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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 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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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흔히 듣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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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무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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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만날 일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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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한 사람조차 찾아갈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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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자신이 화가 났음을 저 단어로 표현하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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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어도흡혈: 어디 사는지 알아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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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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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아니, 선생님 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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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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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건 좀 이야기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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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흡이 원래대로 돌아온 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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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몸이 합쳐지며 분열 당시 기억이 같이 돌아온 건 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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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벙커가 있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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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내가 만든 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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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벙커의 가장 큰 장점은 튼튼함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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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특정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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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 파묻혀 있으니 누구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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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그게 벙커의 가장 큰 기능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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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흡이 찾아와서 마구 두드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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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아낼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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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페니도, 건조기도, 창고에서 꿀잠 중인 나태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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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 세계 모든 존재에게 내가 있다는 걸 알리는 게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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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도망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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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애석하게도 고민하는 것보다 찾아오는 게 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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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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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위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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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카페로 위장까지 시켜놨음에도 입구를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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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샷건을 챙기려다 말고 천천히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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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죽이러 온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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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나를 납치해 곧죽흡 전용 죽부인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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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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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질은 계속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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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삼시세끼 내게 밥도 주고 방도 치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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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약 없는 감금이 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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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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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변조기] - 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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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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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음성 변조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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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도 속는 기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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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를 인식한 기계가, 평소의 내가 아닌 하프엘프아카데미미소녀의 목소리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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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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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씨알도 안 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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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명도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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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님이라뇨? 저는 럭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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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 신기한 물건이지? 주딱인 거 알아. 온몸에서 느껴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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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대의 기술력도, 곧죽흡의 감을 속일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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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가 선택한 최후의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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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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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비권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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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어떻게 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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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면 상대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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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면 그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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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게 적대심이 없는 상대를 막아내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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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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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문 너머에서 곧죽흡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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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억지로 데리고 있을 생각 없어. 그냥 하나만 해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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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요. 싫어요. 하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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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야. 누나 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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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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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벙커가 뚫리는 건 시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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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전은 약해도, 단일 공격력은 사실상 최정상급인 게 곧죽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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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열리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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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죽흡이 선택한 건 물리력 행사가 아닌 기다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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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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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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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알아. 위치 들키면 안 되잖아. 널 힘들게 할 생각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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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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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알림이 하나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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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채팅방 알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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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어도흡혈: (쭈그려 앉아 브이하는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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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어도흡혈: 나 잘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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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뭘 기다린단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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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잠깐,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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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피엘프: 주딱 그래서 도대체 장터에 민초 언제 올릴거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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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피엘프: 민초 장터 기원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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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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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지 할 말만 하는 채팅방 사이에서 곧죽흡이 인증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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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문 옆에서 정말 열어줄 때까지 기다릴 생각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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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저게 허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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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살았을지 모르는 곧죽흡에게 한 달, 일 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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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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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난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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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방법은 언제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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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갤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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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흡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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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흡혈귀의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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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종족이 아니라 알려진 바가 없지만, 마늘을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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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있으면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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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갤위키를 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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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갤러리에 추가했던 기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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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마늘 200g – 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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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상점에서 곧바로 마늘부터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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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보험은 있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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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문을 천천히 여니, 무릎에 고개를 묻고 있던 곧죽흡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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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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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내가 문을 열어주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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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살짝 벌어질 정도로 놀란 게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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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눈은 왜 감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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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곧죽흡에게 나는 단호하게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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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마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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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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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거 깐마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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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 당하는 취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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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틀리면 나도 악마가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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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죽흡은 내 손에서 마늘을 홱 낚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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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그작 와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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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마늘 조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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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이 잔뜩 뭉개지면서도, 당당하게 보란 듯 마늘을 씹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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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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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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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도, 뛰어난 사냥꾼도 평등하게 굶던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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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게 약점이 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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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곧죽흡에겐 안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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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곧죽흡이 계속 두 눈을 감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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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눈은 왜 계속 감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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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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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흡은 별 거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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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내게 힘을 준 게, 바깥인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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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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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합쳐지며 느꼈어. 