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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방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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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라고 해도, 내 최대 강점은 압도적인 전투 지속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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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피해를 60% 반감시키는 [강철의 혼], 절단된 몸도 도로 붙여버리는 [초재생], 그리고 세 가지의 내성 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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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철의 혼]을 비롯한 방어 능력들을 총동원해도, 재버워크의 마력 광선만큼은 막아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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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재생]으로도 오러 서클을 무리하게 전개한 반동을 버텨내는 것이 한계, HP는 차오를 기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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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최대 강점인 전투 지속력의 양대 축이 흔들리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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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지막 하나, 각종 내성 스킬만큼은 아직도 잘 써먹을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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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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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에서 꺼낸 첫 번째 마도구는, 남색 마탑에서 빌려 온 이른바 ‘혼탁의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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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종류의 독이 섞인 플라스크 안에서 원하는 성분만을 추출해내는, 원심분리기 같은 마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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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이라면 전투가 아닌 연구용으로나 쓰일 법한 장치지만, 내가 주목한 건 추출 기능이 아니라 그 플라스크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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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플라스크 안에는 그동안 남색 마탑이 연구하고 제조해온 수많은 독극물이 죄다 혼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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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오래 버티나 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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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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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납하기로 했지만 어쩔 수 없지, 나는 주저 없이 플라스크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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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의 오브가 다시 광선을 발사했고, 플라스크는 정교하게 갈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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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열의 광선도 그 안의 독을 깨끗하게 소멸시키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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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맹독에 불을 붙여 기화시켜, 어마어마한 살상력을 가진 독무를 만들어 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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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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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던 재버워크의 표정이 일순간에 바뀌었다. 놈의 등 뒤에서 마지막 다섯 번째 오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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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바람이 재버워크의 몸을 중심으로 불어오고, 맹독의 구름은 바람의 장벽에 휘감겨 사방으로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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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오시겠지, 내가 가진 모든 독 포션과 남색 마탑의 독이 전부 융합된 미친 독안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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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곳은 밀폐된 공간. 기다린다고 독이 흩어질 리 없고, 방어 마법을 전개하지 않으면 버틸 수도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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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원 참, 위험한 짓을 하는군. 함께 자살이라도 할 셈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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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는 에인의 기억을 통해 내 전투력을 엿봤을 뿐. 내 스탯과 스킬 전부를 알고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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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자살이라니. 상식적으로, 내가 그런 짓을 왜 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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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독 내성 스킬 레벨이 몇이게,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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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전투 지속력은 상황이 극한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빛난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환경을 극한으로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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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을 얼마나 들이마셔도 별 상관없지만, 저쪽은 독을 막기 위해 마법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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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 마법 풀리면 뒤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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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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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과 동시에 땅을 박차며 앞으로 전진했다. 그러자 곧바로 날아오는 광선과 푸른 마법 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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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억지로 몸을 비틀어 광선을 피한다. 모든 공격을 피하는 건 어렵기에, 탄환 쪽은 그냥 맞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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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예지 마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몇몇 공격은 아예 피할 생각을 안 하는게 나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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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엉!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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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을 법한 공격은 내구도를 믿고 그냥 맞는다. 정말로 위험한 공격이 섞이면 마력을 분출해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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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한 방에 죽일 수 있을만한 공격은 광선 하나뿐, 그것 하나만이라면 예지고 뭐고 어떻게든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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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도 없고, 시전 동작도 없고, 미래까지 예지해 발사되는 광선을 어떻게 피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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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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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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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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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드는 일직선 광선을 이번에도 몸을 비틀어 피해내며, 조금씩 거리를 좁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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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는 초월적인 경지에 오른 마법사다. 이 18층 세계에 놈과 맞설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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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놈은 당연히 실전 전투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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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짓이 뻔하잖아. 광선이 쏘아지는 방향은 결국 일직선, 타이밍만 알면 당연히 피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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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서 나를 복제한 호문쿨루스와 싸워본 게 큰 도움이 됐다. 나를 상대하는 상대방의 기분을 알아 버렸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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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격을 우습게 받아내고, 쉴 새 없이 달려드는 지구력 무한 전사란 얼마나 역겨운 상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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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도 이 상황을 영원히 지속할 수는 없다. 오러 서클의 반동이 내 몸을 빠르게 망가뜨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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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걸 저놈이 알 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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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타격을 받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타격을 받아도 내색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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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한 대만 제대로 맞아도 치명상이고, 유지 중인 마법이 깨지는 것만으로도 맹독에 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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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난공불락으로 보이는 무적의 원패턴을 유지하고 있지만, 강한 압박감 속에서는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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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방패를 던졌다가 까먹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던 것처럼, 방심하다가 아스테리오스의 도끼에 썰렸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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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력을 상실해라, 빈틈을 보여라, 내가 후벼 파서 무너트릴 수 있는 약점을 노출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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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부족하다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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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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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색 마탑에서 가져온 마도구를 작동시키며,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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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봤자 놈이 쏘는 광선 한 방이면 아이템이고 뭐고 다 반토막이 나서 증발할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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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드는 투척 무기를 막기 위해 방어 마법을 할애하게 한다면, 의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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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웅! 