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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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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방심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최대 강점은 압도적인 전투 지속력이다.

모든 피해를 60% 반감시키는 [강철의 혼], 절단된 몸도 도로 붙여버리는 [초재생], 그리고 세 가지의 내성 스킬.

하지만 [강철의 혼]을 비롯한 방어 능력들을 총동원해도, 재버워크의 마력 광선만큼은 막아낼 수 없다.

[초재생]으로도 오러 서클을 무리하게 전개한 반동을 버텨내는 것이 한계, HP는 차오를 기미가 없다.

내 최대 강점인 전투 지속력의 양대 축이 흔들리는 상황.

그러나 마지막 하나, 각종 내성 스킬만큼은 아직도 잘 써먹을 자신이 있다.

-절그럭.

인벤토리에서 꺼낸 첫 번째 마도구는, 남색 마탑에서 빌려 온 이른바 ‘혼탁의 우물’.

온갖 종류의 독이 섞인 플라스크 안에서 원하는 성분만을 추출해내는, 원심분리기 같은 마도구다.

보통이라면 전투가 아닌 연구용으로나 쓰일 법한 장치지만, 내가 주목한 건 추출 기능이 아니라 그 플라스크 자체였다.

이 플라스크 안에는 그동안 남색 마탑이 연구하고 제조해온 수많은 독극물이 죄다 혼합되어 있다.

“누가 더 오래 버티나 해 보자고.”

-후웅!

반납하기로 했지만 어쩔 수 없지, 나는 주저 없이 플라스크를 던졌다.

재버워크의 오브가 다시 광선을 발사했고, 플라스크는 정교하게 갈라져 나갔다.

하지만 고열의 광선도 그 안의 독을 깨끗하게 소멸시키진 못했다.

오히려 맹독에 불을 붙여 기화시켜, 어마어마한 살상력을 가진 독무를 만들어 냈을 뿐.

“이건……!”

여유롭던 재버워크의 표정이 일순간에 바뀌었다. 놈의 등 뒤에서 마지막 다섯 번째 오브가 떠올랐다.

기묘한 바람이 재버워크의 몸을 중심으로 불어오고, 맹독의 구름은 바람의 장벽에 휘감겨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렇게 나오시겠지, 내가 가진 모든 독 포션과 남색 마탑의 독이 전부 융합된 미친 독안개라고.

게다가 이곳은 밀폐된 공간. 기다린다고 독이 흩어질 리 없고, 방어 마법을 전개하지 않으면 버틸 수도 없을 거다.

“나 원 참, 위험한 짓을 하는군. 함께 자살이라도 할 셈이었나?”

재버워크는 에인의 기억을 통해 내 전투력을 엿봤을 뿐. 내 스탯과 스킬 전부를 알고 있는 건 아니다.

동반 자살이라니. 상식적으로, 내가 그런 짓을 왜 하겠냐?

내 독 내성 스킬 레벨이 몇이게, 이 새끼야?

**

내 전투 지속력은 상황이 극한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빛난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환경을 극한으로 만들기로 했다.

나는 독을 얼마나 들이마셔도 별 상관없지만, 저쪽은 독을 막기 위해 마법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너 그 마법 풀리면 뒤지는 거다.”

-쾅!

선언과 동시에 땅을 박차며 앞으로 전진했다. 그러자 곧바로 날아오는 광선과 푸른 마법 탄환.

이번에도 억지로 몸을 비틀어 광선을 피한다. 모든 공격을 피하는 건 어렵기에, 탄환 쪽은 그냥 맞아준다.

놈은 예지 마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몇몇 공격은 아예 피할 생각을 안 하는게 나을 거다.

-퍼엉! 쾅!

맞을 법한 공격은 내구도를 믿고 그냥 맞는다. 정말로 위험한 공격이 섞이면 마력을 분출해 밀어낸다.

나를 한 방에 죽일 수 있을만한 공격은 광선 하나뿐, 그것 하나만이라면 예지고 뭐고 어떻게든 피할 수 있다.

