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51 lines
15 KiB
Markdown
351 lines
15 KiB
Markdown
|
||
현재 서준은 경지를 감추고 있었다.
|
||
|
||
갑자기 힘숨찐 놀이가 하고 싶어진 건 아니다.
|
||
|
||
화마경은 스스로가 마(魔)로 화하는 꽤나 독특한 경지였는데, 그게 극마와 구별이 어렵지 않아 상당히 눈에 띄기 때문이다.
|
||
|
||
신녀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괜히 눈에 띄는 짓을 하고 다닐 필요가 없었다.
|
||
|
||
그 탓에 환치성은 서준의 수준을 초절정으로 착각했다. 아무리 천산이라 해도 극마쯤 되는 위인이 무명인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었다.
|
||
|
||
번쩍──────────
|
||
|
||
날아드는 역천일월공을 발도로 받아친 환치성의 몸이 주춤했다.
|
||
|
||
“으음…!”
|
||
|
||
위력이 예사롭지 않다. 속절없이 뒤로 밀리는 몸을 빠르게 회전시키며 힘을 흩어낸 환치성이 땅을 박차 뛰어올랐다.
|
||
|
||
타악-!
|
||
|
||
허공에 떠오르자마자 다시금 수 발의 역천일월공이 날아든다. 환치성은 이를 악물며 도의 손잡이를 꽉 붙잡았다.
|
||
|
||
“흐읍…!”
|
||
|
||
꽈앙-! 웅크린 몸을 펴며 허공을 박찼다. 역천일월공이 옷자락을 스친다. 환치성의 눈이 빛났다.
|
||
|
||
‘빈틈.’
|
||
|
||
발견하는 것과 동시에 발도했다.
|
||
|
||
번쩍────────────
|
||
|
||
도끝이 아쉽게 서준의 옷자락을 스쳤다.
|
||
|
||
환치성은 거리를 좁히며 상대의 공격을 피하고 반격하는 것에 집중했다. 서준이 거리를 두려 했기에 환치성은 그를 열심히 쫓는 수밖에 없었다.
|
||
|
||
그렇게 몇 번의 수가 오간 뒤, 서준이 혀를 찼다.
|
||
|
||
“그것뿐이냐?”
|
||
|
||
“설마.”
|
||
|
||
히죽 웃은 환치성이 허리를 숙였다. 재빠른 동작에 장포가 허공에 날린다. 타악-! 땅을 박찬 그의 신형이 빛살처럼 날았다. 터무니없는 속도다.
|
||
|
||
서준이 눈썹을 까딱이며 검을 뽑아들었다.
|
||
|
||
‘드디어 뽑았나.’
|
||
|
||
한층 긴장한 환치성이 전신의 마기를 일순 폭발시켰다. 꽈앙-! 귓속에서 벼락이 친다. 동시에 도를 뽑았다.
|
||
|
||
추광섬뢰도(追光閃雷刀).
|
||
|
||
스스로 창안한 무공이 길을 연다. 도집이 뽑혀나오는 도를 밀어내며 한층 가속시키고, 폭발하듯 튀어나온 도는 빛을 흩뿌린다.
|
||
|
||
번쩍───────────
|
||
|
||
지금까지보다 배는 빠른 도가 서준을 향했다. 서준은 여상하게 한손으로 검을 내리쳤다.
|
||
|
||
천마신검(天魔神劍).
|
||
|
||
파츳-! 서준의 검에 새카만 벼락이 어렸다. 어느덧 능숙하게 펼쳐낸 자전마공(紫電魔功)의 벼락이다.
|
||
|
||
마를 품은 벼락이 하늘을 떨구어 발밑에 두었다.
|
||
|
||
태산압정(太山壓頂).
|
||
|
||
우르릉────────!!!
|
||
|
||
찍어누르는 듯한 압력에 기함한 환치성이 급히 몸을 피했다.
