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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안 간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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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라고 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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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빨리 말을 주워담은 서준이 화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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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관련해서 몇 개 여쭤볼 게 생길 것 같은데, 그때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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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네…. 언제든 찾아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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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 정신 건강 클리닉 주치의 이서준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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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상태가 영 좋진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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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이긴 하다. 쉽게 떨쳐낼 수 있으면 그걸 트라우마라 부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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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건강을 전공하지 않은 서준이었기에 그에 대한 해결법 역시 잘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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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준은 다른 분야에서 대가의 반열에 들었다. 무(武)에 대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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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에 이르면 상황이 나아지긴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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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신의 균형을 이룬다는 게 말로는 간단하지만, 그 오묘한 이치는 무인의 모든 것에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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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신 건강에는 특효약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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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 역시 경험해 봐서 안다. 초절정에 오른 뒤 확실히 정신이 안정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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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타통공을 쓸 조건은 모두 갖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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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물론이고 남궁수아 역시 그렇다. 하지만 이론상, 생사타통공에는 부작용이라 할 만한 것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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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초절정에 오르려면 깨달음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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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죽는다. 생사현관을 뚫지 못하고 기가 역류하는 데다, 정기신의 균형까지 흐트러져 얌전히 몸이 터져 죽는 정도면 호상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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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생사타통공으로 경지를 뚫어내면 그런 깨달음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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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간단히 말하자면 파워 업 이벤트 하나를 놓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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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왜 부작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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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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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초절정에 오르고 나서 얻어도 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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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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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그 편이 깨달음을 얻기 더 쉬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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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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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한다. 파워 업 이벤트를 놓치는 게 아니고 순서가 조금 바뀌는 정도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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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서면 더 많은 것이 보이는 만큼, 오히려 그 편이 깨달음을 얻기 더 쉬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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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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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정상적으로 초절정에 도달하면 보통 그 경지를 초절정 초기, 혹은 초입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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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사타통공으로 경지를 뚫어내면 그 경지에 닿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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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름을 붙이면 초절정 극초입 정도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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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치는 이름이지만 어쩔 수 없다. 서준은 이름 짓기에 능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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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춘봉과 남궁수아에게 생사타통공의 구결을 불러주며, 그 구결을 적은 책자 역시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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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진짜 달달 외워야 돼. 조금 잘못하면 훅 갈 수도 있어서. 내가 옆에서 봐주긴 할 건데, 그래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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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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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배시시 웃었다. 춘봉은 쭈뼛대며 서준의 소매를 꽉 움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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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주고 마교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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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면서도 춘봉은 스스로가 답답했다. 그녀도 아는 까닭이다. 이렇게 서준을 붙잡는 건 그의 발목을 잡는 셈이다. 누구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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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는 알면서도 불안했다. 이번에야말로 서준이 영영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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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서준의 몸이 박살나는 걸 본 이후로 매일 같이 악몽을 꾸었다. 그가 영영 사라져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는 악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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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에서 서준은 여러 방식으로 죽었다. 몸이 터져 죽고, 목이 베여 죽고, 독살당해 죽고, 아예 휙 사라져버리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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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숨을 할딱이며 서준의 소매를 놓치기라도 할까 더욱 꽉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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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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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우리 춘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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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녀를 번쩍 안아들고 둥기둥기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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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춘봉의 상태가 나아질 때까지는 눈을 떼면 안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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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누나. 조만간 할 거니까 준비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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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금 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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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걱정 안 해도 돼. 우리 춘부이는 강하니까.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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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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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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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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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춘봉에 대해서는 춘봉 본인보다 자신이 더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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뜌땨따에 우땨따로 답해주는 그날, 춘봉은 다시금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되찾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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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춘봉을 등에 업고 금주당으로 향했다. 총관이 말했던 신병이기를 구경하러 가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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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셨습니까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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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관은 그를 환대하며 짧은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는 곧장 서준을 창고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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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인력을 동원해서 중원 각지를 뒤졌습니다만…, 역시 신병이기를 구하는 게 쉽지는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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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신(神) 자 붙는 물건 구하는 게 쉬울 리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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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맞는 말씀이십니다. 겨우 여섯 개 정도밖에 구하질 못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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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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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들어서니 온갖 무기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무기들에 깃든 예기가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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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흥미롭게 주변을 둘러보는데, 총관은 주변의 무기들에는 시선도 주지 않고 더욱 안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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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는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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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여기 있는 건 평범한 명검 정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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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명검이라니. 명검이 평범할 수가 있나? 명검 자체가 이름난 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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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뭐. 남궁세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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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납득한 서준이 머리를 긁적이며 총관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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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관은 창고 구석에서 복잡하게 배치된 진법을 차근차근 해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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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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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깊숙한 공간. 그 안에는 십수 개의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하나 같이 그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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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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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관은 한쪽에 진열된 무기들 앞으로 서준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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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 네 자루, 의복이 하나, 검집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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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얘네는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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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 검집? 