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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ip를 영구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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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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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죽흡의 눈이 토끼처럼 동그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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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초, 이 초. 그렇게 대략 10초 즘 지났을 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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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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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죽흡의 눈망울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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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영구밴을 당한 게 그렇게나 억울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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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글쭈글 거리며 내게 안기려 했지만, 나는 단호하게 착죽흡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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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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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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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첫째 잡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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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여왕의 상태를 고치고 곧죽흡을 다시 파딱으로 돌려놓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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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다시 두 명이 서로 합치는 방법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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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선 같은 장소에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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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죽흡을 이 벙커에 데려올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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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반대로 찾아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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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ip가 불안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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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어도흡혈’의 위치를 탐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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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내 예상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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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가 불안정할지언정, 이전처럼 열람도 안되는 고장 상태는 아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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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쉽게 나죽흡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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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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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의외의 장소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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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긴 어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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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어튼도, 아드리안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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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죽흡은 켈리어튼령을 아예 벗어난 남쪽 아래, 외진 숲에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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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죽흡은 폐허가 되어 터만 남은 이름 모를 왕국 내부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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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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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옮겨붙은 불은, 곧 전신에 퍼져 그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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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느낄 수 있는 고통 중에 가장 최악이라는 화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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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던 눈물마저 타버릴 정도로 뜨겁고 비참했지만, 생각만큼은 멀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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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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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잘못한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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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군중 앞에 타죽으며 조롱당할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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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라니, 마법도 못 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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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녀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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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죽는 것보다 한과 분노로 가득 찬 정신이 비명을 토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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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에라도 내려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찢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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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던 눈물은 곧 피가 되어 바닥에 떨어질 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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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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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무언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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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미지의 힘이 그녀의 몸속을 채워나가기 시작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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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땐, 최초의 불사이자 흡혈귀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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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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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제베트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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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있는 건, 폐허로 변한 지 오래인 낡은 도시의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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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사람들이 많이 모였던 성당 앞 광장은 그 흔적만 유추할 수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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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다 타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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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제베트는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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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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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중간이 삭제된 것처럼, 정신을 차렸을 땐 세상은 이미 많이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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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든 생명의 눈앞에 갤러리라는 것이 간섭하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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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이라고 불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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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갤러리의 주인을 모두가 입을 모아 주딱이라 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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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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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겨운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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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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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는 몰라도,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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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을 간섭하는 갤러리란 것의 주인이, 고작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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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에르제베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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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겨운 인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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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이 싫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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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려고 해도, 미워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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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을 보는 순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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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저항감이 사라지고, 호감과 반가움부터 일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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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겨운 인간 왕국을 앞에 두고도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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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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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제베트는 제 손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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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기억하는 마지막은 온몸이 묶인 채 불에 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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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알 수 없는 힘을 받아들여 왕국을 통째로 멸망시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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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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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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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감싸쥐고 고민할 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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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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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동시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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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제베트는 그 맥빠지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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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폐허가 되어 풀이 무성하게 자란 광장 단상 위에 여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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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발에 검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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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고고한 외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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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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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맥빠지는 소리를 하는 여자가, 에르제베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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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단호한 눈빛이 기분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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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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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발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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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에르제베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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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인간 시절, 에르제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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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모함 당해 사람들 손에 불타죽기 전, 순수한 에르제베트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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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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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흑발의 에르제베트를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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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인간들을 더 죽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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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고 봤던 그 기사 왕국도, 어딘가에 느껴지는 더러운 신성 제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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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불태워 재로 만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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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주딱을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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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머릿속에서도 속삭임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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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이루는 힘의 원천에서도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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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는 그 목소리에 휘둘릴만큼 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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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그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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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스스로 그 속삭임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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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만큼 이 둘에게선 떨어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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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과 또다른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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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주딱을 마주하면 타오르던 증오심도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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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려던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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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어이어이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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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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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주딱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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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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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든, 주딱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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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의 시야에서 숨는 것이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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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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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실은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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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탈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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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버튼만 누르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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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뒤 작정하고 숨으면 자신을 찾는 게 지금처럼 쉽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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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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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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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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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외로움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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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머뭇거리는 