누군가 내 감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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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게 말하는 곧죽흡의 목소리에 나는 잠시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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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우리집으로 오면 안 되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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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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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흡은 항상 미지의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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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 떠 있던 폐성도, 불사의 몸도, 유일한 흡혈귀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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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죽흡이 곧 하나씩 다 이야기해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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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마녀사냥 최초 피해자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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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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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흡 또한 과거에는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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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성당에게 마녀로 몰려 처음으로 화형당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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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죽어 가던 곧죽흡에게 힘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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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힘은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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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다 죽이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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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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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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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이 힘을 준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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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타오르던 그 순간, 곧죽흡에게 인류애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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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대로 왕국을 멸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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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국으로 모자라, 아예 성 자체를 통째로 뜯어 공중에 묶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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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바로 곧죽흡의 집이자 마리아카라 불리던 폐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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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게, 대전쟁도 한참 전에 벌어진 일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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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쟁이 첫 습격이 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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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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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의 습격은 대전쟁이 시초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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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한참 일찍, 대전쟁을 일으키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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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흡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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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삭임이 시키는대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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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곧죽흡은 사람들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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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죽이는 걸로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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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로 만든 다음, 공중에 뜬 성 안에 가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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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들은 그녀의 성에 오랜 시간 갇히며 서서히 고통스레 죽어 거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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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진 바깥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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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흡이 더 나아가 주변까지 휩쓸었다면, 그야말로 완벽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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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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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흡이 갑자기 스스로 봉인하고 잠들어버리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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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괴롭히고 못살게 굴었던 건 이젠 이름도 모를 왕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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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죽흡은 복수를 끝마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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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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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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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당하는 게 싫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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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흡에게 사람은 역겨운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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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다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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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언젠가 다시 깨어났을 때, 세상 꼴이 비슷하다면 그때 또 움직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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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속삭임은 날 내버려두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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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흡에게 주어진 힘은, 곧 저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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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마셔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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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 대한 충동이 전신을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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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에 하나 저항할 때를 대비해 만들어둔 일종의 패널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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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죽흡은 속삭임을 완전히 무시한 채, 긴 잠에 빠져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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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서 초반에 말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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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곧 겉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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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번역체가 그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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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죽흡이 세상에 깨어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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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많이 달라져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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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엘프 야짤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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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씨발아 그런 거 달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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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드워프 야짤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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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눈을 찌르는 기사 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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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터 고추참치 판매 기원 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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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치 이거 뭐냐 존나 맛있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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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크 잡았다 인증...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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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과 재미로 가득 찬 갤러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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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훨씬 각박해졌지만, 분위기는 이전보다 훨씬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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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죽고 죽이는 문제보단 야짤을 고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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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과 외로움보단 념글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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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심엔 주딱 네가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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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하는 곧죽흡의 앞에 내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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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파딱, 해볼 생각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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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가만히 듣던 나는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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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 지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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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화려한 삶을 살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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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곧죽흡이 내 소매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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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곧죽흡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측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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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내 피를 원했던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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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 부작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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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곧죽흡이 내 소매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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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눈을 감아가면서까지 찾아왔나 싶었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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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넌 의미가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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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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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좋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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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무급노예파딱들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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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흡을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가 곧 천천히 두 팔을 벌려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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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안아봐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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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이런 이유 때문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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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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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흔쾌히 허락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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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하거나 장소를 알릴 생각이 없다면, 딱히 막을 이유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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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흡은 나를 꽉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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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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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도 더 오래 나를 껴안은 채, 얼굴을 품에 묻고 있을 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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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감각 공유 된다고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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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문득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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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감고 있어서 괜찮다고 해도 촉감은 공유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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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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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드는 옷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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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진 폐허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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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은 불만족스런 표정으로 바닥에 널부러진 옷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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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멀쩡한 게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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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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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그런 정장차림의 옷은 왜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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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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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구석에 앉아 있던 노인, 탐욕이 떨떠름한 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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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도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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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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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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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은 입을 꾹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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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는 수만 가지 욕설이 솟아나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 게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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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는 정말 화려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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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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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가 그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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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은 찢어지거나 해진 옷들을 비교하면서, 작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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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은 문득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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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에 가깝도록 옷만 찾아다니는 것도 어쩌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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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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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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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전신에 따스함이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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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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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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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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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으로 이런 장난을 칠 간 큰 존재 또한 당장 주변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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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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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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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너머에 있는 여자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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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고, 최근에 감각 공유를 시작한 그 여자애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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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눈을 감고 있길래 반쯤 포기한 상태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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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협력한 마음이 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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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은 싸늘하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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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힘을 가지면서도 속삭임에 저항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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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정도면 뭐, 용서해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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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걸리긴 했지만, 지금에라도 마음을 돌린 게 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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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주딱의 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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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대한 비밀을 공유하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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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나한테도 네가 느낀 걸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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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은 두 팔을 활짝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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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눈을 감고 집중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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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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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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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만이 처음으로 느낀 중대한 정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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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힐 정도로 안아오는 주딱의 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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