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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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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치 교보재는 열심히 도망쳤다. 초절정 고수의 자존심? 교보재는 그 따위 것보다 실리를 따질 줄 알았다.

저따위 말도 안 되는 공격을 가볍게 날리는 고수에게 덤벼서 뭐가 남는단 말인가?

수하들의 복수고 뭐고 냅다 도망치는 게 옳은 판단이었다.

다만 그가 잘못 판단한 것이 있다면, 서준에게서 도망칠 수 있다 생각한 것.

콰아아아앙────────!!

혼원보를 펼치는 서준은 교보재보다도 최소 수 배는 빨랐다.

“안녕?”

교보재는 옆에서 나란히 달리는 서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이거 꿈인가?

동시에 그의 시야가 암전했다.

‘아, 꿈이었나 보다.

교보재는 좋은 꿈을 꾸었다.

항구로 돌아온 서준은 포획한 교보재를 여운적에게 넘겼다.

“점혈까지 끝마쳤으니까 내일까지 보관만 해주쇼.”

여운적은 감히 거절하지 못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일들을 보고도 냅다 고개를 저을 수 있는 강심장이 아니었다.

남궁세가의 지원을 바라면서도 혹여나 그들이 절강성에 마수를 뻗을까 걱정하던 것이 여운적이다.

심지어 진기재천의 곁에 있는 여인들에게 무례를 범하기도 했다.

물론 그 상황에서 할 수 없는 말은 아니었지만, 원래 무림이 그렇다. 당연히 할 수 있는 말도 강자에게 할 때는 몇 번 더 고민해봐야 한다.

결국 여운적은 교보재를 짊어진 채 터벅터벅 해벽문으로 돌아갔다.

서준과 일행은 항구에 남았다.

“뭐 더 할 거 있어?”

춘봉의 물음에 서준은 고생한 추겸의 시체를 허공섭물로 바다에 던지며 답했다.

“보물선 탐사?”

“뭐?”

“바다에 배 빠졌잖아. 뒤져보고 싶지 않아?”

“아니, 저걸 뭔 수로?”

“다 방법이 있지요.”

서준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바다 위를 걸었다. 그의 뒤로 춘봉과 남궁수아가 어설픈 수상비를 펼치며 따라왔다.

그러다 쏴아아-, 조금 커다란 파도가 밀려왔다. 춘봉이 균형을 잃고 비틀댔다.

“어어…? 야, 야야야야! 나 빠질 것 같은데…!?”

춘봉이 허둥댔지만 서준은 그냥 웃었다.

“빠지면 수영 한 번 하는 거지.”

“나 수영할 줄 몰라!”

“난 할 줄 아는뎅.”

“야 이 개새, 으뺙…!?”

분노는 내공의 수발에 난항을 일으키고, 그것은 곧 안 그래도 불안하던 수상비의 종말을 의미한다.

춘봉이 바다 속으로 쑥 가라앉으려는 순간, 서준이 춘봉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갸아악…!”

“에이, 설마 우리 춘부이가 빠지게 둘까 봐?”

“흐, 히엑….”

정말로 빠지는 줄 알고 기겁한 춘봉이 쿵쿵 뛰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애, 애 떨어지는 줄 알았네….”

“뭣! 누구 애야!”

“니 애요 개새끼야!”

뒷덜미를 잡힌 채 능숙한 드롭킥을 구사한 춘봉. 뻐억-! 얻어맞은 서준이 바다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어억…!”

바다가 땅바닥이라도 되는 것마냥 자연스럽게 연기를 펼치는 서준을 보며 남궁수아가 쿡쿡 웃었다.

“이상한 것도 되게 잘하네.”

벌떡 일어난 서준이 남궁수아에게 달려갔다.

“누나! 쟤가 나 때렸어!”

“그랬어? 누나가 안아줄까?”

남궁수아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 포근한 품으로 서준을 품었다.

“와오….”

바다는 생명의 어머니라 했던가? 서준은 남궁수아의 가슴에서 바다를 보았다.