|
||
|
||
꽈아앙-!
|
||
|
||
내리쳐진 일검에 파인 구덩이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환치성은 헛웃음을 흘리며 날 선 눈으로 서준을 보았다.
|
||
|
||
“과연 그 오만한 눈빛만큼이나 대단한 실력이군.”
|
||
|
||
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선 채 검을 까딱였다. 지도 대련이라도 하는 듯한 모양새다.
|
||
|
||
하하──! 크게 웃은 환치성이 다시 한 번 도집에 감싸인 도의 손잡이를 쥐었다.
|
||
|
||
우르릉-!
|
||
|
||
그의 체내에서 벼락이 쳤다. 서준의 일검에서 받은 영감이 정수리에서부터 꼬리뼈를 가로지르는 벼락이 되었다.
|
||
|
||
그는 저릿한 감각을 손끝에 새기며 한 발짝 나아갔다.
|
||
|
||
가로막은 벽. 상대의 검에서 그 너머로 향하는 길을 보았다.
|
||
|
||
“이제야 알겠어.”
|
||
|
||
한 순간의 번뜩임이란 무엇인가. 벼락이 되어 내달리는 오성이 혈도를 꿰뚫는다.
|
||
|
||
“한평생 의문을 가지고 살았지. 과연 인간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가.”
|
||
|
||
느닷없는 말에 서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
||
|
||
“싸우던 도중에 뭔 헛소리냐.”
|
||
|
||
“그대의 이해를 바라진 않아. 타인을 이해했다는 것은 착각이며, 또 오만이지. 인간은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타인의 심정을 추측할 뿐. 이해하려는 시도를 반복해도 결국 진실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
||
|
||
서준이 묘한 눈으로 환치성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도 당장 달려들지는 않는다. 환치성은 그 오만함에 감사하며 몰아치는 깨달음을 정리했다.
|
||
|
||
“결국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뿐. 스스로에 대해 앎으로써 나는 진리에 다가선다.”
|
||
|
||
쩌적-! 둑이 무너진다. 넘쳐흐른 깨달음이 급류가 되어 영혼을 휩쓸고, 애매한 균형을 이루었던 정기신이 마에 물들며 하나에 가까워진다.
|
||
|
||
“진아(眞我). 그것이 나다.”
|
||
|
||
화악-! 환치성의 눈에 섬뜩한 기운이 어렸다. 탁하게 물든 다섯 개의 고리가 그의 머리 뒤에 희미한 형상을 드러냈다.
|
||
|
||
오기조원(五氣朝元)이다.
|
||
|
||
극마에 오른 환치성이 안광을 번뜩이며 서준을 노려보았다.
|
||
|
||
“시야가 맑군. 공기가 새로워. 마에 물든다는 것은 생각보다 괜찮은 일이었어.”
|
||
|
||
스으…. 잇사이로 더운 호흡이 새어나온다. 눈앞의 상대를 베어낸다. 강렬한 충동에 휩싸인 환치성이 도의 손잡이를 꽉 붙잡았다.
|
||
|
||
그 모습을 본 서준이 눈을 부릅 떴다.
|
||
|
||
“…말도 안 돼.”
|
||
|
||
“오만에 대한 대가를 치러라.”
|
||
|
||
“아니, 진짜 이게 다라고? 이러면 굳이 마교까지 올 필요도 없었는데?”
|
||
|
||
뜬금없는 말에 환치성이 눈가를 좁혔다.
|
||
|
||
“무슨 소….”
|
||
|
||
화악-! 서준의 등 뒤로 새카만 다섯 개의 고리가 선명한 형상을 이루었다.
|
||
|
||
서준이 극마에 도달했다.
|
||
|
||
*
|
||
|
||
극마에 올라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깨달음을 전해주듯 알아먹기 쉽게 검을 휘둘러줬다.
|
||
|
||
그런데 이놈이 느닷없이 헛소리를 내뱉는다.
