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73 lines
15 KiB
Markdown
373 lines
15 KiB
Markdown
|
||
마인의 사지가 날아갔다. 바닥에서 꿈틀대는 마인. 그를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던 정파의 사내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
||
|
||
“천마…?”
|
||
|
||
말 한마디로 마인을 통제한다? 천마 외의 그 누가 이런 짓이 가능하단 말인가.
|
||
|
||
사내의 말에 천서준이 픽 웃었다.
|
||
|
||
“천마는 아니고.”
|
||
|
||
“그러면….”
|
||
|
||
“미래 천마쯤 되겠네.”
|
||
|
||
사내의 눈이 부릅 뜨였다.
|
||
|
||
“소, 소천마…!”
|
||
|
||
서준이 눈가를 찌푸렸다.
|
||
|
||
“그건 좀 기분 나쁜데. 내가 천마 따까리라고?”
|
||
|
||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
||
|
||
“됐고.”
|
||
|
||
퍼억-!
|
||
|
||
서준이 휘두른 손짓에 사내의 양팔이 날아갔다.
|
||
|
||
“아아악…! 왜, 왜…!”
|
||
|
||
“왜라니. 간첩 짓을 했으면 각오했어야지.”
|
||
|
||
“크윽…! 하지만 당신께서는 마교의 인물이 아닙니까…!”
|
||
|
||
“쉿.”
|
||
|
||
콰직-! 이번에는 사내의 양 다리가 날아갔다.
|
||
|
||
“끄으으윽…!”
|
||
|
||
꿈틀대는 두 사내의 아혈(啞穴)을 짚어 말을 할 수 없게 한 서준은 그들의 머리를 움켜잡고 걸음을 옮겼다.
|
||
|
||
비밀 공간을 벗어나 문주전의 천장을 부수고, 그대로 솟구쳐 지붕 위에 선 천서준이 목소리에 마기를 담아 사자후를 펼쳤다.
|
||
|
||
“들으라─────!!”
|
||
|
||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문파의 모든 무인들이 기겁해 서준을 바라보았다.
|
||
|
||
이내 그가 양손에 쥔 두 사내를 치켜들자 무인들 사이에 동요가 퍼져나갔다.
|
||
|
||
“무, 문주님…?”
|
||
|
||
“도대체 저게….”
|
||
|
||
“지금 뭣들 하느냐! 정신 차려라! 적이다! 검을 뽑아라!”
|
||
|
||
개중 빠르게 정신을 차린 무인 하나가 투지를 끌어올리며 검을 뽑았다.
|
||
|
||
그에 호응하듯 다른 무인들 역시 재빨리 검을 뽑으며 문주전 주위를 포위했다.
|
||
|
||
서준은 그들을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
||
|
||
“네놈들의 문주가 같잖은 짓을 일삼아 신교(神敎)의 이름을 더럽혔으니, 내 친히 놈을 손봐주었다.”
|
||
|
||
신교…!
|
||
|
||
마교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에 문도들이 이를 갈았다.
|
||
|
||
“노옴…!”
|
||
|
||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 무인 하나가 땅을 박차고 서준에게 달려들었다.
|
||
|
||
서준은 간단히 대응했다.
|
||
|
||
피피핏-!
|
||
|
||
지탄을 여럿 쏘아내 무인의 혈을 점하자 그가 뻣뻣하게 굳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
||
|
||
혀를 찬 서준이 말했다.
|
||
|
||
“문주전 밑에 비밀 공간이 있다. 그곳에 양민들이 갇혀있으니 돌보도록 해라.”
|
||
|
||
“헛소리!”
|
||
|
||
“네놈들의 문주는 신교에 기생하는 버러지와 거래했다. 너희의 일을 대신 해주었으니 감사한 줄 알도록.”
|
||
|
||
“닥쳐라! 이 쳐죽일 놈…! 당장 네놈의 목을 베어 문주님의 원한을 갚겠다!”
|
||
|
||
나름 친절히 설명까지 해주었으나, 무인들의 분노는 갈수록 커져만 갔다.
|
||
|
||
보아하니 이들은 마교와 연이 없다. 대뜸 문파 하나를 멸문시키기에는 서준도 양심이 있었으니, 대신 기세를 발해 일대를 찍어눌렀다.
|
||
|
||
쿠우우웅──────────!!!
|
||
|
||
제왕검형을 알아볼 수 없게 비틀어 마기로 발현한 무공이다.
|
||
|
||
이전에는 별 효용이 없었으나, 이제는 다르다. 화경이라는 경지와 별개로 제왕검형의 공능을 빌려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했다.
|
||
|
||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천마군림보.
|
||
|
||
무인 중 대부분이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땅에 얼굴을 처박았다.
