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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나는 귀엽잖아 선언.
춘봉 딴에는 나름 진지하게 한 이야기였지만, 양소홍 입장에서는 그 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래, 알겠소. 나머지는 실력으로 증명할 뿐.”
양소홍이 창날을 땅에 가깝게 낮추며 기수식을 취했다.
춘봉은 삐죽 입술을 내밀며 검을 뽑아들었다.
“자기가 물어봐놓고서는.”
느닷없이 실망했다느니 뭐니 무례한 말을 한 게 누군데.
하지만 춘봉은 자비로운 마음씨로 그를 용서했다. 사실 용서라기 보다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말이 옳았다.
양소홍? 어차피 오늘이 지나면 거의 볼 일도 없는 사람이다.
가문 욕을 한 것도 아닌 만큼 봐주기로 했다.
그러다 문득, 춘봉은 사회 생활 모드가 풀렸음을 깨닫고 곧장 말투를 고쳤다.
“그래요. 시작하죠.”
그들의 대화를 듣던 심판이 손을 치켜들었다. 심판의 손이 하늘을 가리키고, 이내 떨어져내렸다.
- 시작!
파악-! 심판의 손이 떨어짐과 동시에 양소홍이 앞발을 주욱 밀었다. 동시에 허리를 비틀며, 창을 쥔 오른팔을 크게 뒤로 당겼다.
왼손은 앞으로. 펼친 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 놓인 창이 춘봉의 가슴을 겨눈다.
‘찌르기.’
춘봉은 직감했다. 그녀는 옆으로 피하는 대신 앞으로 나아갔다.
파라락-! 용포가 휘날리며 춘봉의 신형이 가볍게 바람을 갈랐다.
‘오빠의 조언대로라면….’
이 대련조차 수아 언니와의 대련을 위한 포석이다.
쐐액-!
양소홍의 창이 가공할 기세를 품고 쏘아져들어온다. 춘봉의 눈이 창끝을 보았다. 짓쳐드는 하나의 점.
“흡…!”
춘봉신공을 극성으로 발휘함과 동시에 운류청천을 펼쳤다.
카가각-!
원을 그린 검이 창의 궤적을 틀어낸다. 춘봉은 곧장 나아갔다. 양소홍은 빠르게 창을 회수하며 다시금 여러 번의 찌르기를 날렸다.
쉬쉬쉬쉭-!
십수 번의 찌르기가 날아드는 모습은 십수 개의 점이 날아드는 모습과 비슷하다. 창에 달린 붉은 수실이 시선을 교란하며 점의 모습을 숨겼다.
양소홍 역시 춘봉신공을 의식하고 있음이 분명해보였다. 춘봉신공을 견제하기 위해 굳이 넓은 범위를 노리는 것일 터.
춘봉이 씩 웃었다.
청룡파천(靑龍破天).
춘봉의 단전, 상상 이상으로 많은 양의 내공이 단번에 솟구친다.
콰르륵-!
춘봉의 검에 청룡의 형상이 어렸다. 하지만 서준의 황룡파천과는 다르다. 용 자체의 형상이 흐릿하다.
기공(氣功)에 가까운 서준의 검과 달리, 춘봉은 검 자체에 패검(覇劍)의 묘를 담았다.
콰아아악─────────!!!
투웅-! 솟구친 춘봉의 검이 양소홍의 창을 아예 위로 튕겨올려버렸다.
“무슨, 힘이…!”
양소홍은 당황하면서도 창을 회전시켰다. 솟구쳐올라간 창 머리를 뒤로 돌리고, 그 힘을 이용해 창미(槍尾, 창날의 반대 부분)를 힘껏 위로 쳐올렸다.
쉬익-!
살짝 고개를 기울여 피해낸 춘봉이 곧장 다음 초식을 연계했다.
청룡출두(靑龍出頭).
춘봉의 검이 잔영을 남기며 분열한다. 아홉 갈래로 뻗어져나가는 그녀의 검은 환(幻)과 변(變)의 묘리를 담은 채 양소홍을 덮쳤다.
