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457 lines
12 KiB
Markdown
457 lines
12 KiB
Markdown
|
||
서큐버스.
|
||
|
||
생명의 욕망을 주식으로 삼는 종족이었다.
|
||
|
||
누군가를 홀려 몸을 섞는 일?
|
||
|
||
“아침밥 먹는 것보다 쉽다!”
|
||
|
||
당연히 호감 포션 따위, 서큐버스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
||
|
||
“머, 머리가 뜨거워요.”
|
||
|
||
건조기 빼고는.
|
||
|
||
건조기가 나를 붙잡고 뜨거운 숨결을 내뱉었다.
|
||
|
||
성에는 관심 없고 사랑엔 관심 있는 유일한 변종 서큐버스.
|
||
|
||
그녀에게 호감 포션이란 그야말로 최악의 미약이 된 것이다.
|
||
|
||
“이게 말이 되나?”
|
||
|
||
가슴팍 단추를 풀어헤친 건 물론, 눈에 초점이 없다.
|
||
|
||
“더, 더는 못 참겠어요!”
|
||
|
||
그렇게 한참을 끙끙 앓더니 그대로 등 뒤에서 한 쌍의 나비 날개를 돋아냈다.
|
||
|
||
건조기가 폭주해버린 것이다.
|
||
|
||
“페니에몽 도와줘!”
|
||
|
||
나 혼자선 답이 없다.
|
||
|
||
현대 무기의 힘을 빌리면 모르겠지만, 그럴 생각은 없었다.
|
||
|
||
대신 페니를 부르자, 잠결에 막 방 밖으로 나오던 페니가 건조기와 마주쳤다.
|
||
|
||
“무슨 일이야... 어?”
|
||
|
||
잠이 덜 깼나 눈을 비비던 찰나, 건조기가 더 빨랐다.
|
||
|
||
페니의 온몸이 건조기의 손에서 돋아난 촉수에 구속된 것이다.
|
||
|
||
“아이고 미성년자 촉수 플레이는 안된다!”
|
||
|
||
“방해꾼은 잠시 빠져있어요...!”
|
||
|
||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린 페니.
|
||
|
||
“흥, 이깟 촉수 따위.”
|
||
|
||
하지만 페니는 이제 옛날 페니가 아니다.
|
||
|
||
무려 칠죄종 중 두 개의 힘을 지닌 대악마.
|
||
|
||
페니가 온몸에 힘을 주자, 그대로 촉수가 맥없이 풀리지...
|
||
|
||
않았다.
|
||
|
||
“어... 왜 안 풀리지?”
|
||
|
||
“뭣.”
|
||
|
||
페니는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
||
|
||
물론 페니가 힘을 더 주자 촉수가 약해졌지만,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
||
|
||
제대로 힘을 쓰면, 벙커 내부 터진다.
|
||
|
||
“머, 멈춰!”
|
||
|
||
어떻게 마련한 내 집인데.
|
||
|
||
이번 살림 날아가면 적합한 장소 찾아야 하고, 이사해야 하고, 창고 정리에...
|
||
|
||
아무튼 안 된다.
|
||
|
||
그러자 페니가 방법을 깨달았다는 듯 소리쳤다.
|
||
|
||
“쟤 욕망을 풀어줘!”
|
||
|
||
“헉.”
|
||
|
||
“지금 욕구 충족이 안 돼서 저러는 거니까, 조금만 들어주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
||
|
||
[관심 좀 속삭여주면 금방 돌아올 거에요!]
|
||
|
||
“아.”
|
||
|
||
생각해보니 에스텔라가 그렇게 말하긴 했지.
|
||
|
||
건조기는 성보다 사랑에 관심이 있다.
|
||
|
||
그렇다면?
|
||
|
||
“영화 소설 갤러리 감사합니다.”
|
||
|
||
로맨스 소설 대사 한 두 개면 충분히 효력이 있으리라.
|
||
|
||
깊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
||
|
||
오래된 고전 로맨스 소설이자, 현대까지 여러 매체로 소비되는 명작.
|
||
|
||
“오만과 편견.”
|
||
|
||
영화 갤러리에서 우연하게 봤던 명장면 대사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
||
|
||
“건조... 아니, 릴리안!”
|
||
|
||
나는 건조기를 처음으로 이름으로 불렀다.
