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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2 KiB
Raw Blame History

서큐버스.

생명의 욕망을 주식으로 삼는 종족이었다.

누군가를 홀려 몸을 섞는 일?

“아침밥 먹는 것보다 쉽다!”

당연히 호감 포션 따위, 서큐버스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머, 머리가 뜨거워요.”

건조기 빼고는.

건조기가 나를 붙잡고 뜨거운 숨결을 내뱉었다.

성에는 관심 없고 사랑엔 관심 있는 유일한 변종 서큐버스.

그녀에게 호감 포션이란 그야말로 최악의 미약이 된 것이다.

“이게 말이 되나?”

가슴팍 단추를 풀어헤친 건 물론, 눈에 초점이 없다.

“더, 더는 못 참겠어요!”

그렇게 한참을 끙끙 앓더니 그대로 등 뒤에서 한 쌍의 나비 날개를 돋아냈다.

건조기가 폭주해버린 것이다.

“페니에몽 도와줘!”

나 혼자선 답이 없다.

현대 무기의 힘을 빌리면 모르겠지만, 그럴 생각은 없었다.

대신 페니를 부르자, 잠결에 막 방 밖으로 나오던 페니가 건조기와 마주쳤다.

“무슨 일이야... 어?”

잠이 덜 깼나 눈을 비비던 찰나, 건조기가 더 빨랐다.

페니의 온몸이 건조기의 손에서 돋아난 촉수에 구속된 것이다.

“아이고 미성년자 촉수 플레이는 안된다!”

“방해꾼은 잠시 빠져있어요...!”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린 페니.

“흥, 이깟 촉수 따위.”

하지만 페니는 이제 옛날 페니가 아니다.

무려 칠죄종 중 두 개의 힘을 지닌 대악마.

페니가 온몸에 힘을 주자, 그대로 촉수가 맥없이 풀리지...

않았다.

“어... 왜 안 풀리지?”

“뭣.”

페니는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물론 페니가 힘을 더 주자 촉수가 약해졌지만,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제대로 힘을 쓰면, 벙커 내부 터진다.

“머, 멈춰!”

어떻게 마련한 내 집인데.

이번 살림 날아가면 적합한 장소 찾아야 하고, 이사해야 하고, 창고 정리에...

아무튼 안 된다.

그러자 페니가 방법을 깨달았다는 듯 소리쳤다.

“쟤 욕망을 풀어줘!”

“헉.”

“지금 욕구 충족이 안 돼서 저러는 거니까, 조금만 들어주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관심 좀 속삭여주면 금방 돌아올 거에요!]

“아.”

생각해보니 에스텔라가 그렇게 말하긴 했지.

건조기는 성보다 사랑에 관심이 있다.

그렇다면?

“영화 소설 갤러리 감사합니다.”

로맨스 소설 대사 한 두 개면 충분히 효력이 있으리라.

깊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오래된 고전 로맨스 소설이자, 현대까지 여러 매체로 소비되는 명작.

“오만과 편견.”

영화 갤러리에서 우연하게 봤던 명장면 대사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건조... 아니, 릴리안!”

나는 건조기를 처음으로 이름으로 불렀다.

남들은 잘 모르는 이름.

같이 살게 되기 전부터 내게만 알려줬던 자신의 진짜 이름, 릴리안.

“!”

그러자 건조기가 화들짝 어깨를 움츠리며 나를 돌아봤다.

“바, 방금 뭐라고 했어요?”

제대로 들은 게 맞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인상적이다.

매일같이 부르던 이상한 건조기 호칭을 버리고 진짜 이름을 불러준다니.

“그동안 내가 심했지?”

나는 이목을 집중시킨 이후, 영화갤 념글에서 봤던 명장면을 그대로 읊었다.

“방금 이름으로...”

“사실 너한테 숨긴 채, 말하지 않은 게 있어.”

모든 게 완벽한 남주인공 다아시가 전혀 예상치 못한 고백 공격을 하던 명장면.

나는 가슴팍을 붙잡는 연기를 펼치며 속삭였다.

“하지만 다 소용없었지. 난 내 감정을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어.”