|
||
|
||
개중 뛰어난 몇몇, 절정 중기쯤 되는 이들은 간신히 쓰러지지 않았으나, 그저 버텨냈을 뿐 꼼짝도 하지 못하는 신세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
||
|
||
“크윽…!”
|
||
|
||
“어, 어찌 이런 일이…!”
|
||
|
||
서준은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지붕 위 높이 솟은 장식에 문주와 마인을 처박았다.
|
||
|
||
콰앙-!
|
||
|
||
고정된 두 사내의 몸이 바람에 흔들린다.
|
||
|
||
“다시 말하지. 문주전 밑 비밀 공간에 양민들이 있으니 그들을 구하라. 본좌는 신교의 이름이 이까짓 일로 더럽혀지기를 원치 않는다.”
|
||
|
||
퍼억-! 동시에 문주와 마인의 머리가 박살났다. 숨이 끊어진 시체 두 구가 드높은 곳에 전시됐다.
|
||
|
||
서준은 지붕 위에서 내려와 무인들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
||
|
||
태연한 걸음이었으나, 그를 제지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
|
||
문도들은 천마군림보의 압박에 신음하며 그를 바라만 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바르작대는 문도들의 곡소리가 문파를 가득 메웠다.
|
||
|
||
한 무인이 지나치는 서준을 향해 악을 썼다.
|
||
|
||
“우리가 왜…! 네놈의 뜻을 따라야 하느냐…!”
|
||
|
||
“얻을 것이 있으니까.”
|
||
|
||
“개소리 마라! 뭘 얻는다는 거냐!”
|
||
|
||
서준이 무인의 눈을 바라보았다. 분노에 가득 찬 두 눈은 꺾이기보다 투지로 타오르고 있었다.
|
||
|
||
“나의 자비.”
|
||
|
||
그 말을 끝으로 천서준이 정현문에서 모습을 감췄다.
|
||
|
||
새로운 대마두의 등장이었다.
|
||
|
||
*
|
||
|
||
서준은 모습을 감춘 채 정현문의 문도들이 비밀 공간에 갇혀있던 사람들을 구출해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
||
|
||
혹시나 싶어서 지켜봤는데, 다행이라 해야 할지 정현문 사람들은 정파 평균 정도 되는 인성을 가지고 있는 듯싶었다.
|
||
|
||
“거참, 기분 묘하네.”
|
||
|
||
서준은 입맛을 다셨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이 그에게 쏘아내던 살기가 선명했다.
|
||
|
||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죽일 듯 쳐다보는 그 기분을 아는가?
|
||
|
||
나쁜놈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굉장히 묘하다.
|
||
|
||
자존심 높은 무림 고수로서, 그들을 일수에 쳐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자신의 인성이 무림 상위 1퍼센트 안에 든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
||
|
||
그런데 왜 굳이 천서준의 모습으로 나서서 욕을 얻어먹느냐?
|
||
|
||
대단한 이유는 없었다.
|
||
|
||
다만 이서준의 신분이라면 이것저것 설명할 게 많아진다. 문주는 왜 죽였고, 정현문에 잠입한 이유는 무엇이며, 문주전에 침입한 이유는 또 무엇인가.
|
||
|
||
그 정도야 설명할 수 있다지만 아무튼 귀찮은 일이 많아진다.
|
||
|
||
이번 일이야 적당히 넘긴다 해도 일을 계속 만들다 보면 적도 늘어나지 않겠는가? 적은 안 그래도 많다. 굳이 여기서 더 늘리고 싶지는 않았다.
|
||
|
||
반면 천서준의 신분으로 일을 저지르면 책임 없는 쾌락만을 누릴 수 있다.
|
||
|
||
심지어 나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나름 좋은 일을 했다. 모두에게 윈윈인 셈이다.
|
||
|
||
‘얻은 건 이게 끝인가.’
|
||
|
||
서준은 손에 쥔 목함을 열었다. 안에는 묘하게 달큰한 향이 나는 단환이 하나 들어있었다.
|
||
|
||
정현문의 문주가 마인에게 준비했느냐 물었던 그 물건이다.
|
||
|
||
아혈을 점하기 전 마인에게 물으니 단환의 정체 역시 알 수 있었다.(사지를 잘라놓으니 명령이 조금 더 잘 들었다.)
|
||
|
||
이게 무엇인가 하니, 인간의 정혈(精血)을 정제해 만든 단약이란다. 효과로는 약간의 수명 증가와 내공의 증진 등이 있었다.
|
||
|
||
“에잉 쯧.”
|
||
|
||
춘봉이 주기에는 영 찝찝하다.
|
||
|
||
서준은 손 위로 삼매진화를 일으켜 단환을 아예 태워버렸다.
|
||
|
||
이제 목적은 나름 다 달성했다.
