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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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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별에 안녕

항구에 도착한 재버워크는 특유의 붉은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았다.

“뭘 꼬라봐.”

나는 놈의 시선을 받아치며, 내 어깨에 올라타 있는 에인에게 마도구를 건넸다.

세 번이나 연속으로 사용한 탓에, 이제는 과열되어 거의 쓸 수 없는 상태가 된 ‘천뢰의 장갑’.

이 마도구의 기본적인 효과는 사용자의 몸을 번개 속성의 마나로 변환시켜, 초월적인 스피드를 내는 것.

문제는 사용할 때마다 내부의 마법진이 과열되어, 연속 사용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 지금은 사실상 고철 덩어리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지금처럼 과열된 상태의 이 장비를 억지로 써먹는 방법이 있다.

내부의 마법진을 즉석에서 개조해 다른 방식으로 활용한다.

반납하기로 한 마도구를 개조한다는 건 당연히 원래는 안될 일.

애시당초, 황색 마탑에서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최상급 마도구를 그렇게 쉽게 개조할 수 있을 리도 없다.

“할 수 있지, 꼬맹아?”

“응, 할 수 있어.”

하지만 우리의 마법천재 꼬맹이에게는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 나는 잠깐 시간만 벌어주면 된다.

-오오오오오오오!!

재버워크의 흉측한 입에서 포효가 터져 나왔다. 그 소리는 이미 단순한 음파를 넘어 충격파로 변질되어 있었다.

항구에 정박해 있던 조각배들은 그것만으로 산산조각 나 침몰했고, 거대한 범선들조차 우그러져 가라앉았다.

하지만 저건 단순한 외침일 뿐, 공격행위가 아니다. 재버워크는 한 차례 포효를 끝으로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콰지직! 콰직!

공룡처럼 생긴 손아귀로 건물을 으스러뜨리며, 나를 향해 달려온다. 나는 에인을 단단히 붙잡은 채 뛰어올랐다.

골렘의 몸으로 변한 재버워크는 인간일 때보다 훨씬 강력한 방어력과 공격력을 갖고 있다.

특히 저 입에서 뿜어내는 마력 광선은, 말 그대로 광역 즉사 브레스라 불러도 무방한 미친 공격 패턴.

-콰과광!

쏘아진 푸른빛의 광선이 살벌한 기세로 날아든다. 나는 가볍게 왼쪽으로 뛰어 그것을 피해냈다.

공격력은 강해졌지만, 오히려 피하기는 쉬워졌다. 오브를 사용한 마법이 아니기에, 전조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으니.

초월적인 마나 감응력을 지닌 에인은 말할 것도 없을 테고, [초감각] 스킬을 가진 나에게도 그 궤적은 뻔히 보인다.

예지 마법과 함께 써도 한 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던 주제에, 이제 와서 명중률이 올랐을 리는 만무하지.

게다가, 인간일 때보다 공격 타이밍이 더 뻔해진 감도 있다.

골렘으로 변화하며 외쳐 댔던 전음이 무척 엉망이었던 점을 통해 상상해보자면, 이성을 상실한 게 아닐까.

나를 목표로 정하고 공격을 날릴 만큼의 지능은 있는 듯 하지만, 그냥 조금 똘똘한 몬스터나 다름없다.

하긴, 체급과 마력이 저렇게나 불어났는데 이성적인 행동까지 할 수 있으면- 그건 밸런스 붕괴지.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며 요란한 공격을 피한다. 지금 날아드는 공격은 오직 광선뿐.

완전히 회피에만 집중하면, 몇 분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다.

물론, 피하기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 당장 회피는 가능해도 거리를 좁히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

“진혁악마님, 다 됐어.”

그렇게 단조로운 패턴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고 있던 도중, 어깨 위에 앉은 에인이 내 뺨을 콕콕 찔렀다.

나는 준비해두었던 대량의 마법석을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검령을 소환할 때 한두 개씩 사용하던 마법석이 수백 개.

