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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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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악마의 이름을 부르지 말라

내게 손을 뻗던 그 순간부터, 남자는 이미 마법의 정점에 도달해 있었어.

아니,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이라는 종족이 ‘개체’로서 도달할 수 있는 한계의 문턱에 닿아 있었지.

하지만 그는 어떤 마법사와도 비견되지 않는 신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더욱 높은 영역으로 나아가기를 원했어.

그가 벌인 모든 실험은 결국 인간이라는 종족과 그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에 목적이 있었지.

그리고, 내게 가해진 첫 번째 실험은 마력 회로의 이식이었어.

인간이 보유할 수 있는 마력 회로의 최대 숫자는 총 220획.

그 중 활성화된 회로의 숫자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무슨 짓을 해도 그 이상으로 늘릴 수는 없어.

하지만 그는 타인의 마력 회로를 추출해 이식하는 것으로, 보다 많은 회로를 보유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거야.

그렇게, 내 몸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력 회로가 심어졌어.

살을 찢고, 뼈를 깎는 고통을 견디며, 나는 몇 번이고 그의 실험대 위에 누워야 했어. 도망칠 방법은 없었지.

실험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어.

회로의 추출과 이식은 모두 성공했지만, 그가 원하던 대로 220획 이상의 회로를 보유할 수는 없었지.

다양한 인간들의 회로에서 우수한 부분만을 추출해 이식하여, 실험체의 마법적 능력을 향상하는 건 가능했지만.

이미 태어날 때부터 완벽에 가까운 마력 회로를 지니고 있었던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었어.

그럼에도 그는 실망한 기색 하나 없이, 곧바로 다음 단계의 실험에 착수했지.

나는 이후로 한동안 큰 실험에 동원되는 일은 없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훗날을 위한 준비 기간에 지나지 않았어.

그리고 어느 날, 그는 내 앞에 뿔이 달린 알몸의 여자를 데려다 놓고는, 상기된 표정으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지.

‘자, 귀여운 내 제자야. 혹시 ‘마족’이라는 걸 들어본 적 있니?

마계라 불리는 다른 세계에서 탄생하는 악마를 닮은 종족, 태어나는 순간부터 마법을 타고 나는 강대한 종족.

그는 그동안 마족의 마력 회로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어.

그러나 결과는 언제나 실패. 이질적인 회로는 인간의 몸이 감당할 수 없는 격렬한 거부 반응을 일으켰거든.

하지만, 그 역겨운 남자는 끔찍한 상상력으로 해법을 찾아내고야 말았어.

남자는 마족과 교접했어.

자신과 마족의 피를 섞은 잡종을 만들어, 그 회로를 추출해 자신에게 이식하기로 한 거야.

그러나, 실험은 또다시 예상 밖의 장벽에 부딪혔지. 마족의 몸으로는 인간의 자식을 제대로 품을 수 없었던 거야.

몇 차례나 수정을 성공시켰지만, 마족의 면역 체계가 성장한 태아를 ‘이물질’로 인식하고 파괴해버렸다고 해.

그리고- 그 노욕과 광기에 물든 마법사는, 간단한 물건을 좀 빌리자는 듯이 가볍게 말했지.

‘그래서 말인데, 네 배를 좀 빌려줄 수 있겠니?

나는 아직도 밤마다 그날의 꿈을 꿔.

**

남자를 겪어본 적도 없었던 내 몸에, 기괴한 마도구들이 들이닥쳤어.

다시 떠올리기도 끔찍한 몇 시간의 고통 끝에, 내 아랫배에는 불길한 마법진과 숫자가 새겨졌지.

배 속을 파고들어 자리를 틀어버린 그 역겨운 생물은, 종양처럼 내 몸에서 영양분을 빨아갔어.

하지만 강제로 주입된 마력과 영양 덕분에 나는 죽지도 못한 채, 그 추악한 것이 자라나는 감각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지.

그렇게 열 달이 흘렀고, 마침내 그것을 토해낼 시간이 다가왔어.

처음 겪은 출산의 고통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어.

넣어질 때의 고통이, 빼내질 때보다 훨씬 더 지독했으니까.

태어난 악마의 잡종은 아비를 똑 닮은 회색 머리칼과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어. 어미의 것과 같은 꼬리나 뿔은 없었지만-

그것을 열 달 동안 배 속에 품고 있던 나는 알 수 있었지. 그것이 분명히, 제대로 악마의 힘을 계승했다는 사실을.

남자는 기뻐하며 아이를 안아 들었고, 곧이어 복잡하게 얽힌 거대한 마법진을 그리더니 알 수 없는 의식을 시작했어.

목적은 분명했지. 아이의 마력 회로를 추출해, 자기 자신에게 이식하기 위한 마법.

나는 그 마법이 실패하길 간절히 바랐지만, 남자의 천재성은 그마저도 아무렇지 않게 성공시켜 버렸어.

남자가 아이에게서 가장 먼저 빼앗은 건- 마력 회로의 중심이자, 마력을 생성하는 기관인 마나 하트.

인간의 한계에 닿아 있던 마법사가, 괴물의 영역에 닿아- 태산 같은 마력을 손에 넣는 순간이었지.

그리고 나는, 그가 마나 하트를 손에 넣는 찰나의 틈을 노려- 혼신의 각오로 아이를 빼앗아 도망쳤어.