|
||
|
||
마인들에게 강제로 명령할 수 있는 이유를 자세히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이건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충 어느 정도 조건을 안 것만으로 만족한다.
|
||
|
||
지금까지 이런 능력을 몰랐던 이유는 마인을 만난 적이 없어서, 혹은 경지가 오르며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겠지.
|
||
|
||
덤으로 정현문의 마인에게서 쓸만한 마공까지 얻을 수 있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척 보니 지금까지 봤던 마인들과 익힌 무공이 크게 다르지 않아 굳이 물어보지도 않았다.
|
||
|
||
‘일단 돌아갈까.’
|
||
|
||
고랑현 내부에 숨어있던 나머지 마인들까지 모조리 처리한 서준은 혼원보를 펼쳐 고랑현을 벗어났다.
|
||
|
||
새삼 혼원보를 만든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졌다.
|
||
|
||
‘중원 이 미친 새끼.’
|
||
|
||
진짜 너무 넓다.
|
||
|
||
*
|
||
|
||
황보혜지는 서준이 떠난 뒤 거의 하루 온종일 바위를 향해 주먹질을 했다.
|
||
|
||
쿵! 쿵!
|
||
|
||
하지만 며칠 내내 바위를 후려쳐도 바위에는 자그마한 흠집 정도밖에 나지 않았다.
|
||
|
||
‘아니, 겨우 며칠이잖아.’
|
||
|
||
며칠로 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황보혜지는 그날도 묵묵히 바위를 두드렸다.
|
||
|
||
콰아아아앙──────────!!
|
||
|
||
그때, 별안간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신형이 남궁세가의 별장에 내리꽂혔다.
|
||
|
||
“스, 습격…!?”
|
||
|
||
화들짝 놀란 황보혜지가 서둘러 내공을 끌어올렸으나, 곁에서 같이 수련하던 남궁수아는 쿡쿡 웃기만 했다.
|
||
|
||
“남궁 소저…?”
|
||
|
||
“아, 미안해요. 조금 웃겨서.”
|
||
|
||
남궁수아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녀의 손끝에서 바람이 불며 흙먼지를 걷어냈다.
|
||
|
||
“왔어, 서준아?”
|
||
|
||
“오, 누나.”
|
||
|
||
흙먼지가 걷힌 곳에는 반가운 표정으로 손을 흔드는 서준의 모습이 있었다.
|
||
|
||
어느새 서준에게 다가선 남궁수아가 그를 폭 끌어안았다.
|
||
|
||
“고생했어.”
|
||
|
||
“고생은 무슨.”
|
||
|
||
나름 여유롭게 남궁수아의 포옹을 받아준 서준이 황보혜지에게 인사했다.
|
||
|
||
“잘 하고 있었나?”
|
||
|
||
“네, 네…. 아직 부수지는 못했지만요….”
|
||
|
||
그녀의 말에 서준이 바위를 살폈다. 황보혜지의 주먹이 남긴 미세한 흔적들이 바위 표면에 남아있었다.
|
||
|
||
‘뭐야.’
|
||
|
||
서준이 떠나기 전 황보혜지의 수준이라면 흠집도 못 남기는 게 정상이다. 딱 그 수준에 맞춰 주술을 부여했으니까.
|
||
|
||
“이야, 열심히 했구만?”
|
||
|
||
하지만 어찌 바위에 흔적을 새기는 것 정도는 성공한 모양이다.
|
||
|
||
게다가 지금도 땀에 푹 절어있는 것이 서준이 떠난 동안 수련을 게을리 하지도 않은 듯했다.
|
||
|
||
굳이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열심히 하는 타입. 별호를 붙이자면 모범생 황보혜지 정도 될 것 같다.
|
||
|
||
“아직 한참 모자란 걸요….”
|
||
|
||
황보혜지가 쓰게 웃었다.
|
||
|
||
서준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
||
|
||
“아니야. 잘하고 있어. 우리 며칠만 더 해보자. 곧 성과가 나올 것 같은데.”
|
||
|
||
생각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성과는 확실히 나올 거다.
|
||
|
||
*
|
||
|
||
그날 밤.
|
||
|
||
쿠웅-! 쿠웅-!
|
||
|
||
모두가 잠든 시각이었으나, 황보혜지는 수련에 열중했다.
|
||
|
||
요 며칠간 밤중에도 수련을 계속하다 보니 그녀는 큰 소리를 내지 않고 바위를 두드리는 법을 터득한 상태였다.
|
||
|
||
“내가…, 할 수 있을까….”
|
||
|
||
황보혜지는 주먹 자국이 가득한 바위에 머리를 박았다. 툭, 이마에서 차가운 감촉이 전해진다.
