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5 lines
10 KiB
Markdown
205 lines
10 KiB
Markdown
|
|
185. 심문
|
|
|
|
피하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을 공격이지만, 그냥 맞아주었다.
|
|
|
|
이유는 단순하다. 어차피 23층 NPC의 공격이 나한테 제대로 먹혀들 리가 없으니까.
|
|
|
|
물론 그냥 안이하게 군 건 아니다. 당연히 때맞춰 [철벽]과 [혼신]을 비롯한 내구력 강화 스킬을 사용했다.
|
|
|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깊숙이 찌르고 들어오는 정체불명의 충격- 내장이 죄다 뒤집히는 감각.
|
|
|
|
“끄윽.”
|
|
|
|
단순한 감전이랑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의지를 가진 전격이 내장을 헤집으며 고루고루 지져놓는 것 같다.
|
|
|
|
뭔가 이상하다. 위력이 비정상적으로 강하다. 이건 절대 23층의 NPC가 구사할 수 있는 위력이 아니다.
|
|
|
|
방어력을 무시하고 들어오는 데미지 판정인가. 아니, 그렇다 해도 지나치게 강력하다.
|
|
|
|
“이런 씨발.”
|
|
|
|
-타닥!
|
|
|
|
사신의 본체는 데미지를 받은 내가 잠시 멈춘 틈을 타, 멱살을 잡은 손을 풀고 뒤로 물러났다.
|
|
|
|
나노머신으로 동작하는 다른 ‘사신’보다 훨씬 잽싼 몸놀림. 놈은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
|
|
|
파직거리는 전기가 놈의 손바닥에서 맴돌고 있다. 어쩐지 조금 당황한 듯한 눈치다. 왜지.
|
|
|
|
아니, 이유야 뭐가 됐건 아무래도 좋다. 지금은 저 새끼가 방금 사용한 공격의 정체가 가장 궁금하다.
|
|
|
|
“야, 방금 그거 뭐냐. 신기하네.”
|
|
|
|
속이 진탕이 되며 올라온 피를 대충 뱉어내고, [용암석 망치]를 굳게 부여잡은 채 물었다.
|
|
|
|
하지만 사신은 답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여전히 전격이 맴돌고 있는 손으로 검을 다시 집어들 뿐이었다.
|
|
|
|
처음에는 나노로봇에게 말을 건 거였으니까,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던 것도 이해하지만.
|
|
|
|
분명히 안에 인간이 들어있는 이 새끼는 왜 말을 씹는지 모르겠네. 사람이 물었으면 대답을 해야지.
|
|
|
|
-타닥!
|
|
|
|
그 때였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 같았던 사신은 그대로 발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
|
|
|
그리고 동시에 아직 파괴되지 않은 여러 대의 나노로봇들이 나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어 왔다.
|
|
|
|
시간을 끌 셈인가. 하지만 이놈들은 이제 나한테 아무런 방해도 되지 못한다.
|
|
|
|
-쿠르릉!
|
|
|
|
마력강화를 발동하자 몸에 깃드는 마력의 폭풍, 그것에 [라이트닝 차지]를 더한다.
|
|
|
|
이것으로 내 주변에는 전격의 격류가 발생하며, 이런 계열의 공격에 취약한 나노로봇은 내게 접근할 수 없다.
|
|
|
|
마력강화를 통해 끌어올린 신체능력에 더해 [신속]과 [혼신] 및 [도약]까지 사용해 단번에 걸음을 내딛는다.
|
|
|
|
-콰광!
|
|
|
|
다시 한번 아지트 건물이 우르르 무너지며, 덤벼들던 나노로봇들이 흙먼지와 함께 흩어진다.
|
|
|
|
전력의 도약으로 1초도 되지 않아 사신을 따라잡은 나는, 그대로 놈의 뒤통수를 붙잡고 집어던져 버렸다.
|
|
|
|
거대한 균열과 함께 어딘지 모를 낡은 건물에 처박힌 사신. 적당한 위력으로 날렸지만, 꽤 제대로 데미지가 들어간 모양이다.
|
|
|
|
사신은 비척거리며 일어섰다. 이어서, 검은 바디슈트와 함께 놈의 모습을 가리고 있던 헬멧이 빠직거리며 부서졌다.