그 남자가 그 이상의 힘을 손에 넣는다면, 세상에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는 불을 보듯 뻔했으니까.

도망친 나는 가장 먼저 얼굴과 이름을 바꿨어. 그리고 그 남자의 영향력이 덜 미치는 마탑을 찾아, 조용히 소속되었지.

단순히 도망치는 것만으로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

나에겐 ‘세력’과 ‘확실한 신분’이 필요했어.

그리고 오래 걸리지 않아서, 나는 곧 적색 마탑주의 자리에 올랐지. 믿기 어려울 만큼 간단하게 말이야.

내게 이식된 마력 회로, 그 남자의 곁에서 훔쳐 배운 마법- 그에게서 도망치는 게 고작이었던 힘이었지만.

평범한 마법사들과 비교해 보면, 나는 이미 대마법사의 경지에 올라 있었던 거야.

꿈에 그리던 출세를 이룬 셈이지만, 기뻐할 수는 없었지.

나는 언젠가 그 남자에게 발각될 날을 두려워하며, 마지막에 본 그 복잡한 마법진을 홀로 연구하기 시작했어.

타인의 마력 회로를 빼앗는 마법. 그걸 손에 넣기만 한다면, 더는 그 남자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믿으며.

그래, 그 더러운 회색 아이의 마력 회로를 내가 빼앗아서, 그 힘으로 그에게 맞설 생각이었지.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 마법을 내가 완전히 구현하는 건 불가능했고- 점점 더 견디기는 힘들어져만 갔지.

이 꼬마만 없으면 완벽히 정체를 숨기고 ‘적색의 마탑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그 역겨운 꼬마가 나를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

벽과 바닥을 불태우고 있던 화염이 차례차례 빛을 잃으며, 느릿하게 꺼져 갔다.

“그래서, 에인을 혈사교에게 팔아넘겼다……그런 거냐.”

적색 마탑주는 흐릿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무슨 사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게 뭐든 간에, 에인을 죽이려고 한 시점에서 용서하지 않을 셈이었다.

하지만 마탑주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내 생각 이상으로 처절하고, 무겁게 공기를 짓눌렀다.

“맞아, 이제 속이 후련해?”

마탑주는 비웃음과 함께 반문했다. 그럴 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던진 물음이다.

재버워크, 그냥 18층의 설정상으로 존재하는 세계관 최강자 정도로 생각하고 있던 마법사가- 모든 일의 근원이었다니.

에픽 퀘스트에 실로 어울리는 배경이다. 세계수를 삼키려 들었던 하이엘프의 왕에 필적하는 악역이기도 하고.

하지만, 나는 에인이 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기만을 바랐다. 에픽 퀘스트의 전말 따위는 알 바가 아니었다.

지금도, 나는 마탑주를 협박해 적당한 거짓말을 시켜- 에인을 청색 마탑주 아래로 입양을 보내게 할 셈이었다.

어쩔 수 없이 떨어져야 한다는 말로, 될 수 있으면 에인이 상처받지 않게 ‘엄마’와 헤어질 수 있도록.

“씨발……”

하지만 이래서는 뭘 어째야 하는지 모르겠다.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젠장할.

“결국 다 운명이었던거야. 내가 그 남자의 손을 잡은 날부터…이렇게 될 운명이었던거지.”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나를 향해, 적색 마탑주는 쓰게 웃으며 손을 펼쳐 보였다.

“설마, 혈사교 놈들에게 팔려간 그 꼬마가, 어디선가 이런 괴물을 끌고 돌아올 줄은 정말 몰랐어.”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적색 마탑주는 왜 에인을 혈사교에 팔아넘긴 거지?

에인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싶은 거라면, 본인 손으로 확실하게 죽이는 게 나았을 텐데.

혈사교의 제물이 되어서 고통받다 죽기를 원해서? 그게 아니면, 그럴 리는 없겠지만, 자신의 손으로는-

“그것도 하필이면, 그 남자가 오기로 한 날에.”

“뭐?”

마탑주가 내뱉은 말에 이어지던 생각이 뚝 끊어졌다. 무척이나 분주해 보였던 적색 마탑의 모습이 떠올랐다.

분명, 누가 말해 줬지. 어딘가에서 굉장한 마법사가 적색 마탑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그게 마탑주의 이야기에 나온 재버워크였다면, 그놈이 오늘 이곳에 오기로 한 거라면.

그 때였다. [초감각] 스킬의 경고와 함께 어디선가 검 한 자루가 날아들었다.

-콰직!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온 검은 내 앞에 있던, 적색 마탑주의 가슴을 꿰뚫었다.

“아, 하악……!”

나는 세 가지 이유로 경악했다. 어디선가 날아온 검이 마탑주에게 치명상을 입혔다는 사실이 첫 번째.

마탑주의 가슴을 꿰뚫은 검이 다름 아닌, 불길한 마력이 담긴 칼레온이었다는 사실이 두 번째.

검령이 사라지고 칼레온이 여기 날아왔다는 것은, 에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의미라는 사실이 세 번째.

“이런 씨발.”

불길함을 감지한 순간, 눈앞에는 시스템 인터페이스가 제멋대로 떠올랐다.

[에픽 - 회색 아이와 마법의 서 : 퀘스트 목표가 갱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