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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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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토론하자면 며칠 밤낮을 새워도 제대로 된 결론이 나오지 않겠으나, 그중 한 요소로 반드시 재료가 거론되리라는 점만은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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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연단사의 실력이 평균 정도는 된다는 가정 하다. 연단사가 형편없으면 천고의 재료를 가지고도 먹을 수 있는 똥을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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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먹을 수도 없는 폐기물을 만들어냈다면 그건 연단사가 아니라 독공의 고수라 부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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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의 대환단이 물론 대단한 수준의 연단법으로 만들어진 영약은 맞지만, 그것에 들어가는 재료가 과연 평범한 잡초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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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아니다. 재료는 중요하다. 연단사는 재료들의 효용과 조화를 살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이들이지, 평범한 풀떼기에 기적을 부여하는 이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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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곳. 남궁세가의 천약당에 생으로 씹어먹어도 어지간한 영약들보다 대단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천고의 재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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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마의 경지에 이른 영물이 스스로 떼어준 뿔. 그 가치는 감히 금전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영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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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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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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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재료인 만큼 단 한 톨의 기운도 낭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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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두 여인, 그러니까 ─ 과거의 자신이 들었다면 미친 소리 말라고 일갈할 소리지만 ─ 두 약혼자의 입에 들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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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서준은 허공섭물로 녹소평의 뿔을 띄운 뒤, 그곳에 깃든 마기를 아주 세밀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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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도가 말이 안 되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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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으로 따지자면 청화목이 압도적이나, 순도로 따지자면 녹소평의 뿔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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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뿔 앞 허공에 손가락으로 자그마한 원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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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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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에 깃든 마기가 반응하며 묘한 진동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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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물러나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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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말에 천약당의 인원들이 즉시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서준이 수인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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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와 중지를 맞붙여 원을 그린 왼손을 아래에 두고, 엄지와 검지를 맞붙여 원을 그린 오른손을 그 위에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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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법륜인(轉法輪印)과 비슷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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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서준의 뿔이 진동하며 녹용에 깃든 마기를 풀어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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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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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양의 마기가 솟구친다. 녹소평이 인간의 모습을 취하고 있을 때 꺾은 뿔이지만, 그녀의 본질은 태산보다 거대한 사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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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헤쳐진 마기는 작게 변한 뿔을 그 거대한 사슴이 달고 있던 거대한 뿔의 형태로 되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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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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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르게 감탄을 흘린 남궁영보가 즉시 입을 틀어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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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해진 사슴의 뿔이 연단실의 천장을 뚫으려 했으나, 서준의 손짓 아래 둥글게 휘어지며 그저 연단실 내부를 휘감는 데서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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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일인지 아는 이라면 결코 감탄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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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영보는 앳된 소녀처럼 콧김을 훅훅 내쉬는 것으로 모자라 발까지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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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연단의 신…! 도련님께서 무공이 아닌 연단의 길을 걸으셨다면 남궁세가에서 약선(藥仙)이 나왔을 터인데…! 아쉽구나! 너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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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신경 쓰지 않고 수인을 둘로 나누었다. 각각 원을 그린 양손이 멀어지며 일월(日月)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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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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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과 동시에 확신이 들었다.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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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입꼬리를 찢어올리며 동시에 두 가지 심법을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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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신공과 창궁대연신공(蒼穹大衍神功). 신검금가와 남궁세가의 비전 심법이 동시에 운용되며 서준의 양손에 각기 다른 기운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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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원신공이 큰 도움이 됐다. 서로 다른 경로로 흘러가는 두 성질의 내공을 중첩 상태로 두니 몸이 뻥-! 하고 터져버리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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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이끌리듯, 연단실 내부를 휘감은 녹소평의 뿔 역시 둘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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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으로 나뉜 뿔이 환하게 빛나며 각각 하나의 구체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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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마기 덩어리가 둘. 이내 서준은 양손에 휘감은 각기 다른 기운을 길게 뻗어 마기 덩어리와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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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반신과 우반신의 의식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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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왼쪽 눈이 청운신공과 이어진 덩어리를, 오른쪽 눈이 창궁대연신공과 이어진 덩어리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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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륵-, 두 눈이 완전히 별개로 움직이며 변하기 시작하는 기운을 완벽히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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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 않으면 기운이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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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망설이지 않고 곧장 마기의 치환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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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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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구체의 기운이 동시에 뒤바뀐다. 거무스름하던 두 구체가 각각 백금빛과 푸른빛을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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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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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에 남궁영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거대한 충격이 그의 정수리를 뚫고 꼬리뼈로 튀어나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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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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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에서의 경지를 이룬 남궁영보의 눈에는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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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용이 자유로이 형태를 뒤바꾸고, 끝내는 그 기운마저 고스란히 도련님의 뜻대로 성질이 뒤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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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그 모든 작업을, 각기 다른 성질의 두 구체에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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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만한 착각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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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하나의 구체만을 다뤘다면 남은 한 구체에서 서서히 기운이 새어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원래 그게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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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실력이 좋은 연단사라 한들 그 정도 기운의 손실은 어쩔 수 없는 셈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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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연단사의 실력일 뿐, 그것을 아예 영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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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지금까지는 그런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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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께서는 어느 하나의 길만을 택해야 할 그릇이 아니시다…! 무공과 연단, 둘 모두 신선의 경지에 이르실 것이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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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멍청했다. 무공과 연단을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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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둘로 나누어 두 심법을 동시에 운용하고, 하나의 기운을 완전히 다른 두 기운으로 치환하는 작업을 동시에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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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으로써 이룬 경지를 연단에 적용하여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과를 이루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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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무공을 조금 더 배우는 편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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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에 두 심법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무공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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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던 남궁영보는 문득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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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어떻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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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공에 아예 무지하진 않았다. 