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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질서와 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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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캐슬의 사신이 당신을 추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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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서 늑대 퀘스트를 받았을 때 나오던 것과 비슷한 알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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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을 통합하자마자 조금의 지체도 없이 갱신된 퀘스트 목표는 [제한시간 동안 사신에게서 살아남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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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밑으로는 48시간짜리 타이머가 표시되어 있었는데, 아직 시간이 흐르고 있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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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이라는게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갱단을 통합한 내 존재를 인식하고 추적을 개시하면 시작되는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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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대뜸 48시간 동안 ‘사신’의 추적으로부터 살아남으라니. 좀처럼 보기 힘든 방식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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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을 처치하라거나, 사신의 정체를 알아내라거나, 뭐 그런 목표가 생길 줄 알았는데. 왜 하필이면 생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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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엘리시온이라는 도시의 특정한 시스템 자체가 ‘사신’이라서, 애초에 쓰러트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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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단순히 23층 도전자의 실력과 스펙으로는 결코 쓰러트릴 수 없는, 어마어마하게 강한 상대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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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후자였으면 좋겠다. 나는 페스티벌 전에 실전 감각을 닦아두려고 여기에 온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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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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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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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살난 건물 잔해를 걷어차며 고민하던 중, 오픈 커뮤니티의 사운드 알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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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 참가 선언을 한 이후로 개인 쪽지가 너무 많이 와서, 어지간한 알람은 다 꺼두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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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창을 열어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니, 내가 설정해 둔 키워드 알림이 반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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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필독)페스티벌 토너먼트 관련 정보와 주의사항 안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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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해 보니, 시련의 탑 내부의 치안 유지를 담당하고 있는 대형 길드에서 올린 공지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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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지난 토너먼트 때 올라왔던 것과 거의 똑같았다. 시스템과는 별개로 대형 길드가 만든 자체적인 규칙들이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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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라고 할지라도 살인은 금지, 고의성이 없는 사고일지라도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 가장 강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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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겠지. 시스템의 기본 설정이 HP가 일정 수치 이하로 내려가면 승부가 난 것으로 판정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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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이 나오면 서로에게 자동으로 보호막이 씌워지고, 몇 초 후 자동으로 경기장 바깥으로 전송되는 방식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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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스템이 있는데도 상대방을 사고로 죽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되니까, 살인으로 보고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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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조치’라는 것은, 일반적인 법률이 기능할 수 없는 시련의 탑 환경에서는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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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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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신경도 안 쓰고 있던 사실이지만, 새삼 다른 서버도 무척 이상한 환경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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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무력을 가진 대형 길드끼리의 연합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낸 어설픈 규칙과 법률로 굴러가는 오묘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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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의 존재 탓에 그 규칙에는 당연히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논쟁과 논란거리도 없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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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당장 나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이야기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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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1서버에서 솔플러로 지내고 있는 나에게는 어떤 길드의 어떤 규칙도 강제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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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서버의 도전자가 모이는 페스티벌 맵이 아니고서야, 내게 간섭할 방법은 전무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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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실 페스티벌 맵에서도 마찬가지다. 길드 연합이 규칙을 강제할 수 있는 건 그들에게 무력이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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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는- 탑 안의 사회를 안전하게 유지하겠다며, 수년 이상을 탑에서 나가지 않고 있는 길드 간부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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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아올린 시간이 곧 힘이나 다름없는 세계이기에, 그들은 절대적인 규칙의 수호자로 존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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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혁 Lv.73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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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 1450/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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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 : 120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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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 : 126 (1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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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첩 : 121 (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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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구 : 128 (1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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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 : 121 (1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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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23층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이만한 스펙을 자랑하는 내가- 규칙을 깨부수려 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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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그들을 무력으로 앞설 수는 없겠지만, 여러 가지 편법을 사용한다면 혼란을 주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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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길드가 내게 조치를 취하기 전에, 잔뜩 깽판을 쳐 놓고 재빨리 2661서버로 귀환한다면 어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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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비단 내가 아니더라도- 어디선가 갑작스레 굉장한 힘을 가진 에픽 직업 전직자 같은 게 나타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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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서버에 그 사람보다 강한 도전자가 아무도 없다면, 별로 다를 것 없는 환경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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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역시 형님이십니다! 