀어줄 정보나 공략글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작성자 : 박찬용#1442]

[제목 : 마력감응 이거 뭐하는 스킬임?]

높으면 좋다고 하는데 걍 스킬퀘 선행용임? 어케 쓰는거임?

  • 마력감응 높으면 스킬 연비 좋아짐, 필수스킬

  • ㄴ 그런 설명 안써있는데 확실함?

  • ㄴ 설명은 안적혀있는데 법딱이면 다 알고있을걸

  • 나 60렙 불쟁이인데 앞에 마력이라고 붙은 스킬은 높아서 손해볼거 없다

  • ㄴ 정확한 성능이 뭔데?

  • ㄴ 그건 모르겠고 아무튼 좋음

  • 법사 스킬퀘 선행용 맞음 그거없으면 스킬 반도 못배울걸

마력감응을 비롯한 마력계 패시브 스킬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도전자는 정말 아무도 없다시피 했다.

마력을 운용하는 기본 원리는 물론이요, 스킬을 터득하고 있으면서도 사용법을 제대로 모르는 놈들이 대다수.

고레벨 공략파 도전자나 랭커급 도전자들도 중요도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아는 건 별로 없었다.

나름대로 마력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듯 보이는 자칭 ‘정통파 메이지’ 라는 도전자들이 있긴 했지만.

그 놈들도 서로 하는 말이 죄다 안 맞는데다가, 커뮤니티에서는 완전히 사이비 취급이라 신뢰도가 너무 부족했다.

결국 따로 알아낸 것 없이, 그냥 커뮤니티 눈팅만 하다가 밤만 샌 꼴이 되었다.

“정말 잘 잔것 맞나? 조금 피곤해 보이는데?”

어제의 일을 생각하며 고민에 빠져 있자, 엘레노어가 불쑥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맞다니까, 그냥 어제 좀 무리해서 그래.”

나는 그렇게 말하며 엘레노어에게서 받았던 펜던트를 꺼내 보였다.

“이걸 썼거든.”

사용자에게 제한적인 마력 강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7층 퀘스트의 최종 보상.

그 효과는 단연코 절륜하지만, 그에 걸맞은 부작용도 존재한다. 신체에 그만한 부하가 걸리는 것이다.

내 얼굴이 피곤해 보인다면, 그건 전적으로 이 펜던트 때문이다. 하룻밤 새는 것쯤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아하, 이제 보니 그렇구나. 내장된 마력이 떨어진 걸 보니 꽤 최근에 썼나 보군.”

엘레노어는 펜던트를 곁눈질하는 것만으로 내장된 마력의 양을 정확히 파악해 냈다.

내 주변 인물 중에서 마력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건 역시 엘레노어인데.

내가 느끼고 있는 기척의 정체를, 엘레노어 본인은 알고 있을까?

**

엘레노어와 간략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나는 곧바로 생각하던 것을 물어보았다.

“기척이라고?”

당연히 NPC니 뭐니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냥 유독 너의 기척만 크게 느껴진다고만 말했다.

단순히 마력의 보유량 때문에 차이가 난다기에는, 좀 이상할 정도로 기척이 강렬하다고.

“으음, 짐작이 안 가는군. 추측해 보자면, 그대의 감지능력이 편향적으로 발달한 것은 아닐까?”

“편향적이라니?”

“드문 일이긴 하지만, 종종 특정한 사물을 잘 감지하는 방향으로 능력이 발달하는 경우가 있거든.”

엘레노어는 그렇게 말하며 몇 가지 예시를 들어주었다.

원거리 투사체를 유독 잘 감지하는 경우라던가, 생물체의 기척을 유독 잘 감지하는 경우라던가.

하지만 특정한 개인만을 유독 잘 감지하는 경우는 자신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엘레노어는 그냥 익숙한 기척이라 그런 게 아니냐고 되물었지만, 나는 당연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나도 모르겠군.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그대가 나를 특별히 여겨서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는데……?”

끈적한 목소리를 내며, 엘레노어의 꾸물거리는 손이 내 허벅지로 다가왔다.

이게 또 시작이네.

엄한 곳으로 기어오르는 손을 쳐내고, 생각을 이어나갔다.

엘레노어의 말대로, 내가 특정한 무언가를 강하게 감지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엘레노어만이 가진 무언가를.

다른 NPC들에게는 존재하지 않고, 엘레노어만 갖고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특별한 아이템을 가진 것도 아니고, 다크엘프 왕가의 혈통에 전해지는 특별한 기질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게 있었다면 7층에서 다크엘프의 여왕을 봤을 때 똑같이 느꼈을 테니까.

아니면, 정말로 나이트 엘프의 비술로 감각을 공유한 적이 있기 때문인가?

하지만 그런 거라면 엘레노어가 모르고 있을 리가 없다.

