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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듯 길었던 용봉지회, 그 마지막 대련.
결승에 진출한 두 후기지수를 치하하기 위해 소림의 방장 덕성이 짧은 연설을 마쳤다.
대련장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관중들이 몰렸다.
연무장 위에 선 춘봉이 맑은 두 눈을 반짝였다.
“안 질 거야, 언니.”
“응. 나도 쉽게 져주진 않을 거야.”
남궁수아가 옅게 웃으며 대검을 뽑아들었다.
- 시작하시오!
심판의 선언이 울리고도 두 무인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둘 모두 서로의 실력을 잘 알았고, 비교적 앞서 있는 남궁수아라 해도 한 번의 실수로 어이없게 패배할 수 있음을 알았다.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르던 어느 한 순간.
사아아────────
옅은 바람이 불었다. 미세한 균형이 틀어진 찰나, 춘봉이 달렸다.
타악-!
그녀는 몸을 날리며 서준의 조언을 가슴 속에 새겼다.
의심은 없었다. 이런 부분에서 오빠는 틀리지 않는다.
날 듯이 달린 춘봉이 곧장 검을 출수했다.
청룡분운(靑龍分雲).
쾌의 묘를 담은 그녀의 검이 흐릿해지며 일순 십수 번의 참격이 남궁수아를 덮쳤다.
쉬쉬식-! 시야를 가득 채운 검을 보며 남궁수아가 웃었다.
“그새 이만큼이나….”
며칠 전 보았던 검보다 훨씬 날카롭다. 파츳-! 일순 남궁수아의 전신에서 전류가 튀었다.
우르릉-!
기다란 대검이 전방을 갈라냈다. 춘봉의 검격이 거대한 힘에 의해 흩어진다.
남궁수아는 즉시 발을 앞으로 뻗었다. 대검을 올려친 힘이 더해지자, 그녀의 몸이 나아가며 빙글 회전한다.
곧바로 이 격. 창궁무애검법을 펼쳐낸다.
츠츠츳-! 횡으로 휘둘러지는 대검에 맞서 춘봉은 양손으로 틀어쥔 검을 힘껏 휘둘렀다.
청룡파천(靑龍破天).
콰아아아앙─────────!!!
검의 위력은 백중세. 허나 대검을 쓰는 남궁수아보다 춘봉이 빠르다.
튕겨나가려는 몸을 바로잡은 춘봉이 곧장 다음 초식을 연계했다.
청룡출두(靑龍出頭).
아홉 갈래로 뻗어진 검이 남궁수아의 전신을 노린다.
‘춘봉신공?’
남궁수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자세히 보아도 분간할 수 없다. 그것이 춘봉신공의 무서움이다.
결국 남궁수아는 대검을 꽉 움켜쥐었다.
춘봉신공은 서준이 창시한 무공이다. 남궁수아의 수준에서 기감으로 파악하려 드는 것은 악수(惡手).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감과, 그녀가 아는 금 매의 심리뿐.
‘내가 아는 금 매라면….’
여기서 춘봉신공을 사용한다.
츠츳-! 대검에 맺힌 검기가 뇌기로 화했다. 위력보다는 속도. 빠르게 허초를 걷어내고 곧장 공격으로 잇는다.
우르릉──────────!!
남궁수아의 대검이 그 길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르게 휘둘러졌다.
벼락이 된 대검이 춘봉의 검과 맞닿고,
꽈아아앙────────!!
그대로 튕겨나갔다.
“읏…!”
허초가 아니다! 청룡출두가 남궁수아의 전신을 덮쳤다.
남궁수아는 급한 대로 몸을 비틀어 피하고, 튕겨나간 대검을 끌어당겨 전신을 가렸다.
카가강-!
촤악-! 피가 튀었다. 아홉 번의 검격 중 대처하지 못한 일검이 남궁수아의 옆구리를 스쳤다.
남궁수아는 이를 악문 채 몸을 회전시켰다. 스치는 검의 방향대로 돌며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대로 발을 뻗어 춘봉의 가슴을 후려찼다.
뻐억-! 팔로 막아낸 춘봉이 뒤로 주욱 밀려났다.
“히히.”
서준을 닮은 웃음. 춘봉이 저린 팔을 털어내며 검을 겨눴다.
“이제 시작이야!”
