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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빵 부스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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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한 것과 다르게, 너무 싱겁게 끝나버린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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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호도 분명 제 딴에는 철저히 준비한다고 했던 거겠지. 그게 실수를 넘어 자충수가 된 게 문제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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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술사 클래스인 박원호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이 가능한 육각형의 마법사 타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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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림짐작이지만, 아마 근접 전투도 어느 정도는 자신이 있었을 거다. 반응속도는 꽤 빨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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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전의 도전자들은 내 주먹에 반응도 못 하고 뻗었지만, 이 녀석은 내 방패 공격을 눈으로 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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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몸이 따라가지 못한 게 문제지만, 방패로 얻어맞고 나서도 바로 뻗지는 않았던 걸 보면 맷집도 괜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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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과 함께 전개한 게 절연 마법이 아니라 물리 방어 마법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당하지는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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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인은 결국 잘못된 분석, 번개 속성에 대응하겠답시고 아이템 세팅을 이상하게 바꿔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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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사정이 있다 한들, 결과는 먼저 도발까지 했다가 딱 두 방에 뻗어버린 추한 모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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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잖아도 호감고닉으로 유명했던 녀석이니, 커뮤니티의 익살꾸러기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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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지성#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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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 : 오케이 서진혁 분석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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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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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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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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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철한 분석은 대원호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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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객관화 지리노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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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방컷날거 분석해서 두방컷난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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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씨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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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왤케 당당하노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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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윤호#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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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방금 경기로 서진혁 분석 끝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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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는 대충 모르겠고 스탯이랑 레벨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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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하겠다고 괜히 스킬 낭비한거 후회하지 않을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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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에서 만나지말자, 제발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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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새끼는 뭐야 씨발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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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호인줄 알았는데 윤호노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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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서버도 똑같음 뭐하는새끼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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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호게이 이게 커뮤 첫글인게 ㅈㄴ 웃기네 ㅅㅂ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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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뒤통수에 마법날아와도 그런갑다 해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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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된 소재거리는 당연히 며칠 전 커뮤니티에 올렸던 ‘분석 완료’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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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 운운한 내 목소리는 관중석에까지 들리지 않았는지, 그걸 소재로 드립을 치는 경우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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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는 박원호가 과거에 커뮤니티에 올렸던 몇몇 게시글이 파묘당해, 그걸로 조리돌림을 당하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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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 그거, 평판은 나쁘지 않은가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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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호 같은 랭커급의 강자가 커뮤니티에서 이렇게까지 놀림거리가 되는 일은 원래 거의 없다시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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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이다, 머리에 스팀이 오른 랭커에게 물리적으로 보복당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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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길현의 악명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진짜 위험한 놈들 상대로는 쉬쉬하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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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환경에서 이렇게 조리돌림을 당한다는 건, 당사자가 이런 일로 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도전자들에게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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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헤쳐진 옛날 게시글을 좀 살펴보니, 입을 털다가 굴욕을 당하고도 웃어넘겼던 일이 몇 번씩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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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분위기가 이러니까 가만히 있기 아쉽네. 나도 장작 좀 넣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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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서진혁#2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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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원호한테 너무 그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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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나잖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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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비틱질이 아니라 쇼맨십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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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기가 끝난 뒤에는 다른 도전자들의 32강 경기를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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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의 경기를 모두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우승후보로 불리는 이들의 경기는 모두 챙겨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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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75층의 고층 랭커들은 만만하지 않다. 단체전에 참가한 원숙한 도전자들보다도 더 강해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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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이들 사이에서 가장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오히려 우승후보로는 전혀 꼽히지 않던 무명의 도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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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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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경기장 위에서 두 명의 전사가 맞부딪힌다. 한쪽은 평범한 검방 전사지만, 반대쪽은 도끼를 든 야만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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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의 클래스는 [검투사], 후자의 클래스는 [광전사]다. 