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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재버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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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무장으로서 항상 갖추고 다니는 손도끼와 단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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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지근거리에서 더 파괴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도끼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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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 하고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도끼날이 남자의 정수리를 찍었다. 단순하고 위력적인 직선으로의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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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는 확실했다. 단단한 것을 가르는 특유의 손맛과 함께, 재버워크의 머리통은 쪼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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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데미지를 입히고도 남을 만한 깊이까지 도끼날이 박혔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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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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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날을 통해 파직거리는 번개가 안쪽으로 침입한다. 머리 안쪽까지 전기구이로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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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도 멈추지 않는다. 언제 어떤 수단으로 회복할지 모른다. [혼신] 스킬을 발동시키며 추가타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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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에 힘을 욱여넣고 오러를 둘러, 이미 반쯤 쪼개진 머리를 더욱 깊이 쪼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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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날은 이미 미간까지 침입했다. 그대로 손목을 천천히 뒤로 당겨, 자연스럽게 손도끼를 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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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낸 도끼를 이번에는 수평 방향으로 휘두른다. 오러를 두른 날로 목을 단번에 그어, 절반가량을 절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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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으로 들어가 왼쪽으로 빠져나온 도끼를 손안에서 빙글 회전시켜, 다시금 공격의 방향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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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를 낮춤과 동시에 노리는 것은 몸통의 왼편, 주요 장기를 보호하고 있는 갈비짝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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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콱! 콱! 콱! 콱! 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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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 날이 들어가는 방향을 정확하게 잡고, 가슴 근처 시작해 허리 부근까지 내려가며 한 번씩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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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박아넣은 도끼를 빼지 않은 상태로 놓아버리고, 낮은 자세에서 몸을 크게 회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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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인벤토리에서 장검을 꺼내, 오러를 두르고 두 허벅지를 뼈째로 절단해 끊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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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모자라다. 머리통과 주요 내장을 다져 놓았지만- 아직 심장을 뭉개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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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잘려 뒤로 넘어가는 재버워크의 상체에 달려들어, 인벤토리에서 꺼낸 메이스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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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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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있는 가슴 부근을 일격으로 으깨버렸다. 이어서 [라이트닝 차지]와 [대전]까지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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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직거리는 번개의 마력이 쏟아져 남아 있는 상체의 다른 부위를 노릇하게 구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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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을 잡고 있는 테러범을 상대로 취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대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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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개짓거리를 펼치기 전에, 확실하게 사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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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으로 테이블에 오른 상대와는 협상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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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야 원, 인사 정도는 얌전히 들어주면 덧나는 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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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들었던 것과 같은 목소리가 저 너머에서 들렸다. 그 자리에는 상처 하나 없는 재버워크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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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밑에서 으깨진 이건……환영이나 분신 같은 건 아니다. 제대로 산산조각이 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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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스러진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묘한 마력, 묘하게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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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쿨루스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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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일세. 눈썰미가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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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본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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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렇게 싱겁게 끝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검과 방패를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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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의 머리 위에는 NPC의 적대를 의미하는 콘솔이 떠올라 있었다. 색깔은 칠흑에 더없이 가까운 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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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에서 메르세데스의 머리 위에 떠올라 있던 것과 비슷한 색이다. 그때보다 살짝 적은 정도의 격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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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으로 인사하지, 내가 바로 ‘재버워크’라고 불리는 하찮은 마법사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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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성장했건만, 아직도 이만큼 차이가 나는 NPC가 존재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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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빌어먹을 탑은 난이도 설정이 너무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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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의 외견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말쑥한 노년의 신사- 그렇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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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나이에도 꾸준히 몸을 단련한 것인지, 꼿꼿한 허리와 넓은 어깨는 정장을 멋들어지게 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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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정리해 넘긴 희끗희끗한 백발에서는 연륜이 느껴지고, 회색 눈동자에선 묘한 깊이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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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는 자신의 키보다 조금 짧은 스태프를 들고 있다. 고풍스럽게 조각된 나무 재질의 촛대 같은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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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특이한 점으로, 그 끝에 유리로 만든 큼직한 정육면체가 둥둥 떠 있다는 점이다. 마법석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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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신사 같은 이미지를 완전히 박살 내는 점이 하나, 바로 놈에게서 넘실거리는 마력의 기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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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너무 뚫어져라 보지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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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지역의 호문쿨루스에게서 느껴졌던 그 불길한 마력이 은은하게 연기처럼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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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나오는 마력의 양 자체는 지극히 적다. [마력 지배]가 아니었다면 존재를 눈치채기도 힘들었을 정도의 소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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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마법사에게서도 저것보다는 많은 양의 마력이 흘러나오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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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재버워크가 보유하고 있는 마력량이 적기 때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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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 오줌보가 새는 게 뭘 보기 좋다고 그렇게 관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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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마력을 완벽에 가깝게 통제하고 있다. [마력 지배]를 가진 나도 저런 수준의 통제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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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큼의 마력을 갖고 있는지 견적을 내기가 힘들다. 