|
|
|
|
검은 헬멧이 부서지고 드러난 얼굴은, 갈색 머리칼과 갈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뭐야, 이거 여자였네?
|
|
|
|
체형 때문에 당연히 남자일 거로 생각했는데……하긴, 사이버펑크 세계니까 이상할 것도 없나.
|
|
|
|
아니지, 애초에 얼굴이 저렇다고 무조건 여자라는 보장도 없잖아.
|
|
|
|
꼬마 에인처럼 좀 예쁘장한 남자일 수도 있으니까.
|
|
|
|
“괴물…자식…!”
|
|
|
|
뭐, 여자건 남자건 알 바 아니지만.
|
|
|
|
**
|
|
|
|
벽에 처박혔을 때의 충격 탓인지, 사신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
|
|
|
하지만 전의는 여전한지, 나노머신으로 만든 검을 힘차게 꼬나쥐고 나를 향해 달려든다.
|
|
|
|
나는 쓸모를 다한 [용암석 망치]와 방패를 집어넣고, 가볍게 마력을 두른 채로 맨손으로 싸움에 임했다.
|
|
|
|
급소를 정확하게 노려오는 검을 손등으로 쳐내고, 그대로 한 발 깊이 파고들어 명치에 주먹을 날린다.
|
|
|
|
-빠직!
|
|
|
|
“허억……!”
|
|
|
|
바디슈트의 가슴팍 부분에 균열이 일어나며, 사신은 깊이 헛숨을 들이켰다. 상대도 안 되는구만.
|
|
|
|
전격장이라고 했던가, 조금 전의 강력한 공격은 대체 뭐였던 거지. 도저히 같은 적의 공격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데.
|
|
|
|
명치에 한 방 먹여준 후, 잠시 회복할 시간을 주었다. 사신은 다시금 나노머신 검을 휘두르며 덤벼왔다.
|
|
|
|
물론 이번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검술 자체는 꽤 괜찮지만, 단순히 순발력으로 나를 따라잡지 못한다.
|
|
|
|
-빠각!
|
|
|
|
한번 더 명치에 일격을 먹여주고, 나노머신으로 이루어진 검을 빼앗아 부러트려 버렸다.
|
|
|
|
부러트린 검 조각은 그대로 [라이트닝 차지]와 [대전]으로 바싹 튀겨서 잿더미로 만들었다.
|
|
|
|
이제 무기를 잃었으니, 덤비려면 맨손으로- 조금 전처럼 전격장이라는 기술을 써서 덤벼야 할 거다.
|
|
|
|
한 발 앞으로 다가서자, 사신은 새된 기합 소리를 내지르며 다시금 달려들었다.
|
|
|
|
오른손에는 약한 전격이 휘감겨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약하게 [사고 가속]을 발동했다.
|
|
|
|
느릿하게 흘러가는 세계 속에서, 내게 달려들어 손바닥을 내지르는 사신의 모습을 천천히 관측한다.
|
|
|
|
그 손바닥에 내 가슴팍에 닿고, 사신의 입이 ‘전격장’이라는 말을 내뱉으며.
|
|
|
|
마지막으로, 찌르는 듯한 전격이 내 몸을 파고들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모두 세세히 뜯어본다.
|
|
|
|
-파지직!
|
|
|
|
하지만 [사고 가속]이 끝남과 동시에 닥친 충격은 처음과는 너무나 달랐다.
|
|
|
|
방어를 무시하고 안쪽까지 파고드는 듯한 감각 자체는 여전하다. 하지만 뭔가, 결정적인 부분이 다르다.
|
|
|
|
발산되는 전격의 세기, 흘러들어오는 힘의 감촉- 전반적인 위력이 조금 전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 약했다.
|
|
|
|
공격을 맞고도 끄떡하지 않는 나를 바라보며, 사신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듯이.
|
|
|
|
나는 실망스러움을 감추며, 그대로 사신의 복부를 몇 차례 가격해 기절시켰다.
|
|
|
|
“뭐였던 건데.”
|
|
|
|
사신으로부터 살아남으라는 타이머는 아직도 40시간 이상이 남아 있는 채였다.
|
|
|
|
**
|
|
|
|
아이언피스트 갱단의 아지트는 사신과의 전투 여파로 반파되고 말았다.
|
|
|
|
조직원들도 전 보스였던 렉스의 처참한 죽음에 통곡하느라 바빴기에, 나는 사신을 다른 갱단의 아지트로 옮겼다.