에인은 개조된 ‘천뢰의 장갑’을 마법석을 향해 뻗었다. 그리고 완드를 힘차게 휘둘러 마법을 시전했다.

사용자의 육체를 마력으로 바꾸는 기능을 개조하여 만든 것은, 특정한 물질을 고스란히 마력으로 치환하는 마법.

인벤토리에서 꺼낸 수백 개의 마법석을 일제히 마나로 변환하고, 에인이 그 힘을 모아 공격 마법을 시전한다.

전사가 어그로를 끌고, 마법사가 후방에서 화력을 퍼붓는다는, 레이드의 기본 공식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번에 에인이 날린 마법은, 번개 속성의 전략급 공격 마법 묠니르.

“발사.”

-콰르르릉!!

집채만 한 굵기의 번개가 허공을 가르며, 재버워크의 옆구리를 직격했다.

자연의 벼락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압도적인 위력. 한순간,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섬광보다 늦게 도달한 폭음이 천지를 울렸고, 일순간에 재버워크의 어깻죽지와 날개 한 짝이 뜯겨나갔다.

역시 이 공격으로도 처치까지는 불가능하다.

재버워크의 몸을 감싸고 있는 얇은 마력 방어막이, 위력을 크게 반감시키는 탓이다.

유효타를 입혔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다. 놈은 골렘, 부서진 몸뚱이가 금세 주변의 잔해를 흡수해 복구를 시작했다.

“그럼 꼬맹아, 다음 거 가자.”

하지만 이 정도는 예상한 결과다. 처음부터 이 일격으로 잡을 수 없을 줄은 알았다. 진짜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방금 걸로 수백 개의 마법석을 소모하긴 했지만, 아직 비슷한 양의 마법석이 인벤토리에 남아 있다.

에인은 완드를 휘둘러 공중에 물방울을 소환했다. 예전에 나에게 보여주었던, 마법을 이용한 비행이다.

“응, 진혁악마님, 움직일 수 있어?”

하지만 이번에 날아오르는 것은 에인뿐만이 아니다. 소환된 물방울이 내 팔다리에 달라붙는다.

곧 몸이 멋대로 둥실거리며 떠올랐다. 생각보다 엄청 이상한 느낌, 하지만 허우적대고 있을 시간은 없지.

놈이 손상을 복구하고 있는 사이, 이대로 비행해서 그 몸뚱이에 다시 올라타야 한다.

-휘이잉!

바람을 가르며 앞으로 전진한다. 비행 마법에는 생각보다 금방 적응했다.

기본적인 움직임은 에인이 마력으로 조작해주고, 나는 그 흐름을 따라가며 힘으로 방향을 조절하는 방식.

공중에 떠 있는 물방울을 힘차게 차서, 위험한 상황에서 궤도를 급히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쐐액!

재버워크가 길다란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곧바로 물방울을 박차 궤도를 바꾼다.

나도 마력을 분출하는 방식으로 공중에서 궤도를 바꿀 수 있지만, 그 방식은 순간적으로 마력을 많이 소모한다.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 나는 마지막까지 마력을 최대한 아낄 필요가 있으니, 지금은 이 방식이 최선이다.

“꼬맹아, 준비는 다 됐지?”

“응, 진혁악마님은 괜찮아?”

에인이 걱정된다는 듯이 물었다. 이미 작전을 정할 때부터 알려준 일이지만, 에인의 역할은 곧 끝난다.

어느 정도 거리를 좁혀서, 확실하게 놈의 몸에 올라탈 수 있게 된다면- 에인은 마법을 써주고 바로 빠지기로 했다.

내 공격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아직 확신이 없으니, 망설이지 않고 텔레포트를 쓰라고 말해 준 참이다.

목숨을 건 한 번의 올인 베팅, 실패하면 다음은 없다. 하지만 원래대로라면 이보다 훨씬 험난했을 거다.

