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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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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호의 인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딘가 아파 보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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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도, 시련의 탑에서 이런 인상을 가진 사람은 정말 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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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의 탑에서 제공하는 스탯과 자연 회복력이, 도전자가 가진 여러 신체적 문제를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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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측만증이라던가, 손목 터널 증후군이라던가, 거북목이라던가, 인대 손상이라던가- 그런 고질병들은 물론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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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 상승에 따라 감기 같은 여러 잔병치레에서도 해방되고, 영양 불균형과 수면 부족같은 사소한 것들도 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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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의 초대장이 몇몇 사람들에게 인생 역전의 찬스로 불리는 것에는 이런 점도 크게 한몫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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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커들의 무료 버스를 타서 레벨을 조금만 올려도, 현대 의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의료 케어 풀코스를 받는 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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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준호는 제법 레벨이 있는 도전자임에도 불구하고, 시들시들한 허수아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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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퀭하고, 팔다리는 근육이 제법 잡혀 있음에도 젓가락처럼 연약해 보이는 게, 딱 병자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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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마법사 클래스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근력]과 [내구] 스탯은 갖춰져 있기에- 저러기도 힘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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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애초에 다크서클은 대체 어떻게 생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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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의 경지에 이른 시련의 탑 도전자는 수면이 거의 필요치 않은 몸이고, 이 정도 레벨이면 더더욱 그렇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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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끼리 던전을 가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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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러려고 모인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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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호는 목소리마저 시들시들했다. 사람 목소리가 시들하다는 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진짜로 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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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러면서도 체내에 머금고 있는 마력은 매우 잘 다듬어져 있다. 신체는 시들시들해도 마력은 활기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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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는 이래도, 마력을 선명하게 감지할 수 있는 나에게는 이 사람이 오히려 훨씬 강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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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하죠, 그렇지만 정통 마법이 아니더라도……두 명이서 던전 클리어는 많이 힘들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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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런 거 많이 해봐서 아는데, 할 만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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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해보셨다고요? 페스티벌은 이제 막 열렸는데……아, 혹시 랭커 분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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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이 이제 막 열렸는데, 어떻게 던전을 많이 돌아봤다는 거냐- 그게 가능한 경우는 한 가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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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 이미 페스티벌에 참가해 본 경험이 있는 고레벨 플레이어일 경우, 하지만 나는 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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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페스티벌에 참가해 본 건 맞지만, 그때도 던전은 그렇게 많이 안 돌아봤었지. 도중에 하차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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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니고요, 제가 솔플 많이 해봤거든요. 두 명이면 차고 넘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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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플……어, 어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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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에 절은 두 눈을 번쩍 뜬 강준호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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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예 제가 바로 그 서진혁입니다’ 뭐 그렇게 말할 셈이었지만, 막상 입 밖으로 내자니 좀 오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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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거 맞고요……됐으니까 파티 신청이나 해보세요. 이거 어떻게 하는건지 다 까먹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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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빠르게 파티 신청을 하고, 그대로 강준호의 뒷덜미를 끌고 가까운 포탈로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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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강준호가 들어온 던전은 [죽음 숭배자의 신전]이라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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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레벨대인 내가 들어오기에는 좀 급이 높은 던전이었지만, 어차피 내 스펙은 그보다 훨씬 높으니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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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뜻밖에 강준호도 레벨이 꽤 높은 편이어서, 이 정도면 정말로 차고 넘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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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 씨……라고 부르면 될까요? 진혁 씨는 레벨이 혹시 어떻게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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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요, 레벨보다 스펙 좀 높은 편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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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저희 2인인데 좀 힘들지 않을까요, 여기 레벨 컷이 80 이상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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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준호는 당연히 불안해했다. 내 스펙은 이미 80레벨도 가볍게 넘는 수준이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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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였다, 던전 바닥이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지면에서 큼직한 골렘 한 마리가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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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주요 몬스터인 [신전의 수호골렘]이다. 강준호는 재빨리 지팡이를 들어 올리고 캐스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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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기대한 것과는 다르게, 정통 주문이 아닌 평범한 도전자처럼 스킬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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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 씨, 탱만 잠깐 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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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설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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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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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는 듯이 딜러와 탱커로 역할을 구분하려는 강준호를 무시하고, 뒤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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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호도 캐스팅을 취소하고 재빨리 물러났다. 그런데, 그렇게 황당하다는 듯이 노려볼 것까지야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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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계획은 전원이 마법사인 파티로 입장해서, 주문 언어와 룬 문자를 사용한 정통 마법을 시험하는 것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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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당에 나한테 전사의 역할을 기대하면 안 되지, 나도 지금은 주문술사- 마법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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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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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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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무척 익숙해진 기초 마법을 빠르게 캐스팅해, 겉으로 보이지 않는 핵을 단번에 노려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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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미사일은 단순하기 짝이 없는 기초 공격 마법이지만, 이렇게 마력을 대량으로 담아서 쏘면 제법 위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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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마법진을 살짝 개량해서 관통력을 더 높이는 것으로, 제법 단단한 골렘을 일격에 쓰러트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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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술사끼리 모여서 던전 깨자면서요, 스킬 쓰지 말고 주문으로 캐스팅하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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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 던전 공략에서 검과 방패 모두 쓰지 않을 생각이다, 몽둥이로 더 많이 쓰던 미스릴 완드만이 이번의 주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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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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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소리가 울리며 몇 마리의 골렘이 추가로 나타났다. 