|
||
|
||
“진아(眞我). 그것이 나다.”
|
||
|
||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근데 일단 저 말이 맞는 말이라는 건 알겠다.
|
||
|
||
인간은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 했던가? 확실히 지금 저놈이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먹겠다.
|
||
|
||
그리고 환치성이 극마에 도달했다.
|
||
|
||
마에 물들어 하나로 묶인 정기신이 서로를 강하게 잇는다.
|
||
|
||
서준은 극마라는 경지가 여기서 무언가 더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간단하니까.
|
||
|
||
화경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경지인 만큼 그렇게 쉽게 도달할 수는 없으리라 여겼다.
|
||
|
||
오산이었다.
|
||
|
||
“…말도 안 돼.”
|
||
|
||
“오만에 대한 대가를 치러라.”
|
||
|
||
“아니, 진짜 이게 다라고? 이러면 굳이 마교까지 올 필요도 없었는데?”
|
||
|
||
검신이 말하길,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라 하였다.
|
||
|
||
과실이 익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느니, 신이 무르익는 데도 시간이 어쩌고 저쩌고….
|
||
|
||
헛소리였다. 이 정도면 그냥 그 자리에서도 할 수 있었다.
|
||
|
||
‘검신 그 양반 진짜 등선 어떻게 했지?’
|
||
|
||
서준은 헛웃음을 흘리며 정기신을 마로 물들였다. 그리고 극마에 도달했다. 놀라우리만치 아무런 이변도 없었다.
|
||
|
||
상상 이상으로 너무 쉽다. 이게 화마경이나 기신경 따위의 경지와 비견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
||
|
||
아니지. 확실히 화마경은 극마보다 반 수 정도 앞서는 것 같긴 한데….
|
||
|
||
“어떻, 게…?”
|
||
|
||
환치성이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서준은 그를 무시한 채 생각을 이어갔다.
|
||
|
||
‘화마경과 극마.’
|
||
|
||
서로 충돌하는 개념은 아니다. 화마경이 조금 특이한 경지인 까닭이다.
|
||
|
||
화마경은 정기신의 균형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정기신은 그대로 둔 채 오롯이 스스로 마로 화하여 드높은 곳에 다다른다.
|
||
|
||
그 말은 곧 두 경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
||
|
||
극마를 이루며 정기신까지 완벽하게 마로 물들인 서준은 환하게 빛나는 세상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
||
|
||
“이거야 원…. 처음부터 마공을 익혔으면 진작에 다다랐을 곳인데.”
|
||
|
||
참 멀리도 돌아왔다. 서준은 날뛰는 충동을 억누르며 환치성을 바라보았다.
|
||
|
||
멍하니 서준을 바라보던 환치성이 소리쳤다.
|
||
|
||
“개소리 마라…!”
|
||
|
||
이를 악문 환치성이 도를 뽑았다. 번쩍-! 간결한 일도가 서준의 목을 노린다.
|
||
|
||
서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일견 반응하지 못한 듯도 보였다.
|
||
|
||
까앙-!
|
||
|
||
허나 도는 맥없이 튕겨나왔다. 서준과 가까워진 순간 마기가 흩어지고, 한낱 날붙이는 호신강기를 뚫지 못했다.
|
||
|
||
환치성의 눈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이건…. 너무 불합리하다.
|
||
|
||
“흐아아아아……!!”
|
||
|
||
환치성의 정기신을 물들인 마가 폭주한다. 폭주한 마는 마음에 깃들어 심마가 되었다.
|
||
|
||
한평생 쌓아올린 깨달음. 드디어 내디딘 한 걸음.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부정당했다.
|
||
|
||
‘아니다. 흔들리지 마라. 속임수다.’
|
||
|
||
이미 극마에 올라있던 노괴이리라. 후배를 조롱하는 것이 취미인 성격파탄자요, 나잇값도 못 하는 철부지이리라.
