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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사이버펑크의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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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화이트롤은 매우 맛있는 축에 속하는 간식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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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카스테라 가루를 묻힌 부드럽고 달달한 크림빵이 맛이 없을 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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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처음에 먹을 때는 무척 좋아했었고, 내가 화이트롤을 나눠준 NPC들도 대부분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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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도 화이트롤이 맛있는 간식이라는 건 안다. 물릴 대로 물렸지만, 머리로는 분명히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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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대체 뭐죠……믿을 수 없어요, 이게 정말로 합법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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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까지 오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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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식품을 섭취해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신의 말을 듣고, 곧바로 화이트롤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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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열량, 고지방, 고당류- 달콤한 크림을 가득 채운 화이트롤은 이들이 말하는 연료의 조건에 완벽히 들어맞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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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쿵쾅거리고, 눈이 빙빙 도는 것 같아요……하지만 데이터 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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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온 게 저 반응이다. 사신은 화이트롤을 먹자마자 말도 안 된다며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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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요, 강한 중독성을 가진 신종 전자 마약이군요! 그게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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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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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닌가요? 그렇지만 이 식품은, 너무……모르겠어요, 이건, 그래요, 그거에요,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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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은 내 음식을 처음 먹었을 때의 에인보다도 더 격렬하게 반응했다. 마치 단것을 처음 먹어보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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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말하는 투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진짜 처음 먹어보는 것 같았다. 애초에 음식을 제대로 먹은 적이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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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장소는 세포를 배양하는 시험관이었고, 가진 지식은 모두 학습장치로 주입받은 것이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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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암살 병기로 살아왔을 처지를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이상한 반응은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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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세상에 이런 감각을 주는 물건이 있었다니……믿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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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충전을 위해 악으로 깡으로 먹으라 할 셈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굳이 강요할 필요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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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이트롤 하나를 소중하게 아껴먹고 있는 사신의 앞에, 무수히 많은 양의 화이트롤을 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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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이 이걸 얼마나 먹을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인벤토리에는 수만 개나 되는 화이트롤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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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환 효율이 좀 낮더라도, 부족함 없이 공급할 수 있으리라. 게다가 사신은 이 녀석 하나만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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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찐따 사신이 화이트롤을 먹게 두고, 다른 고분고분한 사신들을 데려와 똑같이 화이트롤을 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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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그런 수상한 식품을 먹으란다고 고분고분 받아먹을 줄 알았나? 정답이다……으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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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치스러운 음식을 먹인다는 건……최후의 만찬이라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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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 뮤턴트 녀석! 이 화이트롤이라는 음식은 대체 뭐냐! 몸이 달아오르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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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개성이 넘치는 사신들은 처음에는 조금씩 다르게 반응했지만, 일단 화이트롤을 먹은 후의 반응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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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웃기는 꼴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걸로 전자발경을 익히기 위한 준비는 확실히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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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다시 열어본 오픈 커뮤니티는 여전히 페스티벌에 대한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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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토너먼트 참가 의사를 밝힌 랭커들의 숫자도 꽤 늘어났고, 벌써 노점을 차릴 생각이 만만한 도전자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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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동안 요리를 계기로 친해진 생활 게시판의 도전자들이랑 가벼운 약속을 몇 개 잡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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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그 사람들이랑 뭘 하려는 건 아니고, 서로 얼굴이나 비추고 요리 이야기나 좀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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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노점을 차려서 뭐라도 팔아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근본적인 시스템의 한계로 애로사항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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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구역에서의 거래는 모두 대형 길드가 만들어낸 인프라 속에서 간접적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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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노점을 차린다고 해도, 장사가 아니라 금전이 오가지 않는 자원봉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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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애초에 토너먼트 일정이 어떻게 될 지 모르고, 노점을 차릴 시간 여유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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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커뮤니티를 한 번 살펴보고- 이번 퀘스트에 대한 정보글을 가볍게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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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현재 진행 중인 [그레이 캐슬의 갱단들] 퀘스트는 다른 서버에서도 진행할 수 있는 퀘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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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갱단을 통합해야 한다는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하기가 매우 힘들어, 아무도 여기까지 진행하지 못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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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서진혁#2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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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3층 갱단 통합 퀘스트 진행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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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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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깨진 않았는데 목표는 다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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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깨고나면 흑막 관련 정보 포함해서 한번 더 공략글 쓰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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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갱단 통합 부분부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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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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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신은 물리뎀으로는 걍 못잡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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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잡으려면 잡을것같은데 마법으로 잡는게 훨씬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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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근데 니는 전붕이면서 어케잡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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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클론은 총 몇마리임?? 