“크윽…!”
양소홍은 이를 악문 채 마주 초식을 전개했다. 용호상박(龍虎相搏). 용과 호랑이의 용맹함을 담은 듯 거칠고 강맹한 초식이다.
창대가 구불구불 휘어지며 용의 형상을 그리고, 휘어지는 창대 끝에 매달린 창날이 호랑이의 발톱처럼 휘둘러졌다.
양소홍은 거대한 반발력을 예상하며 창을 쥔 손에 굳게 힘을 주었다.
팅-
“허?”
양소홍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춘봉의 검이 맥없이 튕겨나간다. 춘봉의 입꼬리가 비죽 올라갔다.
“걸렸다.”
청룡파천으로 검의 위력이 심상치 않음을 암시하고, 즉시 허초에 가까운 청룡출두를 펼쳐낸 것이다.
힘이 거의 담기지 않은 청룡출두는 춘봉신공의 힘을 빌려 양소홍의 심상 속 강맹한 모습으로 위장했다.
당연히 힘껏 맞받아친 양소홍은 빈틈투성이가 되었고,
쐐액-!
춘봉의 검끝이 그의 턱밑에 닿았다.
“수고했어요.”
- 승자…! 신검금가의 금희…!
“아…!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양소홍은 창을 쥔 손을 파르르 떨더니 연무장을 내려갔다. 자세히는 몰라도 뭔가 굉장히 분한 모양이다.
‘내 알 바는 아니지.’
원래 세상에는 희한한 사람이 많다.
춘봉은 히히 웃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연무장을 내려갔다.
와아아아아─────────!!
하남이 떠나갈 듯 울리는 환호성. 저 모든 목소리가 춘봉 자신을 향하고 있다.
이제는 멀게 느껴지는 과거, 신검금가의 모습을 잠시 추억하던 춘봉은 당당한 걸음걸이로 서준에게 다가갔다.
“봤냐!”
“우리 춘부이 대단해!”
춘봉의 몸이 번쩍 들렸다. 익숙해진 부유감을 즐기며, 춘봉이 양손을 쭈욱 치켜들었다.
“나, 강림.”
“누, 눈부셔…!”
“찬양하라!”
“오오…!”
서준의 칭찬 세례를 받던 춘봉은 문득 그 옆에서 조용히 미소 짓고 있는 남궁수아를 바라보았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적수. 이번에 한해서만은 천마이자 사흑련주와도 같은 상대…!
비죽 미소 지은 춘봉이 남궁수아를 견제하듯 자랑했다.
“춘봉신공 이거 말이 안 된다니까 진짜? 강약조절 좀 해주면 다들 정신을 못 차려.”
“원래 그 정도는 아니야. 네가 써서 그런 거지.”
“응?”
예상과 다른 대답에 춘봉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준이 설명했다.
“나도 이제야 알았는데, 청운신검 이게 말이 안 돼.”
대부분의 검술은 주된 묘리라는 것이 있다.
남궁세가의 제왕검형으로 예를 들자면 패(覇)와 중(重)이 그렇다.
보조적으로 쾌(快)가 있으며, 제왕검형을 사용하는 이에 따라 다른 묘리를 섞을 수는 있겠지만 검법 자체가 지향하는 묘리 자체는 중과 패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황운신검과 청운신검은 아니다. 이건 그냥 온갖 묘리를 전부 때려박은 검법이다.
서준이 황운신검을 반쯤 가라로 기공에 가깝게 써서 그렇지─ 제대로 펼친다면 그 위력도, 난이도도 말이 안 되는 검법이다.
굳이 그 묘리에 이름을 붙이자면 만검(萬劍).
“그만큼 어렵긴 한데, 제대로 펼칠 수만 있으면 그냥 개사기 검법이야. 특히 춘봉신공이랑 궁합이 너무 좋아.”
무수한 묘리를 펼쳐내는 검법과, 상대의 심상에 각인된 모습을 환각처럼 펼쳐내는 무공.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욕밖에 안 나올 거다. 지금 휘둘러지는 검이 어떤 검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으니.