|
||
|
||
스스로를 세뇌해보지만, 그도 알았다. 저 자는 진정 이곳에서 극마에 올랐다.
|
||
|
||
다잡은 마음이 부질없이 무너진다. 스스로 마에 물들어 극마에 오른 환치성은 아직 그 마를 감당하지 못했다.
|
||
|
||
마는 변덕스럽다. 그 이름의 원천인 마라를 닮았다.
|
||
|
||
극마는 곧 마라를 닮아가는 과정. 마의 극에 다다랐으나, 완숙하지 못한 이상 언제나 심마의 위험을 품고 살아간다.
|
||
|
||
“끄으으…!”
|
||
|
||
왜. 어째서. 나는 천재가 아니었던가? 저런 부조리한 재능 앞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지?
|
||
|
||
마음이 무너진다. 무너진 마음에 마가 들어찬다. 아주 깊숙한 곳부터 들어찬 마가 끝내 환치성을 완전히 물들였다.
|
||
|
||
“아아아아──────!!”
|
||
|
||
새카맣게 물든 팔이 도의 손잡이를 잡는다. 환치성의 눈에서 마기가 줄줄 흐른다. 눈앞의 적. 부조리의 화신. 현신한 심마를 베어낸다.
|
||
|
||
번쩍──────────!!!
|
||
|
||
빛보다 빠르게, 더 멀리, 아득한 곳으로. 뻗어낸 도가 나아간다.
|
||
|
||
환치성은 보았다. 사내가 웃는다. 팅-! 뻗어진 도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튕겨나온다.
|
||
|
||
머리가 하얗게 물든다. 분노가 벼락이 되어 이성을 태운다.
|
||
|
||
더 빠르게. 빛을 넘어서. 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지? 한계. 몇 걸음을 내디뎌, 저 먼 인과의 끝까지.
|
||
|
||
“흐아아아……!!”
|
||
|
||
환치성의 몸이 빛이 되었다. 육신이 녹아내리고, 일렁이는 마기로 화해 끝내 또 한 번의 한계를 넘어섰다.
|
||
|
||
히죽-
|
||
|
||
그를 바라보던 서준이 웃었다. 과하게 흥분하고 있음을 스스로도 알았다. 마에 물든 까닭이다. 허나 그것이 해가 되진 않는다.
|
||
|
||
당긴 검을 의식하고, 스스로를 담아 내찌른다.
|
||
|
||
천마신검 제3초, 선인지로.
|
||
|
||
푸화악-! 찔러넣은 검이 하늘을 꿰뚫었다. 환치성이 휘두르던 도 역시 함께 꿰뚫렸다.
|
||
|
||
“아아아…!”
|
||
|
||
이성을 잃은 환치성은 스스로의 왼팔을 뽑아내 쥐었다. 새카만 피를 흩뿌리는 팔이 도가 되었다.
|
||
|
||
물씬 풍겨오는 피냄새에 서준은 환희했다.
|
||
|
||
머릿속이 하얗게 물든다. 짜릿한 쾌감이 척추를 가로지르는 것과 동시에 해방감이 솟구친다.
|
||
|
||
콰드득-!
|
||
|
||
관자놀이를 뚫고 뿔이 돋았다.
|
||
|
||
환치성은 신경 쓰지 않고 도가 된 팔을 휘둘렀다. 새카만 피가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서준을 덮친다.
|
||
|
||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
||
|
||
쿠웅-! 허공을 짓밟자 환치성의 몸이 땅에 처박혔다. 서준이 환하게 웃으며 양팔을 활짝 벌렸다.
|
||
|
||
츠츠츠츳──────
|
||
|
||
오기조원. 그 다섯 개의 고리가 서준의 등 뒤에서 회전한다. 고리의 중앙에 마기가 뭉쳤다. 다섯 고리 속 다섯 구체. 서준의 손짓에 역천일월공이 쏘아졌다.
|
||
|
||
스아아아악──────────
|
||
|
||
다섯 기둥이 대지를 꿰뚫는다. 오기조원의 고리는 서준이 의식할 필요 없이 스스로 마기를 뭉쳐 쏘아냈다.
|
||
|
||
“으아아아…!”
|
||
|
||
환치성은 부정형으로 일렁이는 몸을 하늘로 쏘아냈다. 역천일월공이 스친다. 스치는 자리마다 깎여나간 몸이 허공에 흩뿌려진다.
|
||
|
||
어느새 오른손에 쥔 왼팔이 녹아내렸다. 검게 일렁인다. 사람의 팔보다 도(刀)에 가까워진 왼팔을 휘둘렀다.
|
||
|
||
번쩍────────────
|
||
|
||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일격이었다. 빛의 뒤를 따랐다. 허나 닿지 못했다.
|
||
|
||
허공에 점점이 피어난 꽃잎들. 환치성은 꽃잎 한 장에 가로막힌 자신의 도를 보며 새카만 눈물을 줄줄 흘렸다.
|
||
|
||
‘아…!’
|
||
|
||
가슴이 턱 막힌 감각과 함께 서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머리에는 뿔이 돋은 채, 허공에 서서 오연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존재.
|
||
|
||
그를 깊게 들여다보려 할수록 스스로의 존재가 흩어져간다. 끝없는 구렁텅이. 심연에 발을 디뎌 자아마저 흐려진다.
|
||
|
||
“부조리하다….”
|
||
|
||
유언이었다. 허공의 꽃잎들이 뭉쳐 세 송이의 꽃이 되었고, 꽃에 달린 아가리가 환치성을 씹어 삼켰다.
|
||
|
||
콰득-!
|
||
|
||
새카만 피 몇 방울을 남겨두고 환치성이 사라졌다. 히히힝-! 지켜보던 그의 말, 소청이 시뻘건 눈을 한 채 달려들었다.
|
||
|
||
머리에 맺힌 마기가 뿔이 되어 서준의 가슴을 노린다.
|
||
|
||
서억-
|
||
|
||
서준은 검을 휘둘러 말의 목을 베었다.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소청이 눈을 부릅 뜬 채 죽었다.
|
||
|
||
허공에 가부좌를 튼 서준은 주변을 맴도는 세 송이의 꽃과 다섯 개의 고리를 등 뒤에 띄운 채 드높이 떠올랐다.
|
||
|
||
마기가 칭얼댄다. 더 많은 피를 원한다고.
|
||
|
||
서준은 문득 깨달았다. 아마 완숙한 극마의 마인들은 꽤나 차분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혹은 그렇게 되지 못한 마인들은 죄다 심마로 죽었을 테니.
|
||
|
||
극마라는 경지는 상당히 불안정한 무언가였다.
|
||
|
||
물론 자신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
||
|
||
“조용.”
|
||
|
||
가볍게 내뱉자 이성을 물들이던 충동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
||
|
||
화마경과 극마. 내외로 완전히 마를 이룬 이 경지를 무엇이라 칭해야 할까.
|
||
|
||
고민하던 서준은 문득 기척을 느꼈다. 그제서야 차분하게 주변을 살피다 헛웃음을 터뜨렸다.
|
||
|
||
“흠…. 좆됐나?”
|
||
|
||
신녀라고 했던가? 아무래도 저 멀리 보이는 여자가 신녀인 듯싶다.
|
||
|
||
신녀 곁에는 극마의 마인이 둘. 덤으로 이 근방을 둘러싼 수천의 마인들까지.
|
||
|
||
도대체 언제 온 거지?
|
||
|
||
“반가워요.”
|
||
|
||
여인의 목소리가 하늘을 웅웅 울린다. 그녀는 불꽃처럼 일렁이는 눈동자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
||
|
||
“드디어 만나뵙네요. 만마종주의 싹이시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