훙! 휘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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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의 몸 주변에 떠오른 공간의 균열을 통해, 내가 던진 무기들이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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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 호문쿨루스가 그랬듯이, 나도 내가 대충 던진 무기에는 맞아봤자 딱히 다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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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쏟아지는 수십 수백 발의 마법 포격과 반사되는 투척 무기까지, 전부 그냥 몸으로 받아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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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위협적인 마법 광선만을 타이밍을 읽어 피해내며, 달려들어서 검으로 일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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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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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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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에도 공간 마법에 의해 검은 튕겨 나가고, 내 몸만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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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나는 아무런 내색 없이, 삐걱거리는 몸으로 계속 덤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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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이 드러나길 바라며, 지독한 소모전을 이어간 지 얼마나 지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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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 아래로 핏물이 흘러내려 바닥을 적신다. 전신의 근육이 갈기갈기 찢긴 듯 고통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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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거리던 관절은 이제 반쯤 녹아내린 것 같다. 오러 서클을 장시간 유지한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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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뛰어다니면 안 지치나? 그만하고 함께 차라도 한잔하는 게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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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재버워크는 여전히 다섯 개의 오브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채, 여유롭게 마법을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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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새끼, 마력량이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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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 회로를 개선해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다느니 어쩐다느니, 그딴 말로 설명이 안 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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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내 MP는 슬슬 바닥이 보이고 있다. 애초에 오러 서클 자체가 연비 좋은 기술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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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놈의 마력 고갈이 아니라, 집중력 고갈을 노린 건데- 도무지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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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큭,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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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숨을 돌리려 했지만, 목구멍에서 피가 울컥하고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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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내 쪽에 먼저 한계가 찾아올 줄이야. 재버워크 쪽의 집중력이 생각 이상으로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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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의 등 뒤에 떠오른 오브가 빛나며, 이번에도 푸른 광선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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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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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힘차게 굴러 광선을 피해냈지만, 이어서 날아드는 마법 공격은 당연히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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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 속성이 내게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놈은 이제 정체 모를 검은 탄환을 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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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아드는 탄환 앞에서 마법석을 끼워두었던 칼레온을 꺼내, 준비 중이던 검령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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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과광! 콰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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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은 검은 탄환에 맞아 공중으로 떠올랐고, 만신창이가 되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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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어, 준비해 둔 수단은 이걸로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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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봐도 궁여지책에 불과한 수단이었기에, 재버워크는 혀를 차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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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텔레포트를 사용해 거리를 벌려 대던 재버워크는 이제 스스로 다가왔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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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내 몸 상태를 알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가오는 걸 보면- 설마 처음부터 알고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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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겠지, 용케 그렇게나 움직였어…그래서 더더욱 탐나는군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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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다가온 재버워크가 손을 휘둘렀다. 마법의 사슬이 허공에서 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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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사슬을 채워서 데려가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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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완전히 이겼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멍청한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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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장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는 건 사실이지만, 내 HP는 이제야 절반 정도 깎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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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HP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순간, [불굴]스킬은 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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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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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휘둘러 재버워크의 사슬을 튕겨내고, 인벤토리에서 갑옷 무더기를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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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으로 시야를 가린 뒤, 놈의 배후로 움직여-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오러를 두른 검을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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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의 반응은 기민했다. 예지의 오브가 있기 때문에, 몇 초 뒤의 광경을 보았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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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습이 안 통한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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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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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의 오브가 광선을 쏘고, 동시에 공간 마법을 전개했지만- 방향이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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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 마법 전문의 자색 마탑에서 강탈해 온 마도구, 환영의 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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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효과는 특정한 대상 하나에게 완벽한 환영을 덧씌워 모습을 속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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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의 공간 마법이 막아낸 것은, 내가 아닌 만신창이가 된 검령의 공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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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스테리오스의 도끼에 반으로 썰렸던 것은, 승리를 확신하고 방심했던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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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다를 거 없구나,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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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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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선에 의해 검령이 반으로 토막나는 것과 동시에, 내가 휘두른 검이 재버워크의 등을 크게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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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몸을 대각선으로 갈라 버릴 생각이었는데, 방어 마법이 한 겹 더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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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스킬의 힘까지 빌려 날린 혼신의 일격이었지만……뭐, 일단 유효타를 먹였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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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지막까지 아끼고 있던 백색 마탑의 마도구, 천사의 날개깃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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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구의 효과는 지극히 단순, 내장된 마력을 소모해 사용자의 상처를 흡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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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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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상처를 흡수한 탓인지, 수백 번을 쓸 수 있다던 날개깃은 파괴되고 말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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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HP는 완벽하게 회복되어- 풀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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