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29 lines
13 KiB
Markdown
329 lines
13 KiB
Markdown
|
||
종종 마주치는 야생마인들을 자연으로 환원시키며 자전괴마라는 야생마인의 출몰지로 향하는 길이었다.
|
||
|
||
그날도 평소와 다를 건 없었다. 갖고 있던 선입견과는 달리 천산 역시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고, 사고방식이 조금 많이 다르긴 해도 정파의 영역과 큰 차이는 없었다.
|
||
|
||
그냥 사람 목숨이 조금 더 가볍고, 가끔 사람이 괴물처럼 변하기도 하고, 희한하게 생긴 마수들과 마주치는 정도?
|
||
|
||
세부적으로 따지자면 꽤 다르기야 하지만 그건 원래 외국만 나가도 그렇다.
|
||
|
||
천산은…. 그렇지. 딱 식인종들이 모여 사는 외딴 섬 같은 느낌이다.
|
||
|
||
조금 먼 외국이라는 소리다. 근데 이제 약간의 조미료를 곁들인.
|
||
|
||
그래서 서준은 지금 이 상황이 꽤나 신기했다.
|
||
|
||
아아아아앍…!
|
||
|
||
고라니를 포획했다.
|
||
|
||
“사, 살려달라요…!”
|
||
|
||
정확히는 뿔 달린 고라니 인간이다. 아니, 뿔이 달린 건 사슴이었던가?
|
||
|
||
“넌 뭐 하는 친구니?”
|
||
|
||
서준이 고라니 인간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어 번쩍 들어올렸다.
|
||
|
||
머리에 자그마한 뿔이 달리긴 했지만, 생긴 것 자체는 젖살 빵빵한 꼬맹이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
||
|
||
“자, 잡아먹힌다요…!”
|
||
|
||
아이가 짧은 팔다리를 허우적대며 발버둥쳤다.
|
||
|
||
‘고라니든 사슴이든 둘 다 초식 동물이었던가?’
|
||
|
||
잘 기억은 안 난다. 고라니는 잡식이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둘 다 풀은 먹었던 것 같다.
|
||
|
||
서준은 품에서 당근 하나를 꺼내들어 아이의 입가에 가져다댔다. 가끔 만나는 마수 친구들에게 먹이라도 줄 겸 들고다니는 당근이었다.
|
||
|
||
“다, 당근은 싫다요…?”
|
||
|
||
“그러면?”
|
||
|
||
“요즘은 청경채가 맛있다요?”
|
||
|
||
아무리 그래도 청경채를 들고 다니진 않는다. 서준은 아이를 땅에 내려준 뒤 짐을 뒤적였다.
|
||
|
||
“복숭아는 어때?”
|
||
|
||
“복숭아 좋다요.”
|
||
|
||
복숭아를 건네주니 아이가 복숭아를 양손으로 잡고 야무지게 먹기 시작했다.
|
||
|
||
“그래서, 위험하게 왜 이런 데서 놀고 있는 거야?”
|
||
|
||
“안 놀고 있었다요?”
|
||
|
||
얘 말투는 도대체 왜 이럴까. 고라니 인간들이 쓰는 말투인가? 서준이 뺨을 긁적이며 물었다.
|
||
|
||
“그러면?”
|
||
|
||
“도망치고 있었다요?”
|
||
|
||
“누구한테서?”
|
||
|
||
“모른다요? 막 보라색 번개를 뿜는 사람이었다요?”
|
||
|
||
“오.”
|
||
|
||
보라색 번개라면 자전괴마일 확률이 높다. 운이 좋군.
|
||
|
||
‘아니지?’
|
||
|
||
서준이 의아한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
||
|
||
“걔한테서 도망쳤다고? 어떻게? 아무리 그래도 초절정을 딱지 치기로 따진 않았을 텐데.”
|
||
|
||
“녹요는 원래 도망 잘 친다요.”
|
||
|
||
“이름이 녹요니?”
|
||
|
||
“맞다요.”
|
||
|
||
복숭아 하나를 금세 먹어치운 녹요가 양손을 내밀었다.
|
||
|
||
서준은 복숭아 하나를 더 꺼내 녹요의 손에 올려주었다.
|
||
|
||
“그래서 너는 그…. 고라니 인간 같은 건가?”
|
||
|
||
“고라니? 그게 뭐다요? 녹요는 사슴이다요?”
