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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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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르륵-!

서준의 손에서 강기가 터져나와 일대를 뒤덮었다.

날아든 비수들이 백하귀양의 심상에 감싸여 힘없이 떨어진다.

강기를 끌어모아 비수들을 회수한 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 하는 새끼들이야?”

위협? 될 리가 없다.

비수를 날린 놈들은 절정조차 채 되지 못하는 잡것들이다.

저런 놈들이 날리는 비수는 그냥 맞아줘도 패력괴신무의 근육조차 뚫지 못 한다.

춘봉이나 남궁수아 역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비수를 쳐낼 수 있었을 터.

허나 아무리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해도 기분을 잡치게 만드는 데는 충분했다.

‘기껏 셋이서 놀려고 하는데, 예의 없이 비수를 던져?

서준은 품에 안아든 춘봉을 고쳐안은 채 발을 굴렀다.

투웅-!

한 번의 도약에 하늘이 훌쩍 가까워진다.

드높은 곳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던 서준이 손에 쥐고 있던 비수들을 허공에 흩뿌렸다.

비수를 날린 놈들은 재빨리 숨어들었지만, 한 번 서준의 기감에 걸린 이상 의미 없는 짓이다.

오행(五行), 금(金), 변형(變形).

비수들의 끝이 갈라지며 갈고리와 같은 형상을 취한다.

서준은 그대로 손을 휘둘러 거센 바람을 일으켰다.

쐐애액-!

바람을 타고 쏜살같이 날아가는 비수들의 궤적이 현란하다.

교묘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 비수들은 사람들 사이로 숨어든 살수들의 허벅지에 정확하게 꽂혔다.

“크읍…!”

“꺄아아악! 피, 피…!”

“무림인이다…! 어서 스님들을 불러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진 거리.

서준은 적당한 지붕 위에 내려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살수들은 전부 제압된 상태. 비수 끝에 음기를 가득 불어넣었으니 한동안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거다.

그러니 일단 저놈들은 잠시 저대로 두고, 지금은 다른 일을 처리해야 할 때였다.

소림 근처에서 소란을 일으켰으니 승려가 튀어나오는 건 당연한 일.

허나 그 승려들의 면면이 예상과는 영 다르다.

“소림에 여제자도 있나?”

“없지.”

얌전히 품에 안겨있던 춘봉이 지붕 위에 내려섰다.

서준의 주위를 포위한 비구니들.

한껏 인상을 찌푸린 춘봉이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요? 소림도 아니고 아미파에서.”

아미파. 서준도 대충은 알고 있다. 구파일방 중 한 자리를 차지하는 문파다.

여인들만이 입문할 수 있는 문파이기도 하다.

ts 소림인 셈이다.

정확히는 불교에 도교가 조금 섞였다는 것 같은데, 그런 건 자세히 모른다.

대신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던 서준이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쳤다.

“맞다! 그거네! 여성 할당제!”

“…미친 새끼.”

사나운 기세로 앞에 나섰던 춘봉이 슬쩍 뒤로 빠졌다.

아예 서준에게서 슬쩍 멀어진 채 피피 되도 않는 휘파람을 부는 것이 ‘나는 얘 몰라요. 하는 듯한 태도다.

“…어린놈이 말을 생각 없이 하는구나.”

여승 하나가 인상을 찌푸린 채 앞에 나섰다. 관상 자체에 짜증이 가득해보인다.

이곳에 있는 아미파 사람들은 빡빡이와 정상인의 비율이 반반 정도 됐는데, 저 여승은 빡빡이 중 하나였다.

어쨌건 여승의 말 자체는 맞는 말이라 불리함을 감지한 서준이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무슨 일이에요? 여기 소림 관할 아닌가?”

“중생의 부름에 답할 수 있는 건 소림만이 아니지.”

아무래도 누군가 소림의 제자들을 찾다가, 적당히 같은 빡빡이가 눈에 보이니 저기 싸움 났다고 알려주기라도 한 모양이다.

“잡아갈 거면 쟤네 잡아가시면 되는데. 물론 두세 놈 정도는 제가 데려갈 거고요.”

“용봉지회를 코앞에 둔 하남에서 소란을 일으킨 건 네놈 역시 마찬가지다.”

“뭣. 그럼 우리도 소란 한 번 일으킬까요?”

서준이 기세를 드러냈다.

