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83 lines
11 KiB
Markdown
283 lines
11 KiB
Markdown
|
||
춘봉의 나는 귀엽잖아 선언.
|
||
|
||
춘봉 딴에는 나름 진지하게 한 이야기였지만, 양소홍 입장에서는 그 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
||
|
||
“…그래, 알겠소. 나머지는 실력으로 증명할 뿐.”
|
||
|
||
양소홍이 창날을 땅에 가깝게 낮추며 기수식을 취했다.
|
||
|
||
춘봉은 삐죽 입술을 내밀며 검을 뽑아들었다.
|
||
|
||
“자기가 물어봐놓고서는.”
|
||
|
||
느닷없이 실망했다느니 뭐니 무례한 말을 한 게 누군데.
|
||
|
||
하지만 춘봉은 자비로운 마음씨로 그를 용서했다. 사실 용서라기 보다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말이 옳았다.
|
||
|
||
양소홍? 어차피 오늘이 지나면 거의 볼 일도 없는 사람이다.
|
||
|
||
가문 욕을 한 것도 아닌 만큼 봐주기로 했다.
|
||
|
||
그러다 문득, 춘봉은 사회 생활 모드가 풀렸음을 깨닫고 곧장 말투를 고쳤다.
|
||
|
||
“그래요. 시작하죠.”
|
||
|
||
그들의 대화를 듣던 심판이 손을 치켜들었다. 심판의 손이 하늘을 가리키고, 이내 떨어져내렸다.
|
||
|
||
- 시작!
|
||
|
||
파악-! 심판의 손이 떨어짐과 동시에 양소홍이 앞발을 주욱 밀었다. 동시에 허리를 비틀며, 창을 쥔 오른팔을 크게 뒤로 당겼다.
|
||
|
||
왼손은 앞으로. 펼친 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 놓인 창이 춘봉의 가슴을 겨눈다.
|
||
|
||
‘찌르기.’
|
||
|
||
춘봉은 직감했다. 그녀는 옆으로 피하는 대신 앞으로 나아갔다.
|
||
|
||
파라락-! 용포가 휘날리며 춘봉의 신형이 가볍게 바람을 갈랐다.
|
||
|
||
‘오빠의 조언대로라면….’
|
||
|
||
이 대련조차 수아 언니와의 대련을 위한 포석이다.
|
||
|
||
쐐액-!
|
||
|
||
양소홍의 창이 가공할 기세를 품고 쏘아져들어온다. 춘봉의 눈이 창끝을 보았다. 짓쳐드는 하나의 점.
|
||
|
||
“흡…!”
|
||
|
||
춘봉신공을 극성으로 발휘함과 동시에 운류청천을 펼쳤다.
|
||
|
||
카가각-!
|
||
|
||
원을 그린 검이 창의 궤적을 틀어낸다. 춘봉은 곧장 나아갔다. 양소홍은 빠르게 창을 회수하며 다시금 여러 번의 찌르기를 날렸다.
|
||
|
||
쉬쉬쉬쉭-!
|
||
|
||
십수 번의 찌르기가 날아드는 모습은 십수 개의 점이 날아드는 모습과 비슷하다. 창에 달린 붉은 수실이 시선을 교란하며 점의 모습을 숨겼다.
|
||
|
||
양소홍 역시 춘봉신공을 의식하고 있음이 분명해보였다. 춘봉신공을 견제하기 위해 굳이 넓은 범위를 노리는 것일 터.
|
||
|
||
춘봉이 씩 웃었다.
|
||
|
||
청룡파천(靑龍破天).
|
||
|
||
춘봉의 단전, 상상 이상으로 많은 양의 내공이 단번에 솟구친다.
|
||
|
||
콰르륵-!
|
||
|
||
춘봉의 검에 청룡의 형상이 어렸다. 하지만 서준의 황룡파천과는 다르다. 용 자체의 형상이 흐릿하다.
|
||
|
||
기공(氣功)에 가까운 서준의 검과 달리, 춘봉은 검 자체에 패검(覇劍)의 묘를 담았다.
|
||
|
||
콰아아악─────────!!!
|
||
|
||
투웅-! 솟구친 춘봉의 검이 양소홍의 창을 아예 위로 튕겨올려버렸다.
|
||
|
||
“무슨, 힘이…!”
|
||
|
||
양소홍은 당황하면서도 창을 회전시켰다. 솟구쳐올라간 창 머리를 뒤로 돌리고, 그 힘을 이용해 창미(槍尾, 창날의 반대 부분)를 힘껏 위로 쳐올렸다.
|
||
|
||
쉬익-!
|
||
|
||
살짝 고개를 기울여 피해낸 춘봉이 곧장 다음 초식을 연계했다.
|
||
|
||
청룡출두(靑龍出頭).
|
||
|
||
춘봉의 검이 잔영을 남기며 분열한다. 아홉 갈래로 뻗어져나가는 그녀의 검은 환(幻)과 변(變)의 묘리를 담은 채 양소홍을 덮쳤다.
