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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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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일까.

이에 대해 토론하자면 며칠 밤낮을 새워도 제대로 된 결론이 나오지 않겠으나, 그중 한 요소로 반드시 재료가 거론되리라는 점만은 틀림없었다.

(물론 연단사의 실력이 평균 정도는 된다는 가정 하다. 연단사가 형편없으면 천고의 재료를 가지고도 먹을 수 있는 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만약 먹을 수도 없는 폐기물을 만들어냈다면 그건 연단사가 아니라 독공의 고수라 부르면 된다.)

소림의 대환단이 물론 대단한 수준의 연단법으로 만들어진 영약은 맞지만, 그것에 들어가는 재료가 과연 평범한 잡초들일까?

당연히 아니다. 재료는 중요하다. 연단사는 재료들의 효용과 조화를 살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이들이지, 평범한 풀떼기에 기적을 부여하는 이들이 아니다.

그리고 이곳. 남궁세가의 천약당에 생으로 씹어먹어도 어지간한 영약들보다 대단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천고의 재료가 있었다.

극마의 경지에 이른 영물이 스스로 떼어준 뿔. 그 가치는 감히 금전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영역에 있다.

“후우….”

서준은 집중했다.

귀한 재료인 만큼 단 한 톨의 기운도 낭비할 수 없다.

이게 두 여인, 그러니까 ─ 과거의 자신이 들었다면 미친 소리 말라고 일갈할 소리지만 ─ 두 약혼자의 입에 들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기에 서준은 허공섭물로 녹소평의 뿔을 띄운 뒤, 그곳에 깃든 마기를 아주 세밀히 살폈다.

‘순도가 말이 안 되긴 하네.

양으로 따지자면 청화목이 압도적이나, 순도로 따지자면 녹소평의 뿔이 압도적이다.

서준은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뿔 앞 허공에 손가락으로 자그마한 원을 그렸다.

우웅-

뿔에 깃든 마기가 반응하며 묘한 진동이 울렸다.

“조금 물러나 계세요.”

서준의 말에 천약당의 인원들이 즉시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서준이 수인을 맺었다.

엄지와 중지를 맞붙여 원을 그린 왼손을 아래에 두고, 엄지와 검지를 맞붙여 원을 그린 오른손을 그 위에 두었다.

전법륜인(轉法輪印)과 비슷한 형태다.

이내 서준의 뿔이 진동하며 녹용에 깃든 마기를 풀어헤쳤다.

화아아악───────!!

엄청난 양의 마기가 솟구친다. 녹소평이 인간의 모습을 취하고 있을 때 꺾은 뿔이지만, 그녀의 본질은 태산보다 거대한 사슴이다.

풀어헤쳐진 마기는 작게 변한 뿔을 그 거대한 사슴이 달고 있던 거대한 뿔의 형태로 되돌렸다.

“오오….”

저도 모르게 감탄을 흘린 남궁영보가 즉시 입을 틀어막았다.

거대해진 사슴의 뿔이 연단실의 천장을 뚫으려 했으나, 서준의 손짓 아래 둥글게 휘어지며 그저 연단실 내부를 휘감는 데서 그쳤다.

저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일인지 아는 이라면 결코 감탄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남궁영보는 앳된 소녀처럼 콧김을 훅훅 내쉬는 것으로 모자라 발까지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연단의 신…! 도련님께서 무공이 아닌 연단의 길을 걸으셨다면 남궁세가에서 약선(藥仙)이 나왔을 터인데…! 아쉽구나! 너무 아쉬워!

서준은 신경 쓰지 않고 수인을 둘로 나누었다. 각각 원을 그린 양손이 멀어지며 일월(日月)을 그린다.

‘가능할까?

의문과 동시에 확신이 들었다.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서준은 입꼬리를 찢어올리며 동시에 두 가지 심법을 운용했다.

청운신공과 창궁대연신공(蒼穹大衍神功). 신검금가와 남궁세가의 비전 심법이 동시에 운용되며 서준의 양손에 각기 다른 기운이 맺혔다.

