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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치 교보재는 열심히 도망쳤다. 초절정 고수의 자존심? 교보재는 그 따위 것보다 실리를 따질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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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따위 말도 안 되는 공격을 가볍게 날리는 고수에게 덤벼서 뭐가 남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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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들의 복수고 뭐고 냅다 도망치는 게 옳은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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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가 잘못 판단한 것이 있다면, 서준에게서 도망칠 수 있다 생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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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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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원보를 펼치는 서준은 교보재보다도 최소 수 배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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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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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재는 옆에서 나란히 달리는 서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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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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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그의 시야가 암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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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꿈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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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재는 좋은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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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로 돌아온 서준은 포획한 교보재를 여운적에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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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혈까지 끝마쳤으니까 내일까지 보관만 해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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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적은 감히 거절하지 못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일들을 보고도 냅다 고개를 저을 수 있는 강심장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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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의 지원을 바라면서도 혹여나 그들이 절강성에 마수를 뻗을까 걱정하던 것이 여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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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진기재천의 곁에 있는 여인들에게 무례를 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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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상황에서 할 수 없는 말은 아니었지만, 원래 무림이 그렇다. 당연히 할 수 있는 말도 강자에게 할 때는 몇 번 더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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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여운적은 교보재를 짊어진 채 터벅터벅 해벽문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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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과 일행은 항구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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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더 할 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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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물음에 서준은 고생한 추겸의 시체를 허공섭물로 바다에 던지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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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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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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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배 빠졌잖아. 뒤져보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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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걸 뭔 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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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방법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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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바다 위를 걸었다. 그의 뒤로 춘봉과 남궁수아가 어설픈 수상비를 펼치며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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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쏴아아-, 조금 커다란 파도가 밀려왔다. 춘봉이 균형을 잃고 비틀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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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야, 야야야야! 나 빠질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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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허둥댔지만 서준은 그냥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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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면 수영 한 번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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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수영할 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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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할 줄 아는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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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개새, 으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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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내공의 수발에 난항을 일으키고, 그것은 곧 안 그래도 불안하던 수상비의 종말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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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바다 속으로 쑥 가라앉으려는 순간, 서준이 춘봉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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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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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설마 우리 춘부이가 빠지게 둘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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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히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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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빠지는 줄 알고 기겁한 춘봉이 쿵쿵 뛰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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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애 떨어지는 줄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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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누구 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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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애요 개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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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덜미를 잡힌 채 능숙한 드롭킥을 구사한 춘봉. 뻐억-! 얻어맞은 서준이 바다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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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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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땅바닥이라도 되는 것마냥 자연스럽게 연기를 펼치는 서준을 보며 남궁수아가 쿡쿡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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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것도 되게 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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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떡 일어난 서준이 남궁수아에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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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쟤가 나 때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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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어? 누나가 안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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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 포근한 품으로 서준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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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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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생명의 어머니라 했던가? 서준은 남궁수아의 가슴에서 바다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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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썩-! 쏴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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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파도 소리와 함께 등짝에 따끔한 감각이 느껴졌다. 철썩이 파도 소리가 아니고 등짝을 얻어맞는 소리여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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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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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물음에 남궁수아의 품에서 빠져나온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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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재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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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낄 웃으며 조금 더 걷다 보니 어느새 보물선이 가라앉은 장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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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바다와 달리 거의 시커멓게 보일 정도로 짙푸른 바다. 제 발밑을 빤히 바라보던 춘봉이 은근슬쩍 서준의 등을 타고 기어올라 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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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씨…. 여기 빠지면 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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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죽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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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이 바다에 빠져 죽으면 그것도 웃긴 일이다. 어디 망망대해 한복판에 떨어져서 힘이 다 떨어지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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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내려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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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내려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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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서준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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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빼놓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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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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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씩 웃으며 다리를 들어 수면 위를 내리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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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어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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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식으로 펼친 천마군림보다. 바다에 원형으로 구멍이 뻥 뚫리며 일행의 몸이 아래로 떨어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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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끼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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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경악했다. 남궁수아는 쿡쿡 웃으며 낙하의 쾌감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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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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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기신경을 얕게 유지하며 혼원일월공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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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달리 구체의 형태로 뭉친 것이 아니다. 바다에 뻥 뚫린 원기둥 모양의 구멍. 그 옆면을 코팅하듯 혼원일월공을 얇게 펴발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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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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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의 이치가 바다를 희롱한다. 바닷물은 빈 구멍을 메우지 못하고 혼원일월공의 벽면을 따라 빠르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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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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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밑바닥에 여유롭게 착지한 서준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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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만 하게 보이는 구멍. 