전조도 없고, 시전 동작도 없고, 미래까지 예지해 발사되는 광선을 어떻게 피하냐고?

-지이잉!

이렇게.

-콰과광!

날아드는 일직선 광선을 이번에도 몸을 비틀어 피해내며, 조금씩 거리를 좁힌다.

재버워크는 초월적인 경지에 오른 마법사다. 이 18층 세계에 놈과 맞설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놈은 당연히 실전 전투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하는 짓이 뻔하잖아. 광선이 쏘아지는 방향은 결국 일직선, 타이밍만 알면 당연히 피할 수 있다고.

미궁에서 나를 복제한 호문쿨루스와 싸워본 게 큰 도움이 됐다. 나를 상대하는 상대방의 기분을 알아 버렸거든.

모든 공격을 우습게 받아내고, 쉴 새 없이 달려드는 지구력 무한 전사란 얼마나 역겨운 상대인지.

물론, 나도 이 상황을 영원히 지속할 수는 없다. 오러 서클의 반동이 내 몸을 빠르게 망가뜨리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걸 저놈이 알 리가 없잖아?

중요한 건 타격을 받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타격을 받아도 내색하지 않는 것.

놈은 한 대만 제대로 맞아도 치명상이고, 유지 중인 마법이 깨지는 것만으로도 맹독에 당할 수 있다.

당장은 난공불락으로 보이는 무적의 원패턴을 유지하고 있지만, 강한 압박감 속에서는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

내가 방패를 던졌다가 까먹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던 것처럼, 방심하다가 아스테리오스의 도끼에 썰렸던 것처럼.

판단력을 상실해라, 빈틈을 보여라, 내가 후벼 파서 무너트릴 수 있는 약점을 노출해라.

이 정도로 부족하다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주마.

“인벤토리.”

자색 마탑에서 가져온 마도구를 작동시키며,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쏟아낸다.

이래봤자 놈이 쏘는 광선 한 방이면 아이템이고 뭐고 다 반토막이 나서 증발할 뿐이지만.

날아드는 투척 무기를 막기 위해 방어 마법을 할애하게 한다면, 의미는 있다.

-후웅! 훙! 휘잉!

재버워크의 몸 주변에 떠오른 공간의 균열을 통해, 내가 던진 무기들이 되돌아온다.

하지만 내 호문쿨루스가 그랬듯이, 나도 내가 대충 던진 무기에는 맞아봤자 딱히 다치지 않는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수십 수백 발의 마법 포격과 반사되는 투척 무기까지, 전부 그냥 몸으로 받아내면서.

유일하게 위협적인 마법 광선만을 타이밍을 읽어 피해내며, 달려들어서 검으로 일격.

-카앙!

“쯧.”

그러나 이번에도 공간 마법에 의해 검은 튕겨 나가고, 내 몸만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그럼에도 나는 아무런 내색 없이, 삐걱거리는 몸으로 계속 덤벼든다.

**

빈틈이 드러나길 바라며, 지독한 소모전을 이어간 지 얼마나 지났을까.

갑옷 아래로 핏물이 흘러내려 바닥을 적신다. 전신의 근육이 갈기갈기 찢긴 듯 고통을 호소한다.

삐걱거리던 관절은 이제 반쯤 녹아내린 것 같다. 오러 서클을 장시간 유지한 대가다.

“그렇게 뛰어다니면 안 지치나? 그만하고 함께 차라도 한잔하는 게 어떤가?”

반면 재버워크는 여전히 다섯 개의 오브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채, 여유롭게 마법을 운용하고 있다.

미친 새끼, 마력량이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야?

마력 회로를 개선해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다느니 어쩐다느니, 그딴 말로 설명이 안 되는 수준이다.

반면 내 MP는 슬슬 바닥이 보이고 있다. 애초에 오러 서클 자체가 연비 좋은 기술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놈의 마력 고갈이 아니라, 집중력 고갈을 노린 건데- 도무지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후우……큭, 쿨럭!”