무공 자체도 이류와 일류 사이 언저리까지는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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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에 다다른 것은 연단의 과정에서 이루어낸 성취지만, 아무튼 무공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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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심법이라는 게 체내의 일정한 혈도를 일정한 강약으로 통과하는 내공의 흐름이라는 것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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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걸 두 개 동시에 운용할 수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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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되니까 하시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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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쯤 되면 저런 것도 되나 보다. 남궁영보는 대충 납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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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누구 하나 붙잡고 물어봐야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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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의 초절정 고수들은 영문 모를 오한에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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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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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백금빛과 푸른빛을 띤 구체 두 개가 서서히 손바닥 위로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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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를 굳이 순수한 기가 아니라 특정한 기운으로 바꾼 까닭은 당연하게도 그게 더 흡수하기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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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춘봉과 남궁수아가 섭취할 영약인 만큼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하는 편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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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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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단단하게 뭉친 두 구체를 남궁영보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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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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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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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영보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서준이 기겁하며 그에게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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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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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응에 남궁영보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는 당황하며 실수를 수습하기 위해 회심의 농담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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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녹‘용’을 복‘용’하실 두 분이 부럽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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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싸해졌다. 서준마저도 차마 웃어주기 민망한 농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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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쓱해진 남궁영보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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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나저나 이것들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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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구체가 둘. 그 외에 자그마한 구체 여럿이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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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없는 기운들을 걸러낸 거예요. 그것도 꽤 괜찮은 재료들이니까 알아서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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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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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영보가 즉시 허리를 구십 도로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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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이 망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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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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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약당에만 오면 무슨 남궁세가의 아이돌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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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살짝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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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은 얼마나 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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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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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때 다시 오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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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무래도 실패가 있으면 안 되다 보니…, 마지막 과정은 도련님께서 하시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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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영보에게도 연단사로서의 자존심이 있었지만, 다른 영역이라면 몰라도 영약 내부에 진을 새기는 작업만큼은 서준을 따라갈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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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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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러면 그때 다시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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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옙! 감사합니다! 살펴 가십쇼! 아, 아니지! 제가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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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영보의 에스코트 아래 서준이 천약당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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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날, 천약당 깊숙한 곳에 미래의 약선을 기리기 위한 동상이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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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연무장으로 향하며 새로운 깨달음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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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면 마공과 정공을 동시에 운용하는 것도 가능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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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래의 일이다. 하지만 그리 먼 미래는 아닐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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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화경을 이룬 뒤에는 대충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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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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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장에서는 춘봉과 남궁수아가 여전히 검기의 형상화에 힘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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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되면 둘 모두 강기를 다룰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강기를 다룰 수 있게 되면 어지간한 상대는 압도적으로 찍어누르는 것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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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놓고 중원 유람을 다녀도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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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하고는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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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는 않았다. 초절정이 되자마자 강기를 뚝딱 만들어낸 서준이 이상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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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해, 천천히. 괜히 서두르다가 일 나는 것보다는 안전한 게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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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춘봉과 남궁수아의 등에 손을 얹고 강기의 감각을 알려준 뒤, 남는 시간에 스스로의 무공을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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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 익힌 무공은 크게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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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공과 탐신이종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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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명신공은 새로 익혔다기 보다는 원래 할 줄 아는 것에 다른 이름을 붙였다고 보는 편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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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천마신공과 탐신이종서지가 둘 모두 마공인지라 서준은 천마신공을 운용해 화마경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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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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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탓에 남궁수아가 놀란 듯 흠칫 몸을 떨었지만, 이내 그러려니 하며 다시 수련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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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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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누나한테 설명하는 걸 깜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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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설명은 나중으로 미룬 서준은 의식적으로 삼화취정을 다시 이루어 세 송이의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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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난 꽃이 수천의 꽃잎으로 흩어지며 주변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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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절반의 꽃잎에 달린 입. 그 날카로운 이를 유심히 바라보던 서준이 이내 탐신이종서지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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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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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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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특출난 점이 없는 이상, 이제 초절정은 떼로 몰려와도 자신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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