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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별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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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에 도착한 재버워크는 특유의 붉은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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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꼬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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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놈의 시선을 받아치며, 내 어깨에 올라타 있는 에인에게 마도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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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이나 연속으로 사용한 탓에, 이제는 과열되어 거의 쓸 수 없는 상태가 된 ‘천뢰의 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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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도구의 기본적인 효과는 사용자의 몸을 번개 속성의 마나로 변환시켜, 초월적인 스피드를 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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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용할 때마다 내부의 마법진이 과열되어, 연속 사용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 지금은 사실상 고철 덩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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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딱 한 가지, 지금처럼 과열된 상태의 이 장비를 억지로 써먹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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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마법진을 즉석에서 개조해 다른 방식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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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납하기로 한 마도구를 개조한다는 건 당연히 원래는 안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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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시당초, 황색 마탑에서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최상급 마도구를 그렇게 쉽게 개조할 수 있을 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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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지, 꼬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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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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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의 마법천재 꼬맹이에게는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 나는 잠깐 시간만 벌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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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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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의 흉측한 입에서 포효가 터져 나왔다. 그 소리는 이미 단순한 음파를 넘어 충격파로 변질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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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에 정박해 있던 조각배들은 그것만으로 산산조각 나 침몰했고, 거대한 범선들조차 우그러져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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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건 단순한 외침일 뿐, 공격행위가 아니다. 재버워크는 한 차례 포효를 끝으로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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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지직! 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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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처럼 생긴 손아귀로 건물을 으스러뜨리며, 나를 향해 달려온다. 나는 에인을 단단히 붙잡은 채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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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의 몸으로 변한 재버워크는 인간일 때보다 훨씬 강력한 방어력과 공격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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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저 입에서 뿜어내는 마력 광선은, 말 그대로 광역 즉사 브레스라 불러도 무방한 미친 공격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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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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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아진 푸른빛의 광선이 살벌한 기세로 날아든다. 나는 가볍게 왼쪽으로 뛰어 그것을 피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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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은 강해졌지만, 오히려 피하기는 쉬워졌다. 오브를 사용한 마법이 아니기에, 전조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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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적인 마나 감응력을 지닌 에인은 말할 것도 없을 테고, [초감각] 스킬을 가진 나에게도 그 궤적은 뻔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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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 마법과 함께 써도 한 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던 주제에, 이제 와서 명중률이 올랐을 리는 만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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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인간일 때보다 공격 타이밍이 더 뻔해진 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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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으로 변화하며 외쳐 댔던 전음이 무척 엉망이었던 점을 통해 상상해보자면, 이성을 상실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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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목표로 정하고 공격을 날릴 만큼의 지능은 있는 듯 하지만, 그냥 조금 똘똘한 몬스터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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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체급과 마력이 저렇게나 불어났는데 이성적인 행동까지 할 수 있으면- 그건 밸런스 붕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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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사이를 뛰어다니며 요란한 공격을 피한다. 지금 날아드는 공격은 오직 광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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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회피에만 집중하면, 몇 분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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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피하기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 당장 회피는 가능해도 거리를 좁히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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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다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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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단조로운 패턴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고 있던 도중, 어깨 위에 앉은 에인이 내 뺨을 콕콕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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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준비해두었던 대량의 마법석을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검령을 소환할 때 한두 개씩 사용하던 마법석이 수백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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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개조된 ‘천뢰의 장갑’을 마법석을 향해 뻗었다. 그리고 완드를 힘차게 휘둘러 마법을 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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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육체를 마력으로 바꾸는 기능을 개조하여 만든 것은, 특정한 물질을 고스란히 마력으로 치환하는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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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에서 꺼낸 수백 개의 마법석을 일제히 마나로 변환하고, 에인이 그 힘을 모아 공격 마법을 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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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가 어그로를 끌고, 마법사가 후방에서 화력을 퍼붓는다는, 레이드의 기본 공식을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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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에인이 날린 마법은, 번개 속성의 전략급 공격 마법 묠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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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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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르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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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채만 한 굵기의 번개가 허공을 가르며, 재버워크의 옆구리를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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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벼락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압도적인 위력. 한순간,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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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보다 늦게 도달한 폭음이 천지를 울렸고, 일순간에 재버워크의 어깻죽지와 날개 한 짝이 뜯겨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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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 공격으로도 처치까지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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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의 몸을 감싸고 있는 얇은 마력 방어막이, 위력을 크게 반감시키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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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타를 입혔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다. 놈은 골렘, 부서진 몸뚱이가 금세 주변의 잔해를 흡수해 복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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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꼬맹아, 다음 거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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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정도는 예상한 결과다. 처음부터 이 일격으로 잡을 수 없을 줄은 알았다. 진짜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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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걸로 수백 개의 마법석을 소모하긴 했지만, 아직 비슷한 양의 마법석이 인벤토리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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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완드를 휘둘러 공중에 물방울을 소환했다. 