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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흑련 직속 무력대의 초절정 고수 추겸은 특이하게도 대낫을 다뤘다.
처음 상대하는 무기는 까다롭기 마련. 그는 같은 초절정 고수를 상대로 몇 번의 승리를 쟁취해낸 적이 있는 나름 검증된 고수다.
심지어 수상전에 능하기까지 하니, 추겸이 배를 지키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머지 초절정 둘은 각각 수하들을 이끌고 항주 내에 자리를 잡은 상황.
사흑련 측에서도 절강성을 점령하겠다느니 하는 거창한 계획은 없었으므로, 이대로 얼마간 주의를 끌다 배를 타고 후퇴하면 그만이었다.
‘어떤 개새끼가….’
헌데 그 배가 박살났다. 추겸에게 바닷속에 가라앉은 배를 다시 띄울 능력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간단히 말해 퇴로가 사라졌다.
후퇴하려면 육로를 통해 정파의 영역을 가로지르거나, 배를 빼앗는 방법뿐.
수상비? 물론 물 위를 뛰는 게 가능하긴 하지만 그 먼 거리를 수상비로 이동하라고?
물에 빠져 죽고 싶은 머저리라면 꼭 한 번 시도해볼 만한 병신짓이다.
심지어 빼앗을 만한 배는 이미 전부 박살난 뒤다. 함선에 있던 예비용 배도 방금 박살났다.
그냥 좆됐다는 소리다.
당연히 추겸은 머리 끝까지 분노했다.
“쳐죽여주마…!”
바다 위를 달려 항구에 다다른 추겸이 높이 뛰어올랐다. 목표는 실실 웃고 있는 사내 새끼.
그대로 낫을 내리찍자 사내가 양팔을 활짝 벌렸다.
“웰컴.”
동시에 땅이 진동한다. 쿠구구-! 항구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며 거대한 바위 기둥 몇 개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심지어 사내는 내리찍은 낫을 간단히 피한 뒤 추겸의 등을 발바닥으로 세게 밀었다.
“크윽…!”
우당탕-! 추겸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어느새 주변을 둘러싼 바위 기둥 중 하나에 걸터앉은 사내가 말했다.
“싸워라. 싸워서 이기면 곱게 보내주마.”
추겸은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앞에 한 여인이 보인다. 기다란 대검을 뽑아든 채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
“놈…. 후회할 거다.”
추겸이 여인의 커다란 가슴을 보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네놈의 눈앞에서 저년을 겁탈해…. 컥…!”
꽈앙-! 추겸의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추겸의 머리를 짓밟고 선 서준이 발바닥으로 그의 뒷통수를 툭툭 두드렸다.
“말조심 하자?”
서준은 남궁수아에게 작게 화이팅을 외친 뒤 다시금 자리로 돌아갔다. 높이 솟은 바위 기둥 위다.
그가 입 앞에 손을 모아 소리쳤다.
“자, 시작!”
결말이 정해진 데스매치가 시작됐다.
서준은 바위 기둥 위에 걸터앉아 남궁수아와 사내의 대련을 지켜봤다.
도망칠 수 없게끔 주변을 주술로 감싸두기까지 했으니 사내가 도망칠 염려는 없다.
혹여 남궁수아가 위험해진다? 이미 기신경을 얕게 유지 중이다.
저 정도 수준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 무엇이라 해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놀지 말고 잘 봐야 돼, 춘봉아.”
“보고 있거든.”
확실히 춘봉은 그 커다란 눈을 부릅 뜬 채 남궁수아와 사내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서준 역시 춘봉을 품에 끌어안고 볼따구를 주무르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며 대련에 집중했다.
먼저 달려든 것은 사내였다. 사내, 추겸이 그 거대한 낫의 끄트머리를 잡아 길게 휘둘렀다.
거대한 대낫인 만큼 그 사정거리가 심상치 않다. 떨어져내리는 낫을 보며 남궁수아가 차분히 내공을 일으켰다.
“검에, 벼락을.”
말로써 내뱉는 행위. 한결 구체화된 심상이 검에 깃들고, 이내 별이 되어 피어난다.