그레이 캐슬을 혼자서 점령하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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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모든 갱단을 무력으로 쓸어버린 나를 보고 굽실거리는 전직 모히칸 대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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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잡스러운 갱단 녀석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이 그레이 캐슬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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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압도적인 힘을 가진 내가 난입한 것만으로, 모든 질서와 구도는 박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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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길드가 업로드한 규칙 글의 댓글창에서는 다들 모범생처럼 알겠다고 말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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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대형 길드의 철저한 주의에, 평범한 도전자들은 안심된다고 떠들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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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볼일 다 봤으니까 이만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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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이 사이버펑크 세계의 뒷골목이나, 시련의 탑 사회나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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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느 쪽이건- 결국 나랑은 별 관계없는 것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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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캐슬 전역의 갱단을 깨부숴 놓은 뒤, 아이언피스트의 아지트로 돌아와 드러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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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오픈 커뮤니티를 열어, 23층 사이버펑크 세계에서 사두면 좋은 아이템 목록을 쭉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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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층은 극도로 발달한 기술 덕분에, 이곳에서 통용되는 화폐인 크레딧만 구할 수 있으면 가져가기 좋은 물건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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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는 칼로리 스틱은 아무래도 좋지만, 랭커들도 애용하는 특수 재질의 속옷에는 나도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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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어도 전혀 입은 것 같지 않다는 편안함뿐만이 아니라, 착용하는 것만으로 체중이 감소하는 신기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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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따위에 반중력 장치라도 달린 건지, 어떻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굉장히 인기가 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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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이야 적당히 삥을 뜯으면 얻을 수 있을 테니, 몇 개쯤 사서 올라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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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 00 :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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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퀘스트창에 붙어 있는 타이머는 아직도 움직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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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때문에 그레이 캐슬을 마냥 떠나기도 뭣해서, 가능하면 빨리 좀 와줬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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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사신’이 암살자 같은 거라면, 빈틈을 드러내면 그때 찾아오려나? 한번 실험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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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22층 보스를 깨고 얻은 [황금빛 양털]이 매우 편안하게 느껴지는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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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도 거의 밤인 것 같고, 딱 두 시간 정도만 눈을 붙여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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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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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털을 깐 소파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워, 적당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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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수면에도 상당히 익숙해져서, 이제 나는 정확히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잠을 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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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마력을 퍼트려 놓고, 약간의 긴장 상태만 유지하면, 누가 접근해도 바로 알아차리고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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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눈을 감고, 잠에 든 지 대략 한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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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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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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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 퍼트려놓은 마력이 무언가 움직임을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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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체내에 마력을 돌려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눈을 감은 상태 그대로 주변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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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몇 분이 지나도 따로 감지되는 것이 없었다. 기분 탓인가 싶어서 자는 척을 그만두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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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초감각]과 연동된 마력감지는 거의 모든 종류의 은신을 간파할 수 있지만, 여전히 반응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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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주 약간의 위화감-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직감에 의존하여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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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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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다,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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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 잡힌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냅다 땅바닥에 내리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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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과광, 큰 소리와 함께 바닥이 무너지고 아래 층으로 추락했다. 흙먼지 사이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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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마력을 퍼트리고 [초감각]을 활성화해봐도, 그 정확한 위치나 움직임을 느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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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이버펑크 세계인가, 내 마력감지로도 잡아낼 수 없는 미채 기술 같은 게 있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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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투명해지는 것만이 아니라, 발자국과 발소리도 남기지 않고, 내 마력감지를 완벽히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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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 [초감각]스킬에 통합되었던 [직감]스킬에는 희미하게나마 걸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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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 57 :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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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창에 붙어 있던 타이머도 움직이고 있다. 역시 ‘사신’은 실체가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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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레이 캐슬을 통합하는 것 같으니까 나타났나 본데, 진짜로 중앙 도시에서 보낸 살수 같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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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지 않고 있는 ‘사신’을 향해 말하며, 인벤토리에서 방패와 도끼를 하나씩 꺼내 장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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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감]스킬로 아슬아슬하게 감지하고 있지만, 역시 정확도가 너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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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안전을 위해 방패를 들고, 검보다 마구잡이로 휘두를 수 있는 도끼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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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데 대답을 안 하네, 뒤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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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싸워본 적은 있지만, 아예 보이지 않는 적이랑 싸우는 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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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간만에 머리까지 피가 빡 도는 느낌이다.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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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실전감각 한번 다시 깨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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