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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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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놀랍구나.”

펠리시는 내부를 둘러보며 감탄했다.

평범한 가정집 마루 아래 숨겨진 공간.

인간들의 창고는 봤어도 이렇게 정교한 피난처는 처음이었다.

“여기서 아예 평생을 살 수도 있겠어.”

생명은 해를 보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

하지만 그건 거짓이었다.

여기선 해를 보지 않고도 살 수 있었다.

어떠한 경제 활동도, 사회 생활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생명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요소가 이곳에 압축되어 있었다.

“이런 걸... 생각해내다니.”

주딱*: 거기면 들킬 일 없겠지?

“확실히 그렇겠구나.”

주딱은 여기에 없었다.

그런데 이 정도 마법을 구사하다니.

이건 마법의 특이점이었다.

용조차도 이 마법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니.

하찮은 필멸자들이라면 놀랄 수 밖에 없는 광경이었을 터였다.

“그런데 용케도 놀라지 않는구나.”

펠리시의 시선이 페니를 향했다.

“뭐가?”

펠리시의 시선에는 의심이 깃들어 있었다.

이런 마법에도 덤덤하다니.

주딱은 이유 없이 무언가를 만들지 않는다.

그가 꺼낸 건 항상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까.

게다가 주딱 같은 존재에게 몸을 피할 피난처 따윈 불필요해 보였다.

‘그런 존재가 이곳을 만들었다면...

“너 같은 필멸자도 이런 곳에서 지내느냐?”

아무런 힘도 없는 페니.

그리고 용조차도 찾기 힘든 완벽한 피난처인 벙커까지.

“요즘 세상이 참 말세구나.”

아무런 힘도 없는 주제에.

주딱에게 이런 권리까지 받는다고?

위대한 용의 여왕인 자신조차 커피 한 잔 마시려고 눈치를 보는데?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사뭇 필멸자는 자신의 위치를 잘 알아야 길게 사는 법이다.”

부럽다. 부러워 죽겠다.

괜히 질투심에 틱틱대던 순간이었다.

“부러워?”

“뭐...!”

페니의 정곡 찌르기에 펠리시의 눈이 번뜩였다.

물론 페니도 알고 있었다.

자신은 힘도 뭣도 없는 평범한 인간 여자애.

용을 도발해서 좋을 것 없다.

하지만 왜인지 지금만큼은 깐쪽거리고 싶었다.

“난 뭘 해도 돼. 주딱이 들어주거든.”

마구마구 깐쪽거려서, 저 도마뱀에게서 승리감을 누려보고 싶었다.

그래서 더더욱 신경을 긁었다.

용들의 여왕이면 뭐해?

자신의 뒤편엔 주딱이 서 있는데.

“나는 너처럼 주딱의 눈에 들려고 열심히 뭘 하지 않아도 돼.”

“...그만! 거기까지 하거라.”

펠리시가 단호하게 경고했다.

하지만 페니는 윗층에서 자신을 무시하던 말투를 잊지 않았다.

그만하라고? 그건 그만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었던가?

“긁?”

“크아아!”

페니의 도발에 펠리시가 입을 쩌억 벌렸다.

용은 누군가에게 도발 받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자그마한 도발에도 손쉽게 넘어가 흥분하고 말았다.

마치 상어 이빨처럼 날카로운 입이 쩍 벌어졌을 때였다!

“크아앙?!”

불쑥, 페니가 그 속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펠리시가 당황하며 물러나고 말았으니.

“못 먹지? 먹고 싶은데 먹을 수 없지? 아무것도 못 하지?”

“이... 이 머리에 마나도 안 마른 게...”

펠리시의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꽉 쥐어박고 싶다. 혼내주고 싶다와.

주딱이 보여줬던 세계 멸망의 풍경.

그 두 가지가 바쁘게 교차하며 주먹을 꾹 쥐던 그때였다.

“아?”

옆에 바닥에 묶여 있던 질투가 눈을 떴다.

“오, 깨어났네.”

역시 평범하진 않아서 그런가, 생각보다 더 빨리 깨어났다.

주딱*: 오

“히이익!”

이젠 내 채팅만 봐도 움츠러든다.