사이, 금세 다가온 착죽흡이 그녀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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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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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다른 몸이라지만 생각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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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하나나 다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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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기 스스로를 버리고 주딱의 편을 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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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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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제베트는 힘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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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녀는 불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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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딱만큼은 예측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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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도 생각 못한 방법으로 자신을 무력화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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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못한 상황에 에르제베트가 당황하던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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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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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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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질끈 감은 에르제베트 앞에 나타난 건, 마법도 무기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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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파딱 해볼 생각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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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왠지 님 파딱하면 잘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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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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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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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강한 충격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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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평범한 말뿐인데, 기억을 헤집는듯한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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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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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제베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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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기억을 헤집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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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던 기억을 강제로 끌어올려 떠올리게 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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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에르제베트 또한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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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난 분열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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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의 이유로 어떤 시점을 기점으로 둘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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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저 주딱이란 존재와 몹시 가까운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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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는 걸 보면,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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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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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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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리던 에르제베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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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정이 가장 그럴싸하다는 것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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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되찾는 것이 결과적으론 이득일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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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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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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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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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주딱이 특별한 인간이라는 걸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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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는 인간이 죽도록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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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먼 미래에 자신이 인간과 연애 놀음을 하는지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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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수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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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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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 위에서 저 종족을 보는 일이 없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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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주딱을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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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서도 끊임없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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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젠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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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을 죽이는 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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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몸이 격렬히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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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인간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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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을 제외한 모든 인간을 죽여야만 성이 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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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딱은 그걸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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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선지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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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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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날아가려던 에르제베트가 다시 한번 휘청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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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해장국이 뭔지는 몰라도, 기분 좋은 감정이 드는 걸로 보아 무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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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딱은 쉴 시간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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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콜라,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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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당돌한 ai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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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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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부정적이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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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분노로 가득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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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복수하는데 머뭇거림이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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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딱이 말하는 저 단어 하나하나가 에르제베트의 의욕을 잃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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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님이 사진을 전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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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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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끝으로 도착한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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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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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의욕을 잃어버린 에르제베트는 천천히 그 화면을 클릭하고 말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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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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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다 보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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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누워 있는 다정한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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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해 보이는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마시는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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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웃으며 남자에게 매달리는 곧죽흡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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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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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상 맑고 행복한, 인간 시절 때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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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쩌면 그때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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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떻게 이런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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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제베트는 손을 덜덜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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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짤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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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해 보이지만, 묘하게 존재가 짙고 선명한 남자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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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다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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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곧죽흡이 주딱을 죽부인으로 썼을 뿐인 짤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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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효과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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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제베트는 더는 인간들을 향한 적개심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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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행복하다면, 그런 이유가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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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오, 이제 마음 돌린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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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솔직히 궁금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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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행복할 일 따윈 없을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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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주딱이 뭐길래, 자신이 이렇게까지 해맑게 웃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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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제베트는 손에서 천천히 힘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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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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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어딘가 멍청하고 귀여운 또 다른 자신이 자신을 빤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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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그럼 참치여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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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인간으로 되돌려 놓을게. 걱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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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주딱을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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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속삭임이 들렸지만, 에르제베트는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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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천천히 함께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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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몸이 발부터 서서히 피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곧 하나의 피웅덩이로 합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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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 돌아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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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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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지않아 웅덩이 솟에서 하나의 에르제베트가 천천히 솟아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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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곧죽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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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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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바닥만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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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딱*: 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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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지나도 대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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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무언가 잘못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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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이 재차 그녀를 부를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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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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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중얼거림 혹은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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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게 굳어 있던 에르제베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나기 시작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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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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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어디 사는지 알아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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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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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합쳐지며 기억도 합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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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아니 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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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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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흡은 짙은 눈웃음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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