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0 KiB
- 심문
피하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을 공격이지만, 그냥 맞아주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어차피 23층 NPC의 공격이 나한테 제대로 먹혀들 리가 없으니까.
물론 그냥 안이하게 군 건 아니다. 당연히 때맞춰 [철벽]과 [혼신]을 비롯한 내구력 강화 스킬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깊숙이 찌르고 들어오는 정체불명의 충격- 내장이 죄다 뒤집히는 감각.
“끄윽.”
단순한 감전이랑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의지를 가진 전격이 내장을 헤집으며 고루고루 지져놓는 것 같다.
뭔가 이상하다. 위력이 비정상적으로 강하다. 이건 절대 23층의 NPC가 구사할 수 있는 위력이 아니다.
방어력을 무시하고 들어오는 데미지 판정인가. 아니, 그렇다 해도 지나치게 강력하다.
“이런 씨발.”
-타닥!
사신의 본체는 데미지를 받은 내가 잠시 멈춘 틈을 타, 멱살을 잡은 손을 풀고 뒤로 물러났다.
나노머신으로 동작하는 다른 ‘사신’보다 훨씬 잽싼 몸놀림. 놈은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파직거리는 전기가 놈의 손바닥에서 맴돌고 있다. 어쩐지 조금 당황한 듯한 눈치다. 왜지.
아니, 이유야 뭐가 됐건 아무래도 좋다. 지금은 저 새끼가 방금 사용한 공격의 정체가 가장 궁금하다.
“야, 방금 그거 뭐냐. 신기하네.”
속이 진탕이 되며 올라온 피를 대충 뱉어내고, [용암석 망치]를 굳게 부여잡은 채 물었다.
하지만 사신은 답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여전히 전격이 맴돌고 있는 손으로 검을 다시 집어들 뿐이었다.
처음에는 나노로봇에게 말을 건 거였으니까,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던 것도 이해하지만.
분명히 안에 인간이 들어있는 이 새끼는 왜 말을 씹는지 모르겠네. 사람이 물었으면 대답을 해야지.
-타닥!
그 때였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 같았던 사신은 그대로 발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아직 파괴되지 않은 여러 대의 나노로봇들이 나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어 왔다.
시간을 끌 셈인가. 하지만 이놈들은 이제 나한테 아무런 방해도 되지 못한다.
-쿠르릉!
마력강화를 발동하자 몸에 깃드는 마력의 폭풍, 그것에 [라이트닝 차지]를 더한다.
이것으로 내 주변에는 전격의 격류가 발생하며, 이런 계열의 공격에 취약한 나노로봇은 내게 접근할 수 없다.
마력강화를 통해 끌어올린 신체능력에 더해 [신속]과 [혼신] 및 [도약]까지 사용해 단번에 걸음을 내딛는다.
-콰광!
다시 한번 아지트 건물이 우르르 무너지며, 덤벼들던 나노로봇들이 흙먼지와 함께 흩어진다.
전력의 도약으로 1초도 되지 않아 사신을 따라잡은 나는, 그대로 놈의 뒤통수를 붙잡고 집어던져 버렸다.
거대한 균열과 함께 어딘지 모를 낡은 건물에 처박힌 사신. 적당한 위력으로 날렸지만, 꽤 제대로 데미지가 들어간 모양이다.
사신은 비척거리며 일어섰다. 이어서, 검은 바디슈트와 함께 놈의 모습을 가리고 있던 헬멧이 빠직거리며 부서졌다.
검은 헬멧이 부서지고 드러난 얼굴은, 갈색 머리칼과 갈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뭐야, 이거 여자였네?
체형 때문에 당연히 남자일 거로 생각했는데……하긴, 사이버펑크 세계니까 이상할 것도 없나.
아니지, 애초에 얼굴이 저렇다고 무조건 여자라는 보장도 없잖아.
꼬마 에인처럼 좀 예쁘장한 남자일 수도 있으니까.
“괴물…자식…!”
뭐, 여자건 남자건 알 바 아니지만.
**
벽에 처박혔을 때의 충격 탓인지, 사신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하지만 전의는 여전한지, 나노머신으로 만든 검을 힘차게 꼬나쥐고 나를 향해 달려든다.
나는 쓸모를 다한 [용암석 망치]와 방패를 집어넣고, 가볍게 마력을 두른 채로 맨손으로 싸움에 임했다.
급소를 정확하게 노려오는 검을 손등으로 쳐내고, 그대로 한 발 깊이 파고들어 명치에 주먹을 날린다.
-빠직!
“허억……!”
바디슈트의 가슴팍 부분에 균열이 일어나며, 사신은 깊이 헛숨을 들이켰다. 상대도 안 되는구만.
전격장이라고 했던가, 조금 전의 강력한 공격은 대체 뭐였던 거지. 도저히 같은 적의 공격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데.
명치에 한 방 먹여준 후, 잠시 회복할 시간을 주었다. 사신은 다시금 나노머신 검을 휘두르며 덤벼왔다.
물론 이번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검술 자체는 꽤 괜찮지만, 단순히 순발력으로 나를 따라잡지 못한다.
-빠각!
한번 더 명치에 일격을 먹여주고, 나노머신으로 이루어진 검을 빼앗아 부러트려 버렸다.
