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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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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숨이... 숨이 잘 안쉬어져요...]
작성자: 엘프는예쁘고귀엽고다해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속이 답답해요...
온 몸에 힘도 쭉 빠져나가는 것 같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는데 어떡게 해요??? ㅠㅠ
[추천1021] [비추천0]
- 어떡게x 어떻게o
- 그대로 엘프를 들어서...
- 마!!!참!!!내!!!
엘프들이 갑자기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머리가 어지럽거나 토할 것 같다는 것부터.
심하게는 기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균열이라도 터졌나?”
그 증상들에 가장 먼저 떠올린 건 균열이었다.
기본적으로 두통 유발을 시키기도 하고, 바깥에 영향을 줄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균열은 아니었다.
풀피엘프: 모르는 일이다에요
풀피엘프: 나는 그런 증세 하나도 없다에요
“흠...”
모든 엘프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풀피엘프도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균열 탓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보통 한 종족이 이렇게 이상증세를 보이면 걱정하기 마련이지만...
- 그래서 뭐?
- 어쩌라는 거임 ㅋㅋ
- (-엘- 콘)
- 그것 참 이상하구만 그래
ㄴ 맞네. 머리에 든 게 없는데 어찌 아픈가?
ㄴ 맨날 술이나 처마시니 그런 거 아닌가?
여태껏 쌓인 업보일까.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다.
[제목: 엘라드리엔 근황.jpg]
(공동묘지 짤)
ㅋㅋ
[추천102] [비추천52]
- 개추 ㅋㅋ
- ㅅㅂ 미친새낀가 ㅋㅋㅋㅋ
- 시비걸지 마세요 머리 아프니까 ㅡㅡ
ㄴ 헉 님아 이거보셈
ㄴ 말 걸지 마요 인간놈아
ㄴ (흑백으로 번쩍이는 마법 움짤)
ㄴ 헤에에엑
오히려 축제 분위기로 놀려 먹기 바빴다.
심지어 세계수도 없었다.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엘프들의 목적지는 하나였다.
- 주딱니뮤ㅠㅠ 도와주세요 ㅠㅠ
- 언니 동생 쥬거욧!!!
- 주딱님 도움!!! 도움!!!
눈팅하던 날 부르는 것이다.
이럴때만큼은 엘프들의 채팅 화력은 빨라졌다.
평소의 그 독수리타법은 어디갔는지, 최신글이 우르르 날 찾는 글로 채워졌다.
- 아 씨발 또 주딱 찾네
- 뭐만 하면 주딱 주딱
- 주딱 좀 갤질하게 냅둬라
어려움이 생기자 날 바로 찾는 모습은 당연히 타 종족들은 좋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마침 나도 궁금하긴 했었다.
“왜 엘프들만 이러는 거지?”
엘프들의 증상을 정리해 보건데, 마나 부족 현상 같기는 했다.
세계수가 갑자기 사라져 마나가 확 줄었을 때, 평소처럼 마나 쓰던 엘프들이 딱 이랬으니까.
하지만 그때와 달리 요즘에는 마나도 잘 안쓰고 아끼지 않던가?
그리고 그 원인은 생각보다 빨리 찾을 수 있었다.
“찾았다 범인.”
엘프 증세의 원인은 다름아닌 본인들에게 있었으니.
[제목: 나다]
작성자: 주딱*
[‘엘프는예쁘고귀엽고다해’의 작성글 목록]
[n시간 전 / 머,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4시간 전 / 친구는 역시 술밖에 없어요]
[3시간 전 / 머,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2시간 전 / 마셔라 부어라~!]
.
.
[1시간 전 / 머, 머리가앗!!!]
뭔 ㅅㅂ 초와 갈임?
머리 아프다면서 왜 자꾸 술 마심?
[추천9999+] [비추천52]
- 뭔 ㅅㅂ ㅋㅋㅋㅋ
- 근데 초와 갈이 뭐냐?
- 아니 여태껏 술 계속 쳐마셔놓고 머리 아프다 이지랄한거임?
“어이가 없네.”
갑자기 엘프들이 고통을 호소한 이유는 전부 술 때문이었다.
마나가 숙취를 비롯한 술병을 지워주는데, 그럴 마나조차 남지 않았던 것이다.
그 상태에서 술을 계속 마시니 당연히 숙취가 오고.
그 상태에서 또 술을 마시고, 반복.