둘 다 동등한 레어 등급의 클래스로, 공략 층수는 64층과 7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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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스펙 역시 72층을 공략중인 광전사 쪽이 더 높다. 하지만 경기의 양상은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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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앙! 캉! 카강!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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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쭉한 외날검과 방패를 든 검투사가 광전사를 상대로 일방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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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 뭉개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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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관객들은 광전사가 우위라고 느끼고 있는 듯싶었다.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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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의 공격은 모두 가벼워 보인다. 한편 광전사는 여러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며 강력한 일격을 적중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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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대로 적중하는 공격은 없고, 전부 다 막히거나 흘려질 뿐이다. 화려하기만 하고 유효하게 들어가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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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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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광전사가 몸에 붉은 기운을 두르며 무식한 돌진을 개시했다. 체급을 앞세워 억지로 몰아붙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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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전사는 가히 인간 전차라 해도 좋은 미친 체급을 갖고 있다. 저런 덩치와 근육은 탑 내부에서의 단련만으로는 결코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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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프레임에 더해, 탑 바깥에서 큰 사이즈의 근육을 만드는 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야만 만들 수 있는, 딱 봐도 강해 보이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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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검투사의 체격은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세세히 뜯어보면 오히려 저쪽의 체형이 훨씬 더 낫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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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같은 근육을 가진 광전사에 비해 작을 뿐, 190은 되어 보이는 신장- 거기에 쭉쭉 길게 뻗은 팔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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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하게 덩치만 큰 것보다는 저런 체형이 근접 전투에선 더 유리하다. 균형 잡힌 몸에서 나오는 유연함과 안정적인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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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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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돌진을 피해낸 검투사의 공격이, 광전사의 몸에 커다란 상흔을 새겼다. 이걸로 승패가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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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특징도 없지만 그렇기에 더 상대하기 까다로운, 그냥 무난하게 강한 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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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열리는 토너먼트 16강, 내 대전 상대는 저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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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 경기를 모두 보고 난 후, 나는 3번째 친목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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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만난 것은 각 계층의 배경과 설정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일명 ‘고고학자’ 계열의 도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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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방식으로 계층을 공략하고, 특이한 퀘스트를 많이 진행해 온 나에게, 이들은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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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가 행성의 지맥을 빨아먹는 괴물이었다고요? 진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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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7층에서 9층까지 이어진 엘프 퀘스트를 통해 알게 된, 세계수의 비밀과 하이엘프 왕이 꾸며온 음모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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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저찌 알게 된 배경 이야기를 풀어놓자, 이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날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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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명은 아예 내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어 대며, 빨리 더 많은 이야기를 토해내라고 독촉하기까지 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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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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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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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놈들은 진정하라는 의미로 주먹 맛을 좀 보여줬지만, 아무튼 무수한 관심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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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비단 이들만이 내게 무수한 관심을 쏟은 것은 아니었다. 토너먼트를 통해 내 얼굴이 워낙 많이 팔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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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도전자들이 응원하고 있다며 등을 두드리거나, 아니면 싸인을 해달라고 하거나, 먹을 걸 건네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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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서의 인지도는 곧 현실의 인지도로 이어졌고, 이제 인지도는 그대로 인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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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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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줌마들에게서 느꼈던 이상한 기척은 의외로 그렇게 드문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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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그런 기척이 나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느낌의 기척을 가진 사람들이 종종 보이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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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성별, 외견, 소속, 그 어떤 부분에서도 공통분모가 없는 사람들이었으므로- 수상하게 여길 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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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수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한들, 솔직히 나랑은 별 상관없는 일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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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대형 길드에서 알아서들 하겠지. 그러라고 있는 길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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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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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나는 고고학자 도전자들에게 성위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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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을 통해서는 알아낸 게 없지만, 배경 파고들기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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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연관된 매우 격이 높은 존재라는 것밖에는……저도 참 궁금한데,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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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쉽게도, 이들 역시 성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다만,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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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하지만 성위와 신은 또 다른 존재라는 것 같아요. 이건 저도 전해 들은 이야기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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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에 적혀 있기를, 성위랑 동격으로 놓일 수 있는 건, 신령(神靈)과 진룡(眞龍)뿐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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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는 건 적어도 성위와 신령은 서로 다른 존재라는 거잖아요, 진룡은 뭔지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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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내용이 적힌 책은 상층에서나 볼 수 있다고 하니, 당장은 검증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머릿속에 넣어둘 필요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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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위에 대해서 알아낸 건 없지만, 이것저것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친목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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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토너먼트 개인전 16강 경기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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