|
||
|
||
“아, 맞네.”
|
||
|
||
듣고 보니 뿔 달린 건 사슴이 맞았던 것 같다.
|
||
|
||
아마 뿔이 있으면 숫사슴이었던 것 같은데─ 서준이 보기에 이 녹요라는 아이는 영락없는 여자 아이였다.
|
||
|
||
소싯적의 금춘봉을 키워봐서 안다. 얘가 남자애일 리는 없다.
|
||
|
||
“혹시 너도 그 뿔 탈착식이야?”
|
||
|
||
녹요의 뿔을 툭툭 두드리니 녹요가 파르르 몸을 떨었다.
|
||
|
||
“뿌, 뿔 떨어지면 죽는다요…?”
|
||
|
||
“죽는다고? 아니, 뿔 좀 떨어졌다고?”
|
||
|
||
“인간도 목 떨어지면 죽는다요?”
|
||
|
||
“아하.”
|
||
|
||
그렇게 들으니 좀 납득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서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녹요가 제 뿔을 살살 쓰다듬었다.
|
||
|
||
“어른이 되면 뿔을 마음대로 감출 수 있다요. 근데 녹요는 아직 어른이 아니라 못 숨긴다요.”
|
||
|
||
그렇다는 모양이다. 잘은 몰라도 당사자가 그렇다는데 거기에 뭐라 반박을 할 수는 없었다.
|
||
|
||
“아무튼 보라색 번개를 뿜는 사람한테서 도망치고 있었다고?”
|
||
|
||
“아! 맞다요!”
|
||
|
||
녹요가 반쯤 먹어치운 복숭아를 냅다 입에 쑤셔넣었다.
|
||
|
||
“빠히 도하처야 핸하요?”
|
||
|
||
“빨리 도망쳐야 된다고?”
|
||
|
||
녹요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은 복숭아 탓에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녹요의 뺨을 몇 번 쿡쿡 찔러보다 몸을 일으켰다.
|
||
|
||
“안 그래도 돼. 내가 더 세거든.”
|
||
|
||
“오오…?”
|
||
|
||
퉤! 복숭아 씨를 뱉어낸 녹요가 바닥에 드러누웠다.
|
||
|
||
“그러면 녹요는 좀 쉬겠다요.”
|
||
|
||
“뭣.”
|
||
|
||
“끝나면 깨워달라요.”
|
||
|
||
말을 마친 녹요가 그대로 쿨쿨 잠들었다. 서준은 황당한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
||
|
||
‘진짜 뭐 하는 애지?’
|
||
|
||
자전괴마에게서 도망을 칠 수 있는 능력자에, 범상치 않은 대범함까지.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은 건지 비법을 좀 전수받고 싶어진다.
|
||
|
||
우르릉-!
|
||
|
||
그때, 천둥 소리와 함께 기척 하나가 빠르게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
||
|
||
벌써부터 피부를 간지럽히는 뇌기에 서준은 그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
||
|
||
“거참. 양반은 못 되는구만.”
|
||
|
||
머리를 긁적인 서준이 크게 외쳤다.
|
||
|
||
“멈춰라!”
|
||
|
||
마인을 강제하는 힘이 담긴 목소리였다. 일순 자전괴마의 기척이 주춤하는가 싶더니, 꽈아앙-! 거대한 천둥 소리와 함께 놈이 달려들었다.
|
||
|
||
“천마 흉내를 내는구나…! 네놈은 누구냐!”
|
||
|
||
자색 전류를 휘감은 노인이 오른손을 뒤로 크게 당겼다. 파츠츳-! 그 손에서 거대한 뇌기가 부풀어오른다.
|
||
|
||
“나로 말할 것 같으면….”
|
||
|
||
“문답무용!”
|
||
|
||
우르릉────────!!!
|
||
|
||
일순 뇌광이 번쩍이고, 자전괴마의 신형이 코앞까지 다다랐다.
|
||
|
||
‘지가 물어봤으면서.’
|
||
|
||
서준은 마주 손바닥을 내밀었다. 자전괴마의 장과 서준의 장이 맞부딪혔다.
|
||
|
||
꽈아앙-!
|
||
|
||
그리 크지 않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서준이 백하귀양과 흡성대법을 펼쳐 장의 위력을 크게 감소시킨 까닭이다.
|
||
|
||
‘과연.’
