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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악마의 이름을 부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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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손을 뻗던 그 순간부터, 남자는 이미 마법의 정점에 도달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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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이라는 종족이 ‘개체’로서 도달할 수 있는 한계의 문턱에 닿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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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어떤 마법사와도 비견되지 않는 신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더욱 높은 영역으로 나아가기를 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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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벌인 모든 실험은 결국 인간이라는 종족과 그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에 목적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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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게 가해진 첫 번째 실험은 마력 회로의 이식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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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보유할 수 있는 마력 회로의 최대 숫자는 총 220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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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활성화된 회로의 숫자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무슨 짓을 해도 그 이상으로 늘릴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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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타인의 마력 회로를 추출해 이식하는 것으로, 보다 많은 회로를 보유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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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 몸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력 회로가 심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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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찢고, 뼈를 깎는 고통을 견디며, 나는 몇 번이고 그의 실험대 위에 누워야 했어. 도망칠 방법은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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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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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로의 추출과 이식은 모두 성공했지만, 그가 원하던 대로 220획 이상의 회로를 보유할 수는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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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간들의 회로에서 우수한 부분만을 추출해 이식하여, 실험체의 마법적 능력을 향상하는 건 가능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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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태어날 때부터 완벽에 가까운 마력 회로를 지니고 있었던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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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그는 실망한 기색 하나 없이, 곧바로 다음 단계의 실험에 착수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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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후로 한동안 큰 실험에 동원되는 일은 없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훗날을 위한 준비 기간에 지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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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 날, 그는 내 앞에 뿔이 달린 알몸의 여자를 데려다 놓고는, 상기된 표정으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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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귀여운 내 제자야. 혹시 ‘마족’이라는 걸 들어본 적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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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라 불리는 다른 세계에서 탄생하는 악마를 닮은 종족, 태어나는 순간부터 마법을 타고 나는 강대한 종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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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동안 마족의 마력 회로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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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과는 언제나 실패. 이질적인 회로는 인간의 몸이 감당할 수 없는 격렬한 거부 반응을 일으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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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역겨운 남자는 끔찍한 상상력으로 해법을 찾아내고야 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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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마족과 교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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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마족의 피를 섞은 잡종을 만들어, 그 회로를 추출해 자신에게 이식하기로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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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험은 또다시 예상 밖의 장벽에 부딪혔지. 마족의 몸으로는 인간의 자식을 제대로 품을 수 없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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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나 수정을 성공시켰지만, 마족의 면역 체계가 성장한 태아를 ‘이물질’로 인식하고 파괴해버렸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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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노욕과 광기에 물든 마법사는, 간단한 물건을 좀 빌리자는 듯이 가볍게 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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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인데, 네 배를 좀 빌려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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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밤마다 그날의 꿈을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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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겪어본 적도 없었던 내 몸에, 기괴한 마도구들이 들이닥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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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떠올리기도 끔찍한 몇 시간의 고통 끝에, 내 아랫배에는 불길한 마법진과 숫자가 새겨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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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속을 파고들어 자리를 틀어버린 그 역겨운 생물은, 종양처럼 내 몸에서 영양분을 빨아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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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제로 주입된 마력과 영양 덕분에 나는 죽지도 못한 채, 그 추악한 것이 자라나는 감각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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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열 달이 흘렀고, 마침내 그것을 토해낼 시간이 다가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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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겪은 출산의 고통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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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어질 때의 고통이, 빼내질 때보다 훨씬 더 지독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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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악마의 잡종은 아비를 똑 닮은 회색 머리칼과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어. 어미의 것과 같은 꼬리나 뿔은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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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열 달 동안 배 속에 품고 있던 나는 알 수 있었지. 그것이 분명히, 제대로 악마의 힘을 계승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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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기뻐하며 아이를 안아 들었고, 곧이어 복잡하게 얽힌 거대한 마법진을 그리더니 알 수 없는 의식을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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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은 분명했지. 아이의 마력 회로를 추출해, 자기 자신에게 이식하기 위한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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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마법이 실패하길 간절히 바랐지만, 남자의 천재성은 그마저도 아무렇지 않게 성공시켜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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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아이에게서 가장 먼저 빼앗은 건- 마력 회로의 중심이자, 마력을 생성하는 기관인 마나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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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한계에 닿아 있던 마법사가, 괴물의 영역에 닿아- 태산 같은 마력을 손에 넣는 순간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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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그가 마나 하트를 손에 넣는 찰나의 틈을 노려- 혼신의 각오로 아이를 빼앗아 도망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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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그 이상의 힘을 손에 넣는다면, 세상에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는 불을 보듯 뻔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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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친 나는 가장 먼저 얼굴과 이름을 바꿨어. 