7층에서 갑자기 기척이 사라졌던 일도 설명이 안 되고.

아니, 잠깐, 하나 있잖아.

다른 NPC와 달리 엘레노어만이 가진 것, 최상급 엘리트 NPC로서의 자아.

내가 그걸 감지하고 있는 거라면 모두 설명이 된다. 7층에서 갑자기 기척이 사라졌던 것까지.

하지만 자아를 물리적으로 느낀다는 게 말이 되는 건가? 나는 대체 뭘 느끼고 있는 거지?

NPC를 NPC답지 않게 만드는 것, NPC에게 인간과 같은 자아를 부여하는 것.

그리고 사라지는 순간 동시에 자아를 상실하는 것.

이 순간, 내 머릿속에는 매우 추상적인 한 가지 개념이 떠올랐다.

“영혼……?”

또한, 그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방법까지.

**

진영 퀘스트의 주축이 되는 3대 세력은 8층에서 꾸준히 충돌을 일으킨다.

국지적 분쟁이 계속되어, 언젠가 전쟁이 터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불안정한 상황.

그런 만큼 다크엘프 진영의 최주요 인사이자 전투원 중 하나인 엘레노어는 이런저런 일로 바쁠 수밖에 없다.

“아아……그대와 좀 더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좀처럼 시간이 나질 않는구나.”

결국 엘레노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말을 남기고 내 곁을 떠났다. 아직 퀘스트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아쉬워하는 엘레노어에게 인사하고, 나도 발걸음을 옮긴다.

내가 감지하고 있는 것이 상대방의 영혼이고, 엘레노어의 강렬한 자아와 기척이 영혼에서 비롯한 것이라면.

“그런 거라면……모르겠네.”

생각해보니, 그걸 알았다고 해서 딱히 뭐가 되는 건 아니다.

솔직히, 이럴 시간에 그냥 퀘스트 진도나 빼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어쩐지 이번만큼은 좀이 쑤셔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찾아온 곳은 7층에서도 종종 방문했던 장소- 다크엘프 에르웬의 대장간이었다.

-똑똑.

닫혀 있는 대장간의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절그럭절그럭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이어 문이 열리고, 커다란 가슴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키의 다크엘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휴,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이렇게 재촉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 늙은이를 얼마나 괴롭힐 셈이……으응?”

웬 갑옷과 검을 들고 나온 에르웬은 나를 보자마자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뭐야, 뭐냐, 내가 드디어 늙어서 헛것을 보는 건가. 너 내가 아는 인간족 맞느냐?”

“어, 이거 보면 알 거 아냐.”

“내가 만들어 줬던……아니, 이게 왜 이렇게 깔끔한 거냐. 어디 장식해 뒀다가 꺼내 온 게냐?”

에르웬은 내가 내민 팔목보호대를 보고 어처구니없다는 듯 한숨 쉬었다. 뭐, 그럴 만도 하다.

에르웬의 시점에선 20년 전에 만들어준 장비를 아직 새것처럼 갖고 있는 셈이니까.

“무기 좀 아껴서 쓰라고 잔소리하긴 했다만, 말을 잘 들어도 너무 잘 듣는구나. 안 그러게 생겨가지곤.”

애지중지하며 아껴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새것이어서 그런 것뿐이지만, 굳이 오해를 정정할 생각은 없다.

그도 그럴 게, 책망하듯 말하고 있지만 은근히 기쁜 눈치니까.

“그나저나, 언제 또 여기까지 온 거냐. 바쁜 몸이라고 들었건만.”

“어제, 일이 좀 있어서. 당분간 머물다 갈 생각이야.”

“그래? 엘레노어에게 인사는 했느냐? 그 애가 아주 좋아라 할 텐데.”

에르웬은 오랜만에 고향 집에 온 손주를 대하듯 이것저것 물으며, 자연스럽게 나를 안으로 이끌었다.

대장간 안은 20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에도 크게 바뀌지 않은 채였다.

이 다크엘프 대장장이의 나이를 생각하면 20년쯤이야 긴 시간도 아닐 테니, 이상한 일도 아니다.

“내줄 수 있는 게 차밖에 없어서 어쩌나, 오는 줄 알았으면 과자라도 놓아두는 건데.”

“됐어, 그것보다 물어볼 게 있어서 온 건데.”

“흐음, 인사나 하러 온 건 아닌 줄 알았지. 오냐, 뭐든 물어 보거라.”

에르웬은 쉽게 만날 수 없는 여왕을 제외하면 다크엘프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그러므로, 이 주제의 질문을 하기에도 가장 알맞은 상대다.

영혼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얽혀 있는 존재.

“세계수에 대해서 알려줘.”

엘프들의 혼을 순환시켜 영생을 부여하는 신비한 나무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