에인의 존재가 도박의 성공률을 크게 높여 준 거다. 이 정도면 안전한 편이지.

-갸아아아아아!!

재버워크가 괴성을 내지른다. 동시에 머릿속에 기괴하게 얽힌 전음이 울려 퍼졌다.

내용은 처음에 들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은 죽지 않을 것이며, 마법의 성위에 닿을 것이라는 내용.

하지만 시스템 메시지가 확실하게 알려주었다. 재버워크의 이명은 ‘성위에 닿지 못한 자’ 라고.

“그놈의 성위 성위, 시끄러워 죽겠네! 애새끼냐!”

나는 욕설을 내뱉으며, 마구잡이로 휘둘러지는 재버워크의 발톱과 날아드는 광선을 피해 거리를 좁혔다.

놈의 어깻죽지와 날개는 이미 거의 다 회복되었다. 타이밍은 지금이다. 에인에게 신호를 보냈다.

인벤토리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백 개의 마법석, 다시 한번 휘둘러지는 완드, 시전되는 대규모 마법.

[NPC ‘에인’이 당신에게 방어 마법을 시전합니다. 모든 입는 피해가 대폭 감소합니다.]

[NPC ‘에인’이 당신에게 보호 마법을 시전합니다. 방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NPC ‘에인’이 당신에게 축복 마법을 시전합니다. 내구 스탯이 대폭 상승합니다.]

[NPC ‘에인’이 당신에게 저항 마법을 시전합니다. 모든 속성 피해가 반감됩니다.]

[NPC ‘에인’이 당신에게 증폭 마법을……

길게 이어지는 시스템 메시지를 손으로 쓸어 치운 뒤, 마지막 물방울을 힘껏 밟고 재버워크를 향해 돌진한다.

거의 완전히 회복된 재버워크는 고개를 홱 돌리며, 거대한 발톱을 나를 향해 뻗었다. 타이밍은 아슬아슬하다.

서슬 퍼런 마력이 깃든 발톱.하지만 저걸 피하려고 움직였다간,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치게 된다.

어쩔 수 없다. 내가 더 빠르기를 기도하며, 이대로 맞부딪힌다!

-후웅.

그 때였다, 발톱을 휘두르던 재버워크의 몸이 크게 기울어졌다.

아무런 맥락도 전조도 없이,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넘어진 것이다- 나는 뒤로 고개를 돌렸다.

내 어깨에서 뛰어내린 에인이 똑바로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텔레포트로 거리를 벌렸다.

에인이 마지막으로 쓰고 간 것은, 상대가 누구든 간에 무조건 한 번 넘어트린다는- 마법 발걸이.

“흐핫, 진짜 천재 맞다니까.”

나는 피식 웃으며, 양 팔에 최대한 마력을 쏟아부으며 [철벽] 스킬을 사용했다.

[혼신]스킬까지 사용해 [내구]스탯을 증폭시키고, 에인이 걸어준 각종 방어마법의 효과를 빌리며.

인벤토리에서, 그동안 손도 댈 수 없었던 찬란한 번갯불의 도끼를 꺼내 들었다.

내 몸을 절단냈던 [성위 : 케라우노스]를.

섬 하나가 그대로 골렘이 된 재버워크에게 어울리는, 섬 하나쯤은 일격에 산산조각낼 수 있는 위력의 도끼.

온갖 방어 버프를 둘렀음에도, 깃들어 있는 어마어마한 힘에 손잡이를 쥔 두 손이 순식간에 타들어 간다.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성위 맛 좀 봐라.”

우스꽝스럽게 넘어진 재버워크의 몸뚱이에 착지하며, 불타는 두 손에 담긴 빛줄기를 휘두른다.

하늘의 빛도, 대지의 그림자도, 모두 일제히 뒤덮는 신화의 벼락.

추악하기 짝이 없는 늙은 마법사의 말로는, 단말마도 없이 빛 속에서 부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