|
||
|
||
“크윽…!”
|
||
|
||
양소홍은 이를 악문 채 마주 초식을 전개했다. 용호상박(龍虎相搏). 용과 호랑이의 용맹함을 담은 듯 거칠고 강맹한 초식이다.
|
||
|
||
창대가 구불구불 휘어지며 용의 형상을 그리고, 휘어지는 창대 끝에 매달린 창날이 호랑이의 발톱처럼 휘둘러졌다.
|
||
|
||
양소홍은 거대한 반발력을 예상하며 창을 쥔 손에 굳게 힘을 주었다.
|
||
|
||
팅-
|
||
|
||
“허?”
|
||
|
||
양소홍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춘봉의 검이 맥없이 튕겨나간다. 춘봉의 입꼬리가 비죽 올라갔다.
|
||
|
||
“걸렸다.”
|
||
|
||
청룡파천으로 검의 위력이 심상치 않음을 암시하고, 즉시 허초에 가까운 청룡출두를 펼쳐낸 것이다.
|
||
|
||
힘이 거의 담기지 않은 청룡출두는 춘봉신공의 힘을 빌려 양소홍의 심상 속 강맹한 모습으로 위장했다.
|
||
|
||
당연히 힘껏 맞받아친 양소홍은 빈틈투성이가 되었고,
|
||
|
||
쐐액-!
|
||
|
||
춘봉의 검끝이 그의 턱밑에 닿았다.
|
||
|
||
“수고했어요.”
|
||
|
||
- 승자…! 신검금가의 금희…!
|
||
|
||
*
|
||
|
||
“아…!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
||
|
||
양소홍은 창을 쥔 손을 파르르 떨더니 연무장을 내려갔다. 자세히는 몰라도 뭔가 굉장히 분한 모양이다.
|
||
|
||
‘내 알 바는 아니지.’
|
||
|
||
원래 세상에는 희한한 사람이 많다.
|
||
|
||
춘봉은 히히 웃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연무장을 내려갔다.
|
||
|
||
와아아아아─────────!!
|
||
|
||
하남이 떠나갈 듯 울리는 환호성. 저 모든 목소리가 춘봉 자신을 향하고 있다.
|
||
|
||
이제는 멀게 느껴지는 과거, 신검금가의 모습을 잠시 추억하던 춘봉은 당당한 걸음걸이로 서준에게 다가갔다.
|
||
|
||
“봤냐!”
|
||
|
||
“우리 춘부이 대단해!”
|
||
|
||
춘봉의 몸이 번쩍 들렸다. 익숙해진 부유감을 즐기며, 춘봉이 양손을 쭈욱 치켜들었다.
|
||
|
||
“나, 강림.”
|
||
|
||
“누, 눈부셔…!”
|
||
|
||
“찬양하라!”
|
||
|
||
“오오…!”
|
||
|
||
서준의 칭찬 세례를 받던 춘봉은 문득 그 옆에서 조용히 미소 짓고 있는 남궁수아를 바라보았다.
|
||
|
||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적수. 이번에 한해서만은 천마이자 사흑련주와도 같은 상대…!
|
||
|
||
비죽 미소 지은 춘봉이 남궁수아를 견제하듯 자랑했다.
|
||
|
||
“춘봉신공 이거 말이 안 된다니까 진짜? 강약조절 좀 해주면 다들 정신을 못 차려.”
|
||
|
||
“원래 그 정도는 아니야. 네가 써서 그런 거지.”
|
||
|
||
“응?”
|
||
|
||
예상과 다른 대답에 춘봉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준이 설명했다.
|
||
|
||
“나도 이제야 알았는데, 청운신검 이게 말이 안 돼.”
|
||
|
||
대부분의 검술은 주된 묘리라는 것이 있다.
|
||
|
||
남궁세가의 제왕검형으로 예를 들자면 패(覇)와 중(重)이 그렇다.
|
||
|
||
보조적으로 쾌(快)가 있으며, 제왕검형을 사용하는 이에 따라 다른 묘리를 섞을 수는 있겠지만 검법 자체가 지향하는 묘리 자체는 중과 패가 지배적이다.
|
||
|
||
하지만 황운신검과 청운신검은 아니다. 이건 그냥 온갖 묘리를 전부 때려박은 검법이다.
|
||
|
||
서준이 황운신검을 반쯤 가라로 기공에 가깝게 써서 그렇지─ 제대로 펼친다면 그 위력도, 난이도도 말이 안 되는 검법이다.
|
||
|
||
굳이 그 묘리에 이름을 붙이자면 만검(萬劍).
|
||
|
||
“그만큼 어렵긴 한데, 제대로 펼칠 수만 있으면 그냥 개사기 검법이야. 특히 춘봉신공이랑 궁합이 너무 좋아.”
|
||
|
||
무수한 묘리를 펼쳐내는 검법과, 상대의 심상에 각인된 모습을 환각처럼 펼쳐내는 무공.
|
||
|
||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욕밖에 안 나올 거다. 지금 휘둘러지는 검이 어떤 검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으니.