|
||
|
||
한숨을 내쉬기도 잠시, 황보혜지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 번 주먹을 뒤로 크게 당겼다.
|
||
|
||
“하압…!”
|
||
|
||
쿠웅-! 주먹이 바위를 때렸다. 그리고,
|
||
|
||
쩌적-
|
||
|
||
바위에 작은 실금이 생겼다.
|
||
|
||
“어…?”
|
||
|
||
황보혜지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녀는 쿵쿵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다시 한 번 주먹을 내질렀다.
|
||
|
||
쿠웅-!
|
||
|
||
쩌저적-! 주먹이 바위를 파고들며 금이 더욱 커졌다.
|
||
|
||
황보혜지는 홀린 듯 바위에 몇 번이고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는 와중에도 바위를 때리는 소리는 크지 않았다.
|
||
|
||
태산벽력신권과는 다른 무언가다. 지금 그녀가 내지르는 주먹에는 벽력이 담기지 않았다.
|
||
|
||
요란한 우레 소리 없이 묵묵하게 바위를 두드리는 황보혜지의 모습은 얼핏 경건하기까지 했다.
|
||
|
||
그리고 마침내,
|
||
|
||
쩌어억──────────
|
||
|
||
커다란 바위가 반으로 쪼개졌다.
|
||
|
||
그 앞에서 황보혜지는 가슴을 태우는 희열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
||
|
||
“아아…!”
|
||
|
||
성취감에 머리가 저릿하다. 그녀는 순간 은위룡의 모습을 떠올렸다. 마음가짐 하나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검을 펼치던 그 한심한 놈의 검.
|
||
|
||
아직 진기재천 선배님의 조언처럼 스스로를 완전히 믿는 것은 힘들었지만, 작은 실마리 정도는 발견한 듯한 느낌이었다.
|
||
|
||
‘…나는, 더 잘할 수 있어. 조금씩 나아가면 돼.’
|
||
|
||
소리 없이 기쁨을 토해내던 황보혜지는 이내 배실배실 웃으며 방으로 향했다. 오늘 따라 유난히 발걸음이 가벼웠다.
|
||
|
||
그리고 그녀가 사라진 자리, 서준이 모습을 드러냈다.
|
||
|
||
“성공했나?”
|
||
|
||
그는 슬쩍 주변을 살피다 바위에 붙은 부적을 회수했다.
|
||
|
||
기운이 다해 평범한 종이 쪼가리가 된 부적.
|
||
|
||
황보혜지의 주먹질에 천천히 소모되던 부적의 기운이 오늘로써 전부 소진된 것이다.
|
||
|
||
‘기운을 꽤 많이 담아뒀는데…. 도대체 얼마나 열심히 한 거야?’
|
||
|
||
사실 황보혜지의 주먹은 전과 비교해 크게 나아진 점이 없었다.
|
||
|
||
당연한 일이다. 겨우 며칠 새에 깨달음을 얻는 건 원래 평범한 일이 아니다. 기연에 가까운 일이지.
|
||
|
||
어쩌다 소리를 줄이는 요령을 터득한 모양이지만, 그게 위력에 큰 도움을 주지는 않았다.
|
||
|
||
바위가 부서진 것은 단순히 황보혜지가 바위를 열심히 때렸기 때문이다. 양동이에 담긴 물을 숟가락으로 전부 퍼낸 것과 비슷했다.
|
||
|
||
애초에 두드릴 때마다 기운이 소모되게끔 만들어둔 부적이었기에….
|
||
|
||
그녀는 스스로 발전했기에 바위를 부술 수 있었다 생각하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착각이다. 발전이 아닌 단순한 노력의 결과다.
|
||
|
||
하지만 그게 단순한 착각인가? 그건 또 아니다. 그녀의 마지막 주먹은 확실히 달랐다.
|
||
|
||
무언가 희열에 잠겨 내지른 그 주먹은 이전과 비교해 분명 한 발짝 나아간 권격이었다.
|
||
|
||
부서지지 않던 바위를 부숴내며 한 발짝 나아갔다는 착각을 진실로 만들어낸 것이다.
|
||
|
||
‘이게 플라시보 깨달음인가?’
|
||
|
||
서준이 픽 웃었다.
|
||
|
||
어찌 되었든 그 깨달음은 황보혜지의 노력이 있었기에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깨달음이다.
|
||
|
||
노력을 게을리 했다면 설령 며칠 뒤 바위를 부숴냈더라도 별다른 깨달음은 얻지 못했을 터.
|
||
|
||
“이제 진짜 굴리기만 하면 되겠네.”
|
||
|
||
지금 붙잡은 저 자그마한 자신감. 저걸 무럭무럭 키워서 훌륭한 패륜아를 만들어내는 것이 서준의 목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