저게 높이 있어서 저렇게 보이는 거지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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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어둠 속에서 춘봉이 서준을 꽉 끌어안고 호달달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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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빠…. 불 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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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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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손끝에서 삼매진화가 일어나며 주변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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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는 하얗게 기포를 일으키며 회전하는 새카만 바닷물. 발밑에는 축축하고 시커먼 진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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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약한 빛이 어두컴컴한 바다를 밝히자 유유히 헤엄치던 물고기가 춘봉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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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 이 자식아! 확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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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쫄아버린 춘봉이 물고기를 위협했다. 하지만 물고기도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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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 은은한 기가 느껴지는 걸로 봐서는 영물인 모양인데, 자존심이 있는지 냅다 혼원일월공의 벽을 향해 대가리를 들이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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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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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파편이 되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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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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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내지르려던 주먹을 얌전히 거뒀다. 우리 춘봉이가 이렇게 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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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져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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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묻자 춘봉의 눈이 빛났다. 겁도 많지만 호기심도 많은 게 춘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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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바다의 벽에 슬쩍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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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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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하악질을 하며 재빨리 손가락을 거뒀다. 축축하게 젖은 손끝. 그걸 빤히 보던 춘봉이 냅다 손가락을 입에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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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진짜로 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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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바닷물이 신기한지 몇 번 더 바닷물을 찍어 쨥쨥 맛을 보던 춘봉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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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호기심은 해결했겠다, 그녀의 눈에 반으로 꺾인 거대한 배의 모습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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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 가슴이 뛴다. 난파선에는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하는 묘한 마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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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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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등에서 뛰어내린 춘봉이 우다다 달렸다. 그리고 얼마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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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무것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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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선실에서 나오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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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한 춘봉 역시 배에 흥미가 가신 듯 서준의 허리를 툭툭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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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자. 나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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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우리 춘봉이 배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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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여기 바닷가니까 생선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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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 하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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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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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챱챱 입맛을 다셨다. 그러다 무언가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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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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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다. 눈알의 직경이 춘봉의 키보다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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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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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자, 고래가 화답하듯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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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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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주변. 고래의 울음소리는 의외로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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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바짝 굳어있자, 고래의 아가리에 거대한 기운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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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구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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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거대한 몸집만큼이나 거대한 기운이다. 춘봉의 낯이 허옇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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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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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아가리 주변으로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그것이 쏘아지려는 찰나, 고래와 서준의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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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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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 고래가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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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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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눈을 굴리던 고래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유유히 헤엄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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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멍하니 굳어있는 춘봉을 보며 남궁수아가 쿡쿡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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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도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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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다이나믹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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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벽문으로 돌아온 일행은 생선 풀코스를 즐긴 뒤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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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피곤했는지 도롱도롱 작게 코까지 골며 기절하다시피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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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잘 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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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내 동생. 이제는 내 약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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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꿈을 꾸는지 해맑게 웃는 춘봉의 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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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적의 기척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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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계를 꾸미는 건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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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방을 나서자 마침 여운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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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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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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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이 곱진 않았다. 도롱도롱 코 고는 춘봉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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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의 무인이 하나 남지 않았소? 그놈이 문제를 일으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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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지가 높아질수록 무인들 사이의 전투는 주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만약 주변에 양민들이 있다면 당연히 떼몰살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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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참사를 막기 위해 해벽문은 항주의 양민들을 도시 깊숙한 곳에 피난시켜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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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놈이 기어코 안쪽으로 파고들어 양민들을 인질로 잡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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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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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벽문의 무능을 탓할 수는 없었다. 초절정 고수가 작정하고 뚫으려는데 그걸 어떻게 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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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주에 존재하는 초절정은 여운적 하나뿐. 그가 모든 곳을 막아낼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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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들보다는 문파의 중요도가 높기에 그곳에 많은 전력을 두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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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적과 함께 이동한 서준은 곧 캄캄한 밤을 밝히는 횃불들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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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무인들로 이루어진 포위망 한가운데. 사흑련의 무인들이 양민들의 목을 움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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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으로 보이는 사내 하나가 양손에 각각 양민 하나씩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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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배를 준비해라! 우리를 얌전히 보내준다면 이놈들에게 손대지 않으리라 약속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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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서준이 앞으로 나섰다. 무인들이 황급히 비키며 길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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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뚫린 길에 여운적과 함께 선 서준이 뒷통수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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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도 짜증이지만 가장 먼저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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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병신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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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저러고 있는 걸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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