혼원신공이 큰 도움이 됐다. 서로 다른 경로로 흘러가는 두 성질의 내공을 중첩 상태로 두니 몸이 뻥-! 하고 터져버리는 일은 없었다.

그에 이끌리듯, 연단실 내부를 휘감은 녹소평의 뿔 역시 둘로 나뉘었다.

절반으로 나뉜 뿔이 환하게 빛나며 각각 하나의 구체를 이룬다.

순수한 마기 덩어리가 둘. 이내 서준은 양손에 휘감은 각기 다른 기운을 길게 뻗어 마기 덩어리와 이었다.

‘좌반신과 우반신의 의식을 나눈다.

서준의 왼쪽 눈이 청운신공과 이어진 덩어리를, 오른쪽 눈이 창궁대연신공과 이어진 덩어리를 보았다.

두륵-, 두 눈이 완전히 별개로 움직이며 변하기 시작하는 기운을 완벽히 파악했다.

‘서두르지 않으면 기운이 흩어진다.

서준은 망설이지 않고 곧장 마기의 치환을 진행했다.

스아아아────────

두 구체의 기운이 동시에 뒤바뀐다. 거무스름하던 두 구체가 각각 백금빛과 푸른빛을 머금었다.

‘허어…!

그 모습에 남궁영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거대한 충격이 그의 정수리를 뚫고 꼬리뼈로 튀어나오는 듯했다.

‘말도 안 돼…!

연단에서의 경지를 이룬 남궁영보의 눈에는 보였다.

녹용이 자유로이 형태를 뒤바꾸고, 끝내는 그 기운마저 고스란히 도련님의 뜻대로 성질이 뒤바뀐다.

심지어 그 모든 작업을, 각기 다른 성질의 두 구체에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내 오만한 착각이었구나…!

한 번에 하나의 구체만을 다뤘다면 남은 한 구체에서 서서히 기운이 새어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원래 그게 정상이다.

제아무리 실력이 좋은 연단사라 한들 그 정도 기운의 손실은 어쩔 수 없는 셈 쳤다.

그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연단사의 실력일 뿐, 그것을 아예 영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까닭이다.

아니, 지금까지는 그런 줄 알았다.

‘도련님께서는 어느 하나의 길만을 택해야 할 그릇이 아니시다…! 무공과 연단, 둘 모두 신선의 경지에 이르실 것이 분명해!

자신이 멍청했다. 무공과 연단을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사고를 둘로 나누어 두 심법을 동시에 운용하고, 하나의 기운을 완전히 다른 두 기운으로 치환하는 작업을 동시에 해낸다.

무공으로써 이룬 경지를 연단에 적용하여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과를 이루어낸 것이다!

‘나도 무공을 조금 더 배우는 편이 좋을까?

남궁세가에 두 심법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무공이 있었던가?

고민하던 남궁영보는 문득 깨달았다.

‘그게 어떻게 되지?

그는 무공에 아예 무지하진 않았다. 무공 자체도 이류와 일류 사이 언저리까지는 익혔다.

절정에 다다른 것은 연단의 과정에서 이루어낸 성취지만, 아무튼 무공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소리다.

당연히 심법이라는 게 체내의 일정한 혈도를 일정한 강약으로 통과하는 내공의 흐름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그걸 두 개 동시에 운용할 수가 있다고?

‘뭐, 되니까 하시는 거겠지.

초절정쯤 되면 저런 것도 되나 보다. 남궁영보는 대충 납득했다.

‘나중에 누구 하나 붙잡고 물어봐야겠구만.

남궁세가의 초절정 고수들은 영문 모를 오한에 몸을 떨었다.

“후우….”

선명한 백금빛과 푸른빛을 띤 구체 두 개가 서서히 손바닥 위로 내려앉는다.

마기를 굳이 순수한 기가 아니라 특정한 기운으로 바꾼 까닭은 당연하게도 그게 더 흡수하기 좋기 때문이다.

어차피 춘봉과 남궁수아가 섭취할 영약인 만큼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하는 편이 좋았다.

“여기 있어요.”

서준은 단단하게 뭉친 두 구체를 남궁영보에게 건넸다.