그리고 그 남자의 영향력이 덜 미치는 마탑을 찾아, 조용히 소속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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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도망치는 것만으로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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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세력’과 ‘확실한 신분’이 필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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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래 걸리지 않아서, 나는 곧 적색 마탑주의 자리에 올랐지. 믿기 어려울 만큼 간단하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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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식된 마력 회로, 그 남자의 곁에서 훔쳐 배운 마법- 그에게서 도망치는 게 고작이었던 힘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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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마법사들과 비교해 보면, 나는 이미 대마법사의 경지에 올라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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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리던 출세를 이룬 셈이지만, 기뻐할 수는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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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젠가 그 남자에게 발각될 날을 두려워하며, 마지막에 본 그 복잡한 마법진을 홀로 연구하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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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마력 회로를 빼앗는 마법. 그걸 손에 넣기만 한다면, 더는 그 남자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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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더러운 회색 아이의 마력 회로를 내가 빼앗아서, 그 힘으로 그에게 맞설 생각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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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 마법을 내가 완전히 구현하는 건 불가능했고- 점점 더 견디기는 힘들어져만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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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꼬마만 없으면 완벽히 정체를 숨기고 ‘적색의 마탑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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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겨운 꼬마가 나를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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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과 바닥을 불태우고 있던 화염이 차례차례 빛을 잃으며, 느릿하게 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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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에인을 혈사교에게 팔아넘겼다……그런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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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 마탑주는 흐릿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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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사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게 뭐든 간에, 에인을 죽이려고 한 시점에서 용서하지 않을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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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탑주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내 생각 이상으로 처절하고, 무겁게 공기를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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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이제 속이 후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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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는 비웃음과 함께 반문했다. 그럴 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던진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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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 그냥 18층의 설정상으로 존재하는 세계관 최강자 정도로 생각하고 있던 마법사가- 모든 일의 근원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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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퀘스트에 실로 어울리는 배경이다. 세계수를 삼키려 들었던 하이엘프의 왕에 필적하는 악역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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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에인이 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기만을 바랐다. 에픽 퀘스트의 전말 따위는 알 바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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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나는 마탑주를 협박해 적당한 거짓말을 시켜- 에인을 청색 마탑주 아래로 입양을 보내게 할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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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떨어져야 한다는 말로, 될 수 있으면 에인이 상처받지 않게 ‘엄마’와 헤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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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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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래서는 뭘 어째야 하는지 모르겠다.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젠장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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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 운명이었던거야. 내가 그 남자의 손을 잡은 날부터…이렇게 될 운명이었던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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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나를 향해, 적색 마탑주는 쓰게 웃으며 손을 펼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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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혈사교 놈들에게 팔려간 그 꼬마가, 어디선가 이런 괴물을 끌고 돌아올 줄은 정말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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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적색 마탑주는 왜 에인을 혈사교에 팔아넘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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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싶은 거라면, 본인 손으로 확실하게 죽이는 게 나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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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사교의 제물이 되어서 고통받다 죽기를 원해서? 그게 아니면, 그럴 리는 없겠지만, 자신의 손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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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하필이면, 그 남자가 오기로 한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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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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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가 내뱉은 말에 이어지던 생각이 뚝 끊어졌다. 무척이나 분주해 보였던 적색 마탑의 모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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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누가 말해 줬지. 어딘가에서 굉장한 마법사가 적색 마탑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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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마탑주의 이야기에 나온 재버워크였다면, 그놈이 오늘 이곳에 오기로 한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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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였다. [초감각] 스킬의 경고와 함께 어디선가 검 한 자루가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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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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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온 검은 내 앞에 있던, 적색 마탑주의 가슴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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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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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 가지 이유로 경악했다. 어디선가 날아온 검이 마탑주에게 치명상을 입혔다는 사실이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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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의 가슴을 꿰뚫은 검이 다름 아닌, 불길한 마력이 담긴 칼레온이었다는 사실이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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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이 사라지고 칼레온이 여기 날아왔다는 것은, 에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의미라는 사실이 세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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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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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함을 감지한 순간, 눈앞에는 시스템 인터페이스가 제멋대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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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 회색 아이와 마법의 서 : 퀘스트 목표가 갱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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