질투는 녹색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상황을 파악하기에 바빴다.

추레한 녹색 머리 미녀가 차가운 공간에 묶여 덜덜 떨고 있다니.

주딱*: 이러면 내가 마치 납치한 거 같잖아

“그, 그게...”

주딱*: 대답

“아뇨, 너무 행복해요... 행복해서 미쳐버릴 것 같아요...”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반응.

굉장히 협조적으로 변했다.

문제는 자신을 잡아먹겠다는데도 협조적일 거냐는 것이었다.

“아니, 절대 안 그럴 거야.”

주딱*: 역시 그렇겠지?

완전히 죽는 개념은 아니더라도, 흡수된다는데 누가 좋아할까.

“강제로 먹을 수는 없나?”

나는 질투의 악마 권리까지 챙겨줄 생각은 없었다.

이미 여럿 생명을 앗아갔으니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건 불가능했다.

“동의가 있어야 해.”

주딱*: ㅇㅇ?

“우린 서로를 강제할 수 없어. 흡수하려면 상대의 동의가 있어야만 해.”

생각해보니 그랬다.

만일 흡수가 강제로 가능했다면 칠죄종이라 불릴 수 없었겠지.

“하지만 누가 동의하겠냐고.”

먹던 것을 대뜸 빼앗고서는...

실례지만, 앞으로 이 음식을 먹으려면 부모님 동의가 필요합니다. 하면 누가 하겠냐고.

주딱*: 그럼 강제로 동의하라고 시키면?

“직접 마음에서 우러나는 동의여야만 해.”

쉽지 않음.

“아니, 애초에 이게 되긴 한가?”

생명에 대한 갈구.

그건 인간, 엘프 심지어는 악마까지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걸 과연 할 수나 있나 싶었지만, 의외로 페니는 담담했다.

“내가 할 수 있어.”

오히려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대신 몇 가지만 도와줄 수 있어...?”

페니는 내 도움을 필요로 했다.

주딱*: ㅇㅇ 뭐 필요함?

“분쇄기.”

주딱*: 왓?

분쇄기라니.

설마, 직접적인 고통을 줘서 의지를 아예 꺾을 생각인 건가?

하지만 페니가 그럴 리가 없었다.

“분쇄기를 매일 24시간 내내 틀어둘 거야. 언젠가 마음이 꺾일 때까지.”

페니가 노리는 건 고통이 아닌 심리적 압박이었다.

일종의 분쇄기 asmr.

“질투한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어.”

풀어두기엔 살인을 저질렀다.

그렇다고 믿을 수도 없고.

페니가 선택한 방법을 두려움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어때?”

페니가 내게 의견을 물어왔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특성이 질투라며?”

별의 별 것에 질투심을 느낀다.

특히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해 질투심이 폭발했다.

“그럼 앉아서 떡 먹기지.”

칠죄종 꼬드기기, 누워서 먹는 것보다 쉽다!

주딱*: 그러지 말고 내 방법부터 써보실?

“방법이 있어?”

주딱*: ㅇㅇ 며칠 안 걸릴 걸

[물품을 담은 박스를 배송지로 배송했습니다!]

나는 이것저것 상점에서 구매해다가 페니에게 보냈다.

페니와 펠리시는 호기심을 가지며 박스를 천천히 열어봤으니.

“별 거 없지 뭐.”

내가 보낸 건 지극히 평범한 것들이었다.

페니는 당혹스런 표정으로 박스를 보더니, 천천히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소설책?”

주딱*: 딸기 생크림 케이크도 있음

소설책 아무거나 10권, 그리고 달콤한 딸기 생크림 케이크와 마카롱.

평소 페니가 좋아하던 것들이었다.

의아해하는 페니에게 설명 대신 말했다.

주딱*: 소설책 들고 질투한테 읽어 줘

“으응?”

주딱*: 주딱 믿지?

페니는 눈을 동그랗게 떠 깜빡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미묘한 표정으로 책을 폈다.

“세상에서 절대 못 참는 게 있지.”

하나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두 번째는...

...

그때 페니가 천천히 첫 구절을 읽기 시작했다.

“모든 아이들은 자란다. 한 사람만 빼고”

일단 피터 팬부터 시작하자.