“흐, 오우….”

“뭣….”

남궁영보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서준이 기겁하며 그에게서 멀어졌다.

“헛…!”

그 반응에 남궁영보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는 당황하며 실수를 수습하기 위해 회심의 농담을 던졌다.

“하하! 녹‘용’을 복‘용’하실 두 분이 부럽군‘용’!”

분위기가 싸해졌다. 서준마저도 차마 웃어주기 민망한 농담이었다.

머쓱해진 남궁영보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그, 그나저나 이것들은 뭡니까?”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구체가 둘. 그 외에 자그마한 구체 여럿이 더 있었다.

“필요 없는 기운들을 걸러낸 거예요. 그것도 꽤 괜찮은 재료들이니까 알아서 쓰세요.”

“허억…!”

남궁영보가 즉시 허리를 구십 도로 꺾었다.

“성은이 망극합니다!”

“아니, 그건 좀….”

천약당에만 오면 무슨 남궁세가의 아이돌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서준은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살짝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조합은 얼마나 걸려요?”

“이 주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때 다시 오면 되는 거죠?”

“예! 아무래도 실패가 있으면 안 되다 보니…, 마지막 과정은 도련님께서 하시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남궁영보에게도 연단사로서의 자존심이 있었지만, 다른 영역이라면 몰라도 영약 내부에 진을 새기는 작업만큼은 서준을 따라갈 자신이 없었다.

서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면 그때 다시 올게요.”

“옙! 감사합니다! 살펴 가십쇼! 아, 아니지! 제가 모시겠습니다!”

남궁영보의 에스코트 아래 서준이 천약당을 떠났다.

그리고 그 날, 천약당 깊숙한 곳에 미래의 약선을 기리기 위한 동상이 하나 늘었다.

서준은 연무장으로 향하며 새로운 깨달음을 정리했다.

‘잘 하면 마공과 정공을 동시에 운용하는 것도 가능하겠는데.

물론 미래의 일이다. 하지만 그리 먼 미래는 아닐 터.

아마 화경을 이룬 뒤에는 대충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잘 하고 있었어?”

연무장에서는 춘봉과 남궁수아가 여전히 검기의 형상화에 힘쓰고 있었다.

이것만 되면 둘 모두 강기를 다룰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강기를 다룰 수 있게 되면 어지간한 상대는 압도적으로 찍어누르는 것이 가능해진다.

마음 놓고 중원 유람을 다녀도 되는 것이다.

“으음…. 하고는 있는데.”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는 않았다. 초절정이 되자마자 강기를 뚝딱 만들어낸 서준이 이상한 거다.

“천천히 해, 천천히. 괜히 서두르다가 일 나는 것보다는 안전한 게 나아.”

서준은 춘봉과 남궁수아의 등에 손을 얹고 강기의 감각을 알려준 뒤, 남는 시간에 스스로의 무공을 되돌아봤다.

이번에 새로 익힌 무공은 크게 둘.

천마신공과 탐신이종서지다.

북명신공은 새로 익혔다기 보다는 원래 할 줄 아는 것에 다른 이름을 붙였다고 보는 편이 옳다.

아무튼 천마신공과 탐신이종서지가 둘 모두 마공인지라 서준은 천마신공을 운용해 화마경을 이루었다.

“읏…?”

그 탓에 남궁수아가 놀란 듯 흠칫 몸을 떨었지만, 이내 그러려니 하며 다시 수련에 집중했다.

‘아, 맞다.

생각해보니 누나한테 설명하는 걸 깜빡했다.

일단 설명은 나중으로 미룬 서준은 의식적으로 삼화취정을 다시 이루어 세 송이의 꽃을 피웠다.

피어난 꽃이 수천의 꽃잎으로 흩어지며 주변을 맴돈다.

그중 절반의 꽃잎에 달린 입. 그 날카로운 이를 유심히 바라보던 서준이 이내 탐신이종서지를 펼쳤다.

까드득-!

그리고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특출난 점이 없는 이상, 이제 초절정은 떼로 몰려와도 자신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