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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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밴더스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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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번밖에 보지 못했던 메시지지만, 워낙 강렬했던 탓에 그 내용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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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지역이 소멸합니다. 보스 몬스터의 전이문 활성화 권한이 임시로 에픽 퀘스트에 이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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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번째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섬뜩한 감각을 다시 느끼며, 재버워크와 격돌했던 그 자리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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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퀘스트 진행 중, 우호도 80 이상의 NPC와 파티를 결성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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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창이 폭발하며 모든 것이 쓸려나간 그 한가운데에, 깊숙이 박혀 있는 한 자루의 스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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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 끝에 달린 큐브가 다시 한번 저절로 열리며, 백 명이 넘는 인간의 신경과 마력회로가 꿈틀거리며 기어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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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나온 신경들은 거대한 기생충 떼처럼 땅을 파고들며 대지를 침식해간다. 익숙하면서 불길한 마력이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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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재버워크는 처치했다. 다소 허무한 결말이었지만, 확실하게 숨통을 끊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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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치가 올랐고, 레벨 업 알림도 떴으며, 내 마력감지에도 생체 반응은 딱히 걸려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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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돌이켜보면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때도, 나는 에픽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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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이번에는 또 뭐가 튀어나오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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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을 내뱉으며 검을 들고 달렸다. 꿈틀거리는 저 신경 덩어리를 날려버리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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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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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러를 두른 검은 허망하게 튕겨 나갔다. 재버워크가 사용하던 방어 마법, 하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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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뚫으려면 다시금 의념기를 구현해야 한다. 나는 오른손에 마력을 모으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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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의념기를 형성하는 것보다 빠르게- 돌연 귓가에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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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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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귓가에 울린 게 아니다. 마력을 통해 직접 머릿속에 전달되는 전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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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무너져 간다고 생각했던 지면이 거꾸로 솟아오르며 기이한 형상을 그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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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거대한 인간의 얼굴이었다. 탐욕이 주름진 추악한 얼굴. 나는 곧바로 그 주인을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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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위에 이를 것이다. 죽음을 극복하고, 우주 너머 별의 권좌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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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명이 동시에 외치는 듯했던 비명은 하나의 소리로 모여, 재버워크의 음성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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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육신으로 부족하다면, 그것을 버려서라도. 평생을 바친 마법의 성위에 닿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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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던 신경은 이미 지면 깊숙이 파고들었고, 스태프는 섬의 중심부까지 더욱 깊이 침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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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위를, 성위를, 성위를성위를성위를성위를성위를성위를이루, 이루, 이루, 이루리라, 이루리라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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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의 목소리로 내질러지는 괴성과 함께, 지면에서 솟아나는 날카로운 가시가 나를 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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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뢰의 장갑’을 발동해 재빨리 그 자리에서 벗어나며, 새롭게 태어난 재버워크의 몸뚱이를 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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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갈아넣은 스태프를 핵으로 삼고, 섬 하나를 통째로 육체삼아 만들어 낸- 기괴하고 거대한 골렘의 육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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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월드 레이드가 진행됩니다. 파티와 공격대의 편성 인원 제한이 해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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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월드 레이드의 난이도는 50인 이상의 공격대를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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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대를 결성하십시오. 현재 서버의 참여 가능 도전자 :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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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월드 레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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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월드 보스가 출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계속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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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터무니없이 강한 재버워크를 상대하다 보니, ‘설마 이 이상은 없겠지’ 라며 무심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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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빌어먹을 탑이 내 예상을 깨부수고 미쳐 날뛴 게 하루 이틀도 아니건만, 신경이 무뎌져 있던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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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 닿는 눈을 지녔으나, 그 빛을 붙들 손은 주어지지 아니하였으니, 하늘을 우러르되 닿을 수 없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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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뜯는 턱과 움켜쥐는 발톱으로 만물을 갈취하면 닿을 수 있으리라며, 허망한 꿈으로 자신을 속여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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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께서 참으로 계시거든, 어찌하여 이 끔찍하고 뒤틀린 피조물을 그 눈 아래에 버려두셨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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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BOSS - 성위에 닿지 못한 자, 재버워키 재버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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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완성된 골렘의 모습은 말로 형언하기 힘든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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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닮은 대가리에 곤충을 연상시키는 한 쌍의 더듬이, 새빨간 눈동자와 길고 가느다란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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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과 다리는 예전에 봤던 공룡을 연상시켰으며, 긴 꼬리와 박쥐를 닮은 날개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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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을 닮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놈은 날개는 사용하지 않고 네 다리로 바다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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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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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을 부유하던 섬이 괴상한 형태로 변해 걸어 다니기 시작한 꼴, 아주 고질라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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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진정으로 경악스러운 것은 놈의 덩치나 외형이 아니라, 전신에 두르고 있는 마력의 방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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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러로도 한방에 뚫리지 않는 방어벽을 전신에 빼곡하게 펼치고 있다. 