“어, 어떤 감정을요?”

“릴리안, 내가 너를 열렬히 연모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 쨍그랑!

벙커 내부에 돋아났던 건조기의 촉수가 움찔거리며 잔을 깨뜨렸다.

낑낑거리며 벗어나기 위해 애쓰던 페니의 표정이 놀란 토끼 얼굴이 되었다.

둘은 마치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명대사는 이제부터였다.

“너를 만나는 매 순간마다 내 가슴이 뛰었어.”

“아, 아으으...”

촉수에 힘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나는 한층 더 나아갔다.

‘슬픈 표정, 슬픈 표정...

첫 코인장에 발을 들였다가 1백만원을 몽땅 날렸을 그때를 떠올렸다.

그러자 표정이 저절로 구겨지고 상처 입은 사람의 표정으로 변했으니.

“너는 내 온 영혼을 사로잡았고...”

“자, 잠깐만요!”

“릴리안 너를 사랑해.”

촉수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 어떤 구속도 사라진 채, 파들거리는 건조기만이 있을 뿐이었다.

‘원래는 영원히 함께 있고 싶다는 말로 마무리해야 하는데.

유독 건조기가 로맨스 소설을 보며 파들거렸던 장면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대사를 조금 각색해서 말했다.

반쯤 소파 아래 주저앉은 건조기의 손을 잡고, 귓가에 속삭였다.

“너와 함께 추운 겨울날, 목도리를 나눠서 매고 싶어.”

“헤에엑...”

마지막 대사가 끝나는 순간.

건조기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해치웠나?”

부활 주문을 걸었음에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건조기를 가만 내려다보고 있으니, 페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런 말도 할 줄 알았어?”

그러다 페니는 고개를 좌우로 젓더니 다시 질문을 건넸다.

“아니, 어디서 그런 대사를 알았어?”

“영화갤.”

“뭐?”

나는 페니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런 다음 그대로 침대에 다이빙한 후, 갤러리를 켰으니.

  • 아오 주딱 시치 어디갔음

  • 준비 다 끝났는데 확인점요

  • 균열 돌입하면 되는지 세 번째 물어봅니다

인류가 처음으로 균열로 역돌격가는 날.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갤질은 못 참지.

“이제 갤질해야징.”

나는 온 신경이 갤러리에 집중되어 있었다.

-우우웅.

일전에 건조기가 내게 줬던 자른 뿔 하나.

그게 짙은 보랏빛으로 일렁이는 줄도 모른 채.

대전쟁.

매일 수백, 수 천명이 죽어나갔다.

바깥과 이어지는 그 징검다리에서 얼마나 많은 마수가 넘어왔던가?

그 시작은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균열이었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

하지만 이젠 옛말이었다.

  • 어우 이게 뭐라고 손발이 벌벌 떨리냐

ㄴ 팩트) 별거다

ㄴ 공식 원정대는 이번이 처음이긴 함

ㄴ 잘 갔다와라 후기 꼭 남기고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갤러리에 주인이 나타났으니까.

수많은 균열들이 생성되며 바깥은 끊임없이 침략 시도를 거쳤다.

하지만 세상은 피폐해지긴 커녕, 오히려 빠른 속도로 회복 발전했으니.

[제목: 감외가 새로우면 개추 ㅋㅋ]

(시골 마을, 균열 앞에 모인 원정대 짤)

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

균열로 쳐들어가는 거 ㄹㅇ 실화냐?

진짜 세계관최강자들의 원정대다...

그 찐따같던 인간 맞나?

[추천392] [비추천31]

  • 아오 감외는 씹련아

  • 감회감회감회감회

  • 근데 진짜 우리가 역으로 쳐들어가는 건 ㄹㅇ 상상도 못했는데

  • 큰일은 역시 인간이...

ㄴ 엘프 드워프는 어디서 뭐함?

ㄴ 거리 너무 멀어서 주딱이 다 쳐냈다는데

ㄴ (크아아악! 찌그러진 엘프 콘)

ㄴ 나도 시급 22경단 받고 싶어욧!!!

“들어간다!”

