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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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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1. 밴더스내치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했던 메시지지만, 워낙 강렬했던 탓에 그 내용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미궁 지역이 소멸합니다. 보스 몬스터의 전이문 활성화 권한이 임시로 에픽 퀘스트에 이양됩니다.]

나는 몇 번째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섬뜩한 감각을 다시 느끼며, 재버워크와 격돌했던 그 자리로 되돌아갔다.

[에픽 퀘스트 진행 중, 우호도 80 이상의 NPC와 파티를 결성할 수 있게 됩니다.]

마법의 창이 폭발하며 모든 것이 쓸려나간 그 한가운데에, 깊숙이 박혀 있는 한 자루의 스태프.

스태프 끝에 달린 큐브가 다시 한번 저절로 열리며, 백 명이 넘는 인간의 신경과 마력회로가 꿈틀거리며 기어나오고 있었다.

기어나온 신경들은 거대한 기생충 떼처럼 땅을 파고들며 대지를 침식해간다. 익숙하면서 불길한 마력이 샘솟는다.

분명히 재버워크는 처치했다. 다소 허무한 결말이었지만, 확실하게 숨통을 끊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경험치가 올랐고, 레벨 업 알림도 떴으며, 내 마력감지에도 생체 반응은 딱히 걸려들지 않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때도, 나는 에픽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씨발, 이번에는 또 뭐가 튀어나오려고……!”

욕설을 내뱉으며 검을 들고 달렸다. 꿈틀거리는 저 신경 덩어리를 날려버리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른다.

-카앙!

그러나 오러를 두른 검은 허망하게 튕겨 나갔다. 재버워크가 사용하던 방어 마법, 하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단단하다.

저걸 뚫으려면 다시금 의념기를 구현해야 한다. 나는 오른손에 마력을 모으며 집중했다.

하지만, 의념기를 형성하는 것보다 빠르게- 돌연 귓가에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아아!!

아니, 귓가에 울린 게 아니다. 마력을 통해 직접 머릿속에 전달되는 전음이다.

동시에, 무너져 간다고 생각했던 지면이 거꾸로 솟아오르며 기이한 형상을 그려내었다.

그건, 거대한 인간의 얼굴이었다. 탐욕이 주름진 추악한 얼굴. 나는 곧바로 그 주인을 알아보았다.

“나는 성위에 이를 것이다. 죽음을 극복하고, 우주 너머 별의 권좌에 오를 것이다.”

수백 명이 동시에 외치는 듯했던 비명은 하나의 소리로 모여, 재버워크의 음성을 전했다.

“인간의 육신으로 부족하다면, 그것을 버려서라도. 평생을 바친 마법의 성위에 닿기 위하여!”

꿈틀거리던 신경은 이미 지면 깊숙이 파고들었고, 스태프는 섬의 중심부까지 더욱 깊이 침잠했다.

“성위를, 성위를, 성위를성위를성위를성위를성위를성위를이루, 이루, 이루, 이루리라, 이루리라아아아!”

재버워크의 목소리로 내질러지는 괴성과 함께, 지면에서 솟아나는 날카로운 가시가 나를 노려왔다.

나는 ‘천뢰의 장갑’을 발동해 재빨리 그 자리에서 벗어나며, 새롭게 태어난 재버워크의 몸뚱이를 눈에 담았다.

인간을 갈아넣은 스태프를 핵으로 삼고, 섬 하나를 통째로 육체삼아 만들어 낸- 기괴하고 거대한 골렘의 육신을.

[지금부터 월드 레이드가 진행됩니다. 파티와 공격대의 편성 인원 제한이 해제됩니다.]

[주의 : 월드 레이드의 난이도는 50인 이상의 공격대를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공격대를 결성하십시오. 현재 서버의 참여 가능 도전자 : 1명]

두 번째 월드 레이드였다.

**

9층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월드 보스가 출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계속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강한 재버워크를 상대하다 보니, ‘설마 이 이상은 없겠지’ 라며 무심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이 빌어먹을 탑이 내 예상을 깨부수고 미쳐 날뛴 게 하루 이틀도 아니건만, 신경이 무뎌져 있던 게 분명하다.

[별에 닿는 눈을 지녔으나, 그 빛을 붙들 손은 주어지지 아니하였으니, 하늘을 우러르되 닿을 수 없는 자.]

[물어뜯는 턱과 움켜쥐는 발톱으로 만물을 갈취하면 닿을 수 있으리라며, 허망한 꿈으로 자신을 속여왔으니.]

[주께서 참으로 계시거든, 어찌하여 이 끔찍하고 뒤틀린 피조물을 그 눈 아래에 버려두셨나이까?]

[WORLD BOSS - 성위에 닿지 못한 자, 재버워키 재버워크]

마침내 완성된 골렘의 모습은 말로 형언하기 힘든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물고기를 닮은 대가리에 곤충을 연상시키는 한 쌍의 더듬이, 새빨간 눈동자와 길고 가느다란 목.

팔과 다리는 예전에 봤던 공룡을 연상시켰으며, 긴 꼬리와 박쥐를 닮은 날개가 붙어 있었다.

드래곤을 닮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놈은 날개는 사용하지 않고 네 다리로 바다를 밟았다.