|
||
|
||
자전괴마를 가까이에서 관찰한 서준은 자전마공의 특성을 알 수 있었다.
|
||
|
||
전신이 은은한 자색으로 물들었고, 묘한 전류가 몸 주위를 맴도는 것을 보니 상시로 호신공을 운용하는 효과도 있는 듯하다.
|
||
|
||
‘사람 시체에 손을 박아넣고 익히는 건 흑수대마장과 비슷했지?’
|
||
|
||
이미 자신은 그런 과정 없이 흑수대마장을 쓰고 있으니, 적당히 무공을 변형하면 남궁수아에게도 썩 쓸만한 무공이 될 듯싶다.
|
||
|
||
“우으…! 시끄럽다요! 잠 좀 자자요!”
|
||
|
||
뒤편에서 쿨쿨 자던 녹요가 대뜸 소리쳤다. 자전괴마가 그녀를 보고 눈을 부릅 떴다.
|
||
|
||
“여기 있었구나! 당장 그 몸을 바쳐라!”
|
||
|
||
자전괴마는 서준을 지나쳐 녹요에게 향했다. 하지만 서준이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
||
|
||
장이 맞닿은 상태로 손가락을 굽혀 붙잡고, 놈의 팔을 안쪽으로 당기며 발로 복부를 후려찼다.
|
||
|
||
“커읍…!”
|
||
|
||
꽈아앙-! 자전괴마가 뒤로 날아가 처박혔다.
|
||
|
||
서준은 흙먼지 사이로 번뜩이는 자색 뇌전을 보며 대화를 시도했다.
|
||
|
||
“아이를 데려가서 어디에 쓰려는 거지?”
|
||
|
||
“어디에 쓰기는!”
|
||
|
||
푸화악-! 기파가 터져나오며 흙먼지가 걷혔다. 전신이 조금 더 짙은 자색으로 물든 자전괴마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
||
|
||
“녹인(鹿人, 사슴 인간) 암컷은 살아서는 순수한 음기를 머금고, 죽어서는 녹용에 순수한 양기가 깃든다.”
|
||
|
||
자전마공은 극강의 양강지공(陽剛之功)이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넘쳐나는 양기에 스스로의 몸이 타들어가 죽는다.
|
||
|
||
그 넘쳐나는 양기를 중화시키기 위해서는 여인의 음기가 필요한데, 녹인(鹿人) 암컷의 음기는 아주 순수하기 그지없어 그 효과가 탁월하다.
|
||
|
||
또한 녹인을 사용한 끝에 숨을 거둔다 하더라도 그 녹용에서 순수한 양기를 얻을 수 있으니, 자전마공을 익힌 자에게는 녹인 암컷이야 말로 최고의 영약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
||
|
||
“그러니 내 제안하마. 그년을 넘겨라. 그러면 내 두 번 정도는 그년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마.”
|
||
|
||
“사용?”
|
||
|
||
“채음보양을 말하는 것이다. 녹인의 음기를 취한다면 네 내공을 상당히 늘릴 수 있을 터. 나쁘지 않은 제안 아니냐.”
|
||
|
||
“미친 페도 새끼였구나.”
|
||
|
||
“옳다! 이 자전괴마야 말로 패도를 걷는 사내 중의 사내지!”
|
||
|
||
서준이 말없이 검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자전괴마가 의아한 표정을 하며 다시 제안했다.
|
||
|
||
“마음에 들지 않나? 그러면 세 번으로 하지.”
|
||
|
||
“네 몸을 삼등분해주마.”
|
||
|
||
서준이 달려들었다. 자전괴마는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
||
|
||
“아니, 왜? 이 좋은 제안을?”
|
||
|
||
당황한 와중에도 자전괴마는 능숙하게 무공을 펼쳤다.
|
||
|
||
자전폭멸(紫電爆滅). 우르릉-! 자전괴마의 전신에서 터져나온 자색 뇌전이 일대를 휩쓴다.
|
||
|
||
서준은 무시하고 나아갔다. 뇌전이 서준의 몸을 탐하려 들었으나, 그 뜻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
||
|
||
파츳-!
|
||
|
||
오히려 가까이 다가온 뇌전이 서준의 검에 휘감겼다. 어지간한 마기는 서준의 뜻을 거스르지 못한다.
|
||
|
||
서준은 앞으로 나아가며 검에 담긴 자전마공의 뇌전을 살폈다. 남궁수아의 청아한 뇌전과는 달리 끈적하고 탁하다.
