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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장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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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전투 능력에 도움이 될 만한 스킬은 모두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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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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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탯이 상승하는 감각을 느끼며, 마지막으로 사고 가속까지 발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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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까지 끌어올린 사고력은 주변의 광경을 멈춘 것처럼 인식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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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를 수백 번으로 쪼갠 끝에 도달한 정지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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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념기를 구현할 시간을 버는 것이라면 이 정도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사고를 더욱 가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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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와 검기를 처음 각성했던 순간- 그때 나는 분명히 정지된 세계를 넘어, 나의 의식만이 존재하는 공간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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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체험했을 때는 단순한 주마등으로 생각했지만, 이젠 그것이 의도적으로 불러일으킬 수 있는 현상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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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수억 번의 시행착오를 반복해, 끝내 오러를 완성시켰듯- 이번에는 의념기를 깨우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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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확신은 없지만, 해내야 한다. 그 공간으로의 입성은 의념기를 터득하기 위한 기본 전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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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된 사고로 인해 멈춘 듯 보이던 세상이, 천천히 흑백으로 물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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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점을 향하는 집중력과 사고력이, 인식할 필요가 없는 것부터 순서대로 지워 없애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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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색이 사라지고, 이어 선이 흐려지며, 마침내 시야가 완전히 암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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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가 검게 물든 뒤엔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이 차례로 소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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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든 오감을 소실하고, 세상을 인지하던 미약한 기감마저 사그라든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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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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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한 번, 축축한 강물과 나 자신만이 존재하는 세계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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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내 사고만이 존재하는 공간. 검령은 과거 의념기에 대해 설명하며 이 현상을 언급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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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일정한 경지에 도달한 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체험하는 현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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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이 스스로 이름 붙이기를, 검의 절벽. 하지만 나의 내면세계에는 절벽도 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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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적당한 다른 이름이 필요하겠지만, 일단은 내면세계라고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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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좀 무협지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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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히 그렇게 중얼거리며, 강물이 흐르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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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차림새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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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게 정말 내 사고로 이루어진 내면세계라면, 옷쯤은 마음대로 만들 수 있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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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의식이 이 상태를 가장 편하고 자연스럽다고 인식하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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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됐어,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일단 복습부터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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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볍게 마력강화부터 시작해, 몸에 오러를 두르고, 마지막으로는 오러 서클을 구현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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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의 고리를 또 하나의 마력 회로처럼 활용해, 마력이 사용되는 기술의 위력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도핑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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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검령이 생전에 만들어냈던 의념기다. 하자가 많은 기술인 것 같지만, 그건 사용자가 나이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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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의 말에 따르면, 의념기란 전사 자신의 심상을 오러에 녹여내 구현하는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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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은 사용자의 감정과 마음에 영향을 받지만, 오러는 감정과 무관하게 언제나 안정적인 성질과 형태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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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정한 경지에 도달한 전사는 자신의 의지를 오러에 투영함으로써, 그 성질과 형태를 변환시켜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의념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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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의념기를 모방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동일한 심상을 가지지 않은 채 발현된 의념기는 결국 반쪽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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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 서클은 검령이 품고 있는 의지가 형태로 발현된 것이기에, 타인인 내가 사용하는 한 결코 완벽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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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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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내가 오러에 담아낼 수 있는 의지는 무엇일까? 나는 눈을 감고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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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싸우게 하는 것, 내게 이 탑을 뚫고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심어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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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의 세계가 요동치며, 떠올린 모습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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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럴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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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담아낼 의지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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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 그려낸 것은 익숙한 얼굴의 다크엘프. 처음으로 함께 ‘다음’을 약속했던, 엘레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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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러본다. 얕은 강이라 생각했던 심상의 풍경은, 어느새 호수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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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별빛이 흐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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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상이 이 장소를 그려냈다는 건- 자각하지 못했지만, 역시 그때부터 마음이 있었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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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저런 끝내주는 그림자 주머니를 달고 있는 다크엘프가 나랑 어울려줬는데, 어떻게 마음이 없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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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시선을 돌리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던- 이 심상이야말로, 내 의지에 불을 붙이는 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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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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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 웃으며 손을 뻗는다. 널리 펼쳐져 있던 심상이 내 손안에서 압축되며 불꽃의 형태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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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지와 욕망이 하나 되어 만들어낸 불꽃. 이것이 바로, 나의 의념기가 구현할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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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건, 이걸 검에 담아 쏘아내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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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의념기도 생각보다 어려운 건 아니네. 자신 있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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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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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히 가속되던 사고가 정속을 되찾고, 세계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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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개의 오브를 소환한 재버워크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거대한 마력의 창을 직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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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맞았다가는 분명 몸이 가루가 되겠지, 피할 수 있을 만큼의 공격 범위도 아니야. 