보행형이 아닌 날아다니는 가고일 골렘까지 함께 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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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손짓하자, 강준호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마침내 기다리던 주문 캐스팅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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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그려지는 룬과, 입으로 중얼거리는 주문 언어, 그리고 만들어진 마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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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시클 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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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아지는 마법의 구조를 [천의 마술]이 모두 풀어낸다. 그렇지, 이게 마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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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발사된 얼음의 창이 골렘들을 꿰뚫고, 강준호는 다시 한번 같은 마법을 캐스팅해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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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몇 가지의 기초 마법을 함께 사용하며 강준호가 마음껏 주문을 쓸 수 있도록 서포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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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시에 관찰하며, 관측하고, 해석하여, 이해한다. 그렇게 마지막 한 마리의 골렘이 남았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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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번엔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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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준호를 뒤로 물리고, [천의 마술]을 통해 여러 번 관측하며 뜯어본 룬을 허공에 그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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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는 완벽하게 이해했다. 요령은 부족하지만 어설픈 부분은 [마력 지배]의 정교한 컨트롤과 출력으로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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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시클 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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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된 마법진이 큼지막한 얼음의 창을 토해내고, 쏘아진 창은 골렘의 핵을 정확하게 뚫고 붉은 이펙트를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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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던전에 들어온 지 10분째, 나는 강준호의 주문 하나를 베끼는 것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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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의 보스인 [고위 죽음 숭배자]의 머리통에 큼지막한 바위 하나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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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가 모두 불로 그을린데다가, 머리에 얼음송곳이 하나 박혀 있었고, 여기저기 관통상까지 입었던 보스는 그대로 머리가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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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던전 클리어 메시지가 나타나며, 인벤토리에 [페스티벌 코인]을 포함한 보상들이 주르륵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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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파티인데다가, 스킬을 자체 봉인하고 정통 마법만 쓴다는 패널티가 있었음에도, 우리의 클리어 타임은 평균보다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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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 없이 주문 마법을 쏟아내던 강준호는 그대로 맥이 풀린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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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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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호의 표정은 더 이상 병든 환자처럼 시들시들하지 않았다. 아드레날린이 팍팍 돈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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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전 이게 진짜 될 줄 몰랐어요. 솔직히 처음 계획부터 제대로 공략하긴 힘들 것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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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호는 시원한 웃음을 지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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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진짜, 캬…진혁 씨 진짜 나빴네. 마법사로 클래스 바꾼 거 여태껏 숨긴 거예요? 완전 속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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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던전 공략에서 나는 강준호의 마법을 무척 많이 베껴내었다. 하지만 마법적으로 이득을 본 건 강준호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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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을 잘 쓰지 못할 뿐이지, 마력을 다루는 기술 자체는 매우 뛰어나다. 그렇기에 강준호에게 여러 조언을 해 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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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감지를 펼쳐 골렘의 핵을 단번에 찾는 방법이라던가, 흘러나오는 마력을 정돈하는 방법이라던가, 그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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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마법을 하나하나 베껴서 그대로 쓰는 모습까지 보여줬더니, 강준호는 이제 내가 마법사 클래스라고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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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겠지. 세상에 어느 전붕이가 이 정도로 마력을 다루겠어. 정통 마법은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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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행이다, 진혁 씨 오늘 토너먼트 나가죠? 예선 A조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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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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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였으면 대진 꽤 빡셌을거예요, 예선치고 엄청 힘들겠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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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호는 뜬금없이 토너먼트 대진 이야기를 했다. 전사였으면 대진이 빡셌을 거라니.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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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세요, 고스펙 근접 계열이랑 광역 위주 마법사 클래스랑 막 섞여 있잖아요. 이러면 전사는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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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들어 보니, 일반론에서 비롯한 상성 이야기였다. 5인 조별 경기에서 이런 구성은 전사에게 힘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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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와 마법사 클래스가 1대1이면 전사가 좀 더 유리하지만, 이런 난전 상황에서는 마법사가 훨씬 유리하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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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하니 꽤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평범하게 생각해보면 보통은 그렇겠지, 보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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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법 쓰시는 거 보니까, 어디……이렇게만 가면 승점은 충분히 챙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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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호는 던전을 공략하는 사이 내게 친밀감이 꽤 쌓였는지, 아예 전략적인 승점 획득 방식까지 조언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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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내지 말고 특기를 살려 2등만 노리면, 안정적으로 승점을 챙겨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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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가 경기 보러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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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커뮤니티 특유의 호들갑을 제외하면, 나를 향한 냉정한 평가는 꽤 낮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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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커뮤니티의 여론이 꼭 실제 여론과 일치하는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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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후보라고 했던 건 그냥, 소위 말하는 커뮤니티 한줌단들의 농담 섞인 ‘억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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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은 살살 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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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예선에서 나 만나는 놈들은, 그냥 운이 나빴다고 생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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