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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마인의 시체를 내버려둔 채 자리를 떠났다. 마인은 처리해뒀으니 뒷처리 정도야 도시의 무인들이 알아서 할 수 있리라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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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는 하오문에서 얻은 지도를 토대로 일대를 쏘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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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는 총 6곳의 장소가 표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 4군데서 마인들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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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하오문. 타율이 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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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일이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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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당장 생각해둔 일이 모두 끝나자 서준은 고민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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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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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마주친 총 4명의 마인들은 모두 절정 이하의 잔챙이들. 하지만 아무리 잡것이라 해도 서준에게 말 한마디로 사람을 조종하는 능력 따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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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들은 서준의 말에 강제성이라도 있는 듯 자살하라는 명령조차 저항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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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마인이라는 특이성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가정을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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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전에도 비슷한 짓은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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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붙잡아 뇌를 마기에 절인 뒤 자백을 받아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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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써먹긴 했으나, 그것과 이건 다르다. 그건 마기로 의식 대부분을 표백시켜 질문이라는 트리거에 알맞는 대답을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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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처럼 무슨 언령이라도 되는 것마냥 써먹을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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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조금 더 알아보긴 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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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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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에게 빨리 돌아간다고 하긴 했지만, 예상보다도 일이 훨씬 빨리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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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시간이 생겼으니 그동안 마인을 몇 마리 더 잡아서 실험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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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사겸사 뉴 혼원신공의 실험도 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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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혼원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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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거창하지만 별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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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마인들을 족치며 아주 손쉽게 그들의 무공을 강탈할 수 있었는데, 그들의 심법 전부가 내공을 역방향으로 운용하는 역류의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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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수준 낮은 마공이라 그런 것인지, 혹은 대부분의 마공이 그런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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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경우 그런 방식을 취하지 않아도 마기를 만드는 일 정도야 어렵지 않았기에 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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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아무튼 마공 계열의 심법을 얻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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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노리는 경지가 극마와 화경의 중도이니만큼, 혼원신공 역시 그에 따라 변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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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더라. 양자 중첩이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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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가물가물한 기억에 의지해 뉴 혼원신공의 토대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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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양자 상태를 측정할 때 여러 결과 상태가 이미 확률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인데, 제대로 기억이 나진 않아서 모티브만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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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예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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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자 안의 고양이가 죽었을까 살았을까? 상자를 열어보기 전에는 고양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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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 결과에 대한 확률이 동시에 존재하고, 상자를 열어 관측함으로써 고양이의 상태가 확정된다는 것인데─ 뉴 혼원신공의 묘리가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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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관측자는 당연히 서준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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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氣)라는 것은 실재하면서도 실재하지 않으므로, 서준은 혼원신공의 운기 경로만을 확정지은 채 운기 방향을 확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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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운기 방향은 파동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 는 건 개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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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공이 동시에 정(正)으로도 흐르고 역(逆)으로도 흐른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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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서준이 바랄 때 그 방향을 확정지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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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내 좆대로 좆대로 무공’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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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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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눈을 떴을 때는 은은한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밤을 샜음에도 컨디션은 어느 때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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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나무 위에서 내려왔다. 어젯밤 적당히 가지 위에 걸터앉아 운기조식과 동시에 뉴 혼원신공을 창시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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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말로 뉴 혼원신공에 큰 의미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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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운기 경로 따위에 구애받지 않고 마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럼에도 굳이 뉴 혼원신공을 만들어낸 이유는 별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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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극마와 화경 사이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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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마공 하나 얻으면 다시 조정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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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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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개운하게 기지개를 한 번 켠 뒤 오늘의 계획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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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감을 펼친 채 혼원보로 열심히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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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감에 마기가 걸리면 바로 가정 방문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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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충 결과가 나오면 하남으로 돌아가 춘부이 볼따구를 주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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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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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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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잉 서준이 강호를 쏘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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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잊고 있었다. 이 미친 중원. 과장 하나 없이 진짜 미친듯이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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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들이 중원 전체를 여행하려면 수명 전체를 써도 모자를 게 분명했다. 온갖 위험 요소를 감수할 수 있는 커다란 간덩이는 둘째 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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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섬서와 감숙, 녕하를 사흘 간 잠 한 숨 안 자고 뒤진 끝에 겨우 마기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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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숙의 서쪽, 사흑련의 영역과 가까운 곳이었는데, 이게 또 은근히 마교와도 가까운 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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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마교의 본거지인 천산은 터무니없이 멀리 있다지만, 일단 곤륜파가 있는 청해와는 거의 맞붙다시피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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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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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그동안 쏘다닌 보상이라도 되는 걸까? 마기의 흔적으로 보아하니 마인 하나 달랑 있는 곳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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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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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잘하면 실험체를 넉넉히 장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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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우선 역용술을 사용해 얼굴을 바꿨다. 