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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0 KiB

  1. 출사표

[천의 마술]이 가져다주는 마법 이해 능력은 분명 굉장한 게 맞다.

문제는 마법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이해할 수만 있을 뿐, 딱히 응용할 능력까지 주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비유하자면, 컴퓨터의 구조를 이해했다고 해서 컴퓨터 한 대를 뚝딱 만들 수 있는 게 아닌 것과 같다.

아니, 조금 맞지 않는 비유였나. 그래, 차라리 코딩에 비유하는 게 맞겠다.

특정한 프로그램에 쓰인 코드를 싹 다 보여준다고 해도, 문외한이 그걸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는 법.

애초에 마법이라는게 그렇게 쉽게 입문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당장 주문 언어나 룬 문자도 모르는 마당이니.

그나마 청색 마탑주에게 받았던 마법서를 정독하며, 간단한 원소 마법 정도는 부릴 수 있게 됐지만.

재버워크의 마법이 무기로 쳤을 때 최신형 미사일이라면, 내 마법은 원시인의 주먹도끼쯤 된다고 볼 수 있다.

뭐, 일단 마력량만큼은 꽤 많아서 나름대로 위력이 나오긴 한다. 바위만 한 주먹도끼인 셈이지.

“흠, 그 꼬마가 네게 넘겨주었다는 힘 덕분이랬나. 확실히 그 수준으로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로군.”

손 안에서 작은 화염을 피워낸 나를 보며 검령이 시비를 걸었다. 그러고 보니, 괜히 신경 쓰이는 점이 하나 있었다.

“야, 근데 너는 마지막으로 꼬맹이 못 본 건 아쉽지 않냐. 스승님이니 뭐니 했었잖아?”

이 검령놈도 어쨌든 에인을 꽤 아끼는 편이었는데, 마땅히 인사도 못 하고 헤어지게 된 게 아쉽지는 않을까.

“핫, 이 칼레온을 뭘로 보는 거냐. 검술의 끝을 보기 위해 육신과 세상마저 등졌던 몸이다. 그깟 게 뭐가 대수겠느냐.”

하긴, 검령도 처음부터 검령은 아니었을거다. 원래는 평범한 인간 검사였다가, 마계까지 발을 들여놓았다고 했으니.

그러고 보면 검령의 과거 이야기는 딱히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걸 들어봤자 어디다 쓰겠느냐만은.

하지만 에인과의 일 이후부터, 어쩐지 이런 쪽에도 조금씩 흥미가 생긴다. 알게 되면, 뭔가 바뀔지도 모르니까.

“모든 것을 버리고 텅 비어버린 손이기에 비로소 검을 쥘 수 있었던 것이다.”

“만남과 이별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검날만 무뎌질 뿐이지.”

“네놈도 의념기와 같은 더 높은 경지에 닿고 싶다면, 명심하는 게 좋을 거다.”

검령은 뭔가 조언하는 것처럼 말하더니, 소환 시간이 다 떨어져 곧장 검으로 돌아가 버렸다.

나는 검령의 말을 곱씹으며, 오랜만에 인벤토리를 열어 [엘레노어의 영혼]을 꺼내 잠시 만지작거렸다.

생각해보니까 저 녀석, 아직 내가 의념기를 쓸 수 있다는 걸 모르는구나. 부상 때문에 못 보여 줬으니까.

나는 엘레노어의 존재를 떠올리며 의념기에 도달했고, 내 목적을 상징하는 불길을 구현해 내었다.

많은 것을 버리고 또 버린 끝에, 마지막에 손 안에 남은 결코 버릴 수 없는 것- 나의 불꽃.

검령은 아마도 의념기에 도달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말한 것이었겠지.

그렇다면, 검령에게 있어서 나의 불꽃과 대치되는 존재는- 그 손에 쥔 검 하나라는 말인가.

“뭘 어떻게 살았길래 그럴 수가 있지?”

검을 휘두르면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극한의 검술박이, 뭐 그런 거라도 되는 건가.

마력회로를 복구하고 마법까지 만족스럽게 익히고 나면, 한 번쯤 이야기를 들어 봐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자기가 왕년에 잘 나갔다고 하니까, 안 들어볼 수가 없잖아.

**

한가롭게 단련에 힘쓰고 있는 만큼, 최근에는 커뮤니티를 들여다 보는 시간도 많아졌다.

주문 언어와 룬 문자를 공부하고 있는 만큼, 같은 계열의 공부를 하는 도전자들과도 제법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요리에 재미를 붙인 만큼, 요리 관련된 게시판에도 자주 들리며 교류하는 도전자의 숫자가 많이 늘어났다.

그렇게 가끔 오는 개인 쪽지와 대화에 답장하며, 가볍게 커뮤질을 하던 중.

[작성자 : 임서준#1455]

[제목 : 근데 슬슬 페스티벌 열릴때 되지않았냐?]

아직 3년은 좀 덜찼는데 이쯤이면 소식 하나쯤 올때된거아니냐

페스티벌 NPC뜨기전까지는 아직인가??

나 메테오스톤 장비 개마려운데

  • 아직은 꽤 남았지 근들갑 ㄴㄴ

  • 기간되면 몬스터가 편지드롭하는데 아직임

  • ㄴ 편지는 모든몹이 다 드롭하는거임? 레벨상관없이?

  • ㄴ ㅁㄹ? 근데 날짜 정해지면 시스템 캘린더인가에 뜰거임

  • 한 다음주쯤에 정보 풀리지 않을까? 역대 페스티벌 날짜보면 대충 이쯤에 뜨긴함

  • 페스티벌 3년마다 무조건 열리는거임? 확실함?