부러트린 검 조각은 그대로 [라이트닝 차지]와 [대전]으로 바싹 튀겨서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제 무기를 잃었으니, 덤비려면 맨손으로- 조금 전처럼 전격장이라는 기술을 써서 덤벼야 할 거다.
한 발 앞으로 다가서자, 사신은 새된 기합 소리를 내지르며 다시금 달려들었다.
오른손에는 약한 전격이 휘감겨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약하게 [사고 가속]을 발동했다.
느릿하게 흘러가는 세계 속에서, 내게 달려들어 손바닥을 내지르는 사신의 모습을 천천히 관측한다.
그 손바닥에 내 가슴팍에 닿고, 사신의 입이 ‘전격장’이라는 말을 내뱉으며.
마지막으로, 찌르는 듯한 전격이 내 몸을 파고들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모두 세세히 뜯어본다.
-파지직!
하지만 [사고 가속]이 끝남과 동시에 닥친 충격은 처음과는 너무나 달랐다.
방어를 무시하고 안쪽까지 파고드는 듯한 감각 자체는 여전하다. 하지만 뭔가, 결정적인 부분이 다르다.
발산되는 전격의 세기, 흘러들어오는 힘의 감촉- 전반적인 위력이 조금 전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 약했다.
공격을 맞고도 끄떡하지 않는 나를 바라보며, 사신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듯이.
나는 실망스러움을 감추며, 그대로 사신의 복부를 몇 차례 가격해 기절시켰다.
“뭐였던 건데.”
사신으로부터 살아남으라는 타이머는 아직도 40시간 이상이 남아 있는 채였다.
**
아이언피스트 갱단의 아지트는 사신과의 전투 여파로 반파되고 말았다.
조직원들도 전 보스였던 렉스의 처참한 죽음에 통곡하느라 바빴기에, 나는 사신을 다른 갱단의 아지트로 옮겼다.
갱단원들로부터 적당한 구속구를 빌려 사신의 몸을 꽁꽁 싸맸고, 적당한 속박 마법도 하나 걸어두었다.
청색 마탑주에게서 받은 마법서에 적힌 기본 속박 마법이지만, 마법이 없는 이쪽 세계 사람들에겐 잘 통할 거다.
아마도.
사실 자신은 없다. [천의 마술]의 힘을 빌려 어찌저찌 시전하긴 했는데, 솔직히 잘 된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구속한 사신 앞에 의자를 꺼내 앉고, 녀석이 정신을 차리기까지 잠깐 기다렸다.
곧, 사신이 눈을 떴다.
녀석은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구속구를 발견하곤 잠시 몸부림치더니, 살기를 담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손에 검이라도 있었으면 당장 찔러올 기세다. 물론, 입고 있던 나노슈트를 포함해 모든 무장은 미리 해제해 둔 상태다.
슈트가 아니더라도, 몸에 이식된 전투용 모드나 프레임이 잔뜩 있을 테지만- 어차피 나한테는 안 통할 거고.
“딱 맞춰 일어났네. 5분만 더 늦었으면 두들겨서 깨우려고 했거든, 내가 너한테 궁금한 게 좀 많아서.”
그렇게 말하자, 사신은 입술을 몇 차례 질끈 깨물더니,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큭…죽여라…”
이야, 무슨 오크나 고블린한테 납치된 여기사가 뱉을만한 대사를 그대로 하네.
이제 내가 이 녀석을 갱단원들한테 마음대로 하라고 던져주면 능욕물 한 편 뚝딱이겠군.
물론 나는 그런 취미도 없고, NPC를 그렇게 다뤘다가는 퀘스트 진행이 막히기 십상이다.
“죽이긴 뭘 죽여. 내가 궁금한 게 많다니까. 대답만 잘하면 살려줄 수도 있어.”
그렇게 말하자, 사신은 이를 악물고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네 질문에 대답할 이유 따윈 없다. 고문 따위로 입을 열 수 있을 거라 착각하지 마라.”
결연한 말투와 표정도 그렇고, 단단히 각오한 눈빛이었다. 확실히 쉽게 입을 열 것 같지는 않았다.
“이 몸을 얼마나 더럽혀도, 어떤 수치와 굴욕을 주더라도, 내게서는 아무것도 얻어갈 수 없을 거다……!”
그런데 음, 아까도 했던 말이지만 진짜 무슨 고블린한테 잡혀 온 여기사 같은 소리를 하네.
“쓰레기장의 더러운 시궁쥐와 괴물 뮤턴트 따위에게, 나는 결코 굴하지 않는다!”
싸울 때는 한마디도 안 하더니, 이런 상황이 되니까 말이 무척 많아지는 사신.
이 정도면 사실 그냥 쫄아있는게 아닐까. 딱 보니 이미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상상을 끝낸 모양인데.
나는 잠시 고민하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사신에게 살아남으라는 목표는 아직 변하지 않은 상태.
사신을 완전히 제압한 이 상황에서도 목표가 변하지 않는 걸 보면……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다.
“그러던가.”
나는 결론을 내린 후, 아무것도 묻지 않고 가만히 의자에 앉아 마법 하나를 시전했다.
그로부터 십여 분 뒤, 고문을 당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사신이 되려 고개를 갸웃거릴 때쯤.
직감이 날카롭게 경고를 발하며, 설치해 둔 마법이 허공을 향해 불을 뿜었다.
“그럴 줄 알았지.”
또 한 명의 사신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