다똑같이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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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내가 잡은건 스물정도 됨, 생긴건 다똑같은데 성격이랑 스타일은 다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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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론부대 ㅈㄴ이쁘네 ㅋㅋㅋ이새끼는 뭐 맨날 미소녀만만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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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ㄹㅇ 진혁이 특검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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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쾌감을 느껴본적없는 클론눈나부대는 좀 야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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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장문으로 쓴 정보글이건만, 커뮤니티 망령들은 퀘스트가 아니라 스크린샷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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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화이트롤을 입안 가득 채워넣고 눈을 휘둥그렇게 뜬 사신의 모습은, 확실히 눈에 띄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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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죄다 똑같이 생기기도 했고, 몸매가 너무 평탄한 탓에 다크엘프와 비교하자면 민망한 수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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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기, 충전 다 됐어요. 이제 전격장을 쓰면 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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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뮤니티를 닫고, 충전을 마친 사신들을 불러 다시금 전격장을 차례대로 맞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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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확실하게 감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계속 반복하다 보면- 분명 재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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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얘네들, 화이트롤 엄청 잘 먹네. 물리지는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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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하나에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안쓰러울 지경인데, 다른 것도 한번 먹여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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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에 마력을 그러모으고, 손상된 회로의 사이사이로 마력을 흘려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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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마력을 끈처럼 만들어, 끊어진 회로 사이를 통과할 때 손실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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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 마력의 형상이 오른손 위로 나타났다. 넘실거리는 마력의 발현은 아직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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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는 [라이트닝 차지]를 활성화하며 심장 부근의 주요 회로를 더 강하게 활성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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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혈액을 펌프질하듯, 전기 속성을 띠게 된 마력을 천천히 손끝으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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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경은 사이보그의 전신에 장착된 프레임과 모드를 일종의 길로 활용하면서 발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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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회로를 따르지 않고, 간접적으로 전기가 통할 수 있는 다른 기관을 통해 힘을 인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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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마력회로가 아닌 내 뼈와 혈관을 이용해- 천천히 힘을 인도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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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5분가량이 지났을 때, 이변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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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에서 넘실거리던 마력이 마침내 심장에서 출발한 마력과 이어져, 전기의 성질을 띠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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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스킬의 힘을 이용하지 않고, 순수한 조작만으로 [라이트닝 차지]를 체외로 방출해 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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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다, 그걸 상대방의 체내에 흘려 넣으며 회로를 파괴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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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고 있던 사신 4호가 그렇게 말했지만, 이 흐름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이 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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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파직거리는 전격은 허공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전격장의 시전은 실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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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이 정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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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전격장을 맞아가며 기술을 연습한지 벌써 2주째, 나는 전자발경의 묘리를 깨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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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전격을 상대에게 흘려넣는 것까지는 불가능하지만, 그 직전 단계까지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게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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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격을 발현하기까지 5분씩이나 걸리는지라, 실전에서는 전혀 쓸만한 게 못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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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손상된 마력회로의 사용법이라는 실마리는 분명하게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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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아, 방금 그건 성공으로 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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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면 잘 된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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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뭐어, 우수하다고 생각하는데,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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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격장을 성공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던 사신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그렇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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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들이 이러는 이유는 단순하다. 오늘 전격장의 성과가 나온다면, 아주 호화롭게 먹여주기로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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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의 성과는 전자발경의 기초 습득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마침내 이십여 명의 사신 전원을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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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고분고분한 녀석들에게 화이트롤을 먹이는 걸로 시작해서, 나중에 아예 요리를 시작한 게 제대로 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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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세계에서는 어마어마하게 귀하다는 ‘오가닉’ 재료를 사용한 요리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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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큭 죽여라’를 말하던 1호 사신도 얄짤없이 내 요리의 포로가 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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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번 건 성공으로 치자. 먹고 싶은 거 하나씩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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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져준다는 기색으로 그렇게 말하자, 사신들은 저마다 손을 들며 좋아하는 음식을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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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스튜, 치즈 돈가스, 탕수육, 짬뽕, 갈비찜……하여튼 입맛들도 하나같이 개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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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메뉴 통일은 죽어도 안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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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히 헛웃음을 흘리며, 나노머신으로 만든 식칼을 들고 간이 주방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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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침을 질질 흘리며 기대하고 있는 사신들의 사진을 찍어, 오픈 커뮤니티에 업로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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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밥탐 기다리는 사신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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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신들의 먹방과 일상 사진은 커뮤니티에서 무척 유명해져 있었다. 곧 댓글이 주르륵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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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ㅅㄲ는 대체 싸펑세계관에서 뭘ㄹ하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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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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