앞장선 기사의 외침에 따라 원정대가 일렬로 균열 너머로 들어갔다.

그렇게 원정대를 맞이한 건...

“소름끼치게도 생겼군.”

축축하고 불쾌한 거대한 동굴.

그리고 알 수 없는 잔해와 물건들이 널부러진 바닥과...

[서비스가 불가한 지역입니다.]

갤러리의 차단 통보까지.

하지만 원정대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 정도까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전혀 무섭지 않군.”

이것보다 바깥에서 일없이 굶어가는 현실이 백 배는 더 무서웠다.

그걸 깨닫는 순간, 원정대가 앞으로 나아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갤러리도 우릴 지켜보고 있으니...”

[균열의 핵을 찾으십시오.]

[균열의 핵을 회수한 후 주딱에게 돌아가십시오.]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균열의 핵을 찾고, 주딱에게 돌려줄 것.

게다가 여긴 이미 웨이브가 터졌던 균열이니 큰 위협도 없을 것이다.

“마수가 없군.”

역시, 예상대로였다.

이미 대량의 마수가 쏟아졌던 탓에 남아 있는 마수는 얼마 되지도 않았다.

“...키에엑?”

기껏 마주하는 건 고블린 몇 마리.

그마저도 바깥에서 인간을 마주했다는 사실에 벙찐 채 굳어 있다 죽었다.

굉장히 느낌이 좋다.

이대로라면 금세 균열의 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토벌이 될 리가 없었다.

-철그럭

“...저건!”

원정대의 앞을 무언가가 가로막았으니.

균열의 핵을 지키고 있는 변종 마수.

아니, 그건 기사였다.

“꾸르륵.”

강철 갑옷을 입은 기사.

자세와 움직임, 그리고 경계하는 것까지.

“...도플갱어 슬라임인가.”

슬라임 개체 중에서도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도플갱어였다.

-꾸르륵

-꾸르르륵

문제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개체가 보인다는 것.

그 모습에 원정대가 일순간 술렁였다.

“왜 이렇게 많아...?”

“분명 웨이브가 이미 터진 균열이라 하지 않았던가!”

도플갱어 슬라임은 상대의 모든 움직임을 따라한다.

심지어는 마나까지도.

그렇게 상대의 힘이 다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녹여 먹는 것이다.

“주딱님이 잘못 안내해주신 건가...!”

“아니.”

선두에 선 기사는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원래 이곳은 고블린 같은 하급 마수가 나왔던 균열이었으니.

“도플갱어 슬라임이 이 곳을 서식지로 삼은 듯 하군.”

바깥도 일종의 거대한 세상이었다.

고블린의 거처를 슬라임이 차지한 것뿐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소?”

후위에 서 있던 마법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마법도 여기선 안 통한다.

쏘는 순간 똑같이 반사해버릴 테니까.

그렇다고 기사가 상대할 수도 없었다.

“우리로서는 상대가 안되겠지.”

실력자의 무덤.

대전쟁 때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마수였으니.

“꾸르르륵.”

“끄르륵.”

도플갱어 슬라임들도 이를 안다는 듯, 사람의 얼굴로 불쾌하게 웃기 시작했다.

기사는 잠깐의 대치 이후, 마법사에게 손짓했다.

“그 지팡이를 가져오시오.”

“그 지팡이라면...!”

주딱이 원정대 마법사들에게 줬던 마법 지팡이.

마법사는 깨달은 듯 잠시 사라졌다 무언가를 가져왔다.

철로 이루어지고.

사람의 어깨에 짊어져야 할 크기의 거대한 지팡이가.

“꾸르륵?”

마법사가 저런 지팡이도 쓰던가?

도플갱어는 처음 보는 지팡이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썩소를 지었다.

체내에 있는 방대한 마나를 다 녹일 정도가 아니라면 무엇이든 반사할 수 있다.

그래서 슬라임은 지팡이에 적힌 글자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RPG-7]

마법사 지팡이기는 하다.

다만 알라의 요술봉인.

-콰아아앙!!!!

그 폭격에 던전 내부가 거칠게 진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