검과 검이 부딪히는 충격에 연무장이 들썩인다.
춘봉은 빠르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남궁수아의 빈틈을 노렸고, 남궁수아는 부드럽게 움직여 춘봉의 검을 막아내는 동시에 반격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궁수아의 전신에 상처가 새겨졌다.
실력 자체는 남궁수아가 앞서나, 심리전에서 족족 밀린 까닭이다.
남궁수아의 입장에서는 춘봉신공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바. 춘봉에 비해 신경 써야 할 것이 두 배였고, 그것이 그녀가 밀리는 이유였다.
“하아…. 하아….”
남궁수아는 숨을 몰아쉬며 춘봉을 바라보았다.
오늘 대련에서 춘봉은 단 한 번도 춘봉신공을 사용하지 않았다.
허초라 생각한 것들은 모두 실초였고, 괜한 착각에 빠진 남궁수아는 그때마다 손해를 보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숨을 고르던 춘봉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언니, 설렁설렁 하지 마.”
─설렁설렁 하다니? 언뜻 듣기에는 남궁수아의 평정을 흐트러뜨리기 위한 도발 같았으나, 남궁수아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래 보여?”
“응. 아무리 그래도 언니가 이렇게까지 밀릴 리가 없잖아.”
“그런가?”
기실 춘봉신공의 공략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춘봉신공은 결국 환(幻)에 기반한 무공. 물리력을 가지지 못한다.
막아낼 수밖에 없는 일격은 결국 청운신검으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춘봉이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말했다.
“나는, 물론 이기고 싶지만…. 찝찝하게 이기는 건 싫어.”
“…응.”
“정정당당하게 금가의 이름을 드높일 거야.”
서준에게 조언받은 것은 괜찮다.
‘걔 능력이 내 능력이지.’
금춘봉과 이서준은 따로 떼어낼 수 없는, 반쯤 일체화된 무언가다.
하지만 남궁수아가 전력을 다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자존심이 상한다.
제멋대로인 기준이라지만, 춘봉은 그렇게 생각했다.
억지 좀 부리면 어때.
춘봉이 삐죽 웃었다.
“간닷…!”
외치며 달려들었다. 남궁수아는 그 모습을 보았다.
금 매. 귀여운 여동생 같은 아이.
그 얼굴은 흥분으로 붉게 달아올랐고, 만면에는 환한 미소가 깃들었다.
최선을 다한다고는 했지만─ 금 매가 얼마나 우승을 바라는지 아는 탓이었을까?
저도 모르는 새 깃든 미혹을 금 매는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저 표정을 망치고 싶지는 않다.
마음을 다잡은 남궁수아가 한계 그 너머에 손을 뻗었다.
우르릉────────!!
벼락이 내리친다. 제왕검형이 펼쳐지며 일대를 뇌전이 감싸고, 중앙에 선 남궁수아가 푸르게 번뜩이는 눈으로 춘봉을 바라보았다.
“그래.”
양손으로 대검을 움켜쥐고, 한 걸음 앞으로.
“지지 않을게.”
부릅 뜨인 남궁수아의 두 눈에서 벼락이 터졌다. 전신에서 푸른 뇌전을 줄기줄기 뿜어내며, 남궁수아가 힘껏 대검을 휘둘렀다.
츠아아악────────!!
푸른 궤적 아래로 몸을 숙인 춘봉이 달려든다. 남궁수아가 발을 굴렀다.
번쩍-! 춘봉의 눈앞에서 뇌전이 터져나왔다. 춘봉은 급히 몸을 틀며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일순 퍼져나가던 모든 뇌전이 정지했다. 대검을 높이 치켜든 남궁수아. 모든 벼락이 그녀의 검에 깃들며 짙푸른 검기가 하늘 끝까지 뻗었다.
관중들은 느닷없이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에 전율했다.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했다.
콰르릉-!
벼락의 주인이 대검을 내리친다. 아직 허공에 떠있는 춘봉이 그 일격을 피할 방법은 없어보였다.
즉, 춘봉신공이 봉인된 듯보였다.
하지만 남궁수아는 춘봉을 알았다. 오라비인 서준을 닮은 그녀다. 어떤 상황에서도 허를 찌를 방법을 찾아낼 터.
‘이번에는 확실해.’
