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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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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의 사지가 날아갔다. 바닥에서 꿈틀대는 마인. 그를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던 정파의 사내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천마…?”

말 한마디로 마인을 통제한다? 천마 외의 그 누가 이런 짓이 가능하단 말인가.

사내의 말에 천서준이 픽 웃었다.

“천마는 아니고.”

“그러면….”

“미래 천마쯤 되겠네.”

사내의 눈이 부릅 뜨였다.

“소, 소천마…!”

서준이 눈가를 찌푸렸다.

“그건 좀 기분 나쁜데. 내가 천마 따까리라고?”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됐고.”

퍼억-!

서준이 휘두른 손짓에 사내의 양팔이 날아갔다.

“아아악…! 왜, 왜…!”

“왜라니. 간첩 짓을 했으면 각오했어야지.”

“크윽…! 하지만 당신께서는 마교의 인물이 아닙니까…!”

“쉿.”

콰직-! 이번에는 사내의 양 다리가 날아갔다.

“끄으으윽…!”

꿈틀대는 두 사내의 아혈(啞穴)을 짚어 말을 할 수 없게 한 서준은 그들의 머리를 움켜잡고 걸음을 옮겼다.

비밀 공간을 벗어나 문주전의 천장을 부수고, 그대로 솟구쳐 지붕 위에 선 천서준이 목소리에 마기를 담아 사자후를 펼쳤다.

“들으라─────!!”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문파의 모든 무인들이 기겁해 서준을 바라보았다.

이내 그가 양손에 쥔 두 사내를 치켜들자 무인들 사이에 동요가 퍼져나갔다.

“무, 문주님…?”

“도대체 저게….”

“지금 뭣들 하느냐! 정신 차려라! 적이다! 검을 뽑아라!”

개중 빠르게 정신을 차린 무인 하나가 투지를 끌어올리며 검을 뽑았다.

그에 호응하듯 다른 무인들 역시 재빨리 검을 뽑으며 문주전 주위를 포위했다.

서준은 그들을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네놈들의 문주가 같잖은 짓을 일삼아 신교(神敎)의 이름을 더럽혔으니, 내 친히 놈을 손봐주었다.”

신교…!

마교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에 문도들이 이를 갈았다.

“노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 무인 하나가 땅을 박차고 서준에게 달려들었다.

서준은 간단히 대응했다.

피피핏-!

지탄을 여럿 쏘아내 무인의 혈을 점하자 그가 뻣뻣하게 굳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혀를 찬 서준이 말했다.

“문주전 밑에 비밀 공간이 있다. 그곳에 양민들이 갇혀있으니 돌보도록 해라.”

“헛소리!”

“네놈들의 문주는 신교에 기생하는 버러지와 거래했다. 너희의 일을 대신 해주었으니 감사한 줄 알도록.”

“닥쳐라! 이 쳐죽일 놈…! 당장 네놈의 목을 베어 문주님의 원한을 갚겠다!”

나름 친절히 설명까지 해주었으나, 무인들의 분노는 갈수록 커져만 갔다.

보아하니 이들은 마교와 연이 없다. 대뜸 문파 하나를 멸문시키기에는 서준도 양심이 있었으니, 대신 기세를 발해 일대를 찍어눌렀다.

쿠우우웅──────────!!!

제왕검형을 알아볼 수 없게 비틀어 마기로 발현한 무공이다.

이전에는 별 효용이 없었으나, 이제는 다르다. 화경이라는 경지와 별개로 제왕검형의 공능을 빌려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천마군림보.

무인 중 대부분이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땅에 얼굴을 처박았다.

개중 뛰어난 몇몇, 절정 중기쯤 되는 이들은 간신히 쓰러지지 않았으나, 그저 버텨냈을 뿐 꼼짝도 하지 못하는 신세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크윽…!”

“어, 어찌 이런 일이…!”

서준은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지붕 위 높이 솟은 장식에 문주와 마인을 처박았다.

콰앙-!

고정된 두 사내의 몸이 바람에 흔들린다.

“다시 말하지. 문주전 밑 비밀 공간에 양민들이 있으니 그들을 구하라. 본좌는 신교의 이름이 이까짓 일로 더럽혀지기를 원치 않는다.”

퍼억-! 동시에 문주와 마인의 머리가 박살났다. 숨이 끊어진 시체 두 구가 드높은 곳에 전시됐다.

서준은 지붕 위에서 내려와 무인들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태연한 걸음이었으나, 그를 제지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문도들은 천마군림보의 압박에 신음하며 그를 바라만 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바르작대는 문도들의 곡소리가 문파를 가득 메웠다.

한 무인이 지나치는 서준을 향해 악을 썼다.

“우리가 왜…! 네놈의 뜻을 따라야 하느냐…!”

“얻을 것이 있으니까.”

“개소리 마라! 뭘 얻는다는 거냐!”

