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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0 KiB

  1. 위화감

유니크 클래스 [원소술사].

다른 원소 계열 마법사의 완벽한 상위 호환으로, 전직하는 즉시 기본 4속성 마법을 모두 습득 가능.

속성 데미지를 증폭시키는 각종 패시브까지 기본으로 제공되며, 클래스 보정으로 획득하는 스탯 역시 우월.

어떤 적이 상대건간에 강력한 화력을 안정적으로 투사할 수 있기에, 여러 파티와 길드에서 러브콜이 오는 만능형 딜러.

나를 향해 본선에서 만나자고 선언한 박원호라는 도전자는 그 [원소술사] 클래스의 보유자.

동시에 커뮤니티에서 매우 유명한 인물이었다.

아, 유명하다는 건 그 실력 때문에 유명하다는 게 아니다.

실력과 아주 무관한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커뮤니티 망령이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아슬아슬한 줄타기성의 어그로 글을 올려대고, 유머성 글에는 빠짐없이 출현해 댓글을 단다.

대형 길드의 간부라고 알려진 본인의 스승에 관한 썰도 드문드문 풀고, 자신의 실력과 스펙을 과시하는 일도 많다 보니, 주목도가 높다.

즉, 소위 말하는 ‘호감 고닉’쯤 되는 녀석이다. 빠와 까를 모두 미치게 하는 슈퍼스타- 뭐 그렇게 말하는 녀석들도 있고.

어쨌든, 이런 타입은 대부분 싫어하는 쪽과 좋아하는 쪽이 극단적으로 갈리기 마련이다. 당연히 이 녀석도 마찬가지.

누구는 너무 나댄다고 싫어하고, 누구는 웃기다며 좋아하고, 그래도 양쪽 모두 공통으로 내리는 평가가 하나 있는데.

바로, 그런 인간적인 평가와는 별개로 실력 하나만큼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슈퍼 루키’다.

“걔가 그렇게 세다고요?”

토너먼트 예선이 끝난 후, 노점 거리를 둘러보다 마주친 강준호에게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랑 같은 서버라서 본 적이 있거든요. 클래스 성능이랑 스펙도 좋은데, 스킬 분배 센스가 굉장해요.”

강준호는 도전자가 운영하는 노점에서 산 매운 닭꼬치를 한 입 베어 물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4대 속성을 전부 다루는 만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숫자가 엄청난데, 그걸 모두 완벽하게 활용하더라고요.”

“방어마법이면 방어마법, 공격마법이면 공격마법, 원거리 스킬은 모두 끝 사거리에서 정확히 맞추고……명중률은 거의 100%죠.”

“딜러라는 포지션에 매몰되어서 딜만 넣는 마법사랑은 달라요, 오히려 전방위적으로 파티원을 서포트하기도 하죠.”

듣자하니, 그런 스킬 사용 능력은 어떤 대형 길드의 마법사 클래스 간부에게 직접 배운 것이라고 한다.

주먹구구식 공략이 많았던 2세대 당시의 도전자로, 레어 클래스면서 본인의 기량만으로 5개 속성을 다룬다는 마법사.

그 당시의 마법사들은 후방에서 안전하게 딜만 넣는 포지션은 아니었으니, 아마 그런 테크닉을 전수해 준 거겠지.

“몇 년 후 탑을 졸업하고 나면, A급 헌터 자리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평가예요. 윽, 케헥!”

설명을 이어가던 강준호는 매운 닭꼬치가 목에 걸렸는지, 황급히 물을 들이켰다.

“이해가 안 가네.”

이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인상과는 다르게 제법 실력이 있는 모양인데- 그래봤자 마법사 아닌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한들, 설마 그놈이 재버워크만큼 강하진 않을 거 아니야.

나는 완벽한 안티메이지라고.

**

다음 날, 페스티벌 맵 C 구역.

“어머, 유명한 분이 오셨네~ 토너먼트 본선 진출하셨다면서요?”

오늘은 주문술사 정모에 이은 두 번째 친목 모임. 나는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뻘쭘하게 서 있었다.

이번에 모인 사람들은 에인을 돌보게 된 것을 계기로, 육아 팁과 요리 지식을 나누었던 생활 게시판의 붙박이 도전자들이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의 문체와 어투에서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현장에 나오니 생각보다 더 동네 반상회스러운 분위기가 난다.

물론 남성 도전자들도 있다. 잘 헤아려보면 성비는 거의 반반에 가깝다…하지만 이 ‘여사님’들의 존재감이 너무 강하다.

“사진으로 본 것보다 더 잘생겼네, 키도 훤칠하고~ 연애할 때 우리 남편 보는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며 은근히 내 팔에 몸을 비벼오는 여기 이 분은, 올해 43세 강지혜 씨. 무려 중학생 아들이 있는 유부녀시다.

하지만 얼굴만 봐서는 도저히 40대 초반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게 말로만 들었던 시련의 탑의 안티에이징 효과인가.

시련의 탑 도전자들은 노화가 느리다. 단순히 느리기만 한 게 아니라, 아예 거꾸로 젊어지는 경우도 있다.

스탯이 상승하고 신체능력이 발달하면서, 회복 효과 덕분에 주름이 없어지거나 체형이 변화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나만 해도, 비틀어진 골반과 척추가 교정되며 키가 조금 자랐고- 푸석푸석하던 피부도 확 좋아진 상태.