-쿠궁!

공중을 부유하던 섬이 괴상한 형태로 변해 걸어 다니기 시작한 꼴, 아주 고질라가 따로 없다.

허나 진정으로 경악스러운 것은 놈의 덩치나 외형이 아니라, 전신에 두르고 있는 마력의 방벽이다.

내 오러로도 한방에 뚫리지 않는 방어벽을 전신에 빼곡하게 펼치고 있다. 말이 되는 건가, 저게.

9층때는 월드 보스가 상대라도, 메르세데스처럼 나 이상의 스펙을 가진 NPC들의 협력으로 어떻게든 맞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이 18층에 나와 비견될 수 있는 NPC는 재버워크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그런데, 내 오러로도 못 뚫는 방어벽을 전신에 펼치고 있고- 심지어 골렘이기에 핵이 부서지지 않는 한 계속 재생할 거다.

이건 히든이니 에픽이니 따질 때가 아니라, 그냥 이론상으로도 공략이 불가능한 상대가 아닌가.

-철퍽.

발 밑으로 마력을 넓게 펼쳐, 어설픈 모양새지만 수면을 밟고 섰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다시 한번 [사고 가속]을 전개하려던 찰나, 기괴한 형태로 변한 재버워크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거대한 입에서 쏘아지는 푸른 빛살- 놈의 가장 강력한 공격 중 하나였던 마법 광선이 쏘아졌다.

이전까지의 초라한 형태가 아닌, 브레스에 가까운 규모와 기세로.

-콰과과과광!!

광선이 지나간 자리에 뒤따르는 충격파, 바닷길이 그대로 갈라졌다.

오브를 사용하지 않는 마법이었기에 전조를 감지하고 피할 수 있었지만, 아슬아슬했다.

[붉은 눈동자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재버워키 재버워크가 당신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살벌하기 짝이 없는 시스템의 안내 메시지와 함께, 머릿속에 연달아 전음이 울려 퍼졌다.

‘나는 너를 먹고, 성위에 오를 것이다.

요란하고 시끄러운 전음 사이에서 식별할 수 있는 말은 그것이 유일했다.

월드 보스가 휴면에 들어가기 전까지 펼치는 개막 패턴으로- 놈은 나를 추적하기로 한 것이다.

작전을 세울 시간도, NPC를 모아 힘을 합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놈의 등에서 내려오지 않고 버티는 편이 나을 뻔했다.

마력을 사용해 물 위를 걷고 있는 지금 상태로는 제대로 싸우기가 힘들다. 코어를 노릴만한 방법도 없고.

다행인 점이 있다면, 놈의 이동속도가 느리다는 것 정도인가. 그마저도 저 날개를 펼치면 또 어떨지 모르겠다만.

-후웅!

재버워크가 오른팔을 들어 올려 크게 휘둘렀다. 날카로운 발톱이 바람을 가르며 바다 위로 상처가 새겨졌다.

그냥 발톱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넓은 범위의 참격이 발생한다. 내 검기의 최대 사거리를 능가하는 미친 공격범위.

젠장, 이래서는 다시 거리를 좁히는 것도 힘들겠다. ‘천뢰의 장갑’도 그렇게 마구 써댈 수는 없는데.

게다가 반쪽짜리라고는 해도 의념기를 사용하느라 마력도 많이 소모한 상태.

놈의 전신을 둘러싸고 있는 방어막을 뚫고, 코어를 일격에 파괴할만한 화력을 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어쩔 수 없다, 일단은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부디 놈의 이동속도가 빨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천뢰의 장갑’을 발동해 육지로 날아갔다.

-쿠르릉!

번개 속성의 마나로 변한 몸은 한없이 벼락에 가까운 속도로 쏘아져, 순식간에 항구까지 도착했다.

저 멀리서 골렘이 된 재버워크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을 확인하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에픽 : 회색 아이와 마법의 서 - 최종장]

설명 : 노욕의 끝을 달려온 마법사와, 가엾은 아이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을 고합니다.

[퀘스트 목표]

  1. 재버워키 재버워크를 처치하기.

  2. 아이를 보호하기(선택).

  3.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기(선택).

[퀘스트 보상]

(퀘스트 완료 시, 진행과정에 따라 랭크를 산정합니다. 랭크에 따라 보상이 변화합니다.)

(현재 당신의 퀘스트 랭크 : A-)

(현재 랭크로 퀘스트 완료 시, 최대 유니크 등급의 보상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예상대로 재버워크를 처치하는 건 필수 조건, 애초에 전이문 활성화 권한이 이양되었다니 당연한 일이다.

마탑의 협조를 받아서 뭔가 방법을 강구해 볼까? 하지만 재버워크의 추적을 내버려두고 마탑으로 향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최대 화력의 의념기를 정면에서 때려 박으면 코어를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는 걸까? 마력량은 충분한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보니, 한 가지 떠오르는 수단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도 반쯤 도박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결국 재버워크에게 다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사거리는 극복할 방법이 없으니까.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있던 중, 익숙한 기척이 등 뒤로 접근해왔다.

“진혁악마님.”

눈물이 그렁그렁한 꼬마 에인이 내 옷소매를 잡아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