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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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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이버펑크의 요리사

사실 화이트롤은 매우 맛있는 축에 속하는 간식거리다.

포근한 카스테라 가루를 묻힌 부드럽고 달달한 크림빵이 맛이 없을 수가 있나.

나도 처음에 먹을 때는 무척 좋아했었고, 내가 화이트롤을 나눠준 NPC들도 대부분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 나도 화이트롤이 맛있는 간식이라는 건 안다. 물릴 대로 물렸지만, 머리로는 분명히 알고 있다.

“이, 이게 대체 뭐죠……믿을 수 없어요, 이게 정말로 합법이라고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까지 오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나는 식품을 섭취해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신의 말을 듣고, 곧바로 화이트롤을 꺼냈다.

고열량, 고지방, 고당류- 달콤한 크림을 가득 채운 화이트롤은 이들이 말하는 연료의 조건에 완벽히 들어맞았으니까.

“심장이 쿵쾅거리고, 눈이 빙빙 도는 것 같아요……하지만 데이터 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그리고 나온 게 저 반응이다. 사신은 화이트롤을 먹자마자 말도 안 된다며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알겠어요, 강한 중독성을 가진 신종 전자 마약이군요! 그게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어요!”

“아니거든?”

“아, 아닌가요? 그렇지만 이 식품은, 너무……모르겠어요, 이건, 그래요, 그거에요, 맛있어요!”

사신은 내 음식을 처음 먹었을 때의 에인보다도 더 격렬하게 반응했다. 마치 단것을 처음 먹어보는 사람처럼.

그리고 말하는 투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진짜 처음 먹어보는 것 같았다. 애초에 음식을 제대로 먹은 적이나 있었을까?

태어난 장소는 세포를 배양하는 시험관이었고, 가진 지식은 모두 학습장치로 주입받은 것이라 했던가.

평생을 암살 병기로 살아왔을 처지를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이상한 반응은 아닐지도 모른다.

“지식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세상에 이런 감각을 주는 물건이 있었다니……믿을 수 없어요.”

에너지 충전을 위해 악으로 깡으로 먹으라 할 셈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굳이 강요할 필요도 없겠다.

나는 화이트롤 하나를 소중하게 아껴먹고 있는 사신의 앞에, 무수히 많은 양의 화이트롤을 쌓아주었다.

사신이 이걸 얼마나 먹을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인벤토리에는 수만 개나 되는 화이트롤이 들어 있다.

에너지 전환 효율이 좀 낮더라도, 부족함 없이 공급할 수 있으리라. 게다가 사신은 이 녀석 하나만이 아니니까.

나는 찐따 사신이 화이트롤을 먹게 두고, 다른 고분고분한 사신들을 데려와 똑같이 화이트롤을 먹였다.

“흥, 그런 수상한 식품을 먹으란다고 고분고분 받아먹을 줄 알았나? 정답이다……으읏?!”

“이런 사치스러운 음식을 먹인다는 건……최후의 만찬이라는 거구나!”

“이, 이 뮤턴트 녀석! 이 화이트롤이라는 음식은 대체 뭐냐! 몸이 달아오르고 있잖아!”

여전히 개성이 넘치는 사신들은 처음에는 조금씩 다르게 반응했지만, 일단 화이트롤을 먹은 후의 반응은 비슷했다.

좀 웃기는 꼴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걸로 전자발경을 익히기 위한 준비는 확실히 마쳤다.

**

한편, 다시 열어본 오픈 커뮤니티는 여전히 페스티벌에 대한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그 사이에 토너먼트 참가 의사를 밝힌 랭커들의 숫자도 꽤 늘어났고, 벌써 노점을 차릴 생각이 만만한 도전자들도 있었다.

나도 그동안 요리를 계기로 친해진 생활 게시판의 도전자들이랑 가벼운 약속을 몇 개 잡아두었다.

딱히 그 사람들이랑 뭘 하려는 건 아니고, 서로 얼굴이나 비추고 요리 이야기나 좀 하려고.

음식 노점을 차려서 뭐라도 팔아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근본적인 시스템의 한계로 애로사항이 너무 많다.

페스티벌 구역에서의 거래는 모두 대형 길드가 만들어낸 인프라 속에서 간접적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설령 노점을 차린다고 해도, 장사가 아니라 금전이 오가지 않는 자원봉사가 될 것이다.

뭐, 애초에 토너먼트 일정이 어떻게 될 지 모르고, 노점을 차릴 시간 여유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아무튼, 그렇게 커뮤니티를 한 번 살펴보고- 이번 퀘스트에 대한 정보글을 가볍게 작성했다.

내가 현재 진행 중인 [그레이 캐슬의 갱단들] 퀘스트는 다른 서버에서도 진행할 수 있는 퀘스트다.

모든 갱단을 통합해야 한다는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하기가 매우 힘들어, 아무도 여기까지 진행하지 못했을 뿐.

[작성자 : 서진혁#2661]

[제목 : 23층 갱단 통합 퀘스트 진행중임]

(사진)

아직 깨진 않았는데 목표는 다 오픈했다

다 깨고나면 흑막 관련 정보 포함해서 한번 더 공략글 쓰겠음

일단 갱단 통합 부분부터인데……

.

.

.

  • 정보추

  • 사신은 물리뎀으로는 걍 못잡는거임?

  • ㄴ 잡으려면 잡을것같은데 마법으로 잡는게 훨씬편함

  • ㄴ 근데 니는 전붕이면서 어케잡았냐

  • 저 클론은 총 몇마리임?? 다똑같이생김?