|
||
|
||
남들은 잘 모르는 이름.
|
||
|
||
같이 살게 되기 전부터 내게만 알려줬던 자신의 진짜 이름, 릴리안.
|
||
|
||
“!”
|
||
|
||
그러자 건조기가 화들짝 어깨를 움츠리며 나를 돌아봤다.
|
||
|
||
“바, 방금 뭐라고 했어요?”
|
||
|
||
제대로 들은 게 맞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인상적이다.
|
||
|
||
매일같이 부르던 이상한 건조기 호칭을 버리고 진짜 이름을 불러준다니.
|
||
|
||
“그동안 내가 심했지?”
|
||
|
||
나는 이목을 집중시킨 이후, 영화갤 념글에서 봤던 명장면을 그대로 읊었다.
|
||
|
||
“방금 이름으로...”
|
||
|
||
“사실 너한테 숨긴 채, 말하지 않은 게 있어.”
|
||
|
||
모든 게 완벽한 남주인공 다아시가 전혀 예상치 못한 고백 공격을 하던 명장면.
|
||
|
||
나는 가슴팍을 붙잡는 연기를 펼치며 속삭였다.
|
||
|
||
“하지만 다 소용없었지. 난 내 감정을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어.”
|
||
|
||
“어, 어떤 감정을요?”
|
||
|
||
“릴리안, 내가 너를 열렬히 연모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
||
|
||
- 쨍그랑!
|
||
|
||
벙커 내부에 돋아났던 건조기의 촉수가 움찔거리며 잔을 깨뜨렸다.
|
||
|
||
낑낑거리며 벗어나기 위해 애쓰던 페니의 표정이 놀란 토끼 얼굴이 되었다.
|
||
|
||
둘은 마치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한 표정이었다.
|
||
|
||
하지만 명대사는 이제부터였다.
|
||
|
||
“너를 만나는 매 순간마다 내 가슴이 뛰었어.”
|
||
|
||
“아, 아으으...”
|
||
|
||
촉수에 힘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
||
|
||
나는 한층 더 나아갔다.
|
||
|
||
‘슬픈 표정, 슬픈 표정...’
|
||
|
||
첫 코인장에 발을 들였다가 1백만원을 몽땅 날렸을 그때를 떠올렸다.
|
||
|
||
그러자 표정이 저절로 구겨지고 상처 입은 사람의 표정으로 변했으니.
|
||
|
||
“너는 내 온 영혼을 사로잡았고...”
|
||
|
||
“자, 잠깐만요!”
|
||
|
||
“릴리안 너를 사랑해.”
|
||
|
||
촉수가 완전히 사라졌다.
|
||
|
||
그 어떤 구속도 사라진 채, 파들거리는 건조기만이 있을 뿐이었다.
|
||
|
||
‘원래는 영원히 함께 있고 싶다는 말로 마무리해야 하는데.’
|
||
|
||
유독 건조기가 로맨스 소설을 보며 파들거렸던 장면을 기억해냈다.
|
||
|
||
그리고 대사를 조금 각색해서 말했다.
|
||
|
||
반쯤 소파 아래 주저앉은 건조기의 손을 잡고, 귓가에 속삭였다.
|
||
|
||
“너와 함께 추운 겨울날, 목도리를 나눠서 매고 싶어.”
|
||
|
||
“헤에엑...”
|
||
|
||
마지막 대사가 끝나는 순간.
|
||
|
||
건조기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
||
|
||
“해치웠나?”
|
||
|
||
부활 주문을 걸었음에도 일어나지 않는다.
|
||
|
||
그런 건조기를 가만 내려다보고 있으니, 페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
|
||
“그, 그런 말도 할 줄 알았어?”
|
||
|
||
그러다 페니는 고개를 좌우로 젓더니 다시 질문을 건넸다.
|
||
|
||
“아니, 어디서 그런 대사를 알았어?”
|
||
|
||
“영화갤.”
|
||
|
||
“뭐?”
|
||
|
||
나는 페니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
||
|
||
그런 다음 그대로 침대에 다이빙한 후, 갤러리를 켰으니.
|
||
|
||
- 아오 주딱 시치 어디갔음
|
||
|
||
- 준비 다 끝났는데 확인점요
|
||
|
||
- 균열 돌입하면 되는지 세 번째 물어봅니다
|
||
|
||
인류가 처음으로 균열로 역돌격가는 날.