철썩-! 쏴아아-

잔잔한 파도 소리와 함께 등짝에 따끔한 감각이 느껴졌다. 철썩이 파도 소리가 아니고 등짝을 얻어맞는 소리여서 그렇다.

“재밌냐?”

춘봉의 물음에 남궁수아의 품에서 빠져나온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 재밌는데.”

낄낄 웃으며 조금 더 걷다 보니 어느새 보물선이 가라앉은 장소에 도착했다.

얕은 바다와 달리 거의 시커멓게 보일 정도로 짙푸른 바다. 제 발밑을 빤히 바라보던 춘봉이 은근슬쩍 서준의 등을 타고 기어올라 업혔다.

“와씨…. 여기 빠지면 죽겠지…?”

“안 죽을걸?”

초절정이 바다에 빠져 죽으면 그것도 웃긴 일이다. 어디 망망대해 한복판에 떨어져서 힘이 다 떨어지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내려가볼까?”

“내, 내려간다고…?”

춘봉이 서준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난 빼놓고 가!”

“안 돼용.”

서준이 씩 웃으며 다리를 들어 수면 위를 내리찍었다.

쩌어어어억────────!!

약식으로 펼친 천마군림보다. 바다에 원형으로 구멍이 뻥 뚫리며 일행의 몸이 아래로 떨어져내렸다.

“으끼야아아악……!!!”

춘봉이 경악했다. 남궁수아는 쿡쿡 웃으며 낙하의 쾌감을 즐겼다.

“흡…!”

서준은 기신경을 얕게 유지하며 혼원일월공을 펼쳤다.

평소와 달리 구체의 형태로 뭉친 것이 아니다. 바다에 뻥 뚫린 원기둥 모양의 구멍. 그 옆면을 코팅하듯 혼원일월공을 얇게 펴발랐다.

쏴아아아────────

태극의 이치가 바다를 희롱한다. 바닷물은 빈 구멍을 메우지 못하고 혼원일월공의 벽면을 따라 빠르게 흘렀다.

탁-

바다 밑바닥에 여유롭게 착지한 서준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주먹만 하게 보이는 구멍. 저게 높이 있어서 저렇게 보이는 거지 하늘이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춘봉이 서준을 꽉 끌어안고 호달달 떨었다.

“오, 오빠…. 불 켜줘….”

“라이트(Light).”

서준의 손끝에서 삼매진화가 일어나며 주변을 밝혔다.

옆에는 하얗게 기포를 일으키며 회전하는 새카만 바닷물. 발밑에는 축축하고 시커먼 진흙.

미약한 빛이 어두컴컴한 바다를 밝히자 유유히 헤엄치던 물고기가 춘봉과 눈이 마주쳤다.

“뭐, 뭐 이 자식아! 확 그냥!”

잔뜩 쫄아버린 춘봉이 물고기를 위협했다. 하지만 물고기도 만만치 않았다.

내부에서 은은한 기가 느껴지는 걸로 봐서는 영물인 모양인데, 자존심이 있는지 냅다 혼원일월공의 벽을 향해 대가리를 들이박았다.

콰지직-!

그리고 파편이 되어 사라졌다.

“힉….”

춘봉이 내지르려던 주먹을 얌전히 거뒀다. 우리 춘봉이가 이렇게 겁이 많다.

“만져볼래?”

서준이 묻자 춘봉의 눈이 빛났다. 겁도 많지만 호기심도 많은 게 춘봉이다.

그녀가 바다의 벽에 슬쩍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햐악…!”

그리고는 하악질을 하며 재빨리 손가락을 거뒀다. 축축하게 젖은 손끝. 그걸 빤히 보던 춘봉이 냅다 손가락을 입에 가져갔다.

“오…. 진짜로 짜네?”

짠 바닷물이 신기한지 몇 번 더 바닷물을 찍어 쨥쨥 맛을 보던 춘봉이 고개를 돌렸다.

이제 호기심은 해결했겠다, 그녀의 눈에 반으로 꺾인 거대한 배의 모습이 들어왔다.