맞받아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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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른손에 흐르는 마력을 내면세계에서처럼 조작해, 불타는 오러의 줄기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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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의 이야기를 들으며 MP를 회복해둔 덕에, 지금 내 상태는 한없이 만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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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최상의 컨디션에서도, 이 불타는 오러를 완전히 통제하는 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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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안정적인 오러를 다루는 것과는 난이도가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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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의 형태를 띠는 탓인지, 입자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무척 불규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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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천천히, 천천히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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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흡을 하며, 오른손을 감싸는 불타는 오러 줄기를 조심스럽게 검 속으로 밀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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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검에 쑤셔 넣기만 하면, 그다음은 검기를 쏘는 요령대로 분사하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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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력은 충분할 것이다. 이번이 첫 사용이지만, 이거라면 놈을 불태우고도 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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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대 위력은 둘째치고, 막상 실전에 투입하려니 생각도 못 한 문제점이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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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병, 이거 왜 이렇게 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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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내가 검에 오러를 담는 것보다, 재버워크의 마법이 준비되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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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새끼가 정정당당하게 내 준비 시간을 기다려 주지는 않을 테니,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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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잠깐만, 그건 서로 마찬가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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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저 새끼랑 정정당당하게 풀파워 화력 대결을 해 줘야 하지? 그냥 먼저 베면 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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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100% 완성된 의념기를 휘둘러야 할 필요는 없다. 놈의 방어를 뚫고 치명상을 입힐 수만 있으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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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개의 오브는 대부분 창을 직조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물론 그 중 몇 개는 방어를 위해 쓰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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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지의 오브는 없다. 예지마법이 담긴 오브만큼은 유일하게 눈으로 식별 가능하니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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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미완성된 의념기로 놈의 방어를 뚫는 것은 가능한가-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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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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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 마탑에서 빌려 온 마도구, ‘천뢰의 장갑’을 꺼내서 다시 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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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속성을 띠는 마력의 입자로 몸을 바꾸어, 재버워크의 한 발짝 앞까지 단번에 돌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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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타이밍을 맞추어, 마도구의 효과를 해제- 그리고 오른손에 들린 불타는, 아니, 반쯤 불타는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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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원거리까지 강력한 화염을 분사해 모든 것을 불사르는 기술이지만, 이 상태로도 위력은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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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져라,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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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의 몸 앞에 재빨리 몇 겹의 방어막이 나타났지만, 오러의 불꽃은 그 모든 것을 살라버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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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의 의념기는 그대로 놈의 상반신을 파고들어, 그 안쪽까지 불태워 증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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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아지기 일보 직전이었던 마력의 창은 주인의 통제가 끊어짐과 동시에 격렬하게 발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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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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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저거 폭발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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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놓아버리고 재버워크의 몸을 밟아 최대한 멀리 도약하며, [철벽] 스킬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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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의 창이 붕괴함에 따라 세상이 밝게 변하고, 터져 나온 천둥소리가 귓가를 울리더니 이내 조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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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얗던 시야도 이내 몰려드는 통증과 함께 새까맣게 암전되고, 전신의 감각이 순간적으로 마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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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어두운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보인 것은 하나의 시스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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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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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어이없는 결말이지만, 어쨌든 내가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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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를 뒤흔들던 마력의 폭풍이 끝나고, 내 눈에 비친 것은 하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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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가 만들어낸 창이 폭발하며 발생한 충격파는 정말 어마어마한 위력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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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폭발이 지향성을 갖고 나한테 날아올 예정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절로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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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 충격파에 휩쓸린 나도 멀쩡할 수는 없었다. 하늘이 보인다는 것은 내가 땅에 뻗어 있다는 의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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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를 열어 얼굴이 있을만한 위치로 포션을 꺼내 드롭시켰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아서 먹을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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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이, 나중에 몇 개는 병을 딴 상태로 넣어두든가 해야겠다. 이런 상태에선 있어도 먹지를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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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그대로 누워서 [초재생]의 효과로 몸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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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뒈질 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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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주변을 둘러보니, 마탑의 마도구로 형성했던 지형은 온데간데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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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가 텔레포트로 빠져나갈 수 없게끔 벽을 매우 두껍게 만들었었는데, 그게 방금 걸로 싹 소멸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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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의 마법과 내 의념기가 정말 그대로 충돌했으면, 승패랑 별개로 같이 뒤졌을 가능성도 있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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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구구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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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으로 직전의 전투를 복기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그 때, 돌연 진동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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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까 여기, 공중에 떠 있는 섬이었지- 그것도 재버워크의 마력으로 날아다니고 있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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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가 죽어서 섬이 붕괴하려는 건가, 마지막까지 더러운 새끼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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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틈도 안 주냐 치사한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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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욕설을 내뱉으며 섬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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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에픽 퀘스트의 진행도가 99%를 초과함에 따라, 계층의 설정이 변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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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눈앞에 나타난 것은 낯선 듯 낯설지 않은- 새빨간 시스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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