실제로 밤만 되면 갤러리는 한 번씩 엘프들의 감성글에 점령되곤 했다.
- 밤하늘과 나, 그리고 달콤한 술 ^^
- 인생이란... 정말 쓴 사과 같아요...
- 엘프란 뭘까? 생명이란, 이 세계란 무엇일까...
- 아오 씨발 엘프시치
- 좀 쳐 자라 제발
- 아니 이새끼들은 진짜 새벽마다 존나 빡치게 하네
술을 좋아하는 인간마저도 혀를 내두를만큼 애주가들이었으니.
엘프들은 맥주를 취급하지 않는다.
오직 소주, 결코 소주.
도수는 그리 높지 않아도 물처럼 마신다면 말이 달라진다.
“그러니까 결론은 술 때문이네.”
어쩐지 장터에서 술이 가장 빠르고 많이 팔려나간다 싶었다.
등록만 하면 탈탈 털려나가는 게 주류 중에서도 소주였으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세계수가 있었을 땐 괜찮았지만, 세계수가 사라진 지금에서는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 저어기... 주딱님? ^^
- 머리 아프다는 거 거짓말이에용!
- 사실 저희 도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요 ㅎㅎ...
엘프들은 뒤늦게 제 무덤을 팠다는 걸 알고 괜찮다며 채팅을 올렸다.
하지만 알아차렸을 땐 항상 늦는 법.
[장터에서 주류 코너가 잠깁니다.]
[잠금 지역ip 엘라드]
- 엘끼야아아악!
- 안대에에에!!!
- ㅋㅋㅋㅋ 너무너무 꼴 좋고
- 갤러리 정상화 이거지!!!
엘프들의 건강과 생존을 위해, 장터에서 주류를 밴해버렸다.
*
때때론 강하게 나가야 할 때도 있었다.
가령 엘프들의 금주가 그랬다.
- 나, 나 진짜 확 죽어버린다!
- 주딱님 소주 잠금 풀어요오오옷!!!
- 미쳐버릴거같애미쳐버릴거같애미쳐버릴거같애
소주 밴을 시작한 지 일주일 째, 엘프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근데 뭐 이 정도는 예상했지.”
갤러리에 도배글을 올리는 거?
그 정도야 약과였다.
“이런 거 원투데이도 아니고.”
무엇보다 생존 직결 문제였다.
세계수가 없는 엘프들은 주류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당장 좀 심각한 웨이브 하나만 터져도 우르르 죽어나갈 게 뻔했으니.
- 주딱*) 그럼 인당 하루 1병 어떰?
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ㄴ 1병?? 1벼어엉???
ㄴ 주딱님은 하루에 물 360ml만 먹고 살 수 있나욧!!!
엘프들은 물 대신 술을 마시는 지경까지 왔다.
스스로 줄이지 못한다면, 내가 직접 조절하는 수밖에 없었다.
“뭐 진짜 안마신다고 죽기야 하겠어?”
이건 다 인내심 문제였다.
단순히 그렇게 생각하고 최대한 강경하게 나섰는데.
[제목: ㅅㅂ 얘네 뭐임?]
(아드리안 국경지에 보이는 엘프 짤)
(피폐해진 몰골로 아드리안 초소 주변을 기웃거리는 짤)
잘못 봤나 했는데 진짜 엘프들이었음
전쟁인가 존나 놀라서 활 겨누는데, 반응도 안 함
눈치보면서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갑자기 손에서 소주 생기는데?
이새끼들 설마 아드리안 ip로 소주살려고 여기까지 온 거냐?
[추천4921] [비추천0]
- ?????
- 와 씨발 어이가 없네 ㅋㅋㅋㅋ
- 이거 진짜에요?
- 보통 엘프 욕하면 비추라도 달리는데, 얘네 술먹는다고 정신 팔려서 비추도 없네
[제목: 창고에서 엘프 주웠다]
(고양이처럼 데롱데롱 잡힌 채로 소주 마시는 엘프 짤)
ㅇㅇ;
[추천102] [비추천0]
- 이왜진?
- 뭔, 아니 저기 뭐임?
- 엘프 못 오게 경계 높이니까, 몰래 숨어가지고 창고 들어온듯;
“아니 미친 거 아닌가?”
그런데 내 생각보다 엘프들의 소주 사랑은 심각했다.
아예 국경을 넘어 인간 사회에 숨어들어 소주 구매를 시도한 것이다.