쿵쿵 가슴이 뛴다. 난파선에는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하는 묘한 마성이 있었다.

“가보자!”

서준의 등에서 뛰어내린 춘봉이 우다다 달렸다. 그리고 얼마 뒤.

“정말 아무것도 없네.”

남궁수아가 선실에서 나오며 고개를 저었다.

실망한 춘봉 역시 배에 흥미가 가신 듯 서준의 허리를 툭툭 두드렸다.

“이제 가자. 나 배고파.”

“아유, 우리 춘봉이 배고파요?”

“응. 여기 바닷가니까 생선 나오겠지?”

“달라 하면 줘야지.”

“오….”

춘봉이 챱챱 입맛을 다셨다. 그러다 무언가와 눈이 마주쳤다.

“엉…?”

크다. 눈알의 직경이 춘봉의 키보다 길었다.

“고래…?”

춘봉이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자, 고래가 화답하듯 울었다.

우우우우─────────

어두컴컴한 주변. 고래의 울음소리는 의외로 섬뜩하다.

춘봉이 바짝 굳어있자, 고래의 아가리에 거대한 기운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그 거대한 몸집만큼이나 거대한 기운이다. 춘봉의 낯이 허옇게 질렸다.

“좆됐다….”

고래의 아가리 주변으로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그것이 쏘아지려는 찰나, 고래와 서준의 눈이 마주쳤다.

우우──────?

합! 고래가 입을 다물었다.

눈치….

이리저리 눈을 굴리던 고래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유유히 헤엄쳐 사라졌다.

여전히 멍하니 굳어있는 춘봉을 보며 남궁수아가 쿡쿡 웃었다.

“바다도 재밌네.”

확실히 다이나믹한 경험이었다.

해벽문으로 돌아온 일행은 생선 풀코스를 즐긴 뒤 잠자리에 들었다.

춘봉은 피곤했는지 도롱도롱 작게 코까지 골며 기절하다시피 잠들었다.

“어이구 잘 자네.”

서준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내 동생. 이제는 내 약혼자.

무슨 꿈을 꾸는지 해맑게 웃는 춘봉의 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몸을 일으켰다.

여운적의 기척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흉계를 꾸미는 건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춘봉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방을 나서자 마침 여운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큰일이오.”

“뭔데요?”

대답이 곱진 않았다. 도롱도롱 코 고는 춘봉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초절정의 무인이 하나 남지 않았소? 그놈이 문제를 일으켰소.”

경지가 높아질수록 무인들 사이의 전투는 주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만약 주변에 양민들이 있다면 당연히 떼몰살을 당한다.

그런 참사를 막기 위해 해벽문은 항주의 양민들을 도시 깊숙한 곳에 피난시켜두었다.

“헌데 놈이 기어코 안쪽으로 파고들어 양민들을 인질로 잡았소.”

“저런.”

해벽문의 무능을 탓할 수는 없었다. 초절정 고수가 작정하고 뚫으려는데 그걸 어떻게 막을까?

항주에 존재하는 초절정은 여운적 하나뿐. 그가 모든 곳을 막아낼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양민들보다는 문파의 중요도가 높기에 그곳에 많은 전력을 두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라 할 수 있겠다.

여운적과 함께 이동한 서준은 곧 캄캄한 밤을 밝히는 횃불들을 볼 수 있었다.

수많은 무인들로 이루어진 포위망 한가운데. 사흑련의 무인들이 양민들의 목을 움켜잡고 있다.

초절정으로 보이는 사내 하나가 양손에 각각 양민 하나씩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당장 배를 준비해라! 우리를 얌전히 보내준다면 이놈들에게 손대지 않으리라 약속하지!”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서준이 앞으로 나섰다. 무인들이 황급히 비키며 길을 만들었다.

뻥 뚫린 길에 여운적과 함께 선 서준이 뒷통수를 긁적였다.

짜증도 짜증이지만 가장 먼저 의문이 들었다.

“아니, 뭐. 병신이세요?”

도대체 왜 저러고 있는 걸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