양소홍도 허초로 펼친 청룡출두를 패검(覇劍)인 줄 알고 받아쳤다가 그대로 패배한 것 아닌가.
“오오….”
춘봉의 눈이 반짝였다.
그래, 오빠도 알긴 아는 것이다. 신검금가의 검법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에 뒤지지 않을 만큼 대단한 춘봉신공은 또 어떤가!
그 모든 걸 전부 익힌 자신은 또또 어떻고…!
“음! 좋아! 날 목마 태우고 귀가할 수 있는 영광을 주지!”
기분이 아주 좋아진 춘봉은 서준에게 상을 내렸다.
“야호!”
서준의 기분도 아주 좋아졌다.
다음날 치러진 남궁수아와 혜운의 대련은 무난하게 남궁수아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나름의 깨달음을 얻어 절정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실력의 혜운이었으나, 초절정에 가까운 남궁수아와는 격차가 꽤 있었다.
이로써 용봉지회의 우승을 두고 다툴 두 명의 후기지수가 결정되었다.
남궁세가의 남궁수아와, 신검금가의 금희.
화산의 비무 대회를 기억하는 몇몇 호사가들은 말했다.
“그때는 분명 무면설검을 상대로 남궁지화가 승리했었지.”
“무면설검? 그건 또 누군가?”
“누구겠나. 신검금가의 후계자지. 그때는 금가의 후계자라는 것조차 밝히지 않았으나, 뛰어난 실력과 면사로 가린 얼굴 탓에 그런 별호가 붙었네.”
“허어, 그러면 이번에도 남궁지화가 이기려나?”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그때도 남궁지화가 꽤 아슬아슬하게 승리했었던 것 같은데…. 다만.”
“다만?”
“용봉지회를 보니 확실히 남궁지화가 우세해 보이기는 하더군.”
그렇다.
춘봉과 남궁수아의 전적은 남궁수아를 기준으로 1승 0패.
남궁수아가 10할의 승률로 압도적인 전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야이…! 뭔 10할 같은 소리야! 이, 씻팔…! 한 번밖에 안 싸웠잖아!”
“어허, 춘부이 착하지? 나쁜말은 금지야.”
“내가 언제! 나쁜말 안 했거든? 십 할이라고! 십 할!”
춘봉이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준결승이 끝난 뒤 결승전을 준비하며, 그녀는 부단히도 남궁수아를 경계했다.
평소에는 같이 하던 수련도 홀로 구석에 틀어박혀 남궁수아에게 보여주지 않았으며, 혹여나 속내가 읽힐까 대화를 할 때도 조심조심 말을 삼갔다.
남궁수아는 그런 그녀가 귀여웠는지 쿡쿡 웃기만 했지만….
아무튼 춘봉이 용봉지회의 우승에 굉장한 열의를 쏟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심지어 춘봉은 때때로 야심한 밤에 몰래 서준의 소매를 잡아끌어 훈련에 동참시키기도 했다.
조금만 날이 어두워져도 꾸벅꾸벅 졸던 그 금춘봉이…!
“하암…. 빨리 나와…. 나 잠들기 전에….”
서준은 춘봉의 열의에 감격하여 그녀의 수련을 열심히 도왔다.
확실히, 정통 청운신검을 구사하는 춘봉의 검술은 범상치 않았다.
때때로 번뜩이는 천재적인 재능은 난도 높은 청운신공의 틀 안에서 서준조차 놀랄 만한 예기를 뽐내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침내 용봉지회의 마지막 날.
결승전이자, 춘봉 리벤지 매치, 오빠 선물 챙기러 가는 금춘봉의 굳은 결심….
- 신검금가의 금희…!
연무장 위에 선 춘봉이 무겁게 가라앉은 눈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오늘이야.’
오늘, 이곳에서. 신검금가가 진정한 의미로 부활한다.
챱챱, 제 말랑한 볼살을 두드린 춘봉의 눈이 매섭게 뜨였다.
“내가 이겨.”
금가의 피가 뜨겁게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