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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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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어디 안 간다며.”

“…라, 라고 할 뻔.”

재빨리 말을 주워담은 서준이 화제를 돌렸다.

“무공 관련해서 몇 개 여쭤볼 게 생길 것 같은데, 그때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어요?”

“물론이네…. 언제든 찾아오게….”

춘봉 정신 건강 클리닉 주치의 이서준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춘봉이 상태가 영 좋진 않은데….

당연한 일이긴 하다. 쉽게 떨쳐낼 수 있으면 그걸 트라우마라 부르진 않는다.

정신 건강을 전공하지 않은 서준이었기에 그에 대한 해결법 역시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서준은 다른 분야에서 대가의 반열에 들었다. 무(武)에 대한 얘기다.

‘초절정에 이르면 상황이 나아지긴 할 거야.

정기신의 균형을 이룬다는 게 말로는 간단하지만, 그 오묘한 이치는 무인의 모든 것에 영향을 끼친다.

특히 정신 건강에는 특효약이라 할 수 있다.

서준 역시 경험해 봐서 안다. 초절정에 오른 뒤 확실히 정신이 안정되지 않았는가.

‘생사타통공을 쓸 조건은 모두 갖췄어.

춘봉은 물론이고 남궁수아 역시 그렇다. 하지만 이론상, 생사타통공에는 부작용이라 할 만한 것이 하나 있었다.

“원래 초절정에 오르려면 깨달음이 필요해.”

정확히는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죽는다. 생사현관을 뚫지 못하고 기가 역류하는 데다, 정기신의 균형까지 흐트러져 얌전히 몸이 터져 죽는 정도면 호상일 터.

“그런데 생사타통공으로 경지를 뚫어내면 그런 깨달음이 없어.”

즉, 간단히 말하자면 파워 업 이벤트 하나를 놓치는 셈이다.

“그게 왜 부작용이야?”

남궁수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깨달음은 초절정에 오르고 나서 얻어도 되는 거잖아.”

“그건…, 맞지.”

“오히려 그 편이 깨달음을 얻기 더 쉬울 것 같은데?”

“그것도…, 맞지?”

정정한다. 파워 업 이벤트를 놓치는 게 아니고 순서가 조금 바뀌는 정도긴 하다.

높은 곳에 서면 더 많은 것이 보이는 만큼, 오히려 그 편이 깨달음을 얻기 더 쉬울 수도 있다.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본래 정상적으로 초절정에 도달하면 보통 그 경지를 초절정 초기, 혹은 초입이라 부른다.

하지만 생사타통공으로 경지를 뚫어내면 그 경지에 닿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대충 이름을 붙이면 초절정 극초입 정도 되겠네.”

짜치는 이름이지만 어쩔 수 없다. 서준은 이름 짓기에 능하지 못했다.

서준은 춘봉과 남궁수아에게 생사타통공의 구결을 불러주며, 그 구결을 적은 책자 역시 건네주었다.

“이건 진짜 달달 외워야 돼. 조금 잘못하면 훅 갈 수도 있어서. 내가 옆에서 봐주긴 할 건데, 그래도. 알지?”

“응. 고마워.”

남궁수아가 배시시 웃었다. 춘봉은 쭈뼛대며 서준의 소매를 꽉 움켜잡았다.

“이거 주고 마교 가려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춘봉은 스스로가 답답했다. 그녀도 아는 까닭이다. 이렇게 서준을 붙잡는 건 그의 발목을 잡는 셈이다. 누구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하지만 그녀는 알면서도 불안했다. 이번에야말로 서준이 영영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춘봉은 서준의 몸이 박살나는 걸 본 이후로 매일 같이 악몽을 꾸었다. 그가 영영 사라져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는 악몽을….

꿈 속에서 서준은 여러 방식으로 죽었다. 몸이 터져 죽고, 목이 베여 죽고, 독살당해 죽고, 아예 휙 사라져버리기도 하고.

춘봉은 숨을 할딱이며 서준의 소매를 놓치기라도 할까 더욱 꽉 움켜쥐었다.