짧게 숨을 돌리려 했지만, 목구멍에서 피가 울컥하고 쏟아졌다.

빌어먹을, 내 쪽에 먼저 한계가 찾아올 줄이야. 재버워크 쪽의 집중력이 생각 이상으로 뛰어났다.

재버워크의 등 뒤에 떠오른 오브가 빛나며, 이번에도 푸른 광선이 쏘아졌다.

“큭!”

다시 한번 힘차게 굴러 광선을 피해냈지만, 이어서 날아드는 마법 공격은 당연히 피할 수 없었다.

화염 속성이 내게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놈은 이제 정체 모를 검은 탄환을 날리고 있었다.

나는 날아드는 탄환 앞에서 마법석을 끼워두었던 칼레온을 꺼내, 준비 중이던 검령을 소환했다.

-콰과광! 콰광!

검령은 검은 탄환에 맞아 공중으로 떠올랐고, 만신창이가 되어 떨어졌다.

“어리석어, 준비해 둔 수단은 이걸로 끝인가?”

어딜 봐도 궁여지책에 불과한 수단이었기에, 재버워크는 혀를 차며 그렇게 말했다.

열심히 텔레포트를 사용해 거리를 벌려 대던 재버워크는 이제 스스로 다가왔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녀석이 내 몸 상태를 알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가오는 걸 보면- 설마 처음부터 알고 있었나.

“더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겠지, 용케 그렇게나 움직였어…그래서 더더욱 탐나는군그래.”

천천히 다가온 재버워크가 손을 휘둘렀다. 마법의 사슬이 허공에서 출현했다.

“자, 사슬을 채워서 데려가도록 하지.”

아무래도 완전히 이겼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멍청한 새끼.

물론 당장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는 건 사실이지만, 내 HP는 이제야 절반 정도 깎였거든.

그리고 HP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순간, [불굴]스킬은 발동한다.

-카앙!

검을 휘둘러 재버워크의 사슬을 튕겨내고, 인벤토리에서 갑옷 무더기를 꺼낸다.

일시적으로 시야를 가린 뒤, 놈의 배후로 움직여-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오러를 두른 검을 휘두른다.

재버워크의 반응은 기민했다. 예지의 오브가 있기 때문에, 몇 초 뒤의 광경을 보았을 테니.

“이런, 기습이 안 통한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군.”

-지이잉!

재버워크의 오브가 광선을 쏘고, 동시에 공간 마법을 전개했지만- 방향이 틀렸다.

환각 마법 전문의 자색 마탑에서 강탈해 온 마도구, 환영의 베일.

그 효과는 특정한 대상 하나에게 완벽한 환영을 덧씌워 모습을 속이는 것.

재버워크의 공간 마법이 막아낸 것은, 내가 아닌 만신창이가 된 검령의 공격이었다.

내가 아스테리오스의 도끼에 반으로 썰렸던 것은, 승리를 확신하고 방심했던 탓.

“너도 다를 거 없구나, 그치?”

-촤악!

광선에 의해 검령이 반으로 토막나는 것과 동시에, 내가 휘두른 검이 재버워크의 등을 크게 베었다.

아예 몸을 대각선으로 갈라 버릴 생각이었는데, 방어 마법이 한 겹 더 있었나.

[불굴]스킬의 힘까지 빌려 날린 혼신의 일격이었지만……뭐, 일단 유효타를 먹였으니 됐다.

나는 마지막까지 아끼고 있던 백색 마탑의 마도구, 천사의 날개깃을 사용했다.

마도구의 효과는 지극히 단순, 내장된 마력을 소모해 사용자의 상처를 흡수한다.

-빠직!

너무 많은 상처를 흡수한 탓인지, 수백 번을 쓸 수 있다던 날개깃은 파괴되고 말았지만.

내 HP는 완벽하게 회복되어- 풀피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