질투는 지금 현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질투에 눈이 멀어 균열을 넘어왔고, 여러 생명을 해쳤다.

그런데 왜.

“그러자 웬디가 말했습니다. 얘야,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 나는 법을 잊어버려.”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머지않아 그런 생각조차 잊어버렸다.

“재밌다...”

무척이나 재밌으니까.

바깥에선 모든 것이 쟃빛이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마치 끊을 수 없는 마약과도 같았다.

자신이 꽁꽁 묶여 납치되었단 사실 같은 건 진작에 잊어버렸을 정도로.

“자, 이걸로 5장 끝.”

“빨리 다음 장을 읽어 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어느덧 피터 팬과 아이들이 네버랜드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직 피터 팬은 마지막 6장을 남겨두고 있었으니.

분명히 이대로 끝날 리가 없었다.

‘어떻게 끝날까? 이대로 네버랜드에서 사는 걸로 끝나는 걸까?

머릿속에서 장면을 상상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페니를 재촉했을 때였다.

주딱*: ㅇㅋ 이 정도면 충분함

“어...?”

주딱*: 다음 소설 고고

문득 꿈에서 깨어나듯 페니와 질투 사이에 주딱의 알림이 나타났다.

“응, 알겠어.”

오랜 세월을 살며 평생을 바깥에서만 보냈다.

살아생전 첫 소설에 몰입해 있었는데, 갑자기 이게 뭐하는 짓이지?

하지만 질투가 무어라 하기도 전에, 페니의 입에서 다음 소설 제목이 나왔다.

“다음 소설 읽어줄게.”

“잠깐, 너 뭐하는 거야? 피터 팬 6장을 아직 읽어주지 않았어!”

“아.”

질투의 말에 페니는 입을 열었다.

초조했던 질투가 밝아진 표정으로 기다릴 즘이었다.

“...?”

시간이 흘러도 페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바깥에서는 꿈도 못 꿀 화려한 침대에 누워.

무슨 맛일지 상상조차 안 가는 케이크와 주스를 음미한 채.

피터 팬 6장을 하나하나 눈으로 음미하며 완독할 뿐이었다.

“세상에, 팅커벨이?”

그러더니 대뜸 어느 장면을 보고 놀라는 게 아닌가?

“티, 팅커벨이 왜?”

질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팅커벨이 왜,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하지만 페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쩜, 와 정말 상상도 못 했어. 웬디가 이런 결정을 내리다니.”

“웬디가 뭘!”

1장에서 5장까지.

1장에서 5장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여정 끝.

모든 이야기가 맺어지는 6장을 페니는 말하지 않았다.

단지 때때로 감탄하며 놀랄 뿐.

“아아...”

그 감탄사에 질투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확 저 책을 빼앗아다가 자신도 누리고 싶었다.

주딱*: ㅋㅋ

“으으...”

하지만 힘으로 빼앗기엔 미지의 존재가 떡하니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으니.

나도 읽을 줄 아는데.

나도 저기 눕고 싶어.

맛있는 거 나도 먹을 줄 아는데.

온갖 질투심이 마치 화산처럼 끓어오르던 찰나였다.

“오래 기다렸지?”

“아!”

페니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질투심에 미칠 지경이었던 찰나 그 말은 마치 구원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

“이, 이제 읽어주는 거야?”

“그래, 읽어줄게.”

“아아, 드디어...!”

화를 내는 건 의미가 없다.

비굴할 정도로 처음 맛본 새로운 즐거움에 기대할 무렵이었다.

“제목, 로미오와 줄리엣.”

“...어?”

하지만 기대를 하니까 실망하는 법.

모르는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

그건 결말만 모른 채 애매하게 이야기를 읽었을 때였으니.

“먹게는 해 줄게.”

페니는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대신 맛만 봐.”

질투의 낯빛이 사색으로 물들었다.

그렇다는 건...

“피터 팬의 6장은 없어. 앞으로도 평생.”

“아, 안 돼!”

차라리 몰랐었다면.

이런 즐거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베로나의 최고 부유한 집안은 캐풀렛과 몬테규 가문이었다.”

연중으로 괴롭히기.

페니는 완결만 제외한 채, 담담하게 다음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