중년 간지 천서준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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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 정파의 영역이니만큼 당당히 마기를 드러내는 미친짓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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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들어선 현의 이름은 고랑현(古浪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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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히 고랑현에 들어선 서준은 마기의 흔적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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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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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절정 이하의 잡것들은 마기를 감추는 것에 능숙하지 못한데, 예상 이상으로 사방팔방을 쏘다닌 흔적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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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무인이라면 눈치를 못 채는 게 이상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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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중 하나의 흔적이 향하는 곳은 고랑현에서 가장 거대해보이는 문파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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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을 찌푸린 서준은 월하무영을 펼쳐 그림자 속에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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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 정문의 현판에는 힘이 넘치는 필체로 ‘정현문(正玄門)’이라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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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은밀히 그 내부로 잠입해 정현문을 쏘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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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오늘 수련이 끝나면 술 한 잔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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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좋지! 이번에는 자네가 사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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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내가 지금 돈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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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 그러면 다음에 사게. 이번에는 내가 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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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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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의 흔적이 있는 것치고는 평범한 문파와 다를 것이 없다. 딱 적당히 자그마한 도시에 있을 법한, 적당히 커다란 문파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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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의문을 품은 채 마기의 흔적을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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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의 흔적은 문파의 깊숙한 곳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문주가 머무는 곳으로 보이는 나름 장엄한 건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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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문주가 마공이라도 익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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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공을 익혔다고 때려죽일 생각은 없다. 뭐, 마공쯤이야 익힐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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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렇게 따지면 서준은 당장 무림공적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도 이상할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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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우선 문주전 내부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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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휑했다. 사람의 흔적은 있는데, 보이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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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준의 기감은 이 밑에 숨겨진 공간이 있음을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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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공간 정도야…. 있을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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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열린 마인드로 비밀 공간의 입구를 찾아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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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못 찾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입구는 찾았는데, 그 입구를 열 방법은 전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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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만능 열쇠를 쓰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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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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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뽑아든 서준이 비밀 공간과 이어지는 바닥을 깔끔하게 잘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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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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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깔끔하다. 이건 잘만 끼워두면 당장 들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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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발각되기야 하겠지만…, 그때 자신은 여기 없을 테니 상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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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공간 내부에 들어선 서준은 잘라낸 바닥을 그 자리에 조심스레 끼워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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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칵, 빛이 차단되며 내부가 빛 하나 없는 어둠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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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눈에 내공을 불어넣어 안력을 돋웠다. 어둠 속이 환한 대낮처럼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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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안쪽에서 사람의 기척이 느껴진다. 서준은 월하무영을 유지한 채 은밀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곧 자그맣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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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언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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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다. 천마께서 강림하시는 그때, 중원은 마도천하를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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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천하에는 관심 없다. 물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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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한 놈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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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말소리가 들리는 곳을 유심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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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 특유의 정순한 기운이 느껴지는 사내가 하나, 거친 마기가 느껴지는 마인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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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마인의 경지는 절정의 끄트머리쯤 되었다. 잘은 몰라도 저 정도면 아주 잔챙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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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은 지금 가지고 있다. 네놈이야말로 말한 건 준비해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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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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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의 사내가 벽의 특정한 부분을 두드렸다. 쿠구궁-! 비밀 공간이 작게 진동하며 벽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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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벽 내부에는 자그마한 방이 하나 있었다. 그 방 내부, 열 명쯤 되는 사람들이 사지가 결박당한 채 몸을 꿈틀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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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감으로 대략 파악하고 있던 서준은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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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간첩 새끼였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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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목소리에 두 사내가 크게 놀랐다. 정파의 사내는 당황한 듯 멈칫했지만, 마인은 달랐다. 곧장 소매를 휘두르니 그 안에서 십수 개의 단검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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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쉬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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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아무렇지도 않게 오른손을 내밀어 지그시 아래로 내리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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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흑수대마장(黑手大魔掌)이 펼쳐지며 거대한 손바닥이 단검을 모조리 바닥에 찍어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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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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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마인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서준을 쏘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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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우선 마기를 거뒀다. 대신하여 빙백신공을 운용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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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팔을 잘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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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이 멈칫한다. 하지만 따르려는 기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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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서준이 빙백신공의 운용을 멈추고 혼원신공을 운용하며 마기를 피워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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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말하마. 오른팔을 잘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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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덜덜 떨리는 왼팔이 움직일 듯 말 듯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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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마기와 관련된 건 맞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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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경지가 높아질수록 잘 통하지 않는 것 역시 확실해보였다. 절정 끄트머리쯤 되면 꽤 저항할 수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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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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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는 데 모든 심력을 소모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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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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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가볍게 펼친 일수에 마인의 사지가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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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였으나, 서준의 명에 저항하느라 피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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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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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이 비명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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