파츠츳-!
별을 품은 벼락이 하늘 위로 솟구쳤다.
번쩍-!
추겸의 눈이 부릅 뜨였다. 분명 강기 자체는 엉성한데, 내공의 양이 터무니없다.
“이건, 뭔…!”
꽈앙-! 대검과 부딪힌 낫이 튕겨나간다. 추겸은 그 힘을 이용해 허공에서 빠르게 회전했다.
쉬쉭-! 대낫이 함께 회전하며 가속도가 더해진다. 그 힘을 고스란히 상대에게 뿌려냈다.
쐐액-!
다가오는 낫. 남궁수아가 대검을 세워 방어했다. 추겸이 씩 웃었다.
“멍청한 년…!”
살짝 굽어있던 팔이 쭉 펴진다. 낫이 조금 더 나아가고, 대검은 낫의 날이 아닌 봉을 막아냈다.
그 말은 곧 휘어진 거대한 날이 남궁수아의 몸에 그대로 닿는다는 소리다.
“읏…!”
당황한 남궁수아가 빠르게 대검을 위로 올려쳤다. 씨잉-! 다가오던 낫의 날 역시 위로 솟구쳤다.
허나 이미 기세가 넘어가버렸다.
공중에 떠오른 추겸. 그는 튕겨나간 낫의 힘을 이용해 공중제비를 돌았다.
그것만으로 거대한 낫의 날끝이 남궁수아에게 짓쳐든다.
남궁수아가 급히 막아내려 했으나,
서억-
불안정한 강기가 베였다. 낫의 날이 검을 파고든다. 아니, 정확히는 그 직전.
콰아아아앙────────!!
추겸의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이 새끼는 말조심 하라고 한 지가 언젠데, 그새 뭐? 멍청한 년? 머리를 하도 쳐맞아서 지능이 낮아졌나.”
쯧쯧 혀를 찬 서준이 남궁수아의 어깨를 두드렸다.
“잘했어. 처음인데 이 정도면 훌륭하지. 조금 쉬고 있어.”
“응. 고마워.”
남궁수아가 서준의 볼에 작게 입을 맞춘 뒤 땅을 박차 바위 기둥 위에 올라섰다.
“자, 다음 선수! 금춘봉!”
춘봉이 바위 기둥 위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너도 준비해.”
추겸의 옆구리를 콱콱 걷어차자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개새끼가…!”
기습적으로 몸을 회전시키며 대낫을 휘두른다. 날끝이 서준의 가슴을 노렸다.
서준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들어올렸다.
우웅-
검지 끝에 막힌 낫이 진동한다. 손에 닿은 것만으로 강기가 흩어졌고, 한낱 날붙이는 서준의 몸에 상처 하나 낼 수 없었다.
“우리 다시 한 번 말해볼까요?”
서준의 시선에 추겸이 데굴 눈을 굴렸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옳지.”
뻐엉-! 추겸의 엉덩이를 한 번 걷어찬 서준이 다시 바위 기둥 위로 올라갔다.
“그러면 시작!”
2라운드 개시!
춘봉은 눈앞의 상대를 보았다. 고요한 마음에 물방울 하나가 떨어진다. 또옥. 퍼져나가는 파동과 함께 춘봉의 검 위로 백금의 별빛이 어렸다.
화악-!
춘봉은 생각했다. 아직 정면승부는 무리다. 내공의 양은 자신이 앞설 것이나, 강기끼리 계속 부딪혔다가는 이쪽이 꺾일 터.
그녀는 심상에 깃든 용을 불러냈다. 똬리를 틀고 있던 용이 고개를 쳐든다.
‘춘봉신공.’
무공의 이름을 부르자, 구석에서 혼자 놀던 심상 속 이서준이 청룡의 머리 위에 올라탔다.
탁탁! 서준이 청룡의 머리를 두드리니 청룡이 질색한다. 허나 그뿐. 콧바람을 한 번 내쉰 청룡이 잠자코 춘봉의 검에 깃들었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간단했다. 춘봉신공과 청운신공이 마침내 합일을 이루었다.
“스으….”