|
||
|
||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갤질은 못 참지.
|
||
|
||
“이제 갤질해야징.”
|
||
|
||
나는 온 신경이 갤러리에 집중되어 있었다.
|
||
|
||
-우우웅.
|
||
|
||
일전에 건조기가 내게 줬던 자른 뿔 하나.
|
||
|
||
그게 짙은 보랏빛으로 일렁이는 줄도 모른 채.
|
||
|
||
*
|
||
|
||
대전쟁.
|
||
|
||
매일 수백, 수 천명이 죽어나갔다.
|
||
|
||
바깥과 이어지는 그 징검다리에서 얼마나 많은 마수가 넘어왔던가?
|
||
|
||
그 시작은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균열이었다.
|
||
|
||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
|
||
|
||
하지만 이젠 옛말이었다.
|
||
|
||
- 어우 이게 뭐라고 손발이 벌벌 떨리냐
|
||
|
||
ㄴ 팩트) 별거다
|
||
|
||
ㄴ 공식 원정대는 이번이 처음이긴 함
|
||
|
||
ㄴ 잘 갔다와라 후기 꼭 남기고
|
||
|
||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갤러리에 주인이 나타났으니까.
|
||
|
||
수많은 균열들이 생성되며 바깥은 끊임없이 침략 시도를 거쳤다.
|
||
|
||
하지만 세상은 피폐해지긴 커녕, 오히려 빠른 속도로 회복 발전했으니.
|
||
|
||
[제목: 감외가 새로우면 개추 ㅋㅋ]
|
||
|
||
(시골 마을, 균열 앞에 모인 원정대 짤)
|
||
|
||
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
|
||
|
||
균열로 쳐들어가는 거 ㄹㅇ 실화냐?
|
||
|
||
진짜 세계관최강자들의 원정대다...
|
||
|
||
그 찐따같던 인간 맞나?
|
||
|
||
[추천392] [비추천31]
|
||
|
||
- 아오 감외는 씹련아
|
||
|
||
- 감회감회감회감회
|
||
|
||
- 근데 진짜 우리가 역으로 쳐들어가는 건 ㄹㅇ 상상도 못했는데
|
||
|
||
- 큰일은 역시 인간이...
|
||
|
||
ㄴ 엘프 드워프는 어디서 뭐함?
|
||
|
||
ㄴ 거리 너무 멀어서 주딱이 다 쳐냈다는데
|
||
|
||
ㄴ (크아아악! 찌그러진 엘프 콘)
|
||
|
||
ㄴ 나도 시급 22경단 받고 싶어욧!!!
|
||
|
||
“들어간다!”
|
||
|
||
앞장선 기사의 외침에 따라 원정대가 일렬로 균열 너머로 들어갔다.
|
||
|
||
그렇게 원정대를 맞이한 건...
|
||
|
||
“소름끼치게도 생겼군.”
|
||
|
||
축축하고 불쾌한 거대한 동굴.
|
||
|
||
그리고 알 수 없는 잔해와 물건들이 널부러진 바닥과...
|
||
|
||
[서비스가 불가한 지역입니다.]
|
||
|
||
갤러리의 차단 통보까지.
|
||
|
||
하지만 원정대는 당황하지 않았다.
|
||
|
||
이 정도까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
||
|
||
“전혀 무섭지 않군.”
|
||
|
||
이것보다 바깥에서 일없이 굶어가는 현실이 백 배는 더 무서웠다.
|
||
|
||
그걸 깨닫는 순간, 원정대가 앞으로 나아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
||
|
||
“무엇보다 갤러리도 우릴 지켜보고 있으니...”
|
||
|
||
[균열의 핵을 찾으십시오.]
|
||
|
||
[균열의 핵을 회수한 후 주딱에게 돌아가십시오.]
|
||
|
||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
||
|
||
균열의 핵을 찾고, 주딱에게 돌려줄 것.
|
||
|
||
게다가 여긴 이미 웨이브가 터졌던 균열이니 큰 위협도 없을 것이다.
|
||
|
||
“마수가 없군.”
|
||
|
||
역시, 예상대로였다.