“어디 가면 안 돼….”

“아이고 우리 춘봉이.”

서준은 그녀를 번쩍 안아들고 둥기둥기 흔들었다.

아무래도 춘봉의 상태가 나아질 때까지는 눈을 떼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무튼 누나. 조만간 할 거니까 준비하고 있어.”

“알았어. 금 매는….”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우리 춘부이는 강하니까. 그렇지?”

“…아닌데.”

“맞대.”

“…아니라 했는데.”

아니다. 춘봉에 대해서는 춘봉 본인보다 자신이 더 잘 안다.

뜌땨따에 우땨따로 답해주는 그날, 춘봉은 다시금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되찾으리라.

서준은 춘봉을 등에 업고 금주당으로 향했다. 총관이 말했던 신병이기를 구경하러 가는 길이었다.

“아, 오셨습니까 도련님.”

총관은 그를 환대하며 짧은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는 곧장 서준을 창고로 안내했다.

“남는 인력을 동원해서 중원 각지를 뒤졌습니다만…, 역시 신병이기를 구하는 게 쉽지는 않더군요.”

“그야 신(神) 자 붙는 물건 구하는 게 쉬울 리가 없죠.”

“허허, 맞는 말씀이십니다. 겨우 여섯 개 정도밖에 구하질 못 해서….”

“뭣.”

창고에 들어서니 온갖 무기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무기들에 깃든 예기가 예사롭지 않다.

서준이 흥미롭게 주변을 둘러보는데, 총관은 주변의 무기들에는 시선도 주지 않고 더욱 안쪽으로 향했다.

“여기 있는 거 아니에요?”

“아닙니다. 여기 있는 건 평범한 명검 정도뿐입니다.”

평범한 명검이라니. 명검이 평범할 수가 있나? 명검 자체가 이름난 검 아닌가?

‘하긴, 뭐. 남궁세가니까.

대충 납득한 서준이 머리를 긁적이며 총관의 뒤를 따랐다.

총관은 창고 구석에서 복잡하게 배치된 진법을 차근차근 해체했다.

덜컥-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깊숙한 공간. 그 안에는 십수 개의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하나 같이 그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쪽입니다.”

총관은 한쪽에 진열된 무기들 앞으로 서준을 이끌었다.

검이 네 자루, 의복이 하나, 검집이 하나.

“아니, 얘네는 뭐예요?”

옷에 검집? 서준이 머리를 긁적이자 총관이 허허 웃었다.

“신병이기란 그 자체에 신비한 공능이 깃든 물건을 뜻하지요. 그 물건이 꼭 무기이리란 법은 없습니다.”

총관은 차례로 신병이기들의 내력을 읊었다.

“이 검은 삼백 년 전 철강검이라는 고수가 사용했다고 알려진 검으로, 최근 귀주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소유주에게서 얻어낸 검입니다.”

“얻어내요?”

“예. 마찰은 없었습니다. 다행히 금원보 몇 개로 만족한 모양이더군요.”

“예? 얼마요?”

금원보가 말이 금원보지 그거 하나만 있어도 어지간한 건 다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양민들은 은자 하나 보기도 어려울 텐데, 그 은자가 사오십 냥은 있어야 은원보 하나다. 근데 은원보도 아니고 금원보 몇 개?

“흠.”

서준이 간단한 사칙연산으로 애를 쓰고 있는 사이, 총관이 이어서 설명했다.

“공능 자체는 수수합니다. 검이 부러지더라도 천천히 재생하죠. 검이 반토막이 나면 재생하는 데 몇 년이 걸리는 만큼 대단한 능력은 아닙니다.”

“아하….”

“여기 있는 검은….”

총관의 말에 따라 검들의 공능을 요약하면 이렇다.

재생하는 검, 날이 좀 잘 드는 검, 둘로 쪼개졌다 하나로 붙는 검, 그냥 마검.

“뭣.”

마검이라고?

서준이 관심을 보이자 총관이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마(魔)와 관련된 검은 아닙니다. 다만 검에 어느 정도 자아가 있어, 소유주에게 삿된 영향을 끼친다 하더군요.”