잇사이로 더운 숨을 내뱉는 춘봉의 눈이 번뜩인다. 백금빛 안광. 동시에 상단전이 반응하며 몸에 남은 검신의 흔적을 더듬는다.
눈치를 보던 추겸이 달려들었다. 쐐액-! 대낫이 낮게 휘둘러졌다.
춘봉은 폴짝 뛰어 낫의 면을 밟고, 다시 한 번 뛰어올랐다.
투웅-!
높이 치솟은 춘봉이 허공에서 몸을 뒤집었다. 하늘을 발아래 둔 채, 검을 아래로 내찌른다.
잘게 흔들리는 검끝이 무수한 변화를 그려내며 추겸을 향해 짓쳐들었다.
“흡…!”
그에 맞서 아예 의식적으로 입을 꽉 다문 추겸이 낫을 위로 올려쳤다.
쐐액-!
낫이 허공을 갈랐다. 허깨비처럼 흩어진 춘봉의 신형이 추겸의 왼편에서 나타났다.
“뭔 좆같은 무…! 읍!”
입을 꽉 다문 추겸이 재빨리 낫을 전방위로 휘둘렀다. 부우웅-! 단 한 번의 끊김 없이 휘둘러진 낫이 일대를 모조리 베어냈다.
“칫…!”
혀를 찬 춘봉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집중했다. 단 한 번의 찌름. 몸에 남아있는 어설픈 검로를 따라, 내찌른다.
쫘아악-!
빨려들어가듯 쏘아진 검이 빈틈을 꿰뚫었다. 검끝이 추겸의 가슴에 닿으려는 순간,
까각-!
낫 머리와 봉 사이에 검을 끼워낸 추겸이 낫을 비틀었다.
휘익-!
“어…?”
춘봉의 검이 하늘 높이 떠올랐다. 춘봉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눈치가 생겨난 추겸은 공격을 잇지 않았다. 대신 슬쩍 눈을 굴려 서준의 반응을 살폈다.
“이제 됐… 나?”
“그래, 축하한다.”
서준이 박수쳤다.
“목숨이 연장됐구나. 이제 3라운드다.”
추겸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대련은 무려 21라운드까지 이어졌다.
갈수록 길어진 대련 시간을 생각하면 저 추겸이라는 사내는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해줬다.
‘성실한 친구네.’
서준은 감탄하며 점차 가까워지는 기척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거의 유일한 퇴로라 할 수 있는 항구다. 그런 만큼 전투가 길어지면 당연히 사흑련 측에서도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
‘초절정 하나에 절정 열댓 명인가.’
서준은 씩 웃으며 손가락 사이로 뇌전을 피워올렸다. 빠지직-! 짙푸른 벼락이 손가락 끝에 맺힌다.
자연스레 떠오른 영감에 따라 천뢰폭의 형태가 변형되고, 서준은 검지 끝에 맺힌 뇌기 덩어리를 손가락을 튕겨 쏘아냈다.
삐이잉-!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쏘아진 탄환. 그것이 목표와 맞닿기 직전, 화려하게 폭발했다.
파지지지지직──────────!!
사방으로 터져나온 얇은 강기가 벼락의 형태를 취한 채 휘몰아친다.
작은 탄환 하나에 압축되어 담긴 강기의 파편은 수백 이상.
수류탄의 파편처럼 쏘아진 미세한 강기 조각들이 사람의 육신을 말 그대로 갈아버렸다.
“아아아악…!”
겹쳐진 비명과 함께 인영 하나가 불쑥 튀어나온다. 초절정의 무인이다.
그런데 방향이 조금 이상하다.
“뭐야.”
놈이 냅다 도망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서준은 우선 추겸의 상황을 살폈다.
잔뜩 지쳐 헥헥대던 추겸은 끝내 남궁수아의 대검에 목이 베였다. 21라운드 만이었다.
“수고했다.”
추겸이 듣지 못할 칭찬 한마디를 남긴 서준이 몸을 일으켰다.
“내일 치 교보재 잡아올게.”
그러고는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여운적이 그가 있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뭐 하는 놈이냐, 저건….’
그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