|
|
|
|
갱단원들로부터 적당한 구속구를 빌려 사신의 몸을 꽁꽁 싸맸고, 적당한 속박 마법도 하나 걸어두었다.
|
|
|
|
청색 마탑주에게서 받은 마법서에 적힌 기본 속박 마법이지만, 마법이 없는 이쪽 세계 사람들에겐 잘 통할 거다.
|
|
|
|
아마도.
|
|
|
|
사실 자신은 없다. [천의 마술]의 힘을 빌려 어찌저찌 시전하긴 했는데, 솔직히 잘 된 건지도 모르겠다.
|
|
|
|
아무튼 그렇게 구속한 사신 앞에 의자를 꺼내 앉고, 녀석이 정신을 차리기까지 잠깐 기다렸다.
|
|
|
|
곧, 사신이 눈을 떴다.
|
|
|
|
녀석은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구속구를 발견하곤 잠시 몸부림치더니, 살기를 담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
|
|
|
손에 검이라도 있었으면 당장 찔러올 기세다. 물론, 입고 있던 나노슈트를 포함해 모든 무장은 미리 해제해 둔 상태다.
|
|
|
|
슈트가 아니더라도, 몸에 이식된 전투용 모드나 프레임이 잔뜩 있을 테지만- 어차피 나한테는 안 통할 거고.
|
|
|
|
“딱 맞춰 일어났네. 5분만 더 늦었으면 두들겨서 깨우려고 했거든, 내가 너한테 궁금한 게 좀 많아서.”
|
|
|
|
그렇게 말하자, 사신은 입술을 몇 차례 질끈 깨물더니,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
|
|
“큭…죽여라…”
|
|
|
|
이야, 무슨 오크나 고블린한테 납치된 여기사가 뱉을만한 대사를 그대로 하네.
|
|
|
|
이제 내가 이 녀석을 갱단원들한테 마음대로 하라고 던져주면 능욕물 한 편 뚝딱이겠군.
|
|
|
|
물론 나는 그런 취미도 없고, NPC를 그렇게 다뤘다가는 퀘스트 진행이 막히기 십상이다.
|
|
|
|
“죽이긴 뭘 죽여. 내가 궁금한 게 많다니까. 대답만 잘하면 살려줄 수도 있어.”
|
|
|
|
그렇게 말하자, 사신은 이를 악물고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
|
|
|
“네 질문에 대답할 이유 따윈 없다. 고문 따위로 입을 열 수 있을 거라 착각하지 마라.”
|
|
|
|
결연한 말투와 표정도 그렇고, 단단히 각오한 눈빛이었다. 확실히 쉽게 입을 열 것 같지는 않았다.
|
|
|
|
“이 몸을 얼마나 더럽혀도, 어떤 수치와 굴욕을 주더라도, 내게서는 아무것도 얻어갈 수 없을 거다……!”
|
|
|
|
그런데 음, 아까도 했던 말이지만 진짜 무슨 고블린한테 잡혀 온 여기사 같은 소리를 하네.
|
|
|
|
“쓰레기장의 더러운 시궁쥐와 괴물 뮤턴트 따위에게, 나는 결코 굴하지 않는다!”
|
|
|
|
싸울 때는 한마디도 안 하더니, 이런 상황이 되니까 말이 무척 많아지는 사신.
|
|
|
|
이 정도면 사실 그냥 쫄아있는게 아닐까. 딱 보니 이미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상상을 끝낸 모양인데.
|
|
|
|
나는 잠시 고민하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사신에게 살아남으라는 목표는 아직 변하지 않은 상태.
|
|
|
|
사신을 완전히 제압한 이 상황에서도 목표가 변하지 않는 걸 보면……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다.
|
|
|
|
“그러던가.”
|
|
|
|
나는 결론을 내린 후, 아무것도 묻지 않고 가만히 의자에 앉아 마법 하나를 시전했다.
|
|
|
|
그로부터 십여 분 뒤, 고문을 당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사신이 되려 고개를 갸웃거릴 때쯤.
|
|
|
|
직감이 날카롭게 경고를 발하며, 설치해 둔 마법이 허공을 향해 불을 뿜었다.
|
|
|
|
“그럴 줄 알았지.”
|
|
|
|
또 한 명의 사신이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