“아니, 이런 걸 왜…?”

“대신 그만큼 잘 다룰 수만 있다면 여타 신병이기보다 뛰어난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도련님께 딱 맞는 물건이지요.”

“왜 마검이 저랑…?”

서준은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마검을 손에 쥐었다.

우웅-

검명이 울리며 서준의 머릿속에 흐릿한 음성이 들려왔다.

[나의 뜻을 받아들…, 뭐, 뭐냐! 안 돼…!]

조용해졌다. 서준이 마검을 툭툭 두드리자 검이 마치 애교를 부리듯 웅웅 떨어댔다.

“역시. 기대한 대로군요.”

“쓰읍…. 칭찬이죠?”

“물론입니다.”

총관은 흡족한 낯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벽에 걸린 의복을 가리켰다.

“이건 천잠사로 지어진 옷입니다. 역시 대단한 공능은 없지만, 소매 부분을 올올이 풀어내고 다시 원상복구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내공을 불어넣는다면 상당한 강도를 띠는 만큼 방어와 공격을 겸할 수 있지요.”

“이 검집은요?”

“이건….”

총장이 짧은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헛기침 했다.

“사실 보여드리기도 조금 민망했습니다만….”

그는 검집과 근처에 있는 검 하나를 집어들더니, 검집에 검을 넣었다.

철컥-

크기가 약간 맞지 않았으나, 나름 신병이기라 그런지 검집에 검이 딱 들어갔다.

“이 검집은 안에 넣은 검의 모습을 바꿀 수 있습니다.”

“네? 아니, 이게 제일 좋은 거 아니에요?”

검의 모습을 바꿀 수 있다니? 그러면 저거 하나만 있어도 온갖 검을 다 쓸 수 있다는 소리 아닌가.

“손잡이와 검호(劍護, 코등이) 정도만 바뀝니다.”

“아하.”

그러면 진짜 겉멋용이구나.

입맛을 다시던 서준은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

“잠시만요?”

총관에게서 검집을 받아든 서준이 검집에 마검을 넣었다.

우웅-!

마검이 잠시 반항했지만 별 의미는 없었다. 서준이 검집을 쥔 채 어떤 이미지를 강하게 상상하자, 곧 마검의 손잡이가 꽤나 화려하게 바뀌었다.

“오…!”

황금빛 용이 검호를 휘감고 있는 모양새. 딱 황궁 놈들이 쓰던 검과 비슷하다.

“아니, 이거 너무 마음에 드는데요?”

“그렇습니까?”

“네. 이거 나쁜짓 할 때 딱 좋겠네.”

“예?”

총관이 눈을 둥그렇게 떴지만, 서준은 해맑게 웃으며 검집과 마검, 천잠사로 지은 옷을 챙겼다.

“혹시 이렇게 들고 가도 돼요?”

“물론입니다. 도련님께 드리려 구해온 물건들 아니겠습니까.”

“야호.”

서준이 히히 웃었다.

…그리고 조용히 등 뒤에 매달려있던 춘봉이 속삭였다.

“너 또 이상한 짓 하려고 그러지.”

“당연하지.”

“…위험한 짓은 하지 마.”

“히익…!”

서준의 눈이 부릅 뜨였다.

안 되겠다. 춘봉의 상태가 심각하다. 여기서 잔소리가 아니라 걱정이 나온다고?

“총관님, 아무래도 제가 좀 빨리 가봐야 될 것 같아서요.”

총관에게 인사한 뒤 빠르게 방으로 돌아온 서준이 춘봉을 내려둔 채 그 앞에 섰다.

“똑바로 서라, 금춘봉…!”

“왜애….”

밍기적밍기적 차렷 자세를 취한 춘봉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서준은 습관적으로 흐뭇하게 웃으며 춘봉을 번쩍 들어올렸다가…, 다시 내려두었다.

“너, 언제까지 나랑만 찰싹 붙어있을 거야.”

“평생…?”

“흠. 그럴까?”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