다른 건 몰라도 기세의 압박감 하나만은 화경에 가까운 게 서준이다.

그가 기세를 드러낸 채 여승을 압박하자,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뒤로 살짝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 역시 충분히 고수 반열에 드는 무인이었으나, 심신을 찍어누르는 듯한 기세에 혈도가 뒤틀리는 듯했다.

“…선배께서 장난이 과하시군요.”

선배? 여승의 착각을 빠르게 깨달은 서준이 여유롭게 웃었다.

이쪽을 반로환동한 고수쯤으로 착각해준다면 오히려 상황이 편해진다.

나중에 곤란해질 수도 있지만 그때는 그때고.

옷도 남궁세가의 것이 아니라 그냥 평소에 입던 검은 무복을 입은 터라 자신이 누군지 알 수도 없을 거다.

짧은 고민을 끝낸 서준은 빠르게 컨셉을 잡았다. 오만한 무림 꼰대. 쉬운 일이었다.

“비수를 날린 건 저놈들일진대, 아미파의 비구니들이 왜 이 나를 핍박하는가?”

“비수를…? 이 시기의 하남에서 말입니까?”

“그래. 이 시기의 하남에서 말이지. 그런데 네놈들까지 이리 나오니 내 더이상 참을 이유를 모르겠구나.”

서준이 여승을 빤히 바라보자 그녀가 애써 표정을 관리한 채 살짝 고개를 숙였다.

“무례를 끼쳤습니다…. 허면 저 자들은 저희가 소림에 인계해도 괜찮겠습니까?”

“이대로 그냥 넘어가기라도 할 속셈이냐?”

“…원하는 게 있으신지요.”

구파일방. 물론 대단한 집단이지만 일단 명분 자체는 서준에게 있었다.

또한 기세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지를 드러낸 상태.

서준이 작정하고 발하는 기세는 서준의 실제 경지보다도 위에 있으니 화경쯤 되는 위인으로 착각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그쯤 되면 아무리 구파일방이라 해도 힘으로 누르기 힘들다.

그만한 무인이라면 몸을 담았든 스스로 만들었든 세력 역시 꽤 클 테고.

‘흠, 그랜절이라도 시킬까?

서준이 고민했으나, 수상함을 감지한 춘봉이 그의 옆구리를 콱콱 찔렀다. 이어서 전음이 날아들었다.

[뒷감당 생각 안 하냐?]

[그건…,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지 않을까?]

[지랄하지 말고.]

[까비요.]

서준이 입꼬리를 올린 채 고개를 저었다.

“뭐, 농이다. 데려가든 말든 마음대로 해라. 대신 셋 정도는 내가 데려가마.”

“…그리 하겠습니다.”

아미파의 제자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살수들을 포박하고, 서준에게 다시 한 번 인사한 뒤 어딘가로 떠나간다.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던 서준은 그제서야 거리에 내려섰다.

“아쉽네. 그냥 한 따까리 할 걸 그랬…, 으븝…!”

“입! 입! 요놈의 입! 이 주둥아리를 진짜 어떻게 하지? 진짜 미쳐버린 거야? 어? 여성 할당제? 너는 진짜 아미파에서 추살령 안 떨어진 거를 다행으로 생각해라.”

춘봉이 서준의 입술을 꼬집고 마구 흔들었다.

눈치껏 근처에 몸을 숨기고 있던 남궁수아가 다가와 쿡쿡 웃었다.

“괜찮아, 금 매. 아무리 아미파라도 남궁의 사람에게 추살령을 내릴 수는 없어.”

그랬다가는 머지않아 팔파일방이 될 수도 있었다.

“아니, 언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 얘가 입 잘못 놀려서 큰일날 뻔한 게 한두 번이야?”

“그래도 큰일난 적은 없었잖아?”

“운이 좋은 거지!”

“그게 아니라 서준이도 나름 생각이 있어서 한 말이지 않을까? 종종 보면 생각이 되게 깊더라구.”

남궁수아가 서준을 보며 생긋 웃었다.

서준은 데굴데굴 눈을 굴리다 입을 꾹 다물었다.

때로는 신뢰가 더욱 아프게 와닿는 법….

‘이제 진짜 입 조심해야지.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자 춘봉이 그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어휴, 진짜 얘를 어쩌지? 저 나이를 먹고 아직도 철이 덜 들었어.”

“너 금춘봉, 오빠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지랄. 진짜 확 그냥.”