예전에 나에게 보여주었던, 마법을 이용한 비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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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진혁악마님, 움직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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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 날아오르는 것은 에인뿐만이 아니다. 소환된 물방울이 내 팔다리에 달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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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몸이 멋대로 둥실거리며 떠올랐다. 생각보다 엄청 이상한 느낌, 하지만 허우적대고 있을 시간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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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이 손상을 복구하고 있는 사이, 이대로 비행해서 그 몸뚱이에 다시 올라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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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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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가르며 앞으로 전진한다. 비행 마법에는 생각보다 금방 적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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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움직임은 에인이 마력으로 조작해주고, 나는 그 흐름을 따라가며 힘으로 방향을 조절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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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떠 있는 물방울을 힘차게 차서, 위험한 상황에서 궤도를 급히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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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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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가 길다란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곧바로 물방울을 박차 궤도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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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마력을 분출하는 방식으로 공중에서 궤도를 바꿀 수 있지만, 그 방식은 순간적으로 마력을 많이 소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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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의 성공을 위해서 나는 마지막까지 마력을 최대한 아낄 필요가 있으니, 지금은 이 방식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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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아, 준비는 다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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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진혁악마님은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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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이 걱정된다는 듯이 물었다. 이미 작전을 정할 때부터 알려준 일이지만, 에인의 역할은 곧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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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거리를 좁혀서, 확실하게 놈의 몸에 올라탈 수 있게 된다면- 에인은 마법을 써주고 바로 빠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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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격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아직 확신이 없으니, 망설이지 않고 텔레포트를 쓰라고 말해 준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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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건 한 번의 올인 베팅, 실패하면 다음은 없다. 하지만 원래대로라면 이보다 훨씬 험난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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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의 존재가 도박의 성공률을 크게 높여 준 거다. 이 정도면 안전한 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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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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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가 괴성을 내지른다. 동시에 머릿속에 기괴하게 얽힌 전음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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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처음에 들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은 죽지 않을 것이며, 마법의 성위에 닿을 것이라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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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스템 메시지가 확실하게 알려주었다. 재버워크의 이명은 ‘성위에 닿지 못한 자’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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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성위 성위, 시끄러워 죽겠네! 애새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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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욕설을 내뱉으며, 마구잡이로 휘둘러지는 재버워크의 발톱과 날아드는 광선을 피해 거리를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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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어깻죽지와 날개는 이미 거의 다 회복되었다. 타이밍은 지금이다. 에인에게 신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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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백 개의 마법석, 다시 한번 휘둘러지는 완드, 시전되는 대규모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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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에인’이 당신에게 방어 마법을 시전합니다. 모든 입는 피해가 대폭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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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에인’이 당신에게 보호 마법을 시전합니다. 방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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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에인’이 당신에게 축복 마법을 시전합니다. 내구 스탯이 대폭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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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에인’이 당신에게 저항 마법을 시전합니다. 모든 속성 피해가 반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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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에인’이 당신에게 증폭 마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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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이어지는 시스템 메시지를 손으로 쓸어 치운 뒤, 마지막 물방울을 힘껏 밟고 재버워크를 향해 돌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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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완전히 회복된 재버워크는 고개를 홱 돌리며, 거대한 발톱을 나를 향해 뻗었다. 타이밍은 아슬아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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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 퍼런 마력이 깃든 발톱.하지만 저걸 피하려고 움직였다간,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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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다. 내가 더 빠르기를 기도하며, 이대로 맞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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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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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였다, 발톱을 휘두르던 재버워크의 몸이 크게 기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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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맥락도 전조도 없이,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넘어진 것이다- 나는 뒤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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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깨에서 뛰어내린 에인이 똑바로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텔레포트로 거리를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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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이 마지막으로 쓰고 간 것은, 상대가 누구든 간에 무조건 한 번 넘어트린다는- 마법 발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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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핫, 진짜 천재 맞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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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식 웃으며, 양 팔에 최대한 마력을 쏟아부으며 [철벽] 스킬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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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스킬까지 사용해 [내구]스탯을 증폭시키고, 에인이 걸어준 각종 방어마법의 효과를 빌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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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에서, 그동안 손도 댈 수 없었던 찬란한 번갯불의 도끼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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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절단냈던 [성위 : 케라우노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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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하나가 그대로 골렘이 된 재버워크에게 어울리는, 섬 하나쯤은 일격에 산산조각낼 수 있는 위력의 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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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방어 버프를 둘렀음에도, 깃들어 있는 어마어마한 힘에 손잡이를 쥔 두 손이 순식간에 타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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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성위 맛 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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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꽝스럽게 넘어진 재버워크의 몸뚱이에 착지하며, 불타는 두 손에 담긴 빛줄기를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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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빛도, 대지의 그림자도, 모두 일제히 뒤덮는 신화의 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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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하기 짝이 없는 늙은 마법사의 말로는, 단말마도 없이 빛 속에서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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