하지만 조금만 집중해서 들여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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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보인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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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도 않는다. 완벽하게 파악한 건 결코 아니겠지만……저게 대체 어떻게 되먹은 마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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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종족의 한계를 초월하고, 한 개체로서의 한계를 초월하기 위해 연구를 한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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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는 성공한 모양이다. 또라이같이 많은 마력통이 종족 특성인 마족들 사이에서도 저만한 마력을 가진 놈은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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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니라 자연경관이 옷을 입고 걸어 다니는 걸 보고 있는 것 같다. 원근감이 이상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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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안으로 들어오게, 함정 같은 건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고……자네를 위한 만찬을 준비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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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는 검과 방패를 들고 적의를 뿌리는 나를 신경도 쓰지 않는지,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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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기습이 대역 호문쿨루스를 처치한 걸로 끝났으니, 서두른다고 될 상황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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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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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의 발밑으로 화려한 레드카펫이 깔렸다. 나는 입술을 씹으며 길을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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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풍경한 인공섬의 한가운데에 있는, 더욱 살풍경한 분위기의 저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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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안쪽도 섬 바깥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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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의 효율만을 중시한 듯한 금속 투성이의 저택, 나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마력감지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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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 마법을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재버워크는 뜻밖에 순순히 내가 감지를 돌리게 놔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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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탐색해도 에인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딘가에 감춰 둔 건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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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앉아서 뭐라도 좀 들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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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가 손뼉을 짝짝 치자, 순식간에 눈앞에 거대한 테이블과 산해진미가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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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라면 오는 길에 화이트롤을 있는 대로 씹어 삼켜 둔 참이다. 이딴 자식이 주는 음식을 먹을 이유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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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뭔가 독 같은 걸 넣어 뒀을 수도……아니, 그쪽은 상관없지. 오히려 좀 먹는 시늉을 하는 게 낫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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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굴을 찌푸린 채 자리에 앉아, 눈앞에 놓인 빵 한 조각을 살짝 떼어 입에 넣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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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는 어디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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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는 내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허공을 향해 가볍게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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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뚜벅뚜벅 다가오는 발소리와 함께, 두 마리의 목각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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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품에는 에인이 안겨 있었고, 잠들어 있는 듯 보였다. 살아 있구나. 우선은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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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회로는 이미 추출된 걸까, 아니면 인질로 쓰기 위해 붙잡아둔 걸까. 손이 근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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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네. 아이에게는 손 하나 대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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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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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인데 어쩌겠나. 나는 이제 이 아이에게 별다른 흥미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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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형의 품에 안겨 있는 에인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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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피를 이은 반마족의 마력 회로를 이식한다……그 발상을 처음 떠올린 게 몇 년 전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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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의 말은 끔찍한 사실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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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만큼 완벽한 작품은 없었지만, 마력 회로의 개선을 이루기에는 충분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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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같은 짓을 반복한 끝에, 목적을 이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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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흥미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야. 다만, 그보다 더 흥미로운 게 생겼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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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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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내가 아이의 기억을 엿보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를 테지, 이계에서 넘어온 초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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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힘과 마력, 나조차도 원리를 알 수 없는 공간 마법,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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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경지에 올라서고 나서야 간신히 시야에 들어온 하늘 너머, 마법의 성위에 도달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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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황홀한 표정을 지은 채 나불나불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씨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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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의 기억을 엿보자 눈에 들어왔던, 원리를 알 수 없는 공간 마법이라- 인벤토리를 말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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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가 시스템을 온전히 인식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무니, 내 몸에 관심을 가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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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 조건일세, 아이는 상처 하나 없이 넘겨줄 테니…자네는 내게 와 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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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각인형이 내게 다가와 품에 안겨 있는 에인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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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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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교환 조건인지 뭔지는 처음부터 성립될 수 없었다. 뭐, 아이는 상처 하나 없이 넘겨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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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품에 안긴 에인의 뺨에는, 옅은 눈물 자국이 말라붙어 있었다. 지랄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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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어도 울음만큼은 보이지 않던 이 꼬맹이가, 어쩌다가 그렇게 울었을까-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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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순진한 아이는, 이미 넘칠 만큼 상처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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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핏자국도 못 남기고 뒤질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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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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