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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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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버워크

부무장으로서 항상 갖추고 다니는 손도끼와 단검.

그 중 지근거리에서 더 파괴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도끼 쪽이다.

팍, 하고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도끼날이 남자의 정수리를 찍었다. 단순하고 위력적인 직선으로의 공격.

효과는 확실했다. 단단한 것을 가르는 특유의 손맛과 함께, 재버워크의 머리통은 쪼개졌다.

뇌에 데미지를 입히고도 남을 만한 깊이까지 도끼날이 박혔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대전]

도끼날을 통해 파직거리는 번개가 안쪽으로 침입한다. 머리 안쪽까지 전기구이로 만들어 준다.

그러고도 멈추지 않는다. 언제 어떤 수단으로 회복할지 모른다. [혼신] 스킬을 발동시키며 추가타를 잇는다.

손목에 힘을 욱여넣고 오러를 둘러, 이미 반쯤 쪼개진 머리를 더욱 깊이 쪼갠다.

도끼날은 이미 미간까지 침입했다. 그대로 손목을 천천히 뒤로 당겨, 자연스럽게 손도끼를 빼낸다.

빼낸 도끼를 이번에는 수평 방향으로 휘두른다. 오러를 두른 날로 목을 단번에 그어, 절반가량을 절단한다.

오른쪽으로 들어가 왼쪽으로 빠져나온 도끼를 손안에서 빙글 회전시켜, 다시금 공격의 방향을 바꾼다.

자세를 낮춤과 동시에 노리는 것은 몸통의 왼편, 주요 장기를 보호하고 있는 갈비짝을 노린다.

-콱! 콱! 콱! 콱! 콱!

다섯 번. 날이 들어가는 방향을 정확하게 잡고, 가슴 근처 시작해 허리 부근까지 내려가며 한 번씩 찍었다.

마지막으로는 박아넣은 도끼를 빼지 않은 상태로 놓아버리고, 낮은 자세에서 몸을 크게 회전시킨다.

그대로 인벤토리에서 장검을 꺼내, 오러를 두르고 두 허벅지를 뼈째로 절단해 끊어내었다.

아직 모자라다. 머리통과 주요 내장을 다져 놓았지만- 아직 심장을 뭉개놓지 않았다.

다리가 잘려 뒤로 넘어가는 재버워크의 상체에 달려들어, 인벤토리에서 꺼낸 메이스를 휘둘렀다.

-콰직!

심장이 있는 가슴 부근을 일격으로 으깨버렸다. 이어서 [라이트닝 차지]와 [대전]까지 사용한다.

파직거리는 번개의 마력이 쏟아져 남아 있는 상체의 다른 부위를 노릇하게 구워버렸다.

인질을 잡고 있는 테러범을 상대로 취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대응법.

무슨 개짓거리를 펼치기 전에, 확실하게 사살한다.

협박으로 테이블에 오른 상대와는 협상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이거야 원, 인사 정도는 얌전히 들어주면 덧나는 겐가?”

조금 전에 들었던 것과 같은 목소리가 저 너머에서 들렸다. 그 자리에는 상처 하나 없는 재버워크가 서 있었다.

내 발밑에서 으깨진 이건……환영이나 분신 같은 건 아니다. 제대로 산산조각이 난 상태다.

으스러진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묘한 마력, 묘하게 익숙하다.

“호문쿨루스였나.”

“정답일세. 눈썰미가 좋군.”

“너는 본인이고.”

어차피 이렇게 싱겁게 끝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검과 방패를 들어 올렸다.

재버워크의 머리 위에는 NPC의 적대를 의미하는 콘솔이 떠올라 있었다. 색깔은 칠흑에 더없이 가까운 적색.

7층에서 메르세데스의 머리 위에 떠올라 있던 것과 비슷한 색이다. 그때보다 살짝 적은 정도의 격차인가.

“정식으로 인사하지, 내가 바로 ‘재버워크’라고 불리는 하찮은 마법사일세.”

그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성장했건만, 아직도 이만큼 차이가 나는 NPC가 존재한다니.

이 빌어먹을 탑은 난이도 설정이 너무 잘못됐다.

**

재버워크의 외견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말쑥한 노년의 신사- 그렇게 보였다.

노년의 나이에도 꾸준히 몸을 단련한 것인지, 꼿꼿한 허리와 넓은 어깨는 정장을 멋들어지게 소화하고 있다.

깔끔하게 정리해 넘긴 희끗희끗한 백발에서는 연륜이 느껴지고, 회색 눈동자에선 묘한 깊이가 느껴진다.

한 손에는 자신의 키보다 조금 짧은 스태프를 들고 있다. 고풍스럽게 조각된 나무 재질의 촛대 같은 디자인.

다만 특이한 점으로, 그 끝에 유리로 만든 큼직한 정육면체가 둥둥 떠 있다는 점이다. 마법석이려나.

하지만 그런 신사 같은 이미지를 완전히 박살 내는 점이 하나, 바로 놈에게서 넘실거리는 마력의 기운이다.

“하하, 너무 뚫어져라 보지 말게나.”

미궁 지역의 호문쿨루스에게서 느껴졌던 그 불길한 마력이 은은하게 연기처럼 흐르고 있다.

흘러나오는 마력의 양 자체는 지극히 적다. [마력 지배]가 아니었다면 존재를 눈치채기도 힘들었을 정도의 소량.

그냥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마법사에게서도 저것보다는 많은 양의 마력이 흘러나오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재버워크가 보유하고 있는 마력량이 적기 때문이 아니다.