|
||
|
||
이미 대량의 마수가 쏟아졌던 탓에 남아 있는 마수는 얼마 되지도 않았다.
|
||
|
||
“...키에엑?”
|
||
|
||
기껏 마주하는 건 고블린 몇 마리.
|
||
|
||
그마저도 바깥에서 인간을 마주했다는 사실에 벙찐 채 굳어 있다 죽었다.
|
||
|
||
굉장히 느낌이 좋다.
|
||
|
||
이대로라면 금세 균열의 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
|
||
하지만 그렇게 쉽게 토벌이 될 리가 없었다.
|
||
|
||
-철그럭
|
||
|
||
“...저건!”
|
||
|
||
원정대의 앞을 무언가가 가로막았으니.
|
||
|
||
균열의 핵을 지키고 있는 변종 마수.
|
||
|
||
아니, 그건 기사였다.
|
||
|
||
“꾸르륵.”
|
||
|
||
강철 갑옷을 입은 기사.
|
||
|
||
자세와 움직임, 그리고 경계하는 것까지.
|
||
|
||
“...도플갱어 슬라임인가.”
|
||
|
||
슬라임 개체 중에서도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도플갱어였다.
|
||
|
||
-꾸르륵
|
||
|
||
-꾸르르륵
|
||
|
||
문제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개체가 보인다는 것.
|
||
|
||
그 모습에 원정대가 일순간 술렁였다.
|
||
|
||
“왜 이렇게 많아...?”
|
||
|
||
“분명 웨이브가 이미 터진 균열이라 하지 않았던가!”
|
||
|
||
도플갱어 슬라임은 상대의 모든 움직임을 따라한다.
|
||
|
||
심지어는 마나까지도.
|
||
|
||
그렇게 상대의 힘이 다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녹여 먹는 것이다.
|
||
|
||
“주딱님이 잘못 안내해주신 건가...!”
|
||
|
||
“아니.”
|
||
|
||
선두에 선 기사는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
||
|
||
원래 이곳은 고블린 같은 하급 마수가 나왔던 균열이었으니.
|
||
|
||
“도플갱어 슬라임이 이 곳을 서식지로 삼은 듯 하군.”
|
||
|
||
바깥도 일종의 거대한 세상이었다.
|
||
|
||
고블린의 거처를 슬라임이 차지한 것뿐이었다.
|
||
|
||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소?”
|
||
|
||
후위에 서 있던 마법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
|
||
마법도 여기선 안 통한다.
|
||
|
||
쏘는 순간 똑같이 반사해버릴 테니까.
|
||
|
||
그렇다고 기사가 상대할 수도 없었다.
|
||
|
||
“우리로서는 상대가 안되겠지.”
|
||
|
||
실력자의 무덤.
|
||
|
||
대전쟁 때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마수였으니.
|
||
|
||
“꾸르르륵.”
|
||
|
||
“끄르륵.”
|
||
|
||
도플갱어 슬라임들도 이를 안다는 듯, 사람의 얼굴로 불쾌하게 웃기 시작했다.
|
||
|
||
기사는 잠깐의 대치 이후, 마법사에게 손짓했다.
|
||
|
||
“그 지팡이를 가져오시오.”
|
||
|
||
“그 지팡이라면...!”
|
||
|
||
주딱이 원정대 마법사들에게 줬던 마법 지팡이.
|
||
|
||
마법사는 깨달은 듯 잠시 사라졌다 무언가를 가져왔다.
|
||
|
||
철로 이루어지고.
|
||
|
||
사람의 어깨에 짊어져야 할 크기의 거대한 지팡이가.
|
||
|
||
“꾸르륵?”
|
||
|
||
마법사가 저런 지팡이도 쓰던가?
|
||
|
||
도플갱어는 처음 보는 지팡이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썩소를 지었다.
|
||
|
||
체내에 있는 방대한 마나를 다 녹일 정도가 아니라면 무엇이든 반사할 수 있다.
|
||
|
||
그래서 슬라임은 지팡이에 적힌 글자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
||
|
||
[RPG-7]
|
||
|
||
마법사 지팡이기는 하다.
|
||
|
||
다만 알라의 요술봉인.
|
||
|
||
-콰아아앙!!!!
|
||
|
||
그 폭격에 던전 내부가 거칠게 진동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