어떻게든, 반드시 춘봉신공을 사용한다.
허나 남궁수아는 신중했다. 하나의 가능성에 모든 판돈을 걸지 않았다.
우르릉─────────!!!
반 호흡 빠르게 대검을 내리베어 허초를 펼치고, 곧장 앞발을 축으로 회전하며 전력을 담아 벼락을 터뜨렸다.
청운신검이든, 춘봉신공이든, 모두 대처할 수 있는 차선의 수.
몰아치는 벼락을 보며 춘봉이 웃었다.
‘역시 우리 오빠.’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가 한 조언은 간단했다. 춘봉신공을 쓰지 마라. 그 어떤 상황에서도.
생각이 깊은 남궁수아라면 춘봉신공을 경계하며 최선이 아닌 차선의 수를 펼칠 것이다.
한 발 앞선 남궁수아지만, 그녀가 차선의 수를 펼칠 때 춘봉이 최선의 수를 펼친다면 춘봉에게도 승산이 있었다.
‘근데….’
생각보다 너무 센데?
눈앞을 가득 메운 벼락은 결코 자신의 최선보다 못하지 않았다. 대련을 치르며 또 한 번 성장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결착이 나지 않을 테고, 승부가 길어지면 자신의 전략이 읽힐 수도 있었다.
“흐읍…!”
춘봉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번 일검으로 끝낸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오빠의 조언은 충분히 힘이 되었으니, 이제는 그녀 스스로 나아가야 할 때.
춘봉은 눈앞의 길을 보았다. 여러 갈래로 뻗어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길. 하지만 그녀는 고민하지 않았다. 이미 길을 정했으니, 그저 앞으로 나아간다.
그녀는 심상 속 이서준……, 은 잠시 저리 치워두고, 중앙에 똬리를 틀고 있는 용을 흔들어 깨웠다.
백금빛 용이 잠에서 깨어나 하늘을 향해 포효한다.
흐른 시간은 찰나.
시야를 가득 메운 푸른 벼락을 바라보며, 춘봉이 읊조렸다.
“청룡각몽효천지(靑龍覺夢哮天地).”
춘봉의 눈동자가 은은한 백금빛으로 빛났다. 몸 위에 걸친 장포가 펄럭이며 용포 속 용의 눈에 생기가 깃들었다.
휘몰아치는 푸른 벼락.
뻗어진 춘봉의 검이 고요히 나아갔다. 세상을 가득 채운 벼락 사이를 꿰뚫었다. 구름을 부리는 용이 뇌우(雷雨)를 누빈다.
베여나간 벼락이 그녀에게 길을 내어주고,
우우웅────────
춘봉의 검에서 울린 검명이 용처럼 포효했다.
“…….”
이내 지독한 정적이 흘렀다. 그 누구도 섣불리 소리를 내지 못했다.
남궁수아가 쓰게 웃었다.
“축하해, 금 매.”
곧게 뻗어진 춘봉의 검이 남궁수아의 목에 닿아있었다.
- 승자! 신검금가의…! 금희……!
악을 쓰는 듯한 심판의 선언. 춘봉은 달뜬 호흡을 내쉬며 검을 드높이 치켜들었다.
한계까지 차오른 숨이 터져나오고, 우승에 대한 애매한 실감에 가슴이 묘하게 술렁였다.
우우웅────────────
다시 한 번 그녀의 검이 검명을 토해냈다. 손끝에 느껴지는 진동에 가슴이 떨려온다.
“아…!”
문득 차오르는 실감에 머리가 하얗게 달아올랐다.
춘봉은 방긋 웃으며, 가슴 속에 자리잡은 용의 존재를 느끼며, 몰아치는 희열에 신음하며, 목끝에 맺힌 묵은 한을 토해내었다.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저, 희가…! 희가……. 금가의, 위상을……!”
채 말조차 끝맺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내는 우승자에게 천지를 울리는 거대한 함성이 쏟아졌다.
와아아아아─────────!!!
이 자리의 모든 이들이 금가의 부활을 축하하는 듯했다.
입술을 꾹 깨문 채 펑펑 눈물을 흘리던 춘봉은 크응-, 코를 훌쩍이며 내심 생각했다.
‘…다행이다.’
이번에는 이름 안 헷갈려서.
“신검금가의 금희는 앞으로 나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