춘봉이 주먹을 치켜들었다. 몸을 움츠린 서준이 실실 웃었다.

“아잉.”

“쓰읍…. 후우….”

춘봉은 다짐했다.

이 새끼, 뭘 하든 옆에서 꼭 지켜봐야겠다고.

온갖 문파들이 모여드는 용봉지회.

그곳에서 이놈이 무슨 짓을 벌일지 생각만 해도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살수들을 질질 끌어 운반한 서준은 그들을 별장에 남은 남궁세가의 무인들에게 넘겼다.

아마 고문을 하든 뭘 하든 해서 정보를 얻어낼 것이다.

일단 그쪽에는 신경을 끄고, 다시 원래 향하려던 하오문으로 걸음을 옮기던 서준의 눈이 침잠했다.

‘혈오문이라고 했었나? 걔네가 보낸 것 같은데….

암중밀검, 예화 누님이 말했던 그놈들.

산서로 향할 때도 하루 걸러 한 번씩 살수들이 찾아오더니, 잊을 만할 때가 되니까 또 보낸 게 아닐까 싶다.

애초에 그들도 암살이 성공하리라 생각하진 않았을 거다.

초절정 고수를 암살할 수 있는 살수를 이맘때의 하남에 보낸다?

미친짓이다. 그만한 살수가 제 죽을 자리를 알아서 찾아갈 것 같지도 않고.

아마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경고처럼 보낸 놈들 같은데….

‘거슬리네.

서준의 눈동자 속 깊은 곳에서 붉은빛이 일렁였다.

이대로 계속 방치하다가 춘봉이나 누나가 다치기라도 하면 스스로의 분노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기 전에 치워버려야 할 터.

현월루에 도착한 일행이 안에 들어서자 전에도 봤던 여인 하나가 그들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루주를 뵈러 오셨습니까?”

“네. 그 양반은 잘 지내요?”

여인은 말 대신 생긋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안내하겠습니다.”

“이야, 거 오랜만입니다?”

“그렇군. 이제는 광아랑이 아니라 진기재천이라 불러야 하나?”

현월이 허허 웃으며 일행을 반겼다. 의미도 없는 가림발은 이미 치워둔 채였다.

“용봉지회 때문에 온 거겠지?”

“그렇죠.”

“자네도 참가하나?”

“애들 노는 데 껴서 뭐해요?”

온 무림의 후기지수들이 경쟁하는 용봉지회를 두고 애들 노는 곳이라.

현월이 픽 웃으며 손수 차를 우렸다.

“하긴, 자네라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지. 남궁세가의 초절정 고수 진기재천 아닌가.”

“오, 역시 하오문.”

“이 정도는 하오문이 아니라 귀만 달려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 걸세. 자네 얼굴을 잘 몰라서 그렇지.”

서준 일행에게 차를 따라준 현월이 자리에 앉았다.

“그나저나 무슨 일인가?”

“그냥 온 건데요? 심심해서.”

“음, 자네라면 그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

이후로는 별 시답잖은 얘기들이 오고 갔다.

서로의 근황이나 요즘 벌어진 일들 따위의 사적인 화제들.

남궁수아가 취령이라는 기녀의 안부를 묻자 현월이 크게 웃기도 했다.

“하하, 취령이 좋아하겠군. 남궁지화가 정말로 약속을 잊지 않았을 줄이야.”

“남궁의 한 마디는 무겁답니다.”

“그도 그렇지. 아무튼 취령이라면 요즘 금을 타는 데 열중하고 있네. 실력이 꽤 늘어서 찾는 이들이 많아졌지.”

그 말에 남궁수아가 쿡쿡 웃으며 서준의 소매를 살짝 당겼다.

“금 타는 거 너랑 같이 들으러 가기로 했는데. 같이 가줄 거지?”

“당연하지. 궁금하긴 하네.”

금이라….

술자리와 음악. 그건 뭐 재미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다.

물론 춘봉이는 음료수나 홀짝거리고 있어야 하겠지만.

혼자 낄낄 웃던 서준이 물었다.

“근데 혹시 혈오문이라고 알아요?”

“혈오문? 사흑련의 그 혈오문 말인가?”

“네, 그 혈오문.”

“알지. 그건 왜 묻나?”

서준은 팔짱을 낀 채 가만히 고민하다가, 툭 하고 내뱉었다.

“지우려고요. 영 거슬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