물론 이런 변화도 만능은 아니라서, 중년이 청년 시절로 돌아가는 수준의 극적인 변화는 불가능하지만.

이렇게 보니, 관리 잘한 40대 여성을 20대 언저리로 보이게 해주는 수준은 가능한 것 같다.

“진혁씨 요리실력도 부쩍 늘었던데, 이렇게 잘 생겼으면서 요리까지 잘하기 있어?”

“이거 좀 먹어봐요, 젊은 사람이 요리하려면 이런 맛도 알아야지~?”

“아휴, 한창때인데 맨날 혼자라 외로워서 어떡해? 사람 그립지 않았어?”

그 탓인지, 아줌마들의 주책에 묘한 끈적거림이 느껴진다. 뭐냐, 여성 헌터는 불륜률이 매우 높다고 하던가.

“있잖아, 진혁씨는 연애할 때 몇 살 차이까지 가능해?”

아니, 이건 씨발 대놓고 추파잖아. 당신 탑 바깥에 남편도 있으면서, 그래, 탑 바깥에 있으니까 이러는 거겠지.

“아니이~ 이상한 뜻 아니고, 우리 딸이 조금 컸으면 딱일 것 같아서 그러지~”

몇 살 차이까지 가능하냐고? 내가 30대 초반이니까 10살 정도는 괜찮다는 대답이 듣고 싶은가?

“글쎄요, 한 2,000살?”

엘레노어가 정확히 몇 살이더라. 시계열이 어긋나서 헷갈리는데, 그 이상으로 차이 나지는 않았으면 좋겠네.

나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몸에 쫙 붙는 롱 드레스를 입고 들러붙는 아줌마를 밀어냈다.

댁들이 아무리 나이에 비해 젊고 몸매가 좋아도, 다크엘프 누님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제 약혼자가 딱 그 정도 나이거든요.”

아, 엘레노어 보고 싶다.

오랜만에 캡처해 둔 사진이나 한번 돌려 볼까.

**

다소 해괴하고 불편한 모임이 될 뻔했던 생활 게시판 친목 모임은 곧 정상화되었다.

여전히 몇몇 아줌마들이 나한테 추파를 던지긴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훈훈하고 건전했다.

그리고 요리 쪽으로 상당한 수확이 하나 있었는데, 오늘 모인 인원 중에서 몬스터 요리를 연구하는 요리사가 있었던 것이다.

원래도 파인다이닝 계열에서 일하던 사람이라는데, 시련의 탑에 들어와서 새로운 식재료를 마구 시험해 보기 시작했다고.

“와…이거 진짜 맛있네, 이게 무슨 몬스터 고기라고요?”

“드레이크 꼬리 살이에요, 소금만 쳐서 저온으로 구웠고요.”

나도 몬스터 전리품을 요리에 접목해보려 많이 노력했지만, 성공적이었던 건 고작 몇 번뿐이었는데- 이 사람은 급이 다르구나.

듣자하니 요리 스킬도 상급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것 같은데, 어지간한 랭커보다 이 사람이 더 대단한 거 아닌가?

이런 세계에서 진지하게 요리를 연구해, 이만한 결과를 내놓다니. 특히 마법을 이용한 몇몇 조리법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그러는 진혁씨도 대단하던데요, 아까 고기를 종잇장처럼 자르시던데. 어떻게 한 거예요?”

“아, 별건 아니고요.”

나는 인벤토리에서 꺼낸 식칼에 가볍게 오러를 둘러 보여주었다. 요리 쪽으로 내 특기는 이것 정도뿐이다.

오러는 무엇이든 가볍게 절단한다. 당연히 온갖 식재료를 가볍고 예리하게 절단하는 것도 가능.

이걸 이용해 오늘 선보인 것이 바로 ‘생 대패 삼겹살’이다. 전혀 냉동하지 않은 돼지고기를 극한까지 얇게 썰어낸 것.

“그, 그거 오러 아닌가요? 진혁 씨 그런 것도 할 줄 알아요? 아니, 그걸 요리에 써요?”

전사의 삼신기라고 불리는 스킬을 식칼 따위에 쓰고 있는 모습에, 요리사 도전자가 매우 크게 놀랐다.

그게 계기였다. 서로 요리나 생활 팁을 공유하러 온 자리였는데, 어쩌다 보니 내 스펙과 스킬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특별히 숨기려는 것도 아니었으니, 나도 주변에서 묻는 만큼 착실하게 대답해 주었다. 거의 한 시간가량을.

“어머, 그럼 토너먼트도 우승해볼 만한 거 아니야? 나 진혁씨 믿고 돈 걸어봐도 돼?”

그렇게 전투에는 별 관심이 없는 요리/생활 탭의 도전자들이, 모두가 궁금해하는 내 스펙을 상세히 알게 됐다.

“너무 크게 걸진 마시고요.”

내 분석이 끝났다는 그 슈퍼루키 도전자는, 아마 여기 모인 아줌마들의 반의반도 아는 게 없겠지.

그렇게 나를 응원하러 오겠다는 아주머니들의 인사를 받아 두고, 다시 다른 곳을 구경하러 떠났다.

“음……?”

그런데, 돌이켜 보니 뭔가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아까 나한테 자꾸 들이대던 아줌마 몇 명.

끈적거리는 태도에 신경이 쏠려서, 정작 그때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 뭔가 기척이 좀 이상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