서준이 무인의 눈을 바라보았다. 분노에 가득 찬 두 눈은 꺾이기보다 투지로 타오르고 있었다.

“나의 자비.”

그 말을 끝으로 천서준이 정현문에서 모습을 감췄다.

새로운 대마두의 등장이었다.

서준은 모습을 감춘 채 정현문의 문도들이 비밀 공간에 갇혀있던 사람들을 구출해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혹시나 싶어서 지켜봤는데, 다행이라 해야 할지 정현문 사람들은 정파 평균 정도 되는 인성을 가지고 있는 듯싶었다.

“거참, 기분 묘하네.”

서준은 입맛을 다셨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이 그에게 쏘아내던 살기가 선명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죽일 듯 쳐다보는 그 기분을 아는가?

나쁜놈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굉장히 묘하다.

자존심 높은 무림 고수로서, 그들을 일수에 쳐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자신의 인성이 무림 상위 1퍼센트 안에 든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굳이 천서준의 모습으로 나서서 욕을 얻어먹느냐?

대단한 이유는 없었다.

다만 이서준의 신분이라면 이것저것 설명할 게 많아진다. 문주는 왜 죽였고, 정현문에 잠입한 이유는 무엇이며, 문주전에 침입한 이유는 또 무엇인가.

그 정도야 설명할 수 있다지만 아무튼 귀찮은 일이 많아진다.

이번 일이야 적당히 넘긴다 해도 일을 계속 만들다 보면 적도 늘어나지 않겠는가? 적은 안 그래도 많다. 굳이 여기서 더 늘리고 싶지는 않았다.

반면 천서준의 신분으로 일을 저지르면 책임 없는 쾌락만을 누릴 수 있다.

심지어 나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나름 좋은 일을 했다. 모두에게 윈윈인 셈이다.

‘얻은 건 이게 끝인가.

서준은 손에 쥔 목함을 열었다. 안에는 묘하게 달큰한 향이 나는 단환이 하나 들어있었다.

정현문의 문주가 마인에게 준비했느냐 물었던 그 물건이다.

아혈을 점하기 전 마인에게 물으니 단환의 정체 역시 알 수 있었다.(사지를 잘라놓으니 명령이 조금 더 잘 들었다.)

이게 무엇인가 하니, 인간의 정혈(精血)을 정제해 만든 단약이란다. 효과로는 약간의 수명 증가와 내공의 증진 등이 있었다.

“에잉 쯧.”

춘봉이 주기에는 영 찝찝하다.

서준은 손 위로 삼매진화를 일으켜 단환을 아예 태워버렸다.

이제 목적은 나름 다 달성했다.

마인들에게 강제로 명령할 수 있는 이유를 자세히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이건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충 어느 정도 조건을 안 것만으로 만족한다.

지금까지 이런 능력을 몰랐던 이유는 마인을 만난 적이 없어서, 혹은 경지가 오르며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겠지.

덤으로 정현문의 마인에게서 쓸만한 마공까지 얻을 수 있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척 보니 지금까지 봤던 마인들과 익힌 무공이 크게 다르지 않아 굳이 물어보지도 않았다.

‘일단 돌아갈까.

고랑현 내부에 숨어있던 나머지 마인들까지 모조리 처리한 서준은 혼원보를 펼쳐 고랑현을 벗어났다.

새삼 혼원보를 만든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졌다.

‘중원 이 미친 새끼.

진짜 너무 넓다.

황보혜지는 서준이 떠난 뒤 거의 하루 온종일 바위를 향해 주먹질을 했다.

쿵! 쿵!

하지만 며칠 내내 바위를 후려쳐도 바위에는 자그마한 흠집 정도밖에 나지 않았다.

‘아니, 겨우 며칠이잖아.

며칠로 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황보혜지는 그날도 묵묵히 바위를 두드렸다.

콰아아아앙──────────!!

그때, 별안간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신형이 남궁세가의 별장에 내리꽂혔다.

“스, 습격…!?”

화들짝 놀란 황보혜지가 서둘러 내공을 끌어올렸으나, 곁에서 같이 수련하던 남궁수아는 쿡쿡 웃기만 했다.

“남궁 소저…?”

“아, 미안해요. 조금 웃겨서.”

남궁수아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녀의 손끝에서 바람이 불며 흙먼지를 걷어냈다.

“왔어, 서준아?”

“오, 누나.”

흙먼지가 걷힌 곳에는 반가운 표정으로 손을 흔드는 서준의 모습이 있었다.

어느새 서준에게 다가선 남궁수아가 그를 폭 끌어안았다.

“고생했어.”

“고생은 무슨.”

나름 여유롭게 남궁수아의 포옹을 받아준 서준이 황보혜지에게 인사했다.

“잘 하고 있었나?”

“네, 네…. 아직 부수지는 못했지만요….”

그녀의 말에 서준이 바위를 살폈다. 황보혜지의 주먹이 남긴 미세한 흔적들이 바위 표면에 남아있었다.

‘뭐야.