“늙은이 오줌보가 새는 게 뭘 보기 좋다고 그렇게 관찰하나?”

자신의 마력을 완벽에 가깝게 통제하고 있다. [마력 지배]를 가진 나도 저런 수준의 통제는 불가능하다.

얼마만큼의 마력을 갖고 있는지 견적을 내기가 힘들다. 하지만 조금만 집중해서 들여다보면.

“이런, 보인 모양이군?”

웃기지도 않는다. 완벽하게 파악한 건 결코 아니겠지만……저게 대체 어떻게 되먹은 마력이야.

인간이라는 종족의 한계를 초월하고, 한 개체로서의 한계를 초월하기 위해 연구를 한다고 했던가.

연구는 성공한 모양이다. 또라이같이 많은 마력통이 종족 특성인 마족들 사이에서도 저만한 마력을 가진 놈은 하나도 없었다.

사람이 아니라 자연경관이 옷을 입고 걸어 다니는 걸 보고 있는 것 같다. 원근감이 이상해지네.

“우선은 안으로 들어오게, 함정 같은 건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고……자네를 위한 만찬을 준비했으니.”

재버워크는 검과 방패를 들고 적의를 뿌리는 나를 신경도 쓰지 않는지, 그렇게 말했다.

첫 기습이 대역 호문쿨루스를 처치한 걸로 끝났으니, 서두른다고 될 상황은 아닌가.

“자, 이쪽으로.”

재버워크의 발밑으로 화려한 레드카펫이 깔렸다. 나는 입술을 씹으며 길을 따라갔다.

살풍경한 인공섬의 한가운데에 있는, 더욱 살풍경한 분위기의 저택으로.

**

저택 안쪽도 섬 바깥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연구의 효율만을 중시한 듯한 금속 투성이의 저택, 나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마력감지를 돌렸다.

방해 마법을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재버워크는 뜻밖에 순순히 내가 감지를 돌리게 놔두었다.

하지만 아무리 탐색해도 에인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딘가에 감춰 둔 건지, 아니면.

“자, 앉아서 뭐라도 좀 들게나.”

재버워크가 손뼉을 짝짝 치자, 순식간에 눈앞에 거대한 테이블과 산해진미가 차려졌다.

식사라면 오는 길에 화이트롤을 있는 대로 씹어 삼켜 둔 참이다. 이딴 자식이 주는 음식을 먹을 이유도 없고.

음식에 뭔가 독 같은 걸 넣어 뒀을 수도……아니, 그쪽은 상관없지. 오히려 좀 먹는 시늉을 하는 게 낫겠어.

나는 얼굴을 찌푸린 채 자리에 앉아, 눈앞에 놓인 빵 한 조각을 살짝 떼어 입에 넣고 물었다.

“꼬맹이는 어디 있지?”

재버워크는 내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허공을 향해 가볍게 손짓했다.

그러자 뚜벅뚜벅 다가오는 발소리와 함께, 두 마리의 목각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품에는 에인이 안겨 있었고, 잠들어 있는 듯 보였다. 살아 있구나. 우선은 안도했다.

마력회로는 이미 추출된 걸까, 아니면 인질로 쓰기 위해 붙잡아둔 걸까. 손이 근질거린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네. 아이에게는 손 하나 대지 않았으니까.”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사실인데 어쩌겠나. 나는 이제 이 아이에게 별다른 흥미가 없어.”

재버워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형의 품에 안겨 있는 에인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내 피를 이은 반마족의 마력 회로를 이식한다……그 발상을 처음 떠올린 게 몇 년 전이더라?”

재버워크의 말은 끔찍한 사실을 암시했다.

“이 아이만큼 완벽한 작품은 없었지만, 마력 회로의 개선을 이루기에는 충분했다네.”

놈은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같은 짓을 반복한 끝에, 목적을 이룬 것이다.

“아이에게 흥미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야. 다만, 그보다 더 흥미로운 게 생겼을 뿐이지.”

재버워크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자네는 내가 아이의 기억을 엿보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를 테지, 이계에서 넘어온 초인이여.”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힘과 마력, 나조차도 원리를 알 수 없는 공간 마법,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지!”

“지금의 경지에 올라서고 나서야 간신히 시야에 들어온 하늘 너머, 마법의 성위에 도달하는 길!”

놈은 황홀한 표정을 지은 채 나불나불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씨부리기 시작했다.

에인의 기억을 엿보자 눈에 들어왔던, 원리를 알 수 없는 공간 마법이라- 인벤토리를 말하는 건가.

NPC가 시스템을 온전히 인식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무니, 내 몸에 관심을 가진 건가.

“교환 조건일세, 아이는 상처 하나 없이 넘겨줄 테니…자네는 내게 와 줘야겠어.”

목각인형이 내게 다가와 품에 안겨 있는 에인을 보여주었다.

“하.”

하지만 교환 조건인지 뭔지는 처음부터 성립될 수 없었다. 뭐, 아이는 상처 하나 없이 넘겨주겠다고?

인형의 품에 안긴 에인의 뺨에는, 옅은 눈물 자국이 말라붙어 있었다. 지랄하고 있네.

무슨 일이 있어도 울음만큼은 보이지 않던 이 꼬맹이가, 어쩌다가 그렇게 울었을까- 잘 모르겠지만.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순진한 아이는, 이미 넘칠 만큼 상처받았다.

“너는 핏자국도 못 남기고 뒤질 줄 알아라.”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