서준이 머리를 긁적이자 총관이 허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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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이기란 그 자체에 신비한 공능이 깃든 물건을 뜻하지요. 그 물건이 꼭 무기이리란 법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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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관은 차례로 신병이기들의 내력을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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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검은 삼백 년 전 철강검이라는 고수가 사용했다고 알려진 검으로, 최근 귀주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소유주에게서 얻어낸 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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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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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마찰은 없었습니다. 다행히 금원보 몇 개로 만족한 모양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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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얼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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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원보가 말이 금원보지 그거 하나만 있어도 어지간한 건 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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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양민들은 은자 하나 보기도 어려울 텐데, 그 은자가 사오십 냥은 있어야 은원보 하나다. 근데 은원보도 아니고 금원보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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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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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간단한 사칙연산으로 애를 쓰고 있는 사이, 총관이 이어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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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능 자체는 수수합니다. 검이 부러지더라도 천천히 재생하죠. 검이 반토막이 나면 재생하는 데 몇 년이 걸리는 만큼 대단한 능력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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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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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는 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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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관의 말에 따라 검들의 공능을 요약하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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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하는 검, 날이 좀 잘 드는 검, 둘로 쪼개졌다 하나로 붙는 검, 그냥 마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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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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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검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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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관심을 보이자 총관이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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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마(魔)와 관련된 검은 아닙니다. 다만 검에 어느 정도 자아가 있어, 소유주에게 삿된 영향을 끼친다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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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런 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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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그만큼 잘 다룰 수만 있다면 여타 신병이기보다 뛰어난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도련님께 딱 맞는 물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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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마검이 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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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마검을 손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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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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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명이 울리며 서준의 머릿속에 흐릿한 음성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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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뜻을 받아들…, 뭐, 뭐냐!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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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해졌다. 서준이 마검을 툭툭 두드리자 검이 마치 애교를 부리듯 웅웅 떨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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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기대한 대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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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칭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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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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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관은 흡족한 낯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벽에 걸린 의복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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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천잠사로 지어진 옷입니다. 역시 대단한 공능은 없지만, 소매 부분을 올올이 풀어내고 다시 원상복구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내공을 불어넣는다면 상당한 강도를 띠는 만큼 방어와 공격을 겸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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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검집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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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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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이 짧은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헛기침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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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보여드리기도 조금 민망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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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검집과 근처에 있는 검 하나를 집어들더니, 검집에 검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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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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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약간 맞지 않았으나, 나름 신병이기라 그런지 검집에 검이 딱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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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검집은 안에 넣은 검의 모습을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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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니, 이게 제일 좋은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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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모습을 바꿀 수 있다니? 그러면 저거 하나만 있어도 온갖 검을 다 쓸 수 있다는 소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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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와 검호(劍護, 코등이) 정도만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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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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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진짜 겉멋용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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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을 다시던 서준은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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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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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관에게서 검집을 받아든 서준이 검집에 마검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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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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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검이 잠시 반항했지만 별 의미는 없었다. 서준이 검집을 쥔 채 어떤 이미지를 강하게 상상하자, 곧 마검의 손잡이가 꽤나 화려하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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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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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용이 검호를 휘감고 있는 모양새. 딱 황궁 놈들이 쓰던 검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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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거 너무 마음에 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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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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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거 나쁜짓 할 때 딱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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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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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관이 눈을 둥그렇게 떴지만, 서준은 해맑게 웃으며 검집과 마검, 천잠사로 지은 옷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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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렇게 들고 가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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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도련님께 드리려 구해온 물건들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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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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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히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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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용히 등 뒤에 매달려있던 춘봉이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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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또 이상한 짓 하려고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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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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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짓은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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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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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눈이 부릅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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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다. 춘봉의 상태가 심각하다. 여기서 잔소리가 아니라 걱정이 나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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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관님, 아무래도 제가 좀 빨리 가봐야 될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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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관에게 인사한 뒤 빠르게 방으로 돌아온 서준이 춘봉을 내려둔 채 그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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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서라, 금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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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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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기적밍기적 차렷 자세를 취한 춘봉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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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습관적으로 흐뭇하게 웃으며 춘봉을 번쩍 들어올렸다가…, 다시 내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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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언제까지 나랑만 찰싹 붙어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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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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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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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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