엘프 사회는 나름 폐쇄적이었다.
그 분위기를 생각했을 때, 바깥 상황이 이렇다면 내부는 안 봐도 뻔했다.
[제목: 주딱님... 제발...]
(엘라드리엔 도시 내부 텅 빈 짤)
(삶에 의욕을 잃고 길거리 폐인으로 변모해버린 엘프들 짤)
(실험삼아 귀를 잡아당겨도 조금의 반응도 없는 엘프 짤)
엘프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제발... 저희 행복만은 도로 가져가지 말아주세요... ㅠㅠ
[추천5740] [비추천54]
- 와 ㅋㅋ;
- 나도 술 좋아하지만 이건 좀...
- 뭔 영혼 흡수라도 당함? 눈에 빛이 없누
엘프들이 삶의 의욕을 잃었다.
설마 일부러 소주를 풀게 하려고 이런가 싶었지만, 풀피엘프가 증명했다.
풀피엘프: 주딱, 지금 상황 심각하다에요
풀피엘프: (엘프를 들었다 놓는 짤)
풀피엘프: (귀를 마구잡이로 잡거나 뭉개는 짤)
풀피엘프: 보통 엘프들 이러면 완전 싫어하는데, 무슨 반응이 없다에요
주딱*: 아니 소주가 그 정도라고?
풀피엘프: 지금 주딱상에 대고 소주 풀어달라고 기도하는 엘프도 있을 정도다에요
그 모습에 깨달았다.
엘프들은 소주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그냥 엘프는 소주다.
장생종인 엘프들에게 없어선 안 될 즐거움이자 유희가 소주가 되어버린 것이다.
“내가 졌다.”
소주 안 풀었다간 그 전에 다 죽게 생겼다.
차라리 풀라고 협박이라도 했으면 모를까, 그대로 쭈글거리는 게 묘하게 불쌍했다.
[공지: 소주 관련 공지 ㅇㅇ]
그래서 공지글 하나를 작성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조회수가 단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1만은 가볍게 뚫고 10만까지도 올라갔다.
- 엘프들 다 이것만 기다린 거임?
- 와 조회수 올라가는 속도 뭐냐? ㅋㅋ
- 진짜 소주에 미친 종족이네
[공지: 소주 관련 공지 ㅇㅇ]
작성자: 주딱*
내가 졌다 ㅇㅇ;
소주 하나 마시겠다고 타국경 넘어서 감옥에 갇히는 건 상상도 못했네
하루에 세 병 정도로 제한둘거긴 한데, 일단 엘라드 ip 밴은 품
[추천4921] [비추천0]
- 끼야아아악 사랑해요!
- 드디어 내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 (엘프에요! 머리 콘)
ㄴ (엘프에요! 상체 콘)
ㄴ (엘프에요! 하체 콘)
ㄴ (이번만은 살려주도록 하지... 기사 콘)
대신에 하루에 세 병 제한을 뒀다.
이걸로 이전처럼 쓰러지는 일은 없을거라 생각은 하지만, 문제는 여전했다.
술을 마시면 해독하느라 마나가 사라지는 건 여전했으니.
“마나석으로 어떻게 안 되나?”
가장 먼저 마나석을 떠올릴 수 있었지만, 금세 고개를 저었다.
마나석이 그렇게 많지도 않을뿐더러 득보다 실이 훨씬 컸다.
“그렇다고 세계수가 하나 더 있는 것도 아니고.”
세계수? 지금 사춘기 상태였다.
다크엘프들한테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자신의 가치를 깨달았다.
애초에 지금 사태에 가장 좋아라 할 존재가 다름 아닌 세계수였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였다.
-쿵!
“응?”
순간 벙커가 흔들렸다.
갑작스런 충격에 놀라 갤러리를 들여다보자, 난데없는 제목의 글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
[제목: 골드 드래곤 낙서해옴]
(마탑 최상층에 나타난 골드 드래곤 짤)
한 1시간 걸린 듯?
ㅅㅌㅊ?
[추천3499] [비추천1021]
- 와 이게 어떻게 낙서임? 존나 잘그리네
- 와 그림 선명함 봐라 미쳤네
- 족고수추
ㄴ ?? 잠깐만
ㄴ 이거 진짜잖아 씨발
ㄴ 작성자) ㅋㅋ
용용죽겠지가 머무르고 있는 마탑 최상층.
그곳에 또 다른 용 한 마리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