  • ㄴ 그랜드페스까지 하고 끝나는거면 모를까 갑자기 없어지진 않을걸

  • 메테오스톤 장비 없어도 탑깨는데 아무지장없다 사냥이나 해라

눈에 띄는 제목의 게시물이 하나 있어서 들어가 보니, 페스티벌과 관련된 이야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 게시글을 시작으로, 다른 커뮤 망령들도 페스티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곧 떡밥이 크게 구르기 시작했고, 관심이 생긴 나도 흐름에 맡겨 글 몇 개를 쓰고 있을 때였다.

[전섭최초)페스티벌 개최 편지 떴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페스티벌의 개최 소식을 알려주는 편지 아이템을 먹었다는 도전자가 등장했다.

[작성자 : 김지훈#1397]

[제목 : 전섭최조)페스티벌 개최 편지 떴다!!!!]

(사진)

사실 구라임 ㅎ

근데 어쩔건데?

너가 뭘 할 수 있는데이 좃밥새끼야 ㅋㅋ

존나 화내거나 댓글에 욕이나 패드립 하는거 말고

뭘 할 수 있냐고 이 씨발좆밥같은새끼야 ㅋㅋ

  • 이새끼는 작성자 눌러보면 서버 뜨는거 모르나봄

  • 그래? 내가 뭘 할수 있는지 똑똑히 봐라

  • 게이야 뉴비같은데 어그로도 타이밍 봐가면서 끌어라 너 그러다 진짜뒤짐

  • ㄴ 뒤지기는 ㅋㅋ 내가 어디섭 누군줄알고 죽일건데?

  • ㄴ 너 1397서버 김지훈이잖아 병신아 작성자 누르면 뜬다

  • ㄴ ?

  • ㄴ ?는 씨발 줘패벌라

  • 얘들아 진짜 편지 먹은사람 떴다 념글 ㄱㄱ

물론 내용은 예상한 대로 어그로였지만, 놀랍게도 몇 분 뒤에 정말로 편지를 먹었다는 도전자가 나타났고.

오픈 커뮤니티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페이지를 갱신하며,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어 갔다.

내 25층 플로어 공략과 통산 5번째의 페스티벌, 어쩌면 타이밍이 겹칠지도 모르겠다.

**

어디보자, 지난 페스티벌로부터 벌써 3년이 다 되어 가는 건가.

그 때 공략하던 층이 6층이었고, 지금 있는 층이 22층이니까- 평균적으로 두 달에 한 층씩 깬 느낌인가.

엘프 층처럼 시간을 오래 잡아먹은 층도 있고, 마계 층처럼 빠르게 지나온 층도 있었지만- 역시 엄청 느린 편이지.

뭐, 공략 중인 층수가 낮을 뿐이지 내 스펙은 이미 한참 상층 수준이니까. 마냥 느리다고만 할 수도 없으려나.

“음……페스티벌이라.”

솔직히 지난 페스티벌에 관해서는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마무리가 그런 모양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다음에 열리는 페스티벌에 참여하지 않을 생각인 건 아니다. 페스티벌 자체는 무척 좋은 이벤트니까.

지난 페스티벌도 돌이켜 보면 마무리가 찝찝했을 뿐이지, 즐길 거리 자체는 무척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애초에, 그 때는 상황상 즐기지도 못하고 많이 겉돌고 있었지만- 지금은 또 사정이 다르니까.

커뮤니티에서 요리나 룬 문자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진 도전자들을 만나 봐도 좋을 거다.

“글리젠 장난 아니네.”

그렇게 손가락으로 스크롤을 슥슥 넘기며 구경하던 중, 다시 한번 눈에 띄는 게시글이 하나 있었다.

각 서버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여러 길드 중, 가장 세력이 거대한 길드 측에서 올린 게시글.

[필독)각 서버별 토너먼트 참여자는 미리 참가 의사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페스티벌의 메인이벤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전체 서버의 최강자를 가리는 토너먼트.

토너먼트 자체는 시스템에 의해 진행되지만, 각 길드는 원활한 관리를 위해 미리 참가자들의 목록을 추리고 있다.

딱히 미리 참가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이게 또 일종의 출사표처럼 작용한단 말이지.

패기 넘치는 신흥 랭커들이 상층의 랭커들에게 도전장을 던진다든가, 뭐 그런 식으로.

그리고 이런 출전 의사를 밝힌 도전자들은, 실제 토너먼트가 시작될 때까지 커뮤니티의 주인공이 된다.

도전자들 사이에서 알려진 스펙을 분석하여, 우승 후보를 추리고 가벼운 스포트 도박을 벌인다거나.

이번에는 당연히 누구누구가 우승할 거라며, 소위 말하는 갈드컵을 벌이거나 할 때도 있다.

[근데 이번에는 당연히 준태햄이 우승 아님?]

[그냥 우승은 무조건 이새끼임……jpeg]

[고준혁은 이번에 안나오면 물로켓 확정임]

어디보자, 나도 양손의 마력회로를 복구하기 전에는 25층 도전은 미룰 생각이었으니까……마침 잘 됐네.

더 이상 공략 중인 계층이나 레벨 따위로는 계측할 수 없는 내 스펙이, 다른 도전자들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지.

나는 살짝 웃으며, 호기롭게 출사표를 던지는 다른 랭커들과 마찬가지로 글을 썼다.

[작성자 : 서진혁#2661]

[제목 : 이봐 커붕이, 슬슬 가지러 가볼까]

(사진)

‘우승컵’

당연히, 반응은 폭발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