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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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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 마술]이 가져다주는 마법 이해 능력은 분명 굉장한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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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마법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이해할 수만 있을 뿐, 딱히 응용할 능력까지 주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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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하자면, 컴퓨터의 구조를 이해했다고 해서 컴퓨터 한 대를 뚝딱 만들 수 있는 게 아닌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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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조금 맞지 않는 비유였나. 그래, 차라리 코딩에 비유하는 게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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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프로그램에 쓰인 코드를 싹 다 보여준다고 해도, 문외한이 그걸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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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마법이라는게 그렇게 쉽게 입문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당장 주문 언어나 룬 문자도 모르는 마당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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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청색 마탑주에게 받았던 마법서를 정독하며, 간단한 원소 마법 정도는 부릴 수 있게 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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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의 마법이 무기로 쳤을 때 최신형 미사일이라면, 내 마법은 원시인의 주먹도끼쯤 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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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일단 마력량만큼은 꽤 많아서 나름대로 위력이 나오긴 한다. 바위만 한 주먹도끼인 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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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 꼬마가 네게 넘겨주었다는 힘 덕분이랬나. 확실히 그 수준으로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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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에서 작은 화염을 피워낸 나를 보며 검령이 시비를 걸었다. 그러고 보니, 괜히 신경 쓰이는 점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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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근데 너는 마지막으로 꼬맹이 못 본 건 아쉽지 않냐. 스승님이니 뭐니 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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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검령놈도 어쨌든 에인을 꽤 아끼는 편이었는데, 마땅히 인사도 못 하고 헤어지게 된 게 아쉽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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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이 칼레온을 뭘로 보는 거냐. 검술의 끝을 보기 위해 육신과 세상마저 등졌던 몸이다. 그깟 게 뭐가 대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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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검령도 처음부터 검령은 아니었을거다. 원래는 평범한 인간 검사였다가, 마계까지 발을 들여놓았다고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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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검령의 과거 이야기는 딱히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걸 들어봤자 어디다 쓰겠느냐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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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에인과의 일 이후부터, 어쩐지 이런 쪽에도 조금씩 흥미가 생긴다. 알게 되면, 뭔가 바뀔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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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버리고 텅 비어버린 손이기에 비로소 검을 쥘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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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이별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검날만 무뎌질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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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도 의념기와 같은 더 높은 경지에 닿고 싶다면, 명심하는 게 좋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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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은 뭔가 조언하는 것처럼 말하더니, 소환 시간이 다 떨어져 곧장 검으로 돌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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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검령의 말을 곱씹으며, 오랜만에 인벤토리를 열어 [엘레노어의 영혼]을 꺼내 잠시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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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까 저 녀석, 아직 내가 의념기를 쓸 수 있다는 걸 모르는구나. 부상 때문에 못 보여 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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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엘레노어의 존재를 떠올리며 의념기에 도달했고, 내 목적을 상징하는 불길을 구현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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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버리고 또 버린 끝에, 마지막에 손 안에 남은 결코 버릴 수 없는 것- 나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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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은 아마도 의념기에 도달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말한 것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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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검령에게 있어서 나의 불꽃과 대치되는 존재는- 그 손에 쥔 검 하나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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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어떻게 살았길래 그럴 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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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휘두르면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극한의 검술박이, 뭐 그런 거라도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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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회로를 복구하고 마법까지 만족스럽게 익히고 나면, 한 번쯤 이야기를 들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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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기가 왕년에 잘 나갔다고 하니까, 안 들어볼 수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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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롭게 단련에 힘쓰고 있는 만큼, 최근에는 커뮤니티를 들여다 보는 시간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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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언어와 룬 문자를 공부하고 있는 만큼, 같은 계열의 공부를 하는 도전자들과도 제법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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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재미를 붙인 만큼, 요리 관련된 게시판에도 자주 들리며 교류하는 도전자의 숫자가 많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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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끔 오는 개인 쪽지와 대화에 답장하며, 가볍게 커뮤질을 하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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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임서준#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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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근데 슬슬 페스티벌 열릴때 되지않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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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3년은 좀 덜찼는데 이쯤이면 소식 하나쯤 올때된거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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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NPC뜨기전까지는 아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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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메테오스톤 장비 개마려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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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꽤 남았지 근들갑 ㄴ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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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간되면 몬스터가 편지드롭하는데 아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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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편지는 모든몹이 다 드롭하는거임? 레벨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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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ㅁㄹ? 근데 날짜 정해지면 시스템 캘린더인가에 뜰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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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다음주쯤에 정보 풀리지 않을까? 역대 페스티벌 날짜보면 대충 이쯤에 뜨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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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스티벌 3년마다 무조건 열리는거임? 