|
||
|
||
‘뇌전이라.’
|
||
|
||
한 가지 떠오르는 무공이 있다. 창궁무애검법. 남궁수아의 창궁무애검법은 하늘보다 그 사이를 수놓는 뇌전에 집중한다.
|
||
|
||
하지만 천산에서 대놓고 남궁세가의 무공을 사용하기는 꺼려진다. 무엇보다도 자전마공의 뇌전은 남궁세가의 것과 조금 느낌이 다르다.
|
||
|
||
느리게 흘러가는 세계. 서준은 심상 속 만물을 꺼내어 눈앞에 펼쳤다.
|
||
|
||
화악-!
|
||
|
||
혼잡하게 뒤섞인 심상 속의 세계가 낱낱이 분해된다.
|
||
|
||
‘일단은 역시 하늘인가.’
|
||
|
||
남궁의 패도(覇道)는 하늘을 거스르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미 선례도 있다. 제왕검형과 천마군림보.
|
||
|
||
그 사이를 잇는 선을 붙잡아 검에 담아낸다.
|
||
|
||
천마신검(天魔神劍).
|
||
|
||
파츠츠츳-! 검에 새카만 벼락이 휘감겼다. 서준은 검끝에 하늘을 걸었다. 문득 뒷골목 시절에 배운 삼재검법의 묘리가 머리를 스쳤다.
|
||
|
||
‘천(天)은 하늘. 거기에서 따온 태산압정은 말 그대로 태산 같은 기세로 머리를 내리누른다는 뜻이야. 뭔 소리냐고? 그냥 세로베기라고.’
|
||
|
||
춘봉의 목소리와 함께 삼재심법의 주된 심상을 떠올렸다. 천지인. 최근 머릿속을 맴돌던 정기신의 이치를 그 위에 덧댄다.
|
||
|
||
지(地)는 곧 정(精)이며, 인(人)은 기(氣), 천(天)은 신(神)이라.
|
||
|
||
삼재(三才)와 정기신을 하나로 묶어내 그 깨달음을 펼쳐낸다.
|
||
|
||
정답은 없다. 스스로 그리 생각한다면 이루어지리니.
|
||
|
||
찰나의 영감과 함께 서준의 검이 떨어져내렸다. 검끝에 걸린 하늘 역시도.
|
||
|
||
천마신검 제1초, 태산압정(太山壓頂).
|
||
|
||
우르릉──────────!!!
|
||
|
||
내리친 일검이 세상을 베어냈다.
|
||
|
||
*
|
||
|
||
서준은 느닷없이 찾아온 깨달음을 정리했다.
|
||
|
||
삼재와 정기신. 그 요소 하나하나에 집중하던 서준은 시선을 조금 더 멀리 했다.
|
||
|
||
정기신의 균형을 이루어 초절정. 신의 비대를 이루어 화경. 끝내 신으로 통합하여 현경.
|
||
|
||
그렇다면 삼재는? 삼재의 균형을 이룬 끝에 무엇이 있는가.
|
||
|
||
두루뭉술하고 비약이 심한 깨달음이었으나 서준은 개의치 않았다.
|
||
|
||
결국 고민하다 보면 머지않아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
||
|
||
그리고 그날이, 천마신검을 완성하는 날이 되리라.
|
||
|
||
“끄으으…!”
|
||
|
||
좌반신이 떨어져나간 자전괴마가 이를 간다. 일부러 살려두었다. 그가 익힌 자전마공을 조금 더 파악하기 위함이다.
|
||
|
||
서준이 그를 향해 다가가자 꾸벅꾸벅 졸면서 전투를 지켜보던 녹요가 쪼르르 따라왔다.
|
||
|
||
“아저씨, 우리 엄마보다는 약해도 엄청 세다요?”
|
||
|
||
크아아…! 자전괴마가 극마로의 도약에 실패하며 폭주하기 시작했지만, 서준은 거기에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
||
|
||
“아니, 잠깐. 너네 엄마 뭐 하시는 분이니?”
|
||
|
||
녹요가 자신의 강함을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방금 본 게 있을 텐데?
|
||
|
||
서준이 빤히 바라보자 녹요가 어깨를 으쓱였다.
|
||
|
||
“우리 엄마는 왕 큰 사슴이다요?”
|
||
|
||
진짜 뭐라는지 알 수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