  • ㄴ 내가 잡은건 스물정도 됨, 생긴건 다똑같은데 성격이랑 스타일은 다 다름

  • 클론부대 ㅈㄴ이쁘네 ㅋㅋㅋ이새끼는 뭐 맨날 미소녀만만나노

  • ㄴ ㄹㅇ 진혁이 특검해야함

  • 쾌감을 느껴본적없는 클론눈나부대는 좀 야하네요

오랜만에 장문으로 쓴 정보글이건만, 커뮤니티 망령들은 퀘스트가 아니라 스크린샷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뭐, 화이트롤을 입안 가득 채워넣고 눈을 휘둥그렇게 뜬 사신의 모습은, 확실히 눈에 띄긴 한다.

물론 죄다 똑같이 생기기도 했고, 몸매가 너무 평탄한 탓에 다크엘프와 비교하자면 민망한 수준이지만.

“저, 저기, 충전 다 됐어요. 이제 전격장을 쓰면 되는 건가요……?”

나는 커뮤니티를 닫고, 충전을 마친 사신들을 불러 다시금 전격장을 차례대로 맞아 보았다.

아직 확실하게 감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계속 반복하다 보면- 분명 재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나저나 얘네들, 화이트롤 엄청 잘 먹네. 물리지는 않나.

저거 하나에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안쓰러울 지경인데, 다른 것도 한번 먹여 볼까?

**

오른손에 마력을 그러모으고, 손상된 회로의 사이사이로 마력을 흘려넣는다.

중요한 것은 마력을 끈처럼 만들어, 끊어진 회로 사이를 통과할 때 손실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곧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 마력의 형상이 오른손 위로 나타났다. 넘실거리는 마력의 발현은 아직 불안하다.

여기서, 나는 [라이트닝 차지]를 활성화하며 심장 부근의 주요 회로를 더 강하게 활성화했다.

마치 혈액을 펌프질하듯, 전기 속성을 띠게 된 마력을 천천히 손끝으로 인도한다.

전자발경은 사이보그의 전신에 장착된 프레임과 모드를 일종의 길로 활용하면서 발동된다.

정해진 회로를 따르지 않고, 간접적으로 전기가 통할 수 있는 다른 기관을 통해 힘을 인도하는 것이다.

나도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마력회로가 아닌 내 뼈와 혈관을 이용해- 천천히 힘을 인도하는 거다.

그렇게 5분가량이 지났을 때, 이변이 발생했다.

손 안에서 넘실거리던 마력이 마침내 심장에서 출발한 마력과 이어져, 전기의 성질을 띠기 시작한 것이다.

[대전] 스킬의 힘을 이용하지 않고, 순수한 조작만으로 [라이트닝 차지]를 체외로 방출해 낸 거다.

“그거다, 그걸 상대방의 체내에 흘려 넣으며 회로를 파괴하는 거다!”

지켜보고 있던 사신 4호가 그렇게 말했지만, 이 흐름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이 한계였다.

결국 파직거리는 전격은 허공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전격장의 시전은 실패한 것이다.

“아직은 이 정도인가.”

몸으로 전격장을 맞아가며 기술을 연습한지 벌써 2주째, 나는 전자발경의 묘리를 깨우쳤다.

아직 전격을 상대에게 흘려넣는 것까지는 불가능하지만, 그 직전 단계까지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게 된 거다.

물론 전격을 발현하기까지 5분씩이나 걸리는지라, 실전에서는 전혀 쓸만한 게 못 되지만.

그래도 손상된 마력회로의 사용법이라는 실마리는 분명하게 잡은 셈이다.

“야아, 방금 그건 성공으로 치는 거야?”

“그 정도면 잘 된 거 아닌가요?”

“나는, 뭐어, 우수하다고 생각하는데, 으응.”

내가 전격장을 성공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던 사신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그렇게 물었다.

이 녀석들이 이러는 이유는 단순하다. 오늘 전격장의 성과가 나온다면, 아주 호화롭게 먹여주기로 했거든.

2주간의 성과는 전자발경의 기초 습득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마침내 이십여 명의 사신 전원을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

처음에는 고분고분한 녀석들에게 화이트롤을 먹이는 걸로 시작해서, 나중에 아예 요리를 시작한 게 제대로 먹혔다.

사이버펑크 세계에서는 어마어마하게 귀하다는 ‘오가닉’ 재료를 사용한 요리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지.

매일같이 ‘큭 죽여라’를 말하던 1호 사신도 얄짤없이 내 요리의 포로가 된 상태다.

“그래, 이번 건 성공으로 치자. 먹고 싶은 거 하나씩 말해.”

내가 져준다는 기색으로 그렇게 말하자, 사신들은 저마다 손을 들며 좋아하는 음식을 말하기 시작했다.

크림스튜, 치즈 돈가스, 탕수육, 짬뽕, 갈비찜……하여튼 입맛들도 하나같이 개성적이다.

“어휴, 메뉴 통일은 죽어도 안 되네.”

나는 괜히 헛웃음을 흘리며, 나노머신으로 만든 식칼을 들고 간이 주방에 섰다.

그리고 침을 질질 흘리며 기대하고 있는 사신들의 사진을 찍어, 오픈 커뮤니티에 업로드했다.

[오늘자 밥탐 기다리는 사신들.jpg]

이미 사신들의 먹방과 일상 사진은 커뮤니티에서 무척 유명해져 있었다. 곧 댓글이 주르륵 달렸다.

  • 이ㅅㄲ는 대체 싸펑세계관에서 뭘ㄹ하는거임??

그러게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