서준이 떠나기 전 황보혜지의 수준이라면 흠집도 못 남기는 게 정상이다. 딱 그 수준에 맞춰 주술을 부여했으니까.

“이야, 열심히 했구만?”

하지만 어찌 바위에 흔적을 새기는 것 정도는 성공한 모양이다.

게다가 지금도 땀에 푹 절어있는 것이 서준이 떠난 동안 수련을 게을리 하지도 않은 듯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열심히 하는 타입. 별호를 붙이자면 모범생 황보혜지 정도 될 것 같다.

“아직 한참 모자란 걸요….”

황보혜지가 쓰게 웃었다.

서준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아니야. 잘하고 있어. 우리 며칠만 더 해보자. 곧 성과가 나올 것 같은데.”

생각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성과는 확실히 나올 거다.

그날 밤.

쿠웅-! 쿠웅-!

모두가 잠든 시각이었으나, 황보혜지는 수련에 열중했다.

요 며칠간 밤중에도 수련을 계속하다 보니 그녀는 큰 소리를 내지 않고 바위를 두드리는 법을 터득한 상태였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황보혜지는 주먹 자국이 가득한 바위에 머리를 박았다. 툭, 이마에서 차가운 감촉이 전해진다.

한숨을 내쉬기도 잠시, 황보혜지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 번 주먹을 뒤로 크게 당겼다.

“하압…!”

쿠웅-! 주먹이 바위를 때렸다. 그리고,

쩌적-

바위에 작은 실금이 생겼다.

“어…?”

황보혜지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녀는 쿵쿵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다시 한 번 주먹을 내질렀다.

쿠웅-!

쩌저적-! 주먹이 바위를 파고들며 금이 더욱 커졌다.

황보혜지는 홀린 듯 바위에 몇 번이고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는 와중에도 바위를 때리는 소리는 크지 않았다.

태산벽력신권과는 다른 무언가다. 지금 그녀가 내지르는 주먹에는 벽력이 담기지 않았다.

요란한 우레 소리 없이 묵묵하게 바위를 두드리는 황보혜지의 모습은 얼핏 경건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마침내,

쩌어억──────────

커다란 바위가 반으로 쪼개졌다.

그 앞에서 황보혜지는 가슴을 태우는 희열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아…!”

성취감에 머리가 저릿하다. 그녀는 순간 은위룡의 모습을 떠올렸다. 마음가짐 하나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검을 펼치던 그 한심한 놈의 검.

아직 진기재천 선배님의 조언처럼 스스로를 완전히 믿는 것은 힘들었지만, 작은 실마리 정도는 발견한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더 잘할 수 있어. 조금씩 나아가면 돼.

소리 없이 기쁨을 토해내던 황보혜지는 이내 배실배실 웃으며 방으로 향했다. 오늘 따라 유난히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리고 그녀가 사라진 자리, 서준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공했나?”

그는 슬쩍 주변을 살피다 바위에 붙은 부적을 회수했다.

기운이 다해 평범한 종이 쪼가리가 된 부적.

황보혜지의 주먹질에 천천히 소모되던 부적의 기운이 오늘로써 전부 소진된 것이다.

‘기운을 꽤 많이 담아뒀는데…. 도대체 얼마나 열심히 한 거야?

사실 황보혜지의 주먹은 전과 비교해 크게 나아진 점이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겨우 며칠 새에 깨달음을 얻는 건 원래 평범한 일이 아니다. 기연에 가까운 일이지.

어쩌다 소리를 줄이는 요령을 터득한 모양이지만, 그게 위력에 큰 도움을 주지는 않았다.

바위가 부서진 것은 단순히 황보혜지가 바위를 열심히 때렸기 때문이다. 양동이에 담긴 물을 숟가락으로 전부 퍼낸 것과 비슷했다.

애초에 두드릴 때마다 기운이 소모되게끔 만들어둔 부적이었기에….

그녀는 스스로 발전했기에 바위를 부술 수 있었다 생각하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착각이다. 발전이 아닌 단순한 노력의 결과다.

하지만 그게 단순한 착각인가? 그건 또 아니다. 그녀의 마지막 주먹은 확실히 달랐다.

무언가 희열에 잠겨 내지른 그 주먹은 이전과 비교해 분명 한 발짝 나아간 권격이었다.

부서지지 않던 바위를 부숴내며 한 발짝 나아갔다는 착각을 진실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게 플라시보 깨달음인가?

서준이 픽 웃었다.

어찌 되었든 그 깨달음은 황보혜지의 노력이 있었기에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깨달음이다.

노력을 게을리 했다면 설령 며칠 뒤 바위를 부숴냈더라도 별다른 깨달음은 얻지 못했을 터.

“이제 진짜 굴리기만 하면 되겠네.”

지금 붙잡은 저 자그마한 자신감. 저걸 무럭무럭 키워서 훌륭한 패륜아를 만들어내는 것이 서준의 목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