확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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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그랜드페스까지 하고 끝나는거면 모를까 갑자기 없어지진 않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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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테오스톤 장비 없어도 탑깨는데 아무지장없다 사냥이나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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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제목의 게시물이 하나 있어서 들어가 보니, 페스티벌과 관련된 이야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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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게시글을 시작으로, 다른 커뮤 망령들도 페스티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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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곧 떡밥이 크게 구르기 시작했고, 관심이 생긴 나도 흐름에 맡겨 글 몇 개를 쓰고 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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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섭최초)페스티벌 개최 편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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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타이밍에 페스티벌의 개최 소식을 알려주는 편지 아이템을 먹었다는 도전자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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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지훈#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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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전섭최조)페스티벌 개최 편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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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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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구라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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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어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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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뭘 할 수 있는데이 좃밥새끼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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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화내거나 댓글에 욕이나 패드립 하는거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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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할 수 있냐고 이 씨발좆밥같은새끼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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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새끼는 작성자 눌러보면 서버 뜨는거 모르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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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내가 뭘 할수 있는지 똑똑히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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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야 뉴비같은데 어그로도 타이밍 봐가면서 끌어라 너 그러다 진짜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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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뒤지기는 ㅋㅋ 내가 어디섭 누군줄알고 죽일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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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너 1397서버 김지훈이잖아 병신아 작성자 누르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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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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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는 씨발 줘패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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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들아 진짜 편지 먹은사람 떴다 념글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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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용은 예상한 대로 어그로였지만, 놀랍게도 몇 분 뒤에 정말로 편지를 먹었다는 도전자가 나타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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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커뮤니티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페이지를 갱신하며,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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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25층 플로어 공략과 통산 5번째의 페스티벌, 어쩌면 타이밍이 겹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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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보자, 지난 페스티벌로부터 벌써 3년이 다 되어 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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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공략하던 층이 6층이었고, 지금 있는 층이 22층이니까- 평균적으로 두 달에 한 층씩 깬 느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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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 층처럼 시간을 오래 잡아먹은 층도 있고, 마계 층처럼 빠르게 지나온 층도 있었지만- 역시 엄청 느린 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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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공략 중인 층수가 낮을 뿐이지 내 스펙은 이미 한참 상층 수준이니까. 마냥 느리다고만 할 수도 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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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페스티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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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지난 페스티벌에 관해서는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마무리가 그런 모양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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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다음에 열리는 페스티벌에 참여하지 않을 생각인 건 아니다. 페스티벌 자체는 무척 좋은 이벤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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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페스티벌도 돌이켜 보면 마무리가 찝찝했을 뿐이지, 즐길 거리 자체는 무척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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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그 때는 상황상 즐기지도 못하고 많이 겉돌고 있었지만- 지금은 또 사정이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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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서 요리나 룬 문자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진 도전자들을 만나 봐도 좋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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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젠 장난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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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손가락으로 스크롤을 슥슥 넘기며 구경하던 중, 다시 한번 눈에 띄는 게시글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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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서버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여러 길드 중, 가장 세력이 거대한 길드 측에서 올린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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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각 서버별 토너먼트 참여자는 미리 참가 의사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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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의 메인이벤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전체 서버의 최강자를 가리는 토너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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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 자체는 시스템에 의해 진행되지만, 각 길드는 원활한 관리를 위해 미리 참가자들의 목록을 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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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미리 참가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이게 또 일종의 출사표처럼 작용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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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기 넘치는 신흥 랭커들이 상층의 랭커들에게 도전장을 던진다든가, 뭐 그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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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출전 의사를 밝힌 도전자들은, 실제 토너먼트가 시작될 때까지 커뮤니티의 주인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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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자들 사이에서 알려진 스펙을 분석하여, 우승 후보를 추리고 가벼운 스포트 도박을 벌인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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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당연히 누구누구가 우승할 거라며, 소위 말하는 갈드컵을 벌이거나 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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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번에는 당연히 준태햄이 우승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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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우승은 무조건 이새끼임……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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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혁은 이번에 안나오면 물로켓 확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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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보자, 나도 양손의 마력회로를 복구하기 전에는 25층 도전은 미룰 생각이었으니까……마침 잘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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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공략 중인 계층이나 레벨 따위로는 계측할 수 없는 내 스펙이, 다른 도전자들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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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짝 웃으며, 호기롭게 출사표를 던지는 다른 랭커들과 마찬가지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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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서진혁#2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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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이봐 커붕이, 슬슬 가지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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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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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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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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