말이 되는 건가, 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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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때는 월드 보스가 상대라도, 메르세데스처럼 나 이상의 스펙을 가진 NPC들의 협력으로 어떻게든 맞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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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이 18층에 나와 비견될 수 있는 NPC는 재버워크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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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 오러로도 못 뚫는 방어벽을 전신에 펼치고 있고- 심지어 골렘이기에 핵이 부서지지 않는 한 계속 재생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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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히든이니 에픽이니 따질 때가 아니라, 그냥 이론상으로도 공략이 불가능한 상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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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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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밑으로 마력을 넓게 펼쳐, 어설픈 모양새지만 수면을 밟고 섰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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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시 한번 [사고 가속]을 전개하려던 찰나, 기괴한 형태로 변한 재버워크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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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거대한 입에서 쏘아지는 푸른 빛살- 놈의 가장 강력한 공격 중 하나였던 마법 광선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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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의 초라한 형태가 아닌, 브레스에 가까운 규모와 기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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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과과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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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선이 지나간 자리에 뒤따르는 충격파, 바닷길이 그대로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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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를 사용하지 않는 마법이었기에 전조를 감지하고 피할 수 있었지만, 아슬아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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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동자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재버워키 재버워크가 당신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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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하기 짝이 없는 시스템의 안내 메시지와 함께, 머릿속에 연달아 전음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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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먹고, 성위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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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하고 시끄러운 전음 사이에서 식별할 수 있는 말은 그것이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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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보스가 휴면에 들어가기 전까지 펼치는 개막 패턴으로- 놈은 나를 추적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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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을 세울 시간도, NPC를 모아 힘을 합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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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놈의 등에서 내려오지 않고 버티는 편이 나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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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을 사용해 물 위를 걷고 있는 지금 상태로는 제대로 싸우기가 힘들다. 코어를 노릴만한 방법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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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점이 있다면, 놈의 이동속도가 느리다는 것 정도인가. 그마저도 저 날개를 펼치면 또 어떨지 모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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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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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가 오른팔을 들어 올려 크게 휘둘렀다. 날카로운 발톱이 바람을 가르며 바다 위로 상처가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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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발톱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넓은 범위의 참격이 발생한다. 내 검기의 최대 사거리를 능가하는 미친 공격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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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이래서는 다시 거리를 좁히는 것도 힘들겠다. ‘천뢰의 장갑’도 그렇게 마구 써댈 수는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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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반쪽짜리라고는 해도 의념기를 사용하느라 마력도 많이 소모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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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전신을 둘러싸고 있는 방어막을 뚫고, 코어를 일격에 파괴할만한 화력을 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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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다, 일단은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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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디 놈의 이동속도가 빨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천뢰의 장갑’을 발동해 육지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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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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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속성의 마나로 변한 몸은 한없이 벼락에 가까운 속도로 쏘아져, 순식간에 항구까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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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 골렘이 된 재버워크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을 확인하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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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 회색 아이와 마법의 서 - 최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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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 노욕의 끝을 달려온 마법사와, 가엾은 아이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을 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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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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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버워키 재버워크를 처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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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이를 보호하기(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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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기(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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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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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완료 시, 진행과정에 따라 랭크를 산정합니다. 랭크에 따라 보상이 변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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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당신의 퀘스트 랭크 :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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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랭크로 퀘스트 완료 시, 최대 유니크 등급의 보상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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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재버워크를 처치하는 건 필수 조건, 애초에 전이문 활성화 권한이 이양되었다니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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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의 협조를 받아서 뭔가 방법을 강구해 볼까? 하지만 재버워크의 추적을 내버려두고 마탑으로 향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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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화력의 의념기를 정면에서 때려 박으면 코어를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는 걸까? 마력량은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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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보니, 한 가지 떠오르는 수단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도 반쯤 도박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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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결국 재버워크에게 다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사거리는 극복할 방법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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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있던 중, 익숙한 기척이 등 뒤로 접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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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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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그렁그렁한 꼬마 에인이 내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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