|
||
|
||
양소홍도 허초로 펼친 청룡출두를 패검(覇劍)인 줄 알고 받아쳤다가 그대로 패배한 것 아닌가.
|
||
|
||
“오오….”
|
||
|
||
춘봉의 눈이 반짝였다.
|
||
|
||
그래, 오빠도 알긴 아는 것이다. 신검금가의 검법이 얼마나 대단한지.
|
||
|
||
그에 뒤지지 않을 만큼 대단한 춘봉신공은 또 어떤가!
|
||
|
||
그 모든 걸 전부 익힌 자신은 또또 어떻고…!
|
||
|
||
“음! 좋아! 날 목마 태우고 귀가할 수 있는 영광을 주지!”
|
||
|
||
기분이 아주 좋아진 춘봉은 서준에게 상을 내렸다.
|
||
|
||
“야호!”
|
||
|
||
서준의 기분도 아주 좋아졌다.
|
||
|
||
*
|
||
|
||
다음날 치러진 남궁수아와 혜운의 대련은 무난하게 남궁수아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
||
|
||
나름의 깨달음을 얻어 절정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실력의 혜운이었으나, 초절정에 가까운 남궁수아와는 격차가 꽤 있었다.
|
||
|
||
이로써 용봉지회의 우승을 두고 다툴 두 명의 후기지수가 결정되었다.
|
||
|
||
남궁세가의 남궁수아와, 신검금가의 금희.
|
||
|
||
화산의 비무 대회를 기억하는 몇몇 호사가들은 말했다.
|
||
|
||
“그때는 분명 무면설검을 상대로 남궁지화가 승리했었지.”
|
||
|
||
“무면설검? 그건 또 누군가?”
|
||
|
||
“누구겠나. 신검금가의 후계자지. 그때는 금가의 후계자라는 것조차 밝히지 않았으나, 뛰어난 실력과 면사로 가린 얼굴 탓에 그런 별호가 붙었네.”
|
||
|
||
“허어, 그러면 이번에도 남궁지화가 이기려나?”
|
||
|
||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그때도 남궁지화가 꽤 아슬아슬하게 승리했었던 것 같은데…. 다만.”
|
||
|
||
“다만?”
|
||
|
||
“용봉지회를 보니 확실히 남궁지화가 우세해 보이기는 하더군.”
|
||
|
||
그렇다.
|
||
|
||
춘봉과 남궁수아의 전적은 남궁수아를 기준으로 1승 0패.
|
||
|
||
남궁수아가 10할의 승률로 압도적인 전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
||
|
||
“야이…! 뭔 10할 같은 소리야! 이, 씻팔…! 한 번밖에 안 싸웠잖아!”
|
||
|
||
“어허, 춘부이 착하지? 나쁜말은 금지야.”
|
||
|
||
“내가 언제! 나쁜말 안 했거든? 십 할이라고! 십 할!”
|
||
|
||
춘봉이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
||
|
||
준결승이 끝난 뒤 결승전을 준비하며, 그녀는 부단히도 남궁수아를 경계했다.
|
||
|
||
평소에는 같이 하던 수련도 홀로 구석에 틀어박혀 남궁수아에게 보여주지 않았으며, 혹여나 속내가 읽힐까 대화를 할 때도 조심조심 말을 삼갔다.
|
||
|
||
남궁수아는 그런 그녀가 귀여웠는지 쿡쿡 웃기만 했지만….
|
||
|
||
아무튼 춘봉이 용봉지회의 우승에 굉장한 열의를 쏟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
||
|
||
심지어 춘봉은 때때로 야심한 밤에 몰래 서준의 소매를 잡아끌어 훈련에 동참시키기도 했다.
|
||
|
||
조금만 날이 어두워져도 꾸벅꾸벅 졸던 그 금춘봉이…!
|
||
|
||
“하암…. 빨리 나와…. 나 잠들기 전에….”
|
||
|
||
서준은 춘봉의 열의에 감격하여 그녀의 수련을 열심히 도왔다.
|
||
|
||
확실히, 정통 청운신검을 구사하는 춘봉의 검술은 범상치 않았다.
|
||
|
||
때때로 번뜩이는 천재적인 재능은 난도 높은 청운신공의 틀 안에서 서준조차 놀랄 만한 예기를 뽐내기도 했다.
|
||
|
||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침내 용봉지회의 마지막 날.
|
||
|
||
결승전이자, 춘봉 리벤지 매치, 오빠 선물 챙기러 가는 금춘봉의 굳은 결심….
|
||
|
||
- 신검금가의 금희…!
|
||
|
||
연무장 위에 선 춘봉이 무겁게 가라앉은 눈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
||
|
||
‘오늘이야.’
|
||
|
||
오늘, 이곳에서. 신검금가가 진정한 의미로 부활한다.
|
||
|
||
챱챱, 제 말랑한 볼살을 두드린 춘봉의 눈이 매섭게 뜨였다.
|
||
|
||
“내가 이겨.”
|
||
|
||
금가의 피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