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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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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손에서 강기가 터져나와 일대를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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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든 비수들이 백하귀양의 심상에 감싸여 힘없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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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를 끌어모아 비수들을 회수한 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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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새끼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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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 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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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를 날린 놈들은 절정조차 채 되지 못하는 잡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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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놈들이 날리는 비수는 그냥 맞아줘도 패력괴신무의 근육조차 뚫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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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나 남궁수아 역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비수를 쳐낼 수 있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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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아무리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해도 기분을 잡치게 만드는 데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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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셋이서 놀려고 하는데, 예의 없이 비수를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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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품에 안아든 춘봉을 고쳐안은 채 발을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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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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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도약에 하늘이 훌쩍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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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높은 곳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던 서준이 손에 쥐고 있던 비수들을 허공에 흩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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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를 날린 놈들은 재빨리 숨어들었지만, 한 번 서준의 기감에 걸린 이상 의미 없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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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五行), 금(金), 변형(變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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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들의 끝이 갈라지며 갈고리와 같은 형상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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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대로 손을 휘둘러 거센 바람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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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애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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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타고 쏜살같이 날아가는 비수들의 궤적이 현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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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 비수들은 사람들 사이로 숨어든 살수들의 허벅지에 정확하게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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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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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악! 피,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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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인이다…! 어서 스님들을 불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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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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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적당한 지붕 위에 내려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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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들은 전부 제압된 상태. 비수 끝에 음기를 가득 불어넣었으니 한동안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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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일단 저놈들은 잠시 저대로 두고, 지금은 다른 일을 처리해야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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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근처에서 소란을 일으켰으니 승려가 튀어나오는 건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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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 승려들의 면면이 예상과는 영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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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에 여제자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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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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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히 품에 안겨있던 춘봉이 지붕 위에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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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주위를 포위한 비구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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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인상을 찌푸린 춘봉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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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짓인가요? 소림도 아니고 아미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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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파. 서준도 대충은 알고 있다. 구파일방 중 한 자리를 차지하는 문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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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만이 입문할 수 있는 문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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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소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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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불교에 도교가 조금 섞였다는 것 같은데, 그런 건 자세히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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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던 서준이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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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그거네! 여성 할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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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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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기세로 앞에 나섰던 춘봉이 슬쩍 뒤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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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서준에게서 슬쩍 멀어진 채 피피 되도 않는 휘파람을 부는 것이 ‘나는 얘 몰라요.’ 하는 듯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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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놈이 말을 생각 없이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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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 하나가 인상을 찌푸린 채 앞에 나섰다. 관상 자체에 짜증이 가득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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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는 아미파 사람들은 빡빡이와 정상인의 비율이 반반 정도 됐는데, 저 여승은 빡빡이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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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여승의 말 자체는 맞는 말이라 불리함을 감지한 서준이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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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무슨 일이에요? 여기 소림 관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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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의 부름에 답할 수 있는 건 소림만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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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누군가 소림의 제자들을 찾다가, 적당히 같은 빡빡이가 눈에 보이니 저기 싸움 났다고 알려주기라도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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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갈 거면 쟤네 잡아가시면 되는데. 물론 두세 놈 정도는 제가 데려갈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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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회를 코앞에 둔 하남에서 소란을 일으킨 건 네놈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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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그럼 우리도 소란 한 번 일으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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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기세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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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몰라도 기세의 압박감 하나만은 화경에 가까운 게 서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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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기세를 드러낸 채 여승을 압박하자,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뒤로 살짝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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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역시 충분히 고수 반열에 드는 무인이었으나, 심신을 찍어누르는 듯한 기세에 혈도가 뒤틀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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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께서 장난이 과하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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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여승의 착각을 빠르게 깨달은 서준이 여유롭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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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을 반로환동한 고수쯤으로 착각해준다면 오히려 상황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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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곤란해질 수도 있지만 그때는 그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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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도 남궁세가의 것이 아니라 그냥 평소에 입던 검은 무복을 입은 터라 자신이 누군지 알 수도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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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고민을 끝낸 서준은 빠르게 컨셉을 잡았다. 오만한 무림 꼰대. 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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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를 날린 건 저놈들일진대, 아미파의 비구니들이 왜 이 나를 핍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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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를…? 이 시기의 하남에서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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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시기의 하남에서 말이지. 그런데 네놈들까지 이리 나오니 내 더이상 참을 이유를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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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여승을 빤히 바라보자 그녀가 애써 표정을 관리한 채 살짝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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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를 끼쳤습니다…. 허면 저 자들은 저희가 소림에 인계해도 괜찮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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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그냥 넘어가기라도 할 속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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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게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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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파일방. 물론 대단한 집단이지만 일단 명분 자체는 서준에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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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기세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지를 드러낸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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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작정하고 발하는 기세는 서준의 실제 경지보다도 위에 있으니 화경쯤 되는 위인으로 착각해도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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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쯤 되면 아무리 구파일방이라 해도 힘으로 누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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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한 무인이라면 몸을 담았든 스스로 만들었든 세력 역시 꽤 클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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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랜절이라도 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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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고민했으나, 수상함을 감지한 춘봉이 그의 옆구리를 콱콱 찔렀다. 이어서 전음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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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감당 생각 안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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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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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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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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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입꼬리를 올린 채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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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농이다. 데려가든 말든 마음대로 해라. 대신 셋 정도는 내가 데려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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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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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파의 제자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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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들을 포박하고, 서준에게 다시 한 번 인사한 뒤 어딘가로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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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그들을 지켜보던 서준은 그제서야 거리에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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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네. 그냥 한 따까리 할 걸 그랬…, 으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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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입! 요놈의 입! 이 주둥아리를 진짜 어떻게 하지? 진짜 미쳐버린 거야? 어? 여성 할당제? 너는 진짜 아미파에서 추살령 안 떨어진 거를 다행으로 생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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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서준의 입술을 꼬집고 마구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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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껏 근처에 몸을 숨기고 있던 남궁수아가 다가와 쿡쿡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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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금 매. 아무리 아미파라도 남궁의 사람에게 추살령을 내릴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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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가는 머지않아 팔파일방이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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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언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 얘가 입 잘못 놀려서 큰일날 뻔한 게 한두 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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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큰일난 적은 없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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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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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 서준이도 나름 생각이 있어서 한 말이지 않을까? 종종 보면 생각이 되게 깊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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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서준을 보며 생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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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데굴데굴 눈을 굴리다 입을 꾹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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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신뢰가 더욱 아프게 와닿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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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입 조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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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자 춘봉이 그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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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진짜 얘를 어쩌지? 저 나이를 먹고 아직도 철이 덜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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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금춘봉, 오빠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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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 진짜 확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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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주먹을 치켜들었다. 몸을 움츠린 서준이 실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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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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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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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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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 뭘 하든 옆에서 꼭 지켜봐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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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문파들이 모여드는 용봉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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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이놈이 무슨 짓을 벌일지 생각만 해도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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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들을 질질 끌어 운반한 서준은 그들을 별장에 남은 남궁세가의 무인들에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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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고문을 하든 뭘 하든 해서 정보를 얻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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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쪽에는 신경을 끄고, 다시 원래 향하려던 하오문으로 걸음을 옮기던 서준의 눈이 침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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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오문이라고 했었나? 걔네가 보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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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중밀검, 예화 누님이 말했던 그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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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서로 향할 때도 하루 걸러 한 번씩 살수들이 찾아오더니, 잊을 만할 때가 되니까 또 보낸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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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그들도 암살이 성공하리라 생각하진 않았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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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 고수를 암살할 수 있는 살수를 이맘때의 하남에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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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짓이다. 그만한 살수가 제 죽을 자리를 알아서 찾아갈 것 같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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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경고처럼 보낸 놈들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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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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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눈동자 속 깊은 곳에서 붉은빛이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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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계속 방치하다가 춘봉이나 누나가 다치기라도 하면 스스로의 분노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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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전에 치워버려야 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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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월루에 도착한 일행이 안에 들어서자 전에도 봤던 여인 하나가 그들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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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뵙습니다. 루주를 뵈러 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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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 양반은 잘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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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은 말 대신 생긋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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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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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거 오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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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 이제는 광아랑이 아니라 진기재천이라 불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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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월이 허허 웃으며 일행을 반겼다. 의미도 없는 가림발은 이미 치워둔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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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회 때문에 온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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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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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도 참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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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노는 데 껴서 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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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무림의 후기지수들이 경쟁하는 용봉지회를 두고 애들 노는 곳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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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월이 픽 웃으며 손수 차를 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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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자네라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지. 남궁세가의 초절정 고수 진기재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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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역시 하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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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하오문이 아니라 귀만 달려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 걸세. 자네 얼굴을 잘 몰라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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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 일행에게 차를 따라준 현월이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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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무슨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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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온 건데요? 심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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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자네라면 그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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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는 별 시답잖은 얘기들이 오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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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근황이나 요즘 벌어진 일들 따위의 사적인 화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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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취령이라는 기녀의 안부를 묻자 현월이 크게 웃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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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취령이 좋아하겠군. 남궁지화가 정말로 약속을 잊지 않았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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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의 한 마디는 무겁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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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렇지. 아무튼 취령이라면 요즘 금을 타는 데 열중하고 있네. 실력이 꽤 늘어서 찾는 이들이 많아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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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남궁수아가 쿡쿡 웃으며 서준의 소매를 살짝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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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타는 거 너랑 같이 들으러 가기로 했는데. 같이 가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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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궁금하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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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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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와 음악. 그건 뭐 재미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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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춘봉이는 음료수나 홀짝거리고 있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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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낄낄 웃던 서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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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혹시 혈오문이라고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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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오문? 사흑련의 그 혈오문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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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 혈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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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그건 왜 묻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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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팔